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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언제까지 기승을 부릴지 모르는 가운데 그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억측이 분분하다. 미국은 중국에서 발생했다 하고 중국은 아니라고 설전을 벌일 뿐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지역이 중국 우한임에는 분명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우한에서 이 전염병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은 진화생물학자인 저자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 쓴 책이라고 한다. 그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원인을 다국적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찾고 있다. 조류독감 등의 인플루엔자를 중심으로 바이러스의 진화와 확산을 촉진한 것이 거대 농축산업, 나아가 세계화를 앞세운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련의 병원균 변종들 가운데 단지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 조류나 돼지 인플루엔자, 에볼라 마코나 Q열, 자카 등의 여러 전염병의 발생은 거의 대부분이 집약적 농업이나 그와 관련된 토지이용의 변화와 부분적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최근 몇십년 동안 유행한 여러 신형 전염병의 유전적 재결합의 양상, 발생지와 확산경로 등이 거대 농축산업의 생산과 유통경로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렇게 볼 때 코로나19 역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분명할진데 기존의 전염병과 다를 바 없이 다국적 거대 농축산업(이 책에서 저자는 이를 두고 애그리비즈니스라 칭하고 있다)이 원인인 셈이다.
최근 들어 각종 전염병이 중국 광등성에서 발생한 것은 중국의 해외투자 유치가 처음 시작된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7년 중국에서 농업현대화에 따라 농업부문에 외국인투자가 허용되면서 가금류와 돼지 등의 공장식 축산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또한 자연의 조류서식지를 농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철새와 가금류의 접촉지점이 의도하지 않게 확대되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인플루엔자 혈청형이 재조합되어 연중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비단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집약적인 가금류 축산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애그리비즈니스는 값싼 노동력과 지대, 느슨한 규제를 활용하기 위하여 개도국에 집중적으로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바이러스 병독성의 진화는 지금의 숙주를 죽이기 전에 새로운 숙주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고, 이러한 집약적 축산은 바이러스들이 진화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인체에 전염되는 바이러스들이 갑자기 많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가금류와 돼지들의 산업형 생산이 글로벌화하면서 발생한 부수효과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농업 운송수단, 제약, 공중보건, 과학, 정치학 등등 인간이 만들어낸 다면적인 인프라에 반응하여 진화하고 있다’(103쪽)고 말한다. 그 한 예가 에볼라이다. 에볼라는 서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변종들이 순환해 왔다고 한다. 이런 에볼라가 전염병이 된 까닭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바뀐 것이 아니라 서아프리카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민간자본이 광산, 산림개발이나 집중농업을 위해 토착민들을 내쫓기 시작했고, 이러한 산림산업화는 쫓겨난 토착민과 역시 서식지가 파괴된 박쥐와의 접촉점을 늘어나게 만들어 인체에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물류시스템에 따라 전염병이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개발과 구조조정은 적어도 전염병에 있어서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음을 에볼라는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바이러스의 유전적 재조합과정은 물론 애그리비즈니스가 만들어놓은 인프라에 의해 전염병이 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과학자나 연구단체가 정부와 애그리비즈니스 기업으로부터 연구지원금을 받으며 어떻게 대중을 호도하는지를 비판하기도 한다. 더불어 저자는 바이러스의 이름에 기원한 장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WHO는 애그리비즈니스 업계의 항의에 따라 새로운 전염병이 발병하면 발생지역이나 가축의 이름을 붙이는 대신 바이러스 특성에 따라 유전자이름으로 명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바이러스의 기원을 아는 것은 바이러스의 발생과 통제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발생지 이상의 것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공공정책과 사회관행에 따른 그 지역의 조건이 바이러스의 진화형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바이러스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질병 자체와 방역을 뛰어넘어 공중보건, 문화적 관습, 정치 등 다면적인 인프라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물학 모델과 그 뒤의 경제논리는 수학적 형식주의와 밀접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사회생태학적으로 더 복잡한 병원균들은 연구개발로는 대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그들은 진화의 경로를 스스로 정하고, 다른 병원균들과 협력하면서 인간의 대응에 맞설 방법을 찾는다, 이런 병원균들의 진화는 시장의 기대나 과학가설을 따르지 않’(314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경제모델은 한 자원이 소진되면 다른 자원을, 한 종이 사라지면 다른 종을, 한 광물이 고갈되면 다른 광물을, 한 지역이 황폐해지면 다른 지역을 착취하는 쪽으로 옮겨가면서 이를 해법’(231쪽)이라 말한다. 애그리비즈니스는 지금까지 모두의 자원을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으로 바꾸고, 그로 인한 피해는 남들에게 돌리는 것을 질서라 부르며 이런 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물전염병을 통제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연환경과 통합된 농축산업 임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비록 적지만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연구와 의미 있는 변화들을 소개한다. 유기농으로 지역 농민들이 연대해가는 작은 실험들도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운동이 지금 당장 다국적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한다.
코로나19가 진정과 확산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뉴스는 이 전염병이 퍼지게 된 구조적 원인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단지 예방요법을 강조하고 있으며, 백신개발만이 해결책인양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팬데믹들이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은 설사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최악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과, 지금 나타난 양상만으로 모든 걸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예방요법과 백신개발이 코로나19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코로나21 혹은 코로나22라는 새로운 전염병의 발생마저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대해 사회생태학적으로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책 한 권을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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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발생에 대해 초기에는 정말 많은 음모 시나리오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메르스,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등을 함께 생각 해 볼 수 있는 통찰력 있는 분석은 좀처럼 없었지요. 이 책에서 제공 해 주는게 바로 코로나가 발생하게 된 큰 원인, 경제 사회학적인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직접적으로는 공장식 사육으로 바이러스의 진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더 크게는 종의 다양성 파괴와 환경 파괴가 이러한 과정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제시됩니다. 공장식 축산, 공장식 사육은 지구 온난화의 큰 주범이기도 하므로 정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도 당장의 큰 이윤에 대한 추구가 결국 인류를 파멸로 몰고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 책은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는데도 아무 매끄러운 번역으로 술술 읽혀서 정말 즐거운 독서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