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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에서 사람들의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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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서평 이벤트에 응모했던 적이 있었다. 제목이 매혹적이어서 한껏 기대를 했는데 막상 책을 받고 읽어보니 실망스러웠다. 이렇게 책 쉽게 내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볍게 읽고 치울 책으로서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에 <종교와 페미니즘, 서로를 알아가다> 는 고민에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나는 책이다. 나도 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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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서평 이벤트에 응모했던 적이 있었다. 제목이 매혹적이어서 한껏 기대를 했는데 막상 책을 받고 읽어보니 실망스러웠다. 이렇게 책 쉽게 내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볍게 읽고 치울 책으로서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에 <종교와 페미니즘, 서로를 알아가다> 는 고민에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나는 책이다. 나도 했던 그 고민을, 더 전문적으로 심도있게 해 주신 저자에게 감사하다.

저자 양혜원 님은 기독교 서적 전문 번역자다. 2, 30대를 지나며 양혜원 님이 번역한 책을 꽤 읽었다. 깔끔한 번역 덕분에 어려운 내용도 술술 읽혔다. 양혜원 님이 사모가 되고, 여성학을 공부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쓴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포이에마, 2012)>는 아마 ‘교회의 여성’ 정체성에 대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봤음직한 책이다. <종교와 페미니즘 서로를 알아가다(비아토르, 2020)>에서는 그 생각이 어떻게 깊어지고 넓어졌는지 궁금했다.

조금 딱딱한 주제를 부드럽게 풀어가기 위해 대화체로 서술해서 좋았다. 근대 이후 종교의 변화,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을 먼저 설명하고 이어 이슬람 페미니즘과 유교 페미니즘에 각각 한 장을 할애해 설명했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저자는 한국 복음주의 안에서 페미니즘을 논하고자 할 때, 한국 여자의 몸을 가지고 한국 여자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해야 하고, 그 여자는 어떠한 종교 문화적 규범과 관습과 토양에서 여자로 구성되었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이 여자들이 지금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직면하는 문제들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다(243쪽)고 말한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교회의 지하실 밑에는 유교적 가부장제의 거대한 뿌리와 마주하면 여성들은 바위를 치려던 계란을 풀어 지단이나 부칠 수밖에 없다. 그 뿌리의 실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 동성애, 이혼, 낙태, 그리고 교회의 여성 사역 등 생각있는 교회 언니라면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문제들’에 대한 해결은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문제들의 해결은 자기가 발 딛고 있는 지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 남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줄 수 없고 내 문제를 남이 해결해 줄 수 없으니까.

“무조건 가부장적인 교회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산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오는 결과만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됩니다.(295쪽)” 이 말은 용기를 주려고 쓴 말일 텐데, 조금 냉소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변화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니들’과 그 ‘언니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을 ‘오빠들’, 곧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h******g 2020.08.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