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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눈물』: 천안함 그 이후의 이야기
"『살아남은 자의 눈물』: 천안함 그 이후의 이야기" 내용보기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학생들 데리고 들어간 수련원의 숙소에서 TV뉴스로 천안함 폭침을 봤던 것도, 수색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10년을 넘겨 11년이 되었군요.   워낙 다사다난한 나라여서인지, 바로 그해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일어났는데 서서히 그 모든 일은 다른 뉴스에 덮여 뇌리에서 잊혀져 갔더랬습니다. 그러
"『살아남은 자의 눈물』: 천안함 그 이후의 이야기" 내용보기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학생들 데리고 들어간 수련원의 숙소에서 TV뉴스로 천안함 폭침을 봤던 것도, 수색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10년을 넘겨 11년이 되었군요.

  워낙 다사다난한 나라여서인지, 바로 그해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일어났는데 서서히 그 모든 일은 다른 뉴스에 덮여 뇌리에서 잊혀져 갔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4월 천안함 전사자에 대한 재조사 얘기가 나오고, 여당 부대변인 출신의 인사가 ‘천안함 함장이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그 기억들이 다시 부상했죠. 전문가도 아닌 자들이 온갖 음모론을 들고 나와 말도 안되는 억측을 하는 것에 견디다 못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유튜브에 ‘함장의 바다’라는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구요.(https://www.youtube.com/channel/UCD1QWKZtLHdTJiZrnM-chqw)

 

  이 책은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인 전준영 씨가 천안함 폭침 당시의 경험과, 그 이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 기록한 것입니다. 폭침은 워낙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십여 페이지 정도이고, 그 뒤 대부분의 내용은 그 후 겪어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과 그것이 바꿔놓은 삶에 대한 이야기예요.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경험이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리라는 건 익히 짐작되지만, 제가 책을 통해 주목하게 된 것은 그 짐작과 많이 다릅니다. 우리 사회가 이념 대립으로 인해 정말 큰 상처들을 남기고 있구나, 당사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무신경이 저 정도였던가, 사건의 본질보다는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무리들이 많구나 등등...

  구조된 다음날 점심 한 끼와 라면을 먹으면서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우 생각에 자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까지 느꼈던 경험(p.47)을 읽으면서는, 세월호 사고 후 끝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던 단원고 교감선생님이 생각났고, 마치 죄수복처럼 보이는 환자복 차림의 생존장병들을 앉혀놓고 진행된 기자회견 사진(p.50)에서는 그 잔인한 무신경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중략)...가장 괴로웠던 장면은 8명(33.3%)의 장병이 상관으로부터 ‘천안함을 청소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답한 부분입니다. 만약 세월호 생존학생에게 인양된 배를 청소하라고 누군가 시켰다면 그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pp.106-107)

 

  그리고, 저 역시 편견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하기도 했던 건, 의외로 한겨레에서 심층적인 기획보도를 내놓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2018년 3월 28일 KBS가 『추적 60분』 ‘천안함 보고서의 비밀’ 편으로 의혹을 제기해 생존장병들의 가슴을 후벼판 것에 대해서는, 그간 보였던 KBS의 한심한 방송행태 탓에 ‘KBS가 KBS했네’ 싶기도 하지만, 한겨레가 생존장병의 입장을 듣는 인터뷰를 했다니 저 역시 생존장병들만큼이나 놀랐죠. 더구나 그 기사가 나온 이후 한겨레 취재진들이 진보 성향 네티즌들에게 공세를 당했다고까지 하니, 한겨레를 조금은 다시 보게 되었네요.

 

  책은 전준영 씨가 천안함생존장병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보훈정책 혁신을 위해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로 마무리됩니다. 그런 활동들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던 책의 제목이,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라는 제목을 붙인 한겨레 기획 보도, 그리고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인 전준영이 흘렸던 세 가지의 눈물(p.143)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사실에 수긍이 되구요.

  다소 아쉬운 점은, 비문이 종종 눈에 띄어 초반에는 많이 거슬렸다는 겁니다.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었지만 요즘 출판사에는 교정부가 일을 안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게다가 오탈자는 왜 그리 많은지... 부디 다음 쇄에서는 교정에 좀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습니다.

  하나 더 당부하고 싶은 건, 색 배치인데요, 1부부터 5부까지 있는데, 각 부의 첫부분은 탁한 청색에 흰색의 글씨를 넣는 바람에 가독성이 확 떨어져서 결국 그 부분은 안 읽고 넘겼습니다. 특히 사진 아래 설명 부분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어요. 편집/구성 별점을 깎은 이유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h******e 2021.08.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