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사기'를 다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김영수 선생님의 '본기' 두 권은 다 읽어 봤습니다. '세가'와 '열전'은 김원중 교수님의 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글 몇 편만 읽었습니다. (소상국 세가, 유후 세가, 진승상 세가, 백이 열전, 관안 열전, 손자오기 열전, 오자서 열전, 상군 열전, 맹상군 열전, 염파인상여 열전, 회음후 열전 정도) '사기'를 원전으로 해서 풀어쓴 교양서로는 김영수 선생님의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한 권을, 역시나 선택해서 읽었습니다. '사기'를 다 읽어 보셨거나 많이 읽어 보신 분들에 비한다면 제가 갖고 있는 교양은 많이 부족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리뷰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굳이 리뷰 남겨 봅니다. 첫째, 저자 선생님이 글을 무척 힘 있게 쓰셨습니다. '사기' 전문가님들은 모두 사마천 선생님의 고독하고 처절한 마음을 들여보려 노력하시죠. 끔찍하고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사마천과 기록자로서의 사마천. 이 두 사마천 사이의 갈등과 긴장감 위에서 저자 선생님은 사마천 선생님이 개인의 원망을 기록자로서의 사명으로 승화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 제시와 논리, 모두 훌륭하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저는 고전의 대가가 아니고 평범한 대중이어서 그런지 완전히 동의하기는 조금 어려웠어요. 원망, 분노, 좌절, 두려움, 슬픔, 부끄러움, 억울함. 사마천 개인이 갖게 된 수없이 복잡다단한 마음 -사마천 선생님은 하루에 아홉 번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다고 말씀하셨죠-을 온전히 기록자로서의 사명으로 승화해서 집중했을 것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마천 선생님이 기록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는 가운데에서도, 궁형을 겪고 집필에 매진한 사마천 그 개인이 아니라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원망, 분노, 좌절, 억울함이 문장과 종이를 뚫고 독자에게 솟아 나와서 '사기'가 고전이라고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ex. 사마천이 평가한 것은 맹상군의 인간 됨됨이였다. 거기엔 알아 주는 벗 하나 없어 궁형을 받아야 했던 자신의 괴로움이 깔려 있다. p.254) 이 생각이 알고 보면 저자 선생님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 죄송하고, '사기'를 발췌해서 읽은 대중이 할 말은 아니라고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__)] 둘째, 이 책의 부제는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인데, 이 시도가 무척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_<)d '사기'가 역사서이면서도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전으로는 항우 본기, 유후 세가, 백이 열전, 회음후 열전, 자객 열전 등이 소개되고,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으로는 연극 기법의 홍문의 연회, 비극적 낭만성을 보여 주는 항우와 우미인의 이별('패왕별희'의 원전), 자객열전에는 다섯 명의 자객이 나오는데, 네 명의 자객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뒤 가장 완성도가 높고 임팩트가 강한 형가의 이야기를 마지막에 해 준다는 점, '열전' 속 인물들은 소설 캐릭터와 흡사하며, '열전'의 서사는 플롯 중심이 아니라 캐릭터 조성에 방점이 놓인다는 특징 등을 책에서 소개합니다. 모두 재미있게 소개해 주셨고,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원전들을 문학으로 받아들임에 있어 뛰어난 점, 생각해 볼 만한 점을 잘 말씀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저자 선생님이 한문학을 공부하신 선생님이시고, 문학과 소설 창작을 전공하신 선생님은 아니시다 보니, 문학과 소설 창작의 전문적인 틀에서 설명해 주시는 느낌은 아니어서 살짝 아쉬운 감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를 제시하는 데 적절한 저자는 문학과 소설 창작을 전공하거나 실제 시와 소설을 써서 출간하신 분들 가운데 '사기' 원전을 다 읽어 보신 분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분이 어디 흔할까요. 하하하. ^-^;;; 이 시점에 책 소비자로서 떠오르는 바가 있다면 한문학을 하신 분들이 좀 더 문학 이론을 연구하시고, 문학 이론을 연구하거나 소설을 써 본 분들이 '사기'를 연구하시고, 이렇게 두 분야가 서로 가까이 교류하시다 보면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어쩌면 이 책이 그런 움직임을 불러일으키는 책으로 자리 매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이미 이런 움직임이 충분히 있다면 민망. -_-;) 셋째, 마지막으로 저 같은 평범한 대중이 읽기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원전과 번역과 역사 고증의 엄밀함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읽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ㅠ_ㅜ) 사실 알고 보면 이 책은 수학, 통계학, 공학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사기'에서 나오는 흥미롭고 다양하고 드라마틱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무척 재미있는 책인데, 제 리뷰가 첫 리뷰인 건 그런 까닭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자 선생님의 후속작을 통해서든, 다른 저자 선생님을 통해서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이야기'로서의 '사기', 그리고 위대한 역사가이기도 하지만 위대한 '스토리 텔러'로서의 사마천을 접할 수 있는 그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많이 써 주셔야 저 같은 대중이 고전과 더 친해질 수 있고, 고전과 친한 대중이 많이 나오면 이 분야 출판 시장이 넓어질 수 있고, 이렇게 선순환을 이루는 게 전문가와 대중에게 모두 좋지 않을까요. |
|
이책은 <사기>를 문학으로서 읽어내면서, 사마천의 마음을 잘 쫓아가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다. 다만 한가지 저자가 나중에 개정판을 낼 때 참고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본문 57-59쪽 '비방하는 책', <사기> 부분: 후한 말 왕윤이 채옹을 죽이면서 했다는 말을 명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창작으로 보면서, 마치 <사기>를 '비방하는 책'이라고 보는 인식이 명대의 학문 분위기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왕윤의 이 유명한 말은 정사 <후한서>채옹열전에 다음과 같이 이미 나오는 내용으로 후대의 창작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後漢書>권60하, 蔡邕列傳, “允曰, 昔武帝不殺司馬遷, 使作謗書, 流於後世. 方今國祚中衰, 神器不固, 不可令?臣執筆在幼主左右. 旣無益聖德, 復使吾黨蒙其?議.” 이를 보면 한대 부터 <사기>를 '謗書'라고 보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송대 <용재수필>謗書의 "司馬遷作史記, 於封禪書中述武帝神仙鬼?方士之事甚備, 故王允謂之謗書"라는 언급도 있지만, <사기>를 '謗書'라고 보는 인식은 전통시대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어져온, <사기>의 성격과 관련된 해묵었지만 주요한 논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다시 확인해서 다시 개정판을 낼 때 참고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