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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하다. 이웃님으로부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곧 발표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에게로 왔다. 처음 통곡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그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 단순히 잔인한 범죄가 아니라 사건 하나를 놓고 그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그보다 잘 표현할 작가가 있을까?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베스트 셀러 작가 사쿠라 레이코. 그녀는 마흔 아홉이 되던 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절필 선언을 한다. 독자들은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이후 8년이 지난 어느 날 사쿠라 레이코의 열혈 팬 햇병아리 편집자 도시아키는 그녀가 다시 작품 활동을 하길 바라며 그녀의 집을 찾는다. 쌀쌀맞게 거절할 줄 알았던 사쿠라 레이코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고, 지난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가 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왜 절필 선언을 했는지...
사람들은 말한다. 살면서 기회는 3번 온다고. 누군가는 그것이 기회인줄 모르고, 누군가는 그 기회를 잡을 역량을 갖추지 못했고, 누군가는 그것이 버거워 잡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사쿠라 레이코는 자신에게 온 위기를 자신의 방식대로 확실하게 뒤집은 사람은 아닐까? 다만 자신을 위해 변신해야 한다는 명제를 버린 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변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
신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사쿠라 레이코(고토 가즈코)는 평범하게 자라 어려움을 몰랐던 외동딸이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엄마를 닮지 않아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탓에 1년을 버티지 못한 채 퇴사를 하고 만다. 이후 작은 규모의 무역회사에 들어갔고 그곳의 젊은 사장은 못생겼지만 말이 통하는 그녀를 예뻐하기 시작한다. 한 번도 남자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고토는 그의 친절함을 사랑으로 생각한다. 뼈 속까지 바람둥이였던 사장(기노우치 도루)은 처음엔 사랑으로 다가왔지만 이후 습관처럼 다시 여자를 만나기 시작한다. 절친 도키코에게 기노우치를 빼앗긴 고토는 얼굴 성형을 다짐한다. 그게 두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복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빼어난 외모로 다시 태어났지만 여전히 기노우치의 마음을 잡을 수 없었던 고토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소설에 도전한다. 이후 몇 번 창작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점점 작가로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성형으로 다시 태어난 고토는 이름마저 사쿠라 레이코로 바꾸고 이전의 자신을 잊어간다. 하지만 잡힐 듯 잡을 수 없는 기노우치의 마음. 오로지 그를 잡기 위해 시작한 창작. 그녀는 기노우치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을 잡기 위해 성형을 하고, 소설을 쓰는 여자. 그녀에게 그는 진짜 사랑이었을까? 처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기에 집착을 했던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내 손에 들어올 수 없는 그 무엇에 열광하는 것 같다. 다 잡은 것 같지만 잡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 나는 사랑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늘 둥둥 떠다니는 구름과 같다. 누구에게도 정착할 수 없는 구름. 하지만 내가 아닌, 그것도 나보다 예쁘지 않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부부라는 인연이 그 여자에게는 허락되었다.
그가 만나 온 애인들 중 예쁘지 않은 사람, 얼굴이 아닌 마음과 능력을 인정받아 사귄 여자는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나만의 특성이자 긍지였다. 어지러웠다. 기노우치가 자기 아내로 미인이 아닌 사람을 맞이하다니. 오직 나만 누린다고 믿었던 특권적 지위는 와그르르 무너져 내렸다. (586)
예쁘면 그 사람의 마음이 나에게 머물 줄 알았지만 그 남자의 부인이 미인이 아니라는 것에 사쿠라 레이코는 멘붕이 왔다. 그렇다면 자신은 누굴 위해 정기적으로 얼굴에 손을 댄 것일까? 누굴 위해 빼어난 외모로 치장했던 것일까? 특별한 사람이라 믿었던 남자. 그에게 어울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소설을 썼고, 그 소설로 인해 특별한 사람의 부류에 들었던 여자. 특별해지는 것만이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무이의 조건이었지만 남자는 점점 평범해진다. 자신을 위해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면, 자신을 위해 보다 예뻐지겠다고 다짐 했다면 허무함이나 허탈함이 덜 했을까?
마지막 부분에서 힘이 빠진다. 평생 열등감에 시달린 그녀의 마지막은, 사랑이라 믿었지만 타인이 보기에 불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한다. 조금 더 빨리 그 어리석음을 깨달았다면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았을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날씬하고 보다 예쁜 얼굴을 위해 얼굴에 칼을 대기도 하고, 밥을 굶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과연 그런 행동이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것일까? 나는 배제한 채 보여주기 위한 싸움은 아니었을까? 건강을 위해 혹은 자신감을 위해 시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생각해 봐야할 때인 것 같다. 그런 행동이 또한 중독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나를 먼저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예뻐져도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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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의 사랑이든 그 사랑이 진실하다면 비난받지 말아야 한다.
보통의 여배우들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과 매혹적인 몸매의 작가 사쿠라 레이카.... 신월담은 사쿠라 레이카가 작가로서 최고의 정점에 있을때 돌연히 절필을 선언하며 문학계와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진 그녀의 이야기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이 되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는 와타베 도시아키는 학창시절 문학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여자친구로 인해서 사쿠라 레이카란 작가를 새롭게 만나게 된다. 이미 전에 그녀의 작품을 읽었지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가 여자친구의 권유로 그녀의 책을 한권씩 접하면서 그녀의 작품은 물론이고 외모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중학생 팬이 성인이 되어 여작가가 무슨 이유로 절필을 선언했는지 궁금하고 다시 그녀가 글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가게 된다. 절필을 선언한지 언 8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여작가... 시기도 적절했고 레이카의 시험에 도시아키가 성의껏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한번도 꺼내 놓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다. 처음 만날때부터 나쁜 남자란 것을 알고서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남자에게 빠져버린 여자.... 여자가 가진 컴플렉스가 원인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자가 건네는 한마디에 여자는 그전까지 발견하지 못한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레이카의 사랑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사에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성에게 호감을 준다는 것을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버젓이 양다리는 기본으로 걸치고 연애를 하는 남자.. 그런 남자의 모습에 순간순간 상처를 받으면서도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기에 그가 건네는 거짓말을 믿고만 싶다.
여자의 주변인물과 남자와의 관계, 화려한 외모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작가로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레이카... 그녀의 맹목적인 사랑이 서글프고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었던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이야기 '신월담'...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에게는 그녀의 사랑이 조금은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여자라면 사랑하는 남자에게만은 최고이고 유일한 여자로 남고 싶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충분히 공감을 얻을거란 생각이 든다.
급반전을 가져오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사랑에 고민하고 질투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놓지 못하고 레이카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물론이고 외모지상주의로 몰아가는 각종매체들과 거기에 편승해서 본연의 나를 버리고 마는 우리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어떤 이유든 불륜에 대한 옹호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여성의 내면의 은밀한 심리를 제대로 풀어낸 신월담... 요근래 여성의 심리를 제대로 풀어낸 뛰어난 작품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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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초하룻날이었구나. 머리 위에서 별이 몇 개쯤 반짝일 뿐 밤하늘을 비추는 달은 그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분명 제자리에 있을 텐데도 보이지 않는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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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아홉에 절필을 선언한 전설의 베스터셀러 작가 사쿠라 레이카. 그녀의 재능을 알기에 다시금 글을 쓰게 하고싶은 3년차 편집자 와타베 도시아키가 절필 선언 8년만에 사쿠라 레이코의 집의 문을 두드렸다. 업계에 떠돌던 그녀의 평판이란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처럼 다들 제각각이라 그 부분도 확인하고 싶었으리라. 그녀의 작품 모두를 읽고 서평을 쓸 만큼의 각오를 보여준 도시아키에게 사쿠라 레이카가 마음의 빗장을 열고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책 읽는 여성을 좋아하거든요. 책도 별로 안읽으면서 남 보기 좋으라고 이력서에 취미를 독서라고 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감명 깊었던 작품 세 편을 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독서가 아니겠어요?" (p. 53)
책을 읽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손을 들어서 감명 깊었던 작품 세 편을 꼽아보려 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책 제목이고 작가 이름이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이런... 제일 처음 동화책이 아닌 소설책을 보기 시작한건 5학년때,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라고 기억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책 읽기에 재미를 준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첫 출간되었을 그 때였었고, 깊이 있는 무언가를 탐닉하는 것이 좋아진건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만났을 때 였다. 감명 깊었던 세 작품 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책을 어떤 식으로 읽어 왔는 지의 지나온 흔적과도 같은 거다. 그러고 보니 "느림"은 입사면접 때도 써먹은 나의 단골 아이템이었었다. 쩝. 그런데 금방 떠오르지 않는건 왜죠? ;;
사람이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비로소 때달았다. 인정받음으로써 삶의 활력이 솟아난다. (p. 94)
타인에게서 듣는 고맙다는 인사와 기뻐하는 모습은 큰 힘이 되어 그 다음에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비판을 수용해서 더욱 발전적인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잘한다 잘한다~" 해 줘야지 진짜 잘하는 줄 알고 더 하려고 하는 타입니다. 칭찬에 약하고 질타는 외면해 버리고 싶은 가장 흔한 인간상이랄까. 스스로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위축된 생활이 일상인 사람의 떨궈진 고개를 들수 있게 하는건 '칭찬'과 '인정'이다. 어떤 이유로든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내면을 알아준 기노우치를 잊지 못하는 마음은 바로 그녀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존재가 그이기 때문이었을터. 그녀의 생활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지고 미래가 달라지는 건 결국 살고 싶다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는 바람때문이 아니였을까?
"그럼 자네도 꿈을 가지면 되잖아." (p. 83) 내 꿈은 무엇인가. 곰곰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린 나는 깜짝 놀랐다. 꿈이, 없었다. 내게는 그럴싸한 꿈이 없었다. (p. 273)
아무렇지도 않게 꿈을 갖으라는 기노우치의 말에 또 다시 놀랐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혼나는 기분이 드는건 실로 오랜만이다. 어릴때 꿈은 화가, 시인, 선생님 등등 온갖 것이 다 되고 싶었다. 사춘기때는 내 책을 내 보겠노라 끄적거리긴 했지만, 철이 조금 들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순간을 살아가는 목표 말고, 길고 긴 인생의 마라톤에서 지치지 않게 날 이끌어주는 내 꿈은 뭐였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 과연 우리의 꿈들이 있을까? - 신해철 2집 <나에게 쓰는 편지 中>
달이 없는 새로운 달, 신월(新月)의 밤을 홀로 걷기 시작했다. 외롭지 않았다.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p. 557)
사쿠라 레이카. 오롯이 그녀의 선택이었다. 움츠러든 스스로를 활짝 피워보겠다라는 그녀의 결심이 실행되는 모든 것들이 누가 등떠밀어 일어난 일이 아닌 그녀의 선택이었다. 생각만으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결심과 행동. 그리고 후폭풍처럼 몰아닥치는 모든 것들은 그녀는 온몸으로 받아냈다.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기노우치를 배웅하던 밤, 분명히 있을 달이 보이지 않는 그 밤. 그 밤 확고해 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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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밤새워 책을 읽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두툼한 두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책을 놓기 싫고, 이야기에서 한 발 물러나는게 싫었다.
『신월담(新月譚)』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야기이다. 여자는 '사랑'때문에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안그러냐고 따진다면..남자는 단순하니까 잘 모르겠다.
여자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종종 개그 소재로 "여자언어"라는 것이 나올 정도니까. 그 사랑때문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쿠라 레이카. 그리고 그녀가 평생 바라본 한 남자 기노우치 도루. 기노우치에게 언제나 우선순위이길 바랬던 여자는 그 사랑이 밀려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남자가 바란 결과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랑을 잃은 여자는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어긋나 있던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듯 모든 것이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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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20대 여성 가즈코. 얼굴은 못생겼으나 체격은 글래머. 두 번째 직장인 조그만 수입회사에 들어 가서 사장이자 바람둥이인 기노우치 마수에 걸리면서 인생이 꼬인다고나 할까. 못 생긴 그녀를 데리고 노는 기노우치. 가즈꼬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잘 보이기 위해 사마귀를 빼고 성형수술도 받지만. 고교친구 도키고가 기노누치를 채가고. 분한 마음의 그녀 , 소설에 매진해서 훌륭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이혼한 기노우치와 밀회를 계속 하지만, 나만의 사랑으로 하기는 실패하고 만다.
600페이지. 평범한 연애소설인 데 누쿠이 도코로 길게도 썼다. 통곡의 처절함으로 유명한 그. 잔잔한, 쇼킹함도, 끓어 오르는 가슴속의 분노도 없는 , 주변에 있을 법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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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는 진심 일본작가 매니아라고 하면서 제대로 접하지 못한 작가들도 엄청 많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도 꽤 읽지를 못했다. 늘 사서 쟁이기만 좋아하는건지도 모른다. 그게 진심 내 취미인지도....... 그래서, 사실 부끄럽다. "저 일본작가 누구누구 좋아해요. 전 일본작품을 선호해요." 라고 말하기엔 내 내공이 너무 부족하다. 그럼에도 난 다른나라 작품보다 일본작품을 좋아하고, 월등히 일본작가들을 꽤나 더 많이 좋아한다.
초반에 왜 이런 쓸데없는 세설을 늘어놓냐면, 누쿠이 도쿠로라는 작가가 그렇게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이 <신월담> 이 책이 처음이라는 거다. 그래서, 솔직히 아직 이 작가에 대해서 감을 못 잡겠다. 이 책 한권으론 '아, 이 작가 애정해 줘야겠어.' 혹은 '별론데....... 멀리 해야겠다.' 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는 거다. 특히나, 이 작가가 그동안 써 왔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연.애.소.설"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더 그렇다. 전작들의 호평이 줄을 잇고, 추리쪽을 주로 쓰는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본격(?) 연애소설이라니....... 그래서, 아직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이 어떤지, 그리고 이 작가의 작품을 전작해야 할지, 이 작품을 소장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그만큼 이 책은 참 오묘하면서도 뭔가 글로 표현 못 할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단순히 연애소설로 치부하기엔 그 속에 그려진 이야기가 많고, 한여자의 일생이 오롯히 들어있어서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닌 색다른 맛의 이야기가 마구 섞여있다.
그런데 말이다. 진정 한남자에게 미쳐(?) 이렇게나 일생을 바치는 이야기. 정말 이 여자 바보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또 이 여자가 이해가 되고 만다. 단순히 여자로서의 이해와 공감이 아니라, 이 여자의 처한 상황이 어쩌면 내 젊은날 내가 지닌 콤플렉스를 오롯히 들어내기에 그에 감정이입이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뻐지고 싶은 욕망이 강했었고, 사랑하는 남자에 빠져 허우적 댔었고, 그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었으니까. 물론, 나는 겁이 너무나 많았던 탓도 있고, 이 주인공 처럼 "이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 는 것은 없었다. 그런점에서 레이카와 나의 다른점이 생겨나는 듯 하다.
어쩌면 그녀가 기노우치에게 그렇게 매달리는 건 자신을 잃치 않으려는 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얼굴이 새로 태어났지만, 거짓의 가면에서 살아야 하는 레이카보다는 그래도 자신이었던 예전의 가즈코를 스스로 더 사랑했던것은 아니었을까? 그랬기에 그 접점인 기노우치를 놓치 못했던 건 아닐까? 아니,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작가의 글 속에서도 묻어있었던 것 같다. 못난 가즈코의 얼굴을 그런 스스로를 너무 애정했던 레이카 자신을 위해 기노우치에게 더더욱 매달렸고 그렇게 살아갔던 그녀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녀가 바보스럽다거나, 집착스러운 여자라거나 하는 거부반응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안타까웠고, 슬펐을뿐. "너 왜 그러니?" 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분명 잘 못된 길을 가고 있고, 스스로 그만큼 성공 했으면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향해 나아 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거짓속에 살아있다고 느끼면 그 누가 깨어나라고 한들 그 틀을 깨칠 수 없음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다른사람들의 리뷰를 보면서, 나역시도 그녀의 연애이야기보다는 그녀가 등단하는 뒷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책쟁이(?)이다 보니, 책이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오히려 흥미로웠고, 그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동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별 다섯을 과감히 줄 수 없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뭔가 틀을 부수지 못한 느낌이 강했고, 번역이 그런탓인지 작가의 필력탓인지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사족들이 많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거다. 자연스레 흐르는 이야기는 좋았지만, 느낌으로 흘리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에도 뭔가 설명을 붙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초보적 느낌이 폴폴 나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누쿠이 도쿠로의 다른 작품을 좀 더 접해본 후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겠다. 아직은 뭔가 작가의 필력이 나에게 큰 매력을 발산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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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 우행록, 후회와 진실의 빛, 미소짓는 사람. 나는 누쿠이 도쿠로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블로거 한 분이 누쿠이 도쿠로의 최고는 신월담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꽤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 시작부터 마음을 당기는 무언가가 있어 역시 누쿠이 도쿠로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꼭 집어서 말할수 없어도 무언가 묘하게 다른 느낌. 나에게 이 책은 그렇게 느껴졌다.
'우행록'의 시작은 잔인한 일가족 살해사건이었다. '후회와 진실의 빛'도 한 건의 살인사건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로 어두운 소설을 쓰는 그답게 기본적으로 누군가 죽는 일로 시작하는 아니면 본문속에서라도 살인사건이 주축이 되어서 그 사건을 해결해 가거나 사건을 해결하는 가운데 사회적인 문제들을 내보이는 식으로 전개하던 그의 작품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사건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한 여자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가 나올 뿐이다. 그렇다고 그 인생이 지루한가. 전혀 아니다. 자신은 틀에 박힌 인생이라고 했을지 몰라도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그녀의 인생은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아도 깊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단 한 남자 그리고 단 하나의 일. 그 두가지를 빼면 그녀, 사쿠라 레이카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것이다.
나이답지 않게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인기 작가 사쿠라 레이카 그녀는 어느날 절필을 선언하고 두번 다시 책을 쓰지 않는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누구도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 그녀의 작품을 좋아해서 편집자가 된 도시아키. 그는 그녀를 직접 만나서 그 이유를 물어보려고 한다. 이제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그녀의 인생이자 그녀가 절필하게 된 이유다.
고토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뺨에 사마귀를 가지고 있는 여자는 결코 이쁜 얼굴은 아니다. 이쁘기보다는 평균 정도 되는 얼굴도 사마귀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여자다. 학교 다닐때 공부는 잘했지만 그런 콤플렉스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그녀가 회사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고 대기업을 그만둔 후 작은 회사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사장이 직접 별 인터뷰도 하지 않고 뽑아준 그녀. 그곳에서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사장을 포함해 전직원 네 명뿐인 작은 회사. 같은 일을 하는 상사직원은 사장을 조심하라는 말만 남기는데 그녀는 자신이 못 생겼기때문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고토와 사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난다. 한 남자는 자신을 만나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난다. 여자는 자신이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큰 충격을 받고 난 이후 그에게 복수를 결심하며 성형수술을 결심하게 된다.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본 바탕이 있는지라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르게 보인 모습을 여자들은 보여주고 싶어하는 법이다. 작가는 남자이면서도 예리하게 이런 여자들의 생각을 캐치해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결국는 자신의 일을 위해서 남자를 이용했다고 해야 하나.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는 오직 그 남자 뿐일걸까. 그 여자는. 그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일을 찾고 그 일을 진척시키고 상을 타고 그랬던 것일까. 그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의 모습을 가꾸고 변화시키고 이쁘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던 것일까.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때 그녀의 충격은 얼마나 클까. 자신만을 보아주지 않는 남자라면. 그 또한 자신의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그녀를 이용하는 것 뿐이라면, 그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남자이면서도 여자의 세밀한 감정선들까지 하나하나 묘사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대단하다. 여자인 나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금세 툭 건드리고 지나가 버린다. 그만큼 감성적이기도 한 작가일까. 이제껏 보아왔던 작품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준다. 새로운 달의 이야기. 나에게는 누쿠이 도쿠로가 아닌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은 것처럼 마냥 신선한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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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먹고 책을 읽고자 카페로 나갔던 날. 하여 이 엄청난 두께의 책을 골랐지요~ 668페이지 ㄷㄷㄷ
누쿠이 도쿠로님을 처음 알게 된 건 <통곡> 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그 후에 <증후군 시리즈>, <우행록>을 차례로 읽어나갔죠. 그리고는 바로 완소!! 작가님으로 등극하셨습니다. 그 후 신작들 역시 꼬박꼬박 읽었는데요, 모두 사회파 미스터리 또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고발의 느낌이 강한 이야기를 쓰셨죠.
그랬기에 인터넷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처음 보고는 분류가 '연애/사랑소설'로 되어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오잉? 누쿠이 도쿠로님이? 이런 궁금증에 바로 도서관에 신청을 넣었답니다.
간단한 소감을 말하자면, 장르는 좀 다르다 하더라도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작가님의 필력은 여전하구나!! 이겁니다. 나름 엄청난 분량의 압박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정말 휙휙~ 책장이 넘어가더만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빼어난 외모로 유명했던 소설가 사쿠라 레이카가 주인공인데요, 49세의 젊은 나이에 절필을 선언하게 되지요. 레이카의 열혈팬이었던 초보 편집자 와타베 도시아키는 그녀가 꼭 다시 글을 쓰게 만들겠다는 의지에 불타 그녀를 찾게 됩니다. 도시아키를 만난 레이카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그에게 그녀의 삶 전체를 이야기하기로 결심합니다. (아주 사소한 이유는 제일 마지막 부분에 나온답니다) 즉, 레이카가 도시아키에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이 책 내용의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본문은 3인칭이예요)
본문에는 레이카의 일생을 좌지우지한 남자 기노우치가 등장합니다. 기노우치는 레이카가 두 번째로 취직한 회사의 사장인데요, 이 남자는 레이카에게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제공함과 동시에 레이카가 소설가가 되고, 작품을 써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글쎄요, 이 남자를 뭐라 해야 할지~ 아니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사실 제 입장에서 기노우치는 그냥 뻔뻔한 남자고, 레이카는 어처구니없이 바보같고 답답한 여자인데요,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다른 마음이 있을테니,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겠지요. 중간 중간 그녀에게 몰입한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솔직히 더 많은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남자분들은 어떤 심정으로 읽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구요.
어쨌든 상당히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직전에 읽었던 <후회와 진실의 빛>, <미소 짓는 사람>은 좀 실망이었거든요. 분량에 겁먹지 마시고 읽어보시길!! ^^
그러나 저러나, 성형수술로 그렇게 얼굴이 확!! 바뀌나요? 아니, 뭐 그건 그럴 수 있다치고 아무도 수술한 걸 못 알아보는 게 현실성이 좀.. 사족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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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까워 때로는 그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커보이기도 하는 달. 밤마다 흐붓한 하얀 빛을 뿜으며 마음을 적셔주기도, 공상과 이상의 세계로 인도해 주기도 하는 달. 그러나 달이라는 존재는 영원불멸하지도, 결코 제대로 손에 와 닿지도 않습니다. 때때로 이지러지고 모습을 바꾸고, 모습을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하며 마음만 싱숭생숭 심란하게 만드는 그 달.
누군가를 이쪽 한켠에서 늘 지켜보고 그리워하며 사랑한다는 것은, 지구와 달 사이에 놓인 우주공간의 거리와 깊이 만큼이나 가깝기도, 멀기도, 그 암흑의 공간을 헤쳐 건너가는 것 만큼이나 어렵기도 한 일입니다. 태양이라는 존재를 피해 어둡고 어두운 한밤중에만 그 모습을 훔쳐볼 수 있는 대상이며, 태양이 없으면 그 빛을 타인에게 드러낼 수 조차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언제고 내 손에 움켜 잡을 수 있을까, 저 달이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나에게 닿을 날이 올까, 내 몸과 마음을 죽음과 공허라는 이름의 우주에 던져서라도 저 달에 가 이를 수가 있을까.
누쿠이 도쿠로의 《신월담》은 반평생 넘도록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마음의 부침浮沈을 겪고, 완성할 수 없는 사랑의 고독함에 가슴 사무쳐 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누쿠이 도쿠로가 말하는 '신월(新月)'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분명하게 언급되어 나오지만, 저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저 달에 두고 결코 사랑을 맹세하지 말아요'라고 하
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대사를
후에 사쿠라 레이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모하는 고토 가즈코의 사랑은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언제나 말 번지르르하게 하며 마음을 농락하고, 자기 편할 대로 왔다가 다른 이와 달아나 숨어 버리고, 여자의 마음과 생을 어지럽히고 이리저리 바꿔놓는 남자. "당신이 싫어져서 이러는 게 아니야, 이해해줘"하는 대사를 서슴없이 내뱉으며 남자의 입장에서도 상상하기조차 싫은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천하에 몹쓸 놈이 대체 뭐가 좋아서-. 때문에 읽는 내내 이 작품의 또다른 이름을 작가의 대표작 제목에 빗대 '우애록愚愛錄'이라 지어 부르기도 했습니다.
마음 한 켠에는 가즈코를 천치, 얼간이로 매도하는 질시의 목소리가 가득했지만, 다른 한 켠, 언젠가 깊이 뿌리 박혔다 그 주변의 살점까지 함께 쑤욱 하고 뽑혀 나가버린 애상哀傷의 잔해, 그 깊은 저 어딘가에서 스며나오는 또 다른 목소리에는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내 마음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었던 그런 때가 있었지...'하는 지금도 살짝 아리는 파편의 암영暗影이 묻어 있습니다. 그땐 정말로 앉아 있는 시간, 서 있는 시간, 걷고 있는 시간 할 것 없이, '저 달에 가고 싶다. 저 달로 보내줘.'하는 생각만이 온 몸을 지배한 채, 이 세상에 다리 딛고 숨쉰다는 것 자체가 괴롭고 힘겨워서 나만의 어둠 속으로, 저 먼 공상과 이상의 시공간으로 날아가 소멸되어 버리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즈코가 피와 눈물로 써 내려간 우애록에는 제 자신, 언젠가 어느 한 날의 부끄럽고 어리석은 제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었던 겁니다. 비록 사랑의 형태는 조금 다를지라도, 어찌됐건 생의 끝까지 그의 곁에 있을 수 있었던 그녀와 달리, 한 순간에 바스라져 흩어져 날아가버린 메마른 꽃잎같은 시간의 한 조각이었을지라도.
불행과 행복의 경계를 쉬이 가늠하기 어려운 가즈코의 사랑과 생애. 가즈코는 모든 것을 쏟아낸 단 한 번의 고백, 이후 남자보다 먼저 세상을 떠남으로써 이 어리석은 사랑을 '완성'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그 누구보다, 그 언제보다 행복한 웃음을 가득 지닌 그 시절 가즈코의 그 추한 얼굴에서, 짧지만 어딘가 되짚어 볼 거리가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는 내 삶의 회한과 외면과 아쉬움의 시간, 공간, 조각들을 더듬어 볼 용기를 얻습니다. 그 용기의 순간은, 끝내 사무치는 그리움과 후회의 비수가 되어 식은 가슴 아리게 합니다. 가즈코의 웃음, 그 모습이 끝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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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월담'이란 묘한 제목에 처음 미스터리를 떠올렸다.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은가? (새로운. 달의(달을). 이야기(이야기하다). / 하얀. 밤을. 걷다.) 거기다 작가는 <통곡>으로 데뷔한 누쿠이 도쿠로. 그러나, <신월담>은 미스터리가 아니다. 뒷표지에는 '연애소설'이라고 써있지만, 단정지을 수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애소설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구성은 몰입도 면에서 유리하다. 독자가 도시아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에. 또한, 필연적으로 프롤로그와 본문의 신월담 사이에 시차가 생기는데, 만약 <신월담>이 미스터리였다면 이는 상당히 중요한 점이다. 자세히 보자. 57세의 사쿠라가 과거를 회고하고 있으니, 20대 초반이라면 30여년 전 이야기이다. 현재(도시아키가 사쿠라의 이야기를 듣는 시점)가 2010년 10월 20일(p.658,659)이므로 1970,80년대가 이 작품의 실질적인 배경인 셈이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하도 호되게 당한지라 주목해 보았지만, <신월담>에선 큰 의미는 없다.
(신기하게도 시대적 배경을 의식할 만한 소재도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1970,80년가 실질적 배경이니 뭐니 했지만, 그냥 배경을 2010년으로 놓고 읽어도 문제는 없다. 유일하게 시대적 배경을 추측한만한 소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p.646에서 언급되는 휴대전화의 크기.)
2.
(1) 운명의 남자, '기노우치 도루'와의 만남
<신월담>은 기노우치 도루를 향한 고토 가즈카의 미묘한 심리양상, 둘의 관계가 핵심이다. 기노우치란 인물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면, 작품의 메시지를 꿰뚫을 수 있다.
기노우치에 대해 자세히 보자. 외부적으로 보이는 기노우치는 사장이란 지위를 이용해 여직원들을 유혹하고, 가지고 놀고, 바람을 피는 카사노바의 전형이다. 오죽하면 조카(야스하라 고스케)가 "사장님(기노우치)은 여자를 휘두르는 스타일 ... 처음에는 친절할 거야. ... 시작할 땐 엄청 공을 들이고 그러다 여자가 자기한테 넘어오면 그때부터 마음대로 굴지. 언제나 그런식이다 보니 이젠 웃음밖에 안 나온다니까."(p.100)라고 할 정도니. 거기다, 큰 키에 준수한 외모, 폭풍매너까지.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만한 인물이다.
가즈코도 선배 직원인 야마구치에게 '사장이 여성편력이 심하기에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는다. (p.57) 하지만, 가즈코는 자기의 못난 얼굴에 체념하고는 "걱정은 마세요. 사장님과 골치 아픈 관계로 발전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p.58)라고 한다. (가즈코의 자기비하적 태도는 하나의 테마로 후술)
기노우치는 친절하고 사람의 장점을 잘 발견해 주었다. 가즈코에 대해서는 얼굴은 예쁘지 않을지라도, 몸매가 아름답다며(p.67) 충분히 매력적이라 하고, 독서가 취미인 점을 칭찬해 준다. 가즈코는 처음듣는 칭찬에 '황홀경에 빠지고'(p.67) 자신감 내지 미래를 대면할 용기까지 얻는다. 자기의 못생긴 외모마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장점을 찾아주는 기노우치에게 가즈코는 서서히 빠져든다.
"기노우치는 나를 인정해 주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가 내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내 모든 것을 긍정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기꺼이 그런 존재가 되어 준 기노우치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마웠다. 설사 내일 당장 우리 관계가 끝난다 할지라도 나는 죽을 때까지 기노우치에게 감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맹세했다."(p.95)
(사실, 기노우치 분석만으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수 있고, 작품 전체를 조망해보면 도리어 저것이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그 정도로 중요인물- 또한, 내 주변에 기노우치와 유사한 인물이 있기에 처음에는 일일이 비교해 가면서 서술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이 정도만 하겠다. 너무 길어져서 지쳤음-_-)
(2) 가즈코의 외모컴플렉스와 성형
가즈코의 자기비하에 가까운 외모컴플렉스는 읽는내내 가슴 아팠다. 혹자는 "참 답답한 여자네. 외모에 괴로워할 시간이 있으면 다른쪽으로 노력해서 성공하라고!" 이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즈코와 마찬가지의 고민을 해왔던 나는 가즈코를 이해할 수 있다. 작품곳곳에 자기비하가 있어 일일이 페이지를 나열하기 어렵지만, 그 중 자기를 '된장국 같은 여자'라고 한 부분(p.107)이 기억에 남는다. (자세히 소개하진 않겠다.)
외모컴플렉스의 원인 중 하나는 볼에 나 있는 사마귀이다. 이에 대한 가즈코의 이야기를 보자. "사마귀는 어릴 적부터 내 외모 컴플렉스의 원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결함. 이것 때문에 유치원 때부터 철없는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 상대방의 시선이 한순간이라도 사마귀로 향하는 것 같으면 곧바로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p.147)
가즈코는 외모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형을 선택한다. '악의 근원'으로 까지 여겼던 사마귀를 먼저 떼어내고(p.157), 상꺼풀 수술을 받고(p.175), 얼굴 전체를 고친다.(p.245) 스스로 넋이 나갈만큼 아름다운 미녀로 변모한 가즈코. 이후 p.251부터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는 듯, 미녀 가즈코를 둘러싼 극적변화와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가즈코가 처음 성형을 결심하고 부모에게 허락을 받는 장면(p.154-6), 얼굴 전체를 뜯어고친다며 수술비를 요구하고, "날 때부터 예뻤던 엄마가 내 기분을 어떻게 아냐"며 갈등하는 장면(p.236-242)이다. 고민하는 가즈코, 그런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감정이 뭐낙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작가가 이런 것을 어떻게 형상화 했지?'란 의문(좋은 의미의.)이 들 정도였다.
가즈코의 성형은 두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가즈코가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점(p.269 참조) 둘째, 가즈코가 소설을 쓰는 이유 / 작풍이 변한 이유/ 갑자기 절필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 읽은 후에야 '아하, 결국 이거였군'하고 깨우치게 되지만 말이다. (성형한 이유 = 소설을 쓰는 이유 = 작풍이 변한 이유 / <-> 정반대 의미에서 = 갑자기 절필한 이유. 결국 모두 같은 이유이다. 후술함.)
(3) 고교동창 도키코의 존재
도키코는 가즈코의 유일한 친구인, 고교동창이다. 도키코는 이후 친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행각을 벌이는데, (사이코패스가 연상될 정도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정도로 하고, 다른 차원에서 하나만 이야기 하겠다.
도키코와 관련된 일화가 소개되는 부분(p.192)이 있다. 고등학생이던 가즈코와 도키코는 여름방학 특강을 들을 것인지 고민한다. 의외로 도키코는 "난 안들어. ... 내년에는 못 노니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번 방학에 실컷 놀아 두려고."(p.194)라고 한다. 이에 가즈코 역시 여름방학 특강 대신 아버지가 사 둔, 세계문학전집을 읽기로 한다. 방학이 끝나고 가즈코는 의외의 이야기를 듣는다. 특강을 듣지 않겠다던 도키코가 버젓이 특강을 들었다는 사실. 전후사정으로 보아 가즈코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부분은 구성상 아주 훌륭하다. 과거의 과거란 '이중의 회고'를 통해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소 평이하게 이어지던 사쿠라의 이야기는 활력까지 얻는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장면이 더이상 없다는 점이다. p.192가 전부다. 개인적으론 본문의 신월담 사이사이에 도시아키가 등장하는 현재나, 가즈코가 회상하는 과거(정확히는 과거의 과거)를 삽입해, 과거의 과거, 과거, 현재를 넘나드는 입체적 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나아보인다. 그렇다면 왜 누쿠이 도쿠로는 우직하게 본문의 신월담을 이어갔을까?
이런 추측을 해본다. 누쿠이 도쿠로가 의도적으로 추리소설적 요소를 배제한 것이 아닐까?라는. 철저하게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신월담>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는 느낌. 사실, <신월담>에는 추리소설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도키코는 '어떤 사건'(p.420 스포일러 때문에) 이후 더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도키코를 계속 등장시키면서 가즈코와 도키코의 학창시절에 숨겨진 비밀(이는 필자의 가정임)을 부각시키는 구성이 가능하고, 사쿠라의 절필의 이유도 고스트라이터인 쌍둥이 자매가 존재한다던지, 사쿠라와 기노우치가 얽힌 살인사건이 원인이라던지, 뭔가 극적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는 비판의 대상이 전혀 아니다. 애초에 추리소설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작가에게, 왜 추리소설적 요소를 부각시키지 않았지? 라고 따지는 것은, 웃기지 않은가.)
(4) 갑자기 절필한 이유, 작풍이 급변한 이유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사쿠라가 절필한 이유 / 작풍이 급변한 이유 / 소설을 쓰는 이유 / + 성형한 이유까지 모두 같은 것이고, 이는 (1)에서 이야기한 사쿠라와 기노우치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 사쿠라의 고백을 직접 들어보자.
'나는 기노우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싶었다. ... 아쓰코(기노우치의 부인임)에게 밀려 우선순위를 빼앗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설을 썼다. ... 나는 자리에서 밀려났다. 기노우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p.656)
'끝났다. 기어이 끝나 버렸다. 나는 기나긴 꿈을 꾸고 있었다. 기노우치와 함께 살아가는 꿈. 꿈은 깨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꿈을 꾸어 왔으니 행복은 그것으로 족했다. 꿈속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소설을 쓰고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기쁨을 맛보았다. 이 모두가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더는 소설을 쓰지 못한다. 나를 창작의 세계로 인도해 줄 존재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p.656)
(5) [어스름 너머 저편]의 탄생
[어스름 너머 저편]은 고노이케가 사쿠라에게 고백(p.500,1)하고 기노우치가 사업을 위한 것이라며 '어떤 결정'(p.522)을 하는 과정에서 탄생(p.530)한다. 사쿠라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자신을 속박하던 굴레를 하나씩 벗겨버린다. 기노우치라는 굴레. 얌전한 소설이라는 굴레.
'... 내가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정념이 휘어지거나 축소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그 모습 그대로 세상에 내놓는 것. ... 독자의 감정을 집어삼킬 정념을 활자로 옮겨 낼 작정이었다. (중략) 좌우간 나는 어떤 속박도 원하지 않았다. 속박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눈앞에 장애물이 있다면 쓰러뜨리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고픈 충동이 일었다.'(p.528,9)
3.
<신월담>은 추리소설적 요소를 배제하고, 일방과 다른 일방의 미묘한 관계양상, 가짜 달이 되어버린 인물에 주목한 작품이다. 특히 작가는 여성화자의 세밀한 심리묘사에 성공하는데, 이는 누쿠이 도쿠로가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은 어느 특정 性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난 사쿠라에서 대학 새내기때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설래고, 조바심내고, 가슴 아파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성화자를 통해 남성,여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을 그려냈다는 것이 바로 <신월담>이 위대한 이유 중 하나다.
소설 속 사쿠라는 작가로써 한차원 도약하기 위해, 자신의 틀을 부수기 위해, 고뇌한다. 이런 사쿠라의 모습에서 누쿠이 도쿠로를 찾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누쿠이 도쿠로가 갑자기 추리소설이 아닌 작품을 쓴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틀을 깨기위한 노력은 눈물겹지만, 아름답다. <신월담>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 '新月譚' (새로울 신 / 달 월 / 이야기 담) 의미는?
이는 <신월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인용하는 걸로 답을 대신한다.
[달은 바로 나였다. 사쿠라 레이카는 큰 상의 후보에 올라 쏟아지는 주목을 받지만 그 실체인 고토 가즈코는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미녀 작가라는 허구의 옷을 뒤집어쓴 나. 기노우치와도 남몰래 만나야 하는 나. 고토 가즈코를 똑바로 봐 주는 존재는 이 세상에 기노우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악착같이 기노우치에게 매달렸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 달이 없는 새로운 달, 신월의 밤을 홀로 걷기 시작했다. 외롭지 않았다.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p.557)
* 중요하지만,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
- 사쿠라가 작가로써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고뇌하고, 결국 해답을 얻는 과정(p.494,495) - 기노우치의 여성편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