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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은 비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시선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문제작이다. 물질은 수동적 배경이나 인간의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 고유한 생명력과 영향을 지닌 에이전시를 가진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명제다. 저자는 전선 조각, 죽은 쥐, 음식물 쓰레기, 구름 등 일상의 사소한 물질들을 통해, 우리가 사물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 깃든 생동하는 힘을 감각하고 사유할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은 ‘생명’과 ‘비생명’의 이분법을 해체한다. 살아 있는 유기체와 그렇지 않은 무기물 사이의 구분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산물이며, 실제 세계는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얽힘과 연쇄로 구성된 정치적이고 존재론적인 연관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브루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들뢰즈와 스피노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전개되며, 물질세계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감응을 요구한다. 『생동하는 물질』은 사물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철학이다. 저자는 물질은 죽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질은 조용히 말하고 있다는 태도로, 비인간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정치성을 탐구한다. 인간을 특권적 주체로 두지 않고, 모든 존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평면 위의 동료 행위자로 이해하는 이 관점은, 기후위기 시대의 정치철학, 생태윤리, 예술적 실천에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
| 신유물론을 공부하는 분에게는 거쳐가야 하는 관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도 발제하려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신유물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제목이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최대한 대중적으로 풀어서 쓰신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학술서적이기에 읽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읽고 나서 신유물론이라는 대륙에서 한 영토를 간신히 지나왔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러모로 두고두고 뜯어볼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