|
카자코프 단편선 |
|
최근에 읽었던 작품들 영향 탓일까? 서정문학에 대해 뒤늦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노천명 시인에 이어 유리 카자코프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의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 그리고 두려움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였던 걸까? 러시아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는 몰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첫 장부터가 가슴 설레게 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왠지 사랑이라고 함 붉은색이 생각난다.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들킬까 봐 그 조심스럽고도 흥분되는 마음을 얼굴에 볼 터치로 그려내는 것 역시도 아마 이런 기분에서 일 거다. 하지만 두 남녀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생각과 사랑에 대한 표현 방식이 너무나 달랐음이 보였다. 당사자들이 이야기를 펼치는 무대에 서 있다면 나는 관객이 되어 두 사람의 안타까운 첫사랑을 지켜보는 그런 느낌에 비유하면 적절할까? 파랑과 초록이라는 제목도 꼭 자연의 색을 대변하고 있는 듯해 이야기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만난 푸른 별 아르크투르는 사냥개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푸른 별은 태어나자마자 앞을 볼 수 없었다. 그 시절 태어난 생명이 그러했듯 아주 짧고도 강렬한 혹은 비참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하는데... 우리의 푸른 별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보통 개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떠돌이 개가 이 도시에 들어오면서 본의 아니게 주인을 섬기게 되고, 주인집에서 세 들어 지내던 나를 통해 서서히 야생의 본능을 찾아가는 아르크투르는 끝까지 주인에게 충성했다. 그리고 그 충성 때문에... 책 마지막 장에서는 이유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유리 카자코프는 마치 한 마리의 푸른 별이 된 마냥 사냥개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었다.
서커스 단원에게 재주를 배우고 그 재주로 생명을 연명하던 곰 테디!!! 녀석은 본의 아니게 우리를 탈출?하게 된다.이 착한 곰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싶어 포효?하지만 그의 진심은 외면당한다. 오히려 그가 배운대로 재주 부리고 행동 할수록 사람들은 공포스런 표정을 짓거나 총으로 위협한다. 그래서였다. 한 장 한 장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읽었다. 그 이후 테디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죽임을 당하나? 아니면 잡혀서 고문을 당하나? 아님 누군가에게 팔려가나? 온갖 상상을 해가며 또 한편으로는 두 번 다시 인간의 손에 잡히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추리 소설 넘겨 읽듯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다. 우리의 테디는 우리를 탈출 한 이후 어떻게 생존하게 될까? 그리고 그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자들과 그를 추적하는 추격자들로부터 어떻게 살아남게 될까?
빵 냄새에서는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그리움이라는 쓰나미에 나를 빠뜨리게 됐다.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이런 필체와 구성이 유리 카자코프가 주는 매력이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 이웃들 혹은 나의 이야기 일수도 있는 그런 소박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비유하면 이해가 될까? 너무나 이쁜 그릇과 찬 잔에 담겨져 있는 쿠키를 한 입 깨물었는데 그 맛이 엄마가 만들어주신 쿠키를 떠오르게 한다면...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그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우정에 관한 이야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 등등 러시아 작품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러시아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깊은 시각을 가진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란 대륙이 품은 남성미의 아름다움만 알고 있던 나의 지난날을 추억의 한 켠으로 밀어 넣게 해준 책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였다. 참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이 작품은 남녀의 엉뚱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 남자가 낚시만 다니고 그 때까지 장가를 못간건 아마도 ... 독자들이 읽으면 그게 맞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무슨 뜻인지는 책을 읽은 자들은 알리라...
|
|
이 책 시리즈는 러시아 문학으로 총 10권인데, 2020년 우리나라와 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문학번역원과 러시아문학번역원이 협업하여 한국 및 러시아문학 시리즈 공동 출간을 지원, 양국 간의 외교, 문화적 협력 관계를 도모하는 프로젝트의 러시아 문학 출간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여러 책들 중에서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라는 제목의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작품을 두 번째로 읽게 되었다.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1927~1982)는 러시아의 단편작가로 '산문 쓰는 시인'이라 불리며 서정성과 그만의 문체로 사랑받는 작가라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서정적인 문체를 통해 드러나고, 시각, 후각, 청각, 미각 등 감각을 통한 묘사 기법은 인간의 인식과 보편 자연을 서로 교호 시킨다.
읽는 내내 그의 문체가 서정적이며 감수성이 뛰어나서 읽기 편안한 느낌이었다. <고요한 아침>에서의 '마을은 마치 큰 솜이불처럼, 안개를 덮고 있었다.' 와 같은,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에서의 '소나무들은 언제나 작게 사락거렸다.' 와 같은 문구에서 느껴지듯이 정말 시를 읽는 듯한 감성으로 그의 단편들을 읽어 나갔던 것 같다.
저자의 단편소설이 14편 담겨져 있는데, 그 중에서 <파랑과 초록>, <꿈속의 넌 슬피 울었지>, <작은 초>의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알료사'인데,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같은 주인공을 등장시켰는지 궁금했다.
단편이지만 뭔가 시리즈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 연관성에 대한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책의 해설에는 나와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1900년대 러시아 사회와 생활상을 보여주고, 남녀 관계나 친구 관계 등 다양한 소재로 씌여진 작품들이어서 흥미로웠다.
이 프로젝트 시리즈의 책이 아직 나에게 3권이나 더 있으니 러시아 문화와 사회, 그리고 그들만의 고유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카자코프 단편선 /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모스크바 출생.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
|
카자코프는 소비에트연방 시절부터 유명했던 4세대 작가이며 그의 작품이 연극으로도 많이 공연된 바 있다.
러시아 소설은 참 소박하다.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생활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시민들의 삶이 그려진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 일들을 일상으로 즐기고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내 마음도 눈 내리듯 가라 앉는다.
그래서 가끔은 내 일상의 삶에서 마음이 너무 지치거나 답답할 때,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어디 한적한 교외로 바람 쐬러 나가는 마음으로 러시아 소설을 읽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여러 단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파랑과 초록>과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라는 단편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편 <파랑과 초록>은 1956년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봐도 전혀 어색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은 없다.
열일곱살 '릴리야'와 첫사랑에 빠지는 열여덟살 '알료샤'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어릴적 첫사랑이 그러하듯 제대로 얼굴 한 번 쳐다보지도 못하던 순진했던 시간이 지나 갑작스레 떨리는 첫키스를 경험하고는 이제는 그녀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짧았던 행복의 순간도 오래 지나지 않아 무너져 버리고 가슴 한 켠이 여려오는 사랑의 아픔을 겪게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는 첫사랑.
돌이켜보면 너무나 우습고 유치한 첫사랑의 기억이지만 알료샤는 마음 한 켠에 아련하고 애틋했던 기억으로 남겨둔다.
단편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1961년 작품이다.
남자 주인공 크리모프는 모스크바 기계공. 여자 주인공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부드러운 향수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모두 잠든 새벽, 모스크바 외곽으로 가는 버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몇 달만에 모스크바를 벗어나 낚시를 하러 가는 들뜬 마음의 남자 주인공.
모두 잠든 버스 안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유일하게 잠들지 않은 여자 주인공.
그녀는 크리모프에게 담배를 빌리며 말을 건다. 어디까지 가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그녀의 속사정은 모르지만 어디론가 떠나가는 여행길임은 분명하다. 그녀는 크리모프에게 줄곧 추파를 던지지만 낚시 생각에 들떠 있는 남자 주인공은 여러번의 기회를 모두 지나쳐 버리고 만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대화를 이어가야 할 상황에 "저기 개가 뛰어가네요!" 같은 말로 찬물을 끼얹으며...
하지만 3일간의 낚시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갑작스럽게 생각이 난 그녀.
낚시에 빠져있던 허상에서 현실로 돌아와 눈을 뜬 크리모프는 이제 지난일을 후회하며 눈물 짓는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아~아~아 왜 그랬지? 응?" 크리모프는 아플 만큼 세차게 자신의 무릎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이처럼 러시아 소설에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순수한 영혼들에게 펼쳐지는 해프닝들이 가득하다.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며 안타까운 마음에 잔잔하게 남는 이 서정적인 여운이 참 마음에 든다. |
|
지금껏 내가 접해본 러시아문학의 이미지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나 미하일 불가꼬프, 레프 톨스토이 등의 작품으로 대표된다. 암울하고 울적한 분위기 속에서 가난하거나 빼앗긴 사람들, 마음이나 몸이 아픈 사람들이 주인공인 작품들을 읽다보면 내 기분도 한없이 어두워지기도 했다. 19세기 이후의 러시아 문학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던 차에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 러시아 문학작품을 공동 번역해 출간하는 프로젝트하에 몇 편의 작품들이 출판사 '걷는 사람'을 통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작품들 중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단연 유리 카자코프의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였다. 일단 제목부터 특이해 내 눈을 끌었지만 '산문 쓰는 시인으로 불린 단편 작가'라는 점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저기 개가 달려오네요>에는 총 14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투명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아, 내가 기존에 러시아문학에 가지던 고정관념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볼 수 있는 비극보다는 <파랑과 초록>에 나오는 유리알같은 첫사랑과 순수했던 사랑이 권태로움으로 바뀌는 찰나,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주인공의 비극이 내 입맛에는 더 맞았다. 사랑에 빠지는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파랑과 초록> p.34 <파랑과 초록>의 릴리아와 주인공이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간다. 사랑에 빠져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처럼 매순간이 행복하다던 주인공은 어느 새 릴리아의 눈에서 권태로움을 발견한다. 그녀를 쫓지만 그녀는 자꾸만 미끄러져 떠나간다. 결국 릴리아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두 사람, 릴리아는 "너는 나한테 꽃 한 송이를 안 주더라!"라며 떠나간다. 삶이 주는 잔인함을 느끼며 그래도 인생이란 참 멋진 것이라는 주인공, 지금쯤은 연애하는 법을 좀 터득했으려나? 둘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에 서툴던 내 과거의 모습도 떠올랐다. 숨이 막히고 답답해지고, 날카로운 그리움이 밀려들었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p.148 모스크바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는 크리모프, 그는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낚시를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탑승한다. 옆자리에 앉은 어둡고 음울한 실루엣의 여자, 뭔가 사연이 있어보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채지만, 크리모프는 오로지 자신의 낚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크리모프에게 담배를 빌리며 입술과 손을 심하게 떨며 무엇인가를 자꾸만 털어놓고 싶어하지만 크리모프는 전연 관심이 없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등장한 길거리의 개! 크리모프가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라며 외친다. 여자와 크리모프는 완벽하게 단절된 채 여자는 떠난다. 낚시터에서 3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낸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크리모프는 크고 아름다우며 슬픈 무언가가 그의 위에, 들판에 강 위에 멈춰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버렸다. (p.149) 크리모프가 좀 더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결말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카자코프의 문장들은 한없이 유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무관심, 권태와 그로부터 빚어지는 소외와 고독은 어쩌면 인생의 일부분이기에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듯도 하다. 이러한 인간의 삶을 말없이 안아주는 것은 대자연이다. 자연과 소통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일이야말로 시가 하는 일이 아닐까? 산문쓰는 시인 카자코프, 그의 서정적인 문장들에 안겨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저기개가달려가네요 #유리파블로비치카자코프 #카자코프 #걷는사람 #러시아문학 #책과콩나무리뷰단 #책과콩나무서평단 |
|
한러 수교를 기념해서 공동번역 프로젝트로 번역된 작품이자, 러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서정적 소설의 대가라는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작품들은 대부분 배경과 주인공의 감정이 그대로 눈에 그려지는 듯한 작품이 많았다. 파랑과 초록의 주인공은 릴리아라는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어느순간에 빠진지 모르게 서서히 스며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자아이와는 한번도 이야기 나누지 못해보이는 그였지만 용기내서 그녀와 거리를 거닐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부모님과 여행에 가서도 그녀가 떠올라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첫사랑의 징크스처럼 둘이 이어졌는지는 이어지지 않았는지는 책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첫사랑의 풋풋한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서커스장에서 도망친 곰이 인간에게 길들여져 귀리죽을 좋아하고 인간의 앞에서 멋진 쇼를 보여주면 먹이가 나오는 삶을 살다가 어느날 기회로 탈출하게되고 자연으로 돌아가 동물적 감각을 깨우치게되는 이야기를 담은 테디란 작품도 기억에 남았다. 개미의 맛을 깨우치고 동물원 밖의 인간은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는 눈빛을 가지지 않았다는걸 테디의 눈으로 바라본 시선이 인간의 모습을 다시한번 다르게 표현한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표현이 섬세했고, 감성적이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감정도 잘 담아내고 있어서 작품들 모두가 기억에 남았던 소설집이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작품에 대해 어렵고 접근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다른 생각을 갖게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집이었다. |
|
걷는사람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단편선 감동을 느끼기도 전 시험문제에 출제될 고전을 타인의 감정으로만 주입했던 학창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고전'하면 아직도 순수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다. 오랫동안 선입견처럼 자리 잡은 고전에 대한 인식은 시험에서 벗어나 내 의지대로 읽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얼마 전 '이반 투르게네프'의 '파우스트'를 다시 읽게 되면서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러시아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기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펼쳐보게 됐던 것 같다.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란 왠지 낯설지 않게 다가온 이름이지만 이 책에 실린 14편의 단편은 일찍이 만나본 적 없던 작품들이라 다음 편에 등장할 단편들은 또 어떤 느낌을 전해줄지 궁금증을 던져줬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심플해서 단조롭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최근에 읽었던 러시아 문학들이 그랬기에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느껴볼 수 없는 서정성과 일상의 단조로움이 오히려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켜 더 정감 있고 따뜻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편 한 편마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걸까? 란 물음이 뒤따르곤 하지만 딱히 거창한 무언가가 있는 날보다 비슷한 하루를 살아내는 일생을 생각하면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지만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같이 눈앞이 보이지 않는 사냥개의 등장과 사라짐은 기묘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처럼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고 남. 여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파랑과 초록>은 순수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아련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했다. 단조로운 일상의 이야기만큼 개와 곰 등 동물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1927년에 태어나 활동했기에 지금과 다른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감수성과 환경 등을 함께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비슷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 단편들에 대한 감상은 아무래도 옛것에 대한 아련함이었다고 할까, 나이가 들고 보니 이런 요소들이 크게 작용해 고전을 읽게 되는 것 같다.
|
|
러시아 문학 하면 떠오르는 몇몇 특정 작가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작품은 단편들조차 쉽지 않아 러시아 전체 문학에는 "어렵다"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러시아 문학이다. 이번에 만난 러시아 문학은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번역하여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문학 작가의 작품을 출간한 "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서정적인 단편을 주로 썼다는 카자코프의 대표 단편선을 읽을 수 있는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이다. 책 제목인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14편의 카자코프 단편들 중 한 단편의 제목이다. 책의 제목인 만큼 카자코프 문학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다른 단편들보다 훨씬 짧지만 그 짧은 내용 안에 "현대인의 무관심과 권태...(역자의 말)"가 잘 드러난다. 자신의 행복한 캠핑과 낚시에 빠져 있느라 미처 옆 좌석의 미인의 보내는 어떤 신호를 감지 못한 코지모프는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야 자신의 무관심을 한탄한다. 어쩌면 역자의 말에서처럼 이 작품은 "개인만의 행복을 추구하다가 주위에게 무관심하게 되고, 무관심은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지게 하...(역자의 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여자는 정말로 이 남자에게 추파를 던진 것인지', '어쩌면 인간적인 관심을 통해 자신의 우울을 극복하려 했던 것을 아닐지', '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되는 것인지', '정말 남성의 입장에선 다 이런 건가...'...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사실 전체 작품들 중 이해되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 외 작품들은, 정말 좋았다. 특히 앞부분에 위치한 단편들인, 첫사랑을 다룬 <파랑과 초록>이나 눈 먼 개의 이야기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서커스 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테디> 등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테디>는 읽는 내내 <야성의 부름>을 떠올리게 했는데 카자코프를 서정적인 작가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해되는 작품이다. 광활한 대지와 숲, 주인공 테디의 생각을 따라가며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문학에서만 볼 수 있는 특성일 것 같다. 모스크바라는 도시가 배경일 때도 있지만 그 때에도 주인공들이 모스크바 도시를 걷거나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 떠나는 목적지는 결국 숲이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를 통해 내내 "자연"이 생각 난 이유다. 어릴 적 딱 4년 동안 시골 비슷한 곳에서 산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날 행복하게 한다. 누구의 묘인지도 모르는 무덤을 뛰어다니며 반달곰을 잡겠다고 산 속을 헤매고 시냇물에 발 담그고 친구들과 물장구를 쳤다. 이 단편선을 읽으며 한 편 한 편이 의미있게 다가오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런 자연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
|
러시아가 사랑한 작가 카자코프
러시아 단편선이라고 하면 체호프가 먼저 떠오른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카자코프 단편선이고 이는 한·러 <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 작품중 하나이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러시아 문학번역원에서 선정한 10권을 출간했는데, 한국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선정했을 것이다.
한국은 채만식 <태평천하>, 이문열 단편선, 20세기 한국시선, 김영하 <빛의 제국>, 방현석 <내일을 여는 집>이 선정되었고,
러시아는 빅토르 펠레빈 <아이퍽10>, 유리 카자코프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구젤 야히나 <줄레이하 눈을 뜨다>, 솔제니친 평론집,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이 선정되었다.
카자코프의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의 단편에는 모스크바 북쪽의 아름다운 숲이 자주 등장한다. 타이가 지대의 광활하게 뻗어있는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에 대한 동경을 작가가 가지고 있다.
1950년대 소련은 스탈린 사후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던 시기이다. 독재 치하에서 수 많은 목숨이 처형되던 시기이고,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인간이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시기이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는 그의 바램이 느껴졌고, 전반적으로 쓸쓸한 톤으로 작품이 진행되어 인생에 관해 관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파랑과 초록>
주인공 알료샤는 18세 소년이고, 9학년이다.
릴리아라는 소녀를 친구에게 소개받고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의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모스크바든 어느 곳이든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다.
어느새 해가 먹구름을 뚫고 나온다. 태양은 머리 위 나뭇잎 사이로 떨리는 손을 뻗어 물속 깊이 집어넣는다. 그러자 수련의 기다란 적갈빛 줄기가 드러난다. 줄기 주위로 큰 물고기들이 보인다. - 16쪽
사랑에 빠지는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 우리의 겨울은 기적처럼 흘러갔다. 모든 순간이 우리였고, 모든 순간에 항상 함께했다. 과거도, 미래도, 기쁨도,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함께할 것이다. 매일이, 아니 매 수간이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처럼 행복하다.
그러나 봄이 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니 조금 아픈 것뿐이다.(...) 단지 우리 둘의 성격이 다르다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릴리아는 나의 눈빛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나의 꿈을 비웃는다. 잔인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씩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 34쪽
사랑의 과정을 겪는 동안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된 알료샹와 릴리아는 상대에게 익숙해진다.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들어나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상대를 상처주는 말도 이제는 서스럼없이 할 수 있게되었다.
단편이라도 하지만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거리와 숲에서 비치는 햇빛도 아름답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알료샤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릴리아가 꿈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꿈이 싫다. 나는 꿈속에서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꿈을 안 꾼다던데.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누워 잠을 청한다. 나는 푹 자고 아침에 상쾌하게 눈 뜨게 될 것이다. 인생이란 참 멋진 것이니까!
부디 꿈 없이 잠들기! - 49쪽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그 개가 어덯게 도시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개는 어느 봄날 도시로 흘러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개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 복종하거나 억압받지 않았다. 개는 자유로웠다. - 51쪽
코스트롬스카야 지역 하운드 순종이었던 어미견은 긴 몸에 부푼 배를 이끌고 때가 되자 몰래 위대한 일을 행하기 위해 현관 아래로 사라졌다. 어미견은 사람들이 불러도 응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스스로에게 온 집중을 다하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사냥과 인간, 자신의 주인님과 신보다도 중요한 일을 마쳐야 한다고 느꼈다.... -53쪽
때가 되자 새끼들 모두 눈을 떴고, 환희에 차 지금까지 그들이 살았던 세상보다 휠씬 위대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개 역시 눈을 떴지만 한 한 번도 세상을 볼 수 없었다. 개는 눈이 멀어 있었다. 부옇게 흐린 눈이 두꺼운 회색 막으로 그의 시야를 가렸다. 개에게는 슬프고 험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 53쪽
북부 도시로 가게 된 주인공은 빌린 집의 주인이 그 지역의 한 의사다. 대가가족을 이루었던 의사의 아들 둘은 전선에서 죽고 아내도 숨을 거두었고 딸은모스크바로 떠났다.
어느 날 눈이 보이지 않는 개를 보살펴 주기 시작한 의사는 그 개를 '아르크투르'라 부른다.
아르크투르는 다른 개와 달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우리가 절대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아르크투르에겐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삶이 아무리 그에게 모질게 굴어도 절대 동정받기 위해 날칼운 소리를 내거나 낑낑거리지 않았다.
주인공과 함께 숲으로 가게 된 아르크투르는 숲이 주는 신비로움에 얼이 빠진다.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는 냄새, 무서운 냄새. 사락거리고 버적거리는, 따끔거리는 물체와 마주치면서 겁에 질려 있었다.
하루 이틀 숲에 익숙해지고, 숲에 있는 상대와 결투를 벌이며 아르크투르는 숲에 적응한다.
개는 짐승을 쫓는 흥분에 사로잡혀 다른 사냥개보다 먼저 뛰어나가 사냥감을 가져온다.
아르크투르에 관한 놀라운 소식은 지역에 퍼져나가고 사냥꾼들은 그 개를 소유하고자 욕심낸다.
심지어 한 사냥꾼은 아르크투를 훔쳐가려고 한다.
어느 날 숲으로 들어간 아르크투르는 기다리는 의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과연 숲에서 아르크투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카자코프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꿈군다. 인간이 끝없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입장에서 자기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릴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까
작가는 쇠외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는데, 이별과 죽음으로 고독을 겪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한다.
쓸쓸한 죽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가
러시아가 사랑하는 작가 유리 카자코프의 단편선을 읽으며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감수성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기개가달려가네요 #한러 #카자코프 #방교영 #걷는사람 #책과콩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