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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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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상사에 지쳐갈때쯤 나는 에세이를 읽는다.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며 내 마음 같은 글을 읽을 때면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글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때가 많다.이쁜 글로 자신을 포장하기 급급한 에세이도 있고, 비루했던 과거사를 돌려막기 하듯 써내려간 에세이도 있다. 읽다보면 살짝 지치는 에세이도 있기 마련이었다.하지만 작가 민혜님의 떠난 그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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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상사에 지쳐갈때쯤 나는 에세이를 읽는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며 내 마음 같은 글을 읽을 때면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글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때가 많다.

이쁜 글로 자신을 포장하기 급급한 에세이도 있고, 비루했던 과거사를 돌려막기 하듯

써내려간 에세이도 있다. 읽다보면 살짝 지치는 에세이도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작가 민혜님의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라는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의 과감하고 솔직한 글쓰기에

놀라웠다. 글이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쏟아내야 독자들에게 울림이 커진다.

이 에세이는 제법 큰 울림통을 가진 관악기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작가가 경험했고 느꼈던 점들을 가감없는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다.

평생을 함께 하던 남편이 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작가의 혼족 생활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혼자사는 사람들만의 공감대인 자유와 고독을 느낄 수있다.

작가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60대 언저리만큼 살아온 작가의 연륜이 더해져

가벼움보다 진중함과 한줄한줄 수려한 문체로 쉽게만 써내려간 글은 아닌듯하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멈춰 뒤로 되감기하듯 다시 읽어보고 음미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에세이 집에서 내에게 가깊은 생각을 해주게 했던 부분들을  잠깐 소개하고 싶다.

편의 유품을 정리다 발견한 알약 두개.

집안의 약들은 약통에 다 들어 있는데 서랍속의 작은 상자속에 또 다른 작은 상자속에

숨어 있던 약이 이상해서 약에 쓰여진 글씨를 읽어보니 비아그라였다.

순간 궁금증과 함께 남편에 대한 울컥함에 잠시 뒤걸음질 쳤다는 작가의 글은 동년배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 듯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비아그라 두 알, 이 작은 알약이 주는 파장이 크다.

오만 상념의 발기가 도무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일련의 음습하고 통속적 연상은 새털처럼 날아가는데 한 존재의 가슴에 드리웠을

내밀한 욕망과 외로움의 무게만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색정이란 삶의 본령이자 에너지 같은 것. 그는 꺼져가는 자기 육신을 이 마법의 알약을

통해 되살리고 싶었던 것일까.

-비아그라 두 알 중-


작가가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이야기다. 그녀의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 맞은 편에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 네모 박스같은 담배가게가 난데없이 생겼다.

가게에서 담배를 파는 학생은 낮에는 남의 가게 담배를 팔고 밤에는 야학을 다니는 형편이 어려운

남학생이었다. 사는게 하도 버겁고 힘들어 세상을 비관하여 한강다리를 배회했다고 하는

그 청년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더운 물을 끓여다 주기도 했다.

그리고 종교를 가지게 권유했고, 동네 유지인 어르신을 대부로 세워주었고 그 집의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형편이 풀리며 궁색의 티를 벗었고 대학생활도 편안하게 되었다.

그 담배소년의 형편이 좋아지는 것과 반비례하여 작가의 가정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옹색해지기 시작했다.

십오륙년 전 어느날, 작가의 어머니는 연락이 끊겼던 그 담배 소년과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신문에서 그가 쓴 저서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모 대학의 교수로 재임하고 있었다.

학교에 연락을 하여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반가움에 가슴이 뛰었다는 어머니와 달리 그 담배 소년은

어물쩍거리며 전화를 받더란다.

"엄마가 이해하셔요. 우리 식구들을 보면 비참했던 그 시절이 상기되어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반응이 세삼 서운하셨나보다.

그리고 또 훌쩍 시간이 흐른 어느날 그 담배 가게가 있던 곳을 지나가 옛 생각이 났던 작가는

그때 어머니의 마음을 보듬지 못하고 담배 학생 편을 섰던게 미안해서 담배학생에 대한 실망감을

부러 강하게 어필했다.

"그 시절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그랬겠니?"

세월만 한 약이 없다더니 어머니는 서운함을 다 잊으신것 같았다.

다행한 일이었다.

한편 나는 우리가 무심코 부르던 '담배학생'이란 호칭이 그에겐 피멍이 들도록 아픈 말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자각이 뒤늦게 들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란 이리 더디 올 때도 있는가..

이젠 그를 놓아줄 때가 된것 같다. 아유, 담배학생.

-아듀 담배학생 중-

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나한테도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는

아직 해결못한 인간 관계도 시간이 약이 되어 주길 바라며 더 늦어져도 되니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백발이 성성해졌을 때라도 무거운 마음을 털고

'그럼, 그럴 수 있지..'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요즘은 서너집 건너 한집꼴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1인 가정은 흔하디 흔하다.

흔히 고독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혼자 살지 않더라고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순간순간 농도 짙은 고독감을 느끼고 어쩜 그 쌉쌀한 맛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고독이란 정체된 듯싶으면서도 실은 보이지 않게 꿈틀거리는 생물이었다.

나름의 맛과 감촉도 지녔다.

어느 날을 쌉쌀하면서도 달착지근하여 그대로 머물고 싶어지는가 하면, 어느 날은

날감자 맛처럼 아리고, 중증의 증상으로 덮쳐올 때면 땡감처럼 떫어 내 심신을 오그라지게도 했다.

-고독이나 한잔 중-


나는 이 부분에 눈에 잘 띄는 형광색의 포스트 잇을 붙여놓았다.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 본듯한 글 한줄을 발견하면 그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책이 된다.


중년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독자라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거리가 많은 책이다.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이 나이가 되어 다시 한번

조용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에세이가 팔리지 않은 시대라고 한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핸드폰과 컴퓨터에 밀려서

활자책의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진다.

하지만 한권의 책이 주는 친근함과 묵직한 연대감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작가의 화통하면서도 섬세한 글을 읽으면 적잖은 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m******e 2020.08.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어느 중진 작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열정에 대하여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어느 중진 작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열정에 대하여" 내용보기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에세이(essay)는 중수필(formal essay), 미셀러니(miscellany)는 경수필(informal essay)이라 한다.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 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수필을 말하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의미의 수필을 말한다. 요즈은 경중을 가리지 않고 에세이로 불리우는 것 같다. 중수필의 부재 탓인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어느 중진 작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열정에 대하여" 내용보기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에세이(essay)는 중수필(formal essay), 미셀러니(miscellany)는 경수필(informal essay)이라 한다.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 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수필을 말하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의미의 수필을 말한다. 요즈은 경중을 가리지 않고 에세이로 불리우는 것 같다. 중수필의 부재 탓인지, 경수필의 확장 탓인지 모르지만.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 그 기원을 둔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 또는 '시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exigere)'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essai'라는 말을 작품 제목으로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이다. 몽테뉴는 원래 법률을 전공한 법률가였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의 보르도 법원에서 법관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그는 법관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법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는 지신의 성(城)에 은거하여 사색과 저술 활동에 몰두했다. 이때 그는 유명한 『수상록(隨想錄)』을 저술하였는데, 바로 이 '수상록'이 불어로 'Les Essais'인 것이다. 그리고 이 'Les Essais'가 이 세상에 처음 나온 때는 1580년이었다.

한편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1597년에 를 초판 발행하는데, 이 후 1612년과 1625년에 각각 수필 작품들을 추가로 수록하여 발행되었다. 그래서 원래는 10편이었던 수필 작품수가 1625년에는 다시 배 이상으로 늘어난 58편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추고(推敲)도 거듭하였다. 베이컨의 에세이는 중수필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사전 분류에 따른다면 이 책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는 미셀러니에 속할 터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를 떠나 수필의 의미는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다. 좀 의역한다면 '마음 가는 대로'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마음이 독자들의 마음에 얼마나 와 닿느냐는 것일 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잘 쓴 수필임에 틀림없다.

'잘 쓴 수필' 하면 20세기 세대는 피천득의 '인연'을 꼽는다. 아사코(일본 여성)에 대한 추억을 담담히 써내려가 독자들의 가슴속에 명작으로 남아 있으니. 이처럼 오늘날 에세이는 경중의 구별 없이 작가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만나는 지점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모두 그렇다. 마음이 통한다면 무슨 내용을 담든 글은 매력적이고 궁극적으로 잘 쓴 수필로 남을 터이다.

이 책은 출판사 수필 공모에서 선정돼 출간된 책이다. 당시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우리 관용구 가운데 ‘한 방 먹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소 속된 표현으로 ‘말 따위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다.’라는 뜻이다. 이 관용구에 나오는 ‘한 방’이라는 낱말을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에 끌어들이고 싶다. 여기의 ‘한 방’을 대체할 적절한 낱말이 안 떠오기 때문이다. 이 수필집 모든 작품에는 ‘한 방’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민혜 수필집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는 해드림출판사에서 수필집으로는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기획한 수필집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50여 권 분량의 작품이 들어왔는데, 민혜 수필가는 곧바로 응모를 하여, 다른 이의 작품보다 제일 먼저 읽게 되었다.

작품을 읽어가면서 ‘발굴’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어쩌면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될지 모른다는 예상을 하였다.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이 들어올까 싶을 만큼 공모 의도에 흡족하였기 때문이다. 응모한 작품을 모두 검토한 결과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민혜 수필가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고급스럽다. 사유와 표현력이 뛰어나고, 문장들을 맛깔스럽게 구사한다. 수필이 이처럼 멋진 문학이구나 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여담이지만 수필가로 등단한 작가의 수필집이 출간되면 몇 권이나 팔릴까는 독자로서도 당연한 의문이다. 비교적 오프라인 판매가 많다는 수필(에세이)은 여린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은 게 현실이다. 또 마음의 스트레스 등 상처를 입을 경우 읽으면 심리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힐링'으로서의 책이 많이 나와 있다.

20여 년 출판 관계 일을 한 분이 밝힌 바는 일반 독자가 구매하는 수필집은 1년 동안 채 열 권도 안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혹독한 현실이다. 수필이 얼마나 멋진 문학인지 보여주고 싶어 출판을 기획하고 공모를 통해 책을 펴냈다는 출판사의 고충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독자에게든 특별히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수필집이 필요하였다.

냉정한 독자의 시선과 마음을 유혹해 수필 독자를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는 한 출판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책이다.





"삭막해져 가는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데는 수필만 한 문학이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독서’ 하면 수필이라는 신념에도 변함이 없다. 수필이 국민문학이 될 때 대한민국은 행복지수 1위 국가가 된다는 것을 자신한다.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인연, 문단의 연륜이나 지위 등은 냉정하게 외면한 채 오로지 작품만 보았다. 따라서 이번 도전이, 독자들의 ‘생각의 근육’을 키우며 수필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오지게 자극하며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살가운 동반자가 될 줄 안다."

판매를 자극하는 출판사 측의 말이라 감안해도 수필문학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감, 그리고 우리 출판업계의 앞날에 희망적이라는 점에서 독자도 적극 공감한다.

가곡 ‘아마릴리’는 사랑을 호소하는 노래로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 마음속 소망의 여인이여…

내 가슴을 열면 심장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으리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내 가슴이 작은 나뭇잎처럼 떨린다. 작곡자 카치니와 그 노래를 영원으로 승화시킨 베냐미노 질리에게 선망을 느끼며 나도 같은 호소를 올리려 한다.

“내 마음속 소망의 독자여, 벗이여, 제 책을 열면 제 심장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저와 함께 웃고 울지 않으실래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살아온 흔적들을 돌아보며 새삼 울컥했다.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듯 작품에 투영된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만나 함께 울고 웃는 시간들이었다.

삶이란 결국 저마다의 위치에서 웃고 우는 일이 아니던가. 눈물이란 슬퍼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감사해도 감격해도 아름다움을 느낄 때도 나는 눈물이 난다.

출간 문제를 놓고 십여 년 넘는 세월을 고심했다. 작품은 넘치는데 갖은 이유들이 태클을 걸어왔다. 만인이 작가인, 수필집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내 작품을 내놔야 하는 명분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나는 자기 글에 대한 나르시시즘이 약한 편이다.

이는 작가로서의 겸손일 수도 있고 보다 높은 고지에 닿고 싶은 갈망일 수도 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누군가 손 내밀며 출판해 주겠다면 모를까 자비출판은 안 하고 싶다는 거였다. 정 섭섭하면 몇 부만 인쇄해 자신에게 헌정할 생각이었다.

그럴 때, 그 절묘한 시점에, 제1회 기획수필집 원고 공모 메일이 날아왔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아, 낭보가 들려왔다.

그 소식에 십여 년 앓던 통증이 다 사라졌다. 이 출판사가 내겐 의사였다. 일면식도 없는 내게 기회를 안겨준 것이다.

한 권의 수필집이 작가의 마음을 활자에 담아 오롯이 전해질 독자들에게 작가는 간절한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나는 지금 알약을 손에 쥐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나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유난했기에 왠지 남편의 혼백이 아직 내 곁을 떠돌고 있을 것만 같다. 들통 난 비밀에 민망해 할까 봐 보이지도 않는 그를 향해 짐짓 웃음을 보낸다. 내 마음을 못 읽을까 소리 내어 농도 건넨다.

“당신, 나한테 딱 걸렸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 놀랍거나 불쾌하진 않았거든. 되레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근데, 난 이 약의 용도가 날 의식한 건 아니었을 것 같네. 그건 육감이자 심증 같은 거지만 뭐, 그래도 상관은 없어.”

비아그라 두 알, 이 작은 알약이 주는 파장이 크다. 오만 상념의 발기가 도무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일련의 음습하고 통속적 연상은 새털처럼 날아가는데 한 존재의 가슴에 드리웠을 내밀한 욕망과 외로움의 무게만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색정이란 삶의 본령이자 에너지 같은 것, 그는 꺼져가는 자기 육신을 이 마법의 알약을 통해 되살리고 싶었던 걸까. 비아그라, 비아그라, 헌 물건 내줄 테니 새 물건 내어다오. 그런 주문이라도 토하며 자신의 남성성이 아직 살아 있음을 어떻게든 확인받고 싶었던 걸까. 무릇 생명 지닌 존재는 그 생명성(生命性)으로 소멸의 과정이 이렇듯 애처로운가 보다.

그 욕망의 간절함과 순수함이라니, 대상이 누구이든 그게 무슨 대수랴.

서산에 어둑발이 내리고 있다. 그와 나는 한 지붕 아래의 작은 두 섬이었나보다. 이제 섬 하나는 사라졌다. 서산 너머,

자춤거리던 잔광마저 집어삼킨 아득한 몽리(夢裏)의 저편 세계로 그는 가버렸다. 남편의 영정 사진을 다시 가슴에 품는다. 명치가 끊어질 듯 아파온다.

- 「비아그라 두 알」 중에서





저자 : 민혜


서울에서 평생을 살고 있다. 네 살 때 명동성당에서 영세를 받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학년 대표로 교내 미술대회에 나가봤고, 교지에 내 작문도 실렸다. 4학년 때는 학교 합주부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며 클래식에 맛 들였다. 그 세계가 내 삶의 기저를 이룬 셈이라 전 생애를 그 안에서 헤엄치며 살아간다.

1992년 〈창작수필〉로 등단. 초기엔 〈한국 문학〉지를 비롯해 단편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학의 현실 참여를 위해 1990년대엔 재소자들에게 편지쓰기 봉사를 했고, 1995년~2002년까지 신경정신과 환자들의 재활 프로그램인 ‘문예치료’ 담당자로 일했으며 디지털 조선일보에 〈힐링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했다.

수상경력으론, 2013년 목포문학상 수필 본상 수상. 2014년, 2015년에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 2회 수상. 2018년 〈가톨릭출판사〉 신앙서적 독후감 공모 우수상 수상. 2020년 월간 〈좋은 생각〉 문예공모 금상 수상. 2020년 〈해드림 출판사〉 제1회 기획 수필 원고 공모 당선. 저서로는 2002년에 개인 수필집 『장미와 미꾸라지』를 상재했고, 5인~12인이 함께한 공저 『꿈꾸는 역마살』 『내가 지나가는 소리』 『우리 기도할까요』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에세이스트 문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c*****0 2020.08.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작가와 함께 울고 웃는 사연들이 담긴 수필집
"작가와 함께 울고 웃는 사연들이 담긴 수필집" 내용보기
책머리에 쓰여진 가곡 <아마릴리 >처럼 작가의 말대로 작가의 책을 열고 작가의 심장에 쓰인것을 보고 내 심장에는 다른 한편의 인생을 새기게 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작가와 함께 웃고 눈물나는 사연에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했다.작가의 달달함이 묻어나는 추억, 애달픈 추억의 많은 날들을 모래시계가 여러번 뒤집히도록 함께 했다.작가의 사연들은 어릴적으로 떠나기도 하고 어머
"작가와 함께 울고 웃는 사연들이 담긴 수필집" 내용보기
책머리에 쓰여진 가곡 <아마릴리 >처럼 작가의 말대로 작가의 책을 열고 작가의 심장에 쓰인것을 보고 내 심장에는 다른 한편의 인생을 새기게 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작가와 함께 웃고 눈물나는 사연에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했다.

작가의 달달함이 묻어나는 추억, 애달픈 추억의 많은 날들을 모래시계가 여러번 뒤집히도록 함께 했다.

작가의 사연들은 어릴적으로 떠나기도 하고 어머니와 타인의 삶까지도 오간다.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비아그라 두 알을 발견하게 되며 피식 웃으며 시작한 사연은
작가의 오만가지 상념과 함께 인간의 욕망에 외로움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번져가며 내 마음까지 쓰려왔다.

평소 함께 했던 가족의 빈자리는 너무도 크다. 둘째가 100일즈음 되었을때 생명이 불어넣는 활기로 평온함을 느낄 무렵, 할머니의 온기가 식은 뺨을 부비며 통곡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남자 화장실을 고치게 되면서 남편을 빌리기까지 하는 사연은 1인1가구 시대인 현재 여성들이 가장 공감할 이야기다. 뉴스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혼자사는 여성을 노리는 범행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방문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 또한 남자 혼자 집에 있는 경우는 어떠한가?

6~7년전에 알게 된 피부 미용을 하는 원장언니가 건장한 중년의 남자손님이 오는데 혼자만 샵에 있으려니 무섭다며, 혹여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나에게 아기 데리고 3시간정도 함께 있어달라며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정수기나 수도검침, 가스검침등을 관리 하는 분들이 대개 여성이라는 점에서 남성 혼자 거주한다거나 하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을까? 여러모로 요즘의 뉴스들을 보면은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여성 외에도 남성, 그리고 힘이 쇠해진 연세드신 노인분들도 충분히 공감하지 싶다. 남성들도 군대에서 성폭행, 성추행을 당하는 추세이니 말이다. 게다가 노인분들도 혼자 사시는 분들이 더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사연이다.

담배학생'과 ' 어떤 을'의 사연에서는 기분이 참 씁쓸해지고 썩소가 날려졌다. 사람의 사연에는 비슷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사연들도 많지만 불의한 일들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는 사연들도 있게 마련이다. 상대방이 똑같은 일을 겪지 않으면 그 경험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일' 일 뿐이다. 공감이란 것은 비슷한 경험이 일어났거나 경험했을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어려울 때 친하고 매일같이 함께 하며 도와주었던 사람이 잘 살게 된 것을 보면 기뻐하게 되건만 어려웠던 그들은 잘 살게 되면서 도와주었던 이들을 등지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어이없기도 한데 , 마음을 할퀴고 간 그들의 흔적은 이내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산과 자연을 사랑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좋다는 그녀는 낭만을 아는 파리지앵을 추구하는 소녀같은 감성을 품기도 하고 깊은 연륜이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수필들에 일일이 하나씩 글에 화답하자면 방대한 서평의 수필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신화속의 임들이여.. 조용히 묵묵히 자신을 가리고 남들을 위한 조국을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 후손들께 경의를 표하며 ..

이 책은 다양한 세대의 시대를 어우르며 각자의 삶과 감정과 감성을 실어낸 작가의 감성과 삶, 그리고 죽음의 의미까지도 포장하지 않고 담아 내어준 고마운 수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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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2020.08.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