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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을 통하여 일본인으로서 야나기 무네요시 만큼 조선을 이해하고 사랑했던 사람은 드믈겠지만, 엉뚱하게도 그 만큼 또한 비판을 받았던 사람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가 주창한 조선의 '恨의 美學'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그가 활동하였던 시대상을 살펴본다면 우리가 이해를 해주어야 마땅할 것 같다.
도저히 희망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식민지 상황, 그 와중에 지배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어떤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인가. 다만 식민통치의 무력과 강압을 희석시키고 사랑과 깊은 이해로 양국간의 공존을 도모한 그의 미약한 외침을 단순히 비현실적이라고만 조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1920~30년대에 걸친 그의 조선에 대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책 제목과 유사한 <조선 사람을 생각한다>라는 명문으로 시작한다. 조선의 삼일운동 직후의 상황에 대하여, 그 서슬퍼렇던 시기에 일본의 양심있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객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조선인들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을 표현한 요미우리 신문에의 기고문이다(군데군데 검열로 빠진 부분이 표시되어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미독립선언문'에 뒤지지 않을 뛰어난 문장으로, 이 논설 한 편만 주의깊게 살펴보더라도 그의 조선 사랑을 읽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뛰어난 글은 뒤이어지는 <석불사의 조각에 대하여> 이다. 1920년대 초반 석불사를 2주 정도 답사하면서 분석한 최초의 석굴암에 대한 논문이랄 수 있다. 저자가 밝혔듯이 그 이전의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작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놀랄 만큼 치밀하고 현대적이다. 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석굴암에 대한 책자나 글월, 영상물을 많이 보아왔지만, 오히려 야나기의 이 글이 가장 정확하고, 호소력 있고 맘에 든다. 뒤에 나온 잡다한 연구성과들이 자료만 이것저것 집적한 것으로 야나기의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석가여래상을 둘러싸고 있는 제자상들과 11면 관음상의 시각문제를 다룬(관람자의 위치에서 마주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는) 논의는 오히려 처음 접하는 것이라 무척 신선하였다. 이것이 과연 어떻게 단 며칠 동안 관찰한 비전문가(야나기는 미술사학자는 아니다)의 논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이로울 뿐이다.
조선 사람을 더이상 괴롭히지 말자, 일본 사람과 조선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몇편의 감상문이 더 붙어 있고, 조선의 도자기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조선의 미술에 대하여 현 시대의 한국 사람으로서 약간은 맘에 들지 않는 예술관이 표출되기도 한다. 후반부에 주로 실려 있는 공예품에 대한 글과 사진은 그 시절에도 이런 데 관심 있는 사람(특히나 외국인으로서)이 있었구나 하는 하는 감사의 마음을 들게 만든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첫 2장만 읽어보아도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바쁜 독자라면 2편의 글, <조선사람을 생각한다>, <석불사의 조각에 대하여> 만 일독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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