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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나라의 평범한 국민생활을 주의깊게 관찰함으로써 미개부족이건 문명국이건 인간의 행동은 일상생활 속에서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행위란 아무리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당사자에게는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는 것이며 그의 경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일본인이 일본인답게 하는 것, 외부인에게는 일관성이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인의 행동과 성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일본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행동유형을 연구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인들이 보인 행동을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대전을 일본은 '미국의 물질과 일본의 정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했다. 무모하게도 보이는 일본의 임전태세는 정신을 우위에 두고, 천황에 대해 무조건 충성하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태도를 반영한 셈이다. 그리고 전재 중 포로가 된 일본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더러 항복을 죽는 것보다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가 자신에게 알맞는 위치를 갖는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들이 질서와 위계제도를 신뢰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자유와 평등을 신봉하는 서구인들의 가치관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들은 위계제도를 존중하는 것이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데 그것은 절대로 '강권에 의한'것이 아니다. 위계서열은 가족 내의 연장자와 연소자 간, 남자와 여자 사이에 모두 적용되는데,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연장자나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 존경을 표시하여야 하고, 반대편은 그만큼의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연장자의 특권은 그가 마치 폭군처럼 멋대로 권위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정신적 재산의 관리자와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 아버지는 일가의 명예를 유지하는 강한 책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천황은 바로 '알맞는 위치'의 최상부에 존재한다. 따라서 아래로는 천민에 위로는 천황에 이르기까지 위계제도가 빈틈없이 짜여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본인은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지도처럼 정밀하게 규정되고 모든 사회적 행동이 정해진 세계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빚을 지고 있다'는 개념도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빚은 서양적인 의미에서의 'Obligation'이 아니라 의(義) 즉, '같은 시대에 포함되는 공동채무의 거대한 망상조직에서 그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은(恩)이다. 은이란 윗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는데 은을 입었다는 것은 '나는 누구에게 의무의 부담을 지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자신과 동등한 사람에게 은을 입을 경우 일본인들은 불유쾌함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 이때 일본인이 표현하는 용어는 '나는 모욕을 받았다', '나는 감사한다'라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최대의 은은 천황으로부터 입는 것이며, 그 아래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지는 은이 있다. 모든 사람은 이것을 갚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은을 입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는 하나 그것은 곧 부채이기 때문에 반드시 갚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보답은 천황에 대해서는 충(忠)으로 부모에 대해서는 효(孝)로 표현된다. 이러한 의무는 강제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것은 제한된 관계에서만 적용된다. 일본 군인의 용감성은 바로 천황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인 것이다.
그런데 은(恩)에 대한 의무는 의리와 같지 않다. 의무는 가까운 육친의 세계에서 조국과 천황에 대해 지는 것이며, 태어나자마자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의리는 '본의 아니게 되는 것', 달리 말하면 계약관계의 이행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일본에서 '의리를 갚는다'는 것은 온갖 종류의 사람들에 대한 온갖 종류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 '의리를 지키지 않는 인간'이라는 지칭은 그 사람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다. 의리를 지키는 것 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다. 이름에 대한 의리는 자기 위치에 맞는 예절을 다하는 것이어서 직업적 명성을 드높이는 것,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 복수를 행하는 것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일본인들이 모욕당하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고 패배를 그토록 두려워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자신에 대한 공격(자살)과 타인에 대한 공격(전쟁의 도발)은 사실 의리를 지키기 위한 행위의 두 가지 표현일 따름이다. 패전 후 일본이 미국인의 예상과는 달리 점령군에 그토록 호의를 보인 것도 사실상 패전국으로서의 명예를 옹호하는 쪽으로 모든 주의를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불변한 것은 명예의 추구이다. 일본인들은 태도의 변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주의는 '이름에 대한 의리'의 밝은 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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