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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바로 스릴러 혹은 추리 소설을 읽으며 냉커피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등 쪽에서 서늘한 기운이 돌고, 입 안 가득 차가운 얼음이 가득한 순간. 나는 이 여름이 덥다고 짜증나지는 않는다. 보다 재미있는, 보다 서늘한 그런 책을 만나면 한 여름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나” 해리 블로호는 포르노와 싸구려 장르 소설 대필 작업으로 먹고사는 작가다. 그러던 중 해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사형이 확정된 연쇄 살인범 대리언 클레이는 끊임없이 배달되는 여성 팬들과 자신의 포르노 소설을 써 달라는 것. 이로 인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대리언 클레이를 만나러 감옥으로 향하고 그를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이후 해리가 인터뷰한 여자들이 과거 대리언 클레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되기 시작하고, 해리는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해리는 자신의 결백을 위해 사건을 알아가게 되는데....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사건이 일어난 후, 가끔씩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살인범의 펜이 되고, 그를 위해 카페를 열고, 그의 행동을 옹호하기도 한다. 연쇄 살인범의 펜이 된다는 것.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선 살인범의 펜이 되어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있고, 그와 사랑을 꿈꾸는 여자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살인범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살인범의 행동에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무섭다. 살인을 하는 사람이나 그 살인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살인범의 펜이 된다는 것이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책을 만들고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것 아닐까?
완전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영어나 그쪽 문화권에 대해 보다 많은 지식이나, 감이 있었다면 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쪽으로 잘 몰라서인지 이 책이 주는 재미를 잘 모르겠다. 문화의 쓰레기(연쇄 살인, 포르노 소설, 펄프픽션 등)라는 것을 긁어모아 재미있게 만들어 낸 한편의 소설이라는 이 책에 대해 나는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덮고 나서의 내 느낌은 ‘이 책은 내 스타일은 아니야’였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것도 아니고, 완전 새로운 범인이 등장한 것도 아니다. 유머가 넘치면서도 감동적이라고 말하고, 풍자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어디에서 유머가 넘치는지, 어디에서 풍자적인지, 어디가 감동적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심지어 나는 지루하기까지 했으니... 많이 아쉽다. 어떤 책이든 나와 궁합이 맞는 책이 있다. 궁합이 맞는 책이 많아지는 것. 많이 부족한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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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장마철에는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해 짜증이 나기 쉽다. 이럴때 기분전환을 만들어 주는 것들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등짝이 오싹해지는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 연재물을 쓰는 작가 '시리얼리스트'는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책이라고 한다.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길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에드거상 신인상 후보에까지 올랐는지 내심 많이 궁금하고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해리 블로흐는 한때는 잘 나가는 잡지사에 근무하며 명성을 날리기도 했고 주위의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서 다양한 필명으로 포르노나 조그 SF 시리즈, 뱀파이어물, 대필작가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삼류 소설가다. 해리는 사랑하는 여인은 진짜 인기 작가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고 여기에 사립학교 수업 지도교사 지원으로 인해 만나게 된 깜찍한 외모의 영악한 소녀 클레어... 그녀는 어리지만 해리가 안쓰러워 그를 도와주며 친구같은 동료의식을 가지고 한번씩 해리가 그의 죽은 어머니로의 변신을 도와준다.
어느날 한 통의 편지가 해리에게 날아온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아닌 모델들을 죽이고 머리를 어딘가에 숨긴 연쇄살인범 '대리언 클레이' 그는 자신에게 무수히 많은 농도짙은 애정을 보내는 여성들을 인터뷰 한 후 그녀들과의 짙한 포르노소설을 써 줄 것을 의뢰하게 된다. 처음에 역겨움을 느낀 것과는 달리 대박을 칠 수 있는 구미가 당기는 제의라 연쇄살인범에게 편지를 보낸 여성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해리는 처음으로 연쇄살인범에게 죽음을 당한 피해자 가족인 쌍둥이 언니를 잃고 스트리퍼로 일하는 다니엘라를 만난다. 이밖에도 연쇄살인범 대리언의 편지를 받은 세 명의 여성을 차례대로 만나러 간다. 누가 끔찍한 연쇄살인범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인지.. 의문점이 드는데... 지적 교양을 갖춘 여성이나 대담하게 자신의 성적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 여기에 성적 학대를 즐기는 여성까지... 헌데 세번째 여성의 집에 놓고 온 녹음기를 찾으러 갔다가 그만....
처음에 살짝 심심하다 싶은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대리언과 인터뷰를 한 여성들이 끔찍한 살해를 당하면서 스토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해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남겨진 가족들의 협박은 물론이고 누구인지 모르지만 자신을 노리는 누군가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한 장의 사진으로 해리는 여성들을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 드디어 알게 되지만... 이 역시 또 하나의 반전이 존재한다.
사건을 풀어내는 해리 블로흐는 형사나 탐정 뺨치는 명석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해리가 쓴 삼류소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에 들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어리지만 깜찍하고 당돌한 매력을 가진 클레어나 여자로서 해리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다니엘라, 연쇄살인범 대리언과 그의 여변호사 등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잘 표현해 낸 저자 데이비드 고든은 자신이 직접 포르노 잡지사에서 일했을때 받게 된 수감자의 편지에서 힌트를 얻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 스스로가 주인공 해리 블로흐의 삶과 같은 다양한 삶을 경험한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기에 더 실감나게 연출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벌써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올 여름에 개봉한다고 한다. 데뷔작부터 커다란 홈런을 날린 데이비드 고든...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떠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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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읽을까? 책을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 왜 우리가 사랑하는 그 책들에 빠지게 된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독서는 우리가 소유한 것 같은 꿈속으로 날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또 많진 않지만 지루함과 불행, 외로움 같은 우리가 더는 견딜 수 없는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는 탈출구가 돼주기도 한다. 내가 글을 읽을 때면 책장 속의 단어들이 내 머릿속의 목소리를 대신했고,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내가 되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멈출 수 있었다. 진짜 독서가들, 마니아들은 마약 중독자가 황홀함에 빠지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 받는 대상을 숭배하는 것처럼 허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다. 읽는 데 이유 따위는 없다. 포르노와 뱀파이어, SF 등 장르소설, 대필 작가와 가정교사까지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고 있는 해리는 어느날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로 부터 편지를 받는다. 악명높은 연쇄살인범으로 알려진 대리언은 그에게 자신을 추종하는 여자들을 대신 만나보고, 자신만을 위한 포르노를 써달라는 제안을 한다. 수감된 자신은 마치 팬레터처럼 자신에게 열광적인 편지를 써서 보내는 그녀들을 직접 만날 수가 없으니, 그렇게 해주면 자신의 자서전을 쓰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여자들을 사진 모델로 쓰고 나서는 그녀들의 팔다리를 절단해 살해한 미치광이의 육성이 담긴 자서전이라니, 대박이 날 게 분명한 그 제안 앞에서 잠시 고민하던 해리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해리는 이십여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스물 세 편 정도의 소설을 썼지만, 대부분의 경력은 포르노로 근근히 이어왔다. 잡지에서 '잡년 조련사' 라는 코너를 운영하면서 여자들을 타락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면서 상담을 해주거나, 다양한 필명으로 B급 장르소설들을 썼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여자친구 제인은 잘나가는 작가와 결혼해버렸고,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도 얼마 전에 병으로 돌아가신 상태이다. 이런 상황이니, 삼류 작가인 그에게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는 일생 일대의 기회가 온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차피 그가 작가로서 쌓아온 모든 경력은 실패나 다를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여러 필명을 사용한 것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니 뭐, 간신히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아무 글이나 마구 써댔다고 봐야할 것이다. 드디어 내가 항상 쓰기 두려워하는, 플롯이 서로 맞물리며 저절로 해소되는 부분에 도착했다. 클라이맥스니 절정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연극이라면 3막에 해당되는 부분. 힘들지만 생색은 낼 수 없는 그런 부분. 소설의 플롯을 구상하는 건 배관 작업과 같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는 아무도 그걸 모르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은 모두 비평가가 된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보라. 객관적인 독자의 눈앞에, 당신의 실제 생활이 어떻게든 옮겨져 활자화돼 놓였을 때 얼마나 비현실적이겠는가. 또 감추어진 비밀과 숨겨진 비밀들은 얼마나 빤히 들여다보이겠는가. 솔직히 말하면, 예를 들어 제인과 나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깜짝 놀란 사람이 있을까? 나말고? 따라서 이렇게 실제의 사건을 다루는 소설에서조차 이야기를 사실처럼 느끼게 만드는 일은 무수히 땅을 파고 묻는 것처럼 힘든 작업이다. 거기에 서스펜스를 더하는 건 땅을 판 사람의 발자국을 지우는 과정에 해당된다.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면, 책 여기저기에 단서를 흩뿌리는 과정에서 해답을 한 번 이상 흘렸던 것 같다. 물론 연쇄 살인범에게 성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여성 추종자들부터 상식적으로 비호감인데다, 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살인범을 위한 포르노를 쓰다니 황당한 제안이긴 하다. 세상물정에 밝은 어른보다 더 조숙한 16세 소녀 클레어는 가정 교사인 그에게 매니저를 자처하며, 이 제안을 수락하라고 충고하고, 그는 살인범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의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가 여자들을 한명씩 만나고 세 번째에 이르렀을 때, 문제가 생긴다. 세번째 여자를 인터뷰한 뒤 그녀가 잔인하게 토막난 시체로 발견이 된 것이다. 기존에 대리언이 살인을 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살인이 일어나는데, 정작 대리언은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다. 해리가 만난 여자들이 모두 죽어나가니.. 당연히 경찰은 해리를 용의자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생을 바꿔보겠다고 수락한 제안이 그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과연 대리언의 여자들을 살해하는 것이 누구인지, 무죄라고 주장하는 연쇄 살인범 대리언의 실체는 무엇인지, 난관에 봉착한 우리의 주인공 해리는 과연 진짜 살인범을 찾고,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지.. 스토리는 그렇게 중반 이후부터 미스터리의 급물결을 타고 숨가쁘게 진행되어 간다.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린 어수룩한 삼류 연재 작가에 대한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장르소설> 자체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주인공 해리의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 작품의 화자는 작가인 데이비드 고든 자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책의 첫 장부터, 긴박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자조적인 독백과 푸념들은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마치 러브레터처럼 느껴질 것 같다. 여기서 장르 소설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SF, 무협, 판타지, 추리, 호러, 로맨스 등 이전에는 ‘대중소설’로 통칭되던 소설의 하위 장르들을 두루 포함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 소설들은 각각의 코드 및 패턴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 때문에 순문학에 비해서 다소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폄하되기도 한다. 이 작품 속에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보여지는 <뱀파이어 소설>, <과학소설>, <도심 스릴러> 가 모두 장르 소설에 해당된다. <뱀파이어를 사랑하며, 과학 소설에 빠져들고 미스터리에 중독된 장르 소설 독자들은 인간 본성을 간직한 원시 종족들로, 순수하지만 독특하다. >는 극중 작가의 말처럼, 장르 소설 독자들은 스스로 절실하기 때문에 읽는 다는 데에 동의하는 나 같은 독자라면 이 작품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미스터리를 쓰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소설이 현실보다 덜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삶은, 스릴러의 클라이맥스든 대부분 문학 작품을 구성하는 3막짜리 플롯이든 간에 그것을 능가한다. 살면서 겪는 실재 위험과 손해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우리의 현재는 절대적으로 불확실하고, 각각의 순간은 유일하며 반복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언젠가 끝이 날 거라는 사실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탐정소설 그리고 그것이 제시한 허구의 해답에서 밝혀지는 소설의 의문들을 보면 나는 실망감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호러와 판타지, 탐정,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혹은 이들 장르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이비드 고든의 이 매혹적인 데뷔작을 꼭 읽어보야아 할 것이다. 실제로 작가 데이비드 고든은 작품 속 해리처럼, 글과 관련된 온갖 직업을 전전했다고 한다. 카피라이터, 대필 작가, 극작가, 포르노 잡지 필자 등등.. 집세를 내고, 전기가 끊이지않도록 선인세로 간신히 살아가면서, 매일 일정한 분량의 글을 죽어라 써야하는 작가였던 것이다. <시리얼리스트>라는 데뷔작 덕분에 이제는 그런 생활에서 벗어낫겠지만 말이다. <뭔가를 끄적거리는 모든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우리의 생김새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 때문에 사랑 받는 것 말이다. > 라는 말이나,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하나의 미스터리를 끝낼 때가 됐다는 사실이 싫다. >는 말처럼, 그는 멋진 작가이자, 훌륭한 독자이다. 물론 그는 이 작품에서 <작가라는 것들은 가장 최악의 독자>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말이다.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에드거 앨런 포를 발견했을 때부터, 어떤 장르의 책을 읽더라도 항상 다시 미스터리 소설로 되돌아가곤 했다고 하니, 그의 장르 소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짐작할 것이다. 미스터리 물을 좋아하는 이들의 공통점인 <나는 끝보다 시작이 좋았다>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미스터리 물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해결되고, 갈등이 해소되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엔딩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서두가 훨씬 더 중요하니 말이다. 책 속에 머릴 파묻고 있던 외로운 소년인 그가, 지금껏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쓴다는 점이 나는 참 좋다. 게다가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가, 앞으로 결코 만날 일 없는낯선 누군가에게 비밀스러운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는 위트 넘치는 그의 다음 작품, <미스터리 걸>도 빨리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렇게나 선정적인 소재를 버무려서, 달콤한 러브레터처럼 만드는 작가는 또 없을테니 말이다. ![]()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일본 미스터리 시장 3대 리스트를 모두 장악했던 엄청난 인기 덕에, 일본에서는 지난 달에 영화로도 개봉했다. 이류 소설가 - 시어리얼 리스트 (二流小 家 シリアリスト, The Serialist, 2013)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 소설과 같지만, 연쇄 살인범의 살해 방법에 꽃을 장식하는 하는등 부가적인 부분에 변화를 준 것 같다. 영화의 간단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에로 책 연재를 조금씩 계속하고 있던, 팔리지 않는 소설가인 아카바네는 12년 전, 4명의 여성을 살해, 각각 머리 부분을 절단해 꽃을 장식한 사진을 경찰에 보내 일본을 공포에 빠뜨린 흉악한 살인마(다케다 신지)의 요청을 받게 된다. "내 고백서를 쓰고 싶다면 만나러 와라" 라는 요청을 받아들이며 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후 다시 연쇄 살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기존 그의 수법대로 "머리 부분을 절단하고 꽃에 장식된 시체"가 등장하는 것이다. 수법도 12년 전과 똑같은데, 범인은 형무소에 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 아카바네는 용의자로 쫒기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범인을 추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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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에드거' 신인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일본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해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작가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의 데뷔작 "시리얼리스트 : 연재물을 쓰는 작가(The Serialist)"입니다.
<이류소설가>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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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리스트 시리즈물을 쓰는 작가,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며 시리어스, 심각한을 떠올렸을까? 저자는 분명 데이비드 고든이라는 미국 작가인데, 이 책의 트리플 크라운은 미스터리물이 꽤나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에서 받았다.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해외)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해외) 1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해외 )1위. 일본 미스터리를 꽤나 재미나게 읽고 있었는데 일본에서 이렇게나 관심을 끈 작품이라 해서 몹시 궁금하였다. 그 유명한 밀레니엄 시리즈도 달성하지 못한 트리플 크라운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올 6월 지금 일본에서 개봉중인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이류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주인공인 해리 블로흐는 꽤나 인기있는 소설가이다. 하지만 작가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을 그런 위치는 아니고, 론치라는 잡지가 잘 나갈 시절, "잡년 조련사"라는 코너의 작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였고, 뱀파이어 시리즈물이라던지, 각종 포르노 소설들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런 작가이다. 그러니까 이류 소설가라는 말이 맞을 수 있겠다.
자신과 잘 맞았다 생각했던 사랑하는 여자 친구 제인은 그를 떠나 문학적으로도 성공한 소설가의 아내가 되어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본명을 숨긴채 여러 이름으로 수많은 다작을 하고, 그 중 뱀파이어 소설은 여류 소설가의 작품이 되어야했기에 여성의 사진이 필요해서 엄마의 사진을 대신 쓰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자신이 엄마로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곁엔 열다섯살난 클레어라는 어리지만 그보다는 더욱 머리가 잘 돌아가는(어른들의 기호에 맞는 상업적인 머리랄까? 사업가로써의 마인드가 탁월한 그런 소녀였다) 보호자 같은 소녀가 있었고, 소녀의 도움으로 여성 분장을 마치고 가짜 프로필 사진을 찍던 도중 감옥의 일급 사형수로부터 도착한 팬레터를 받게 되었다.
젊은 미모의 모델급 여성들만 골라 살해하고, 잔인하게 토막낸후 예술 사진을 찍은 희대의 살인마로부터 말이다. 절대 아무도 밝힐 수 없었던 살인마의 이야기, 그 진실을 전해듣고, 독점 출판권을 맺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일약 베스트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악마와의 계약 같은 그 계약에 덜컥 동의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계약이라는게 참 이상하다. 살인마를 추종하는 러브레터들이 도착하는데, 자신의 나체사진까지 보내가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이상한 여자들을 작가가 대신 만나서 그와 그녀의 포르노 소설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들을 읽다보면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었다. 너무나 잔인하게 사람들을 살해한 살인마에게 쾌락을 느끼고 그에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씌여있는 글들을 종종 접하기도 하였는데, 작가가 지어낸 말도 안되는 허구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가끔 인터넷에 보면 그런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긴 하나보다 싶었다. 두뇌회로가 좀 잘못된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독자의 시선에서 그들을 측은하면서도 이상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을 대변해서 겉보기엔 한없이 멀쩡한 그녀들의 이상한 일탈에도 변명의 여지를 주기도 한다. 어쨌거나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정말 비뚫어진 모습으로만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수 있을 순 있을 것이다.
잔인한 살인사건이었기에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이슈를 돈벌이화하려는 작가에게 뜨거운 충고를 한다. 양심에 걸고 이런 책을 써서 아픈 사실을 들춰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였지만, 작가는 다소 당돌하면서도 너무나 솔직한, 도저히 1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런 클레어의 충고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사실 양심은 하지 말라 하지만) 살인마와의 면담을 진행해나간다. 그러면서 너무나 멀쩡해보이는, 때로는 삐뚫어졌어도 그리 이상하기까지는 않은 외모와 일상은 평범한 살인마의 추종녀들을 만나가면서 살인마와 그녀들 사이의 포르노는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녹음기를 두고 와서 되돌아간 상담자의 집에서 도저히 눈뜨고는 못 볼 잔인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 그 스스로도 미스터리 작가이기에 수많은 살해 장면을 상상하고, 표현해냈지만 실제 그가 본 장면은 그보다 심할 수 없는 소름끼치게 무서운 악마의 소행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살인마는 갇혀 있고, 그가 대신해서 만나고 다닌 모든 여성이 다 살해되었다.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이제 경찰은 그를 의심한다. 그는 살인마를 대신해 그에게 쏠린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를 해야한다.
상상을 하면 더욱 욕지기가 나올 것 같은 그런 장면들이 많아 그런 장면들은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이 휘리릭 넘겨가며 읽었는데.. 이 소설이 영상화되었다니 얼마나 끔찍할지, 소름이 끼친다. 아, 정말 무서운 사람들, 굳이 영상화할 생각을 하다니..미국 사람이 쓴 소설을 일본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재구성해 영화로 만든거긴 하지만 아마 주요 줄거리는 거의 흡사할 것이다. 영화로 보고 싶은 생각은 차마 들지 않을 정도긴 한데 아뭏든 미국에서 영화화되기 전에 이미 일본에서 영화화 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화제작이었구나 싶었다.
이 소설의 작가 데이비드 고든은 주인공 해리 블로흐와 거의 비슷한 삶을 살았다. 포르노 칼럼을 썼으며 다양한 필명으로 각종 장르 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들이밀었고 오로지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미국 소설계의 지옥을 경험했다. <시리얼리스트>는 데이비드 고든이 포르노 잡지사에서 일하던 시절, 수감자로부터 받은 독자편지에서 시작됐다. 그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 '해리 블로흐'를 밀어 넣은 후 문학과 이야기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과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담아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시리얼 리스트>는 발표 직후 독자와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문학성과 통속성의 완벽한 만남"이라는 평을 얻으며 에드거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두께임에도 정말 술술 읽히는 페이지 터너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바로 이렇다. 지금은 그것만 말해두고 싶다. 이제 책을 덮고 불을 끄길. 517P 헉, 정말 난 날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이 책을 읽었는데..그것도 여행지에서 말이다. 잠깐만 읽을까 하고 자정 넘어 펼쳐들었던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그런 독자의 마음까지 미리 고려하고 이런 문장을 써낸걸까?
차기작 미스터리 걸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미스터리 걸 역시 기대를 해보고싶다. 데이비드 고든, 기억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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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B급이라는 건 뭘까? 취향이 고기도 아니고, 여기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일테다. B급 영화도 B급 영화 나름의 매력이 있을테고, B급 소설도 B급 소설 나름의 재미가 있을진대,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마다 'B급'의 기준 역시 달라진다는 뜻 아닐까. 그럼에도 역시 나도 모르게 그들을 B급으로 분류하진 않지만 A급 아니 S급이라 칭송받는 클래스에 나란히 놓지 못하는 걸 보면,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편견이 녹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다들 많이 읽지 않나?'라고 생각하지 '추리소설 왜 읽냐'는 타박은 별로 듣지 않는 걸 보면, 뭐, 상관없다. 나만 재미있으면 되지. 그게 뭐 어때서.
그렇다면 연재물은 어떤가? 내가 주로 읽는 연재물은 만화 한정인데, 확실히 만화를 읽고 있노라면 초반과는 달리 점점 세계관이 넓어지고 맞서 싸워야 할 적은 갈수록 강해져야하기에 문득 연재물을 읽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창작자의 초반 설정과 숨겨둔 복선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모든' 걸 치밀하게 다 설정해놓은 다음 연재를 시작하기보다는 아마 적당히 아이디어가 없으면 앞부분을 뒤적이다가 아, 이걸 한 번 써 볼까? 하고 내용에 반영되지 않을까.1 혹은 전체 내용보다는 옴니버스로, 혹은 에피소드로 각각의 독립적인 이야기를 연재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게 어느정도 쌓이면 묶음집으로 출간되거나, 그렇겠지요. 왜 이 두 가지 이야기를 꺼냈느냐 하면, 데이비드 고든의 <시리얼리스트>의 주인공이 바로 B급 연재물 작가(시리얼리스트) 해리 블로흐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름다운 시(詩)를 쓰길 꿈꾸었고, 사랑을 믿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다양한 필명을 내세워 포르노, 로맨스(에 약간의 소프트코어적인 요소도 있는 듯), SF(이지만 사실은 포르노), 대필 작가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뱀파이어물을 썼다가 (자기 기준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이라, 그러한 로맨스를 쓰는 작가는 시빌라인 로린도 골드라는 우아한 이름의 여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머니의 이름과 사진을 빌려 활동중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시리얼리스트'에게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젊은 여성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무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 '포토 킬러' 대리언 클레이의 의뢰였다.
대리언 클레이의 요구는 이러하다. 4명을 죽인 다음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자서전을 대가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오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다음 그들의 모습을 담은 '포르노'를 써 달라는 것. 해리는 내적갈등 끝에, 이것이야말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소설 속 화자의 직업이 '작가'인 책을 읽으면 늘 느끼는 바이지만, 소설 속 이야기에 사실성을 더욱 찾아나서게 된다. <시리얼리스트> 역시 그러한데, 특히 작가 데이비드 고든은 실제로 해리 블로흐라는 캐릭터와 상당히 유사성을 보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것은 이 소설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깨나 글 좀 써본', 그렇기에 '깨나 글 좀 읽어본' 그는 역시 '깨나 글 좀 읽어본' 독자들을 도발하는 문구를 군데군데 숨겨둔다.2 이건 해리 블로흐일까, 데이비드 고든일까? 자극적인 텍스트를 쉼없이 대면하고 있노라니 당연히 '허구'라고 생각하면서도 머리 한 구석에는 '그럴리는 없겠지만, 실제 경험일지도'라는 무언가가 맴돌게 만드는 것 역시 작가를 화자로 내세운 기법의 강점이 아닐까. 심지어 시리얼리스트로서의 해리 블로흐(필명은 다르지만)의 뱀파이어물, 조그 SF 시리즈, 대리언 클레이를 위한 포르노 등이 소설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데, 이는 앞으로 해리 블로흐에게 닥칠 피바람에 더불어 이 소설의 '자극적 요소'를 한껏 높여준다(이거 정말 작가 본인이 옛날에 쓴 이야기 아냐?). 심지어 이 이야기, 전체를 못 봐서인지는 몰라도 꽤 재미있다. 특히 조그 SF 시리즈는 읽어보고 싶을 정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시리얼리스트>의 강점은 유머가 군데군데서 폭발한다는 점, 그리고 상당히 풍부한 묘사에 있다. 그는 어떻게 조롱하면 이 지독하리만치 피비릴내나고 붉디 붉은 장면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손떨리는 상황 속에 닥친 심정을 어떻게 쓰면 쫀득쫀득 착 마음에 달라붙게 될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어차피 결론은 '똑같은' 포르노를 여차저차 다양하게 묘사하다가 발굴해낸 능력일까(...). 이미 B급 연재물만을 쓰고 있는 작가를 데려와 자극적인 묘사가 펑펑 터져나가는데, 헉스러우면서도 그렇기에 역시 마음놓고, 대놓고 조롱하고 또 웃기기도 한다. 형사 콜롬보에서부터 FBI까지 수많은 탐정들을 경애하고 비꼬면서도 동경한다. 아마 다양한 집필과 직업을 전전하면서 데이비드 고든은 그 나름의 답을 찾아낸 게 아닐까 싶다. 그것이 바로 <시리얼리스트>다. 소위 문화계 속에서 'B급'으로 분류되어지는 모든 것을 모아 한없이 B급스러우면서도 한없이 즐겁고 사랑스러운 A급 'B급 소설'을 만들어 냈다.
근데 막상 이거 낄낄거리면서 읽었다고 쓰고 나니 소설 속 피비린내가 진하게 전해져 오는 것이...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저 'B급'을 즐기는 일개 독자일 뿐이라고요. 다들 그런다면서요?
소설은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마지막 문장은 별개일 수도 있겠다. 복도를 걸을 때 등 뒤에서 닫히는 문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소설을 덮었을 때 독자의 마음에 여운을 남길 수도 있으니까._p.9
정부를 전복하려고 했던 왕년의 무정부주의자가 점심 주문을 받으며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것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은행 창구의 여직원이 어떻게 금고를 폭파시킬 것인지 항상 궁리하고 있는 것처럼, 출판사에 보내지도 못한 원고를 끌어안고 혼자서만 대박날 거라며 좋아하는 작가처럼, 여자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눈으로만 강간을 일삼는 성범죄자들처럼, 나는 여전히 가슴 속 깊이 한 줄 한 줄을 새기며 시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다._p.36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도 끔찍한 일을 저지른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 속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이런 평범한 진리가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런 시시한 이야기는 일부러 돈을 주고 사서 보지 않는다. (…) 따라서 소설은 종교와 심리학 그리고 매일 전하는 뉴스가 달성하지 못한 역설적인 임무를 떠맡아야 한다. 사람들이 사실을 믿도록 만드는 임무를._p.86
여러분이 음침한 스릴과 비밀스러운 떨림이 있는 작품을 읽었다고 하자. 걱정할 필요 없다. 다들 그러니까. (…) 만약 그런 걸 더는 읽지 못할 것 같으면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그 장면을 한번 써 봐라. 바로 그 순간, 마음 속에서 잠들어 있던 시인이 꿈틀거리며 일어나 젓가락을 쪽쪽 빨아댈 것이다._p.177
뱀파이어를 사랑하며, 과학 소설에 빠져들고 미스터리에 중독된 장르 소설 독자들은 인간 본성을 간직한 원시 종족들로, 순수하지만 독특하다. 그들은 여전히 어린애처럼 어리석고 엄숙하게 읽고, 십 대 청소년처럼 절박하고 용감하게 읽는다. 장르 소설 독자들은 스스로 절실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다._p.216
그거야 단서들을 책 속에 집어넣은 건 바로 나니까. 그게 바로 책 속에서 탐정 노릇과 현실의 차이라고. 내가 사건을 생각해내고 내가 해결했단 말이야. 그 정도의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팠어._p.290
단서가 우릴 미스터리로 이끈다기보다는 모든 걸 순식간에 단서로 만드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_p.320
비유와 유형 면에 있어서 장르 소설은 신화에 가깝다. (…) 우리 모두는 그것을 공유하고 나눈다. 그것은 세련되지 못하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진실로 이끄는 꿈과 같은 것이다._p.391
모든 걸 구하고 싶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데려와 우리와 함께 지내길 바라는 게 도대체 뭘까? 사랑 외에 다른 게 있나? 그게 바로 탐정과 살인자, 뱀파이어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르소설을 쓰는 우리가 어린아이들이 젤리 얼룩이 묻은 좋아하는 책을 잡고 놓지 않는 것처럼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로 되돌아가는 이유일 것이다._p.475
소설은 현실 생활과 똑같아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중간이죠._p.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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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연재 작가 VS. 일류 연쇄 살인마
얼핏 봐도 흥미로운 대결이다. 이미 사형이 확정된 일류 연쇄 살인마(일급 살인자도 안니고 일류 라는 말이 삼류 연재 작가와 대등하게 쓰기 위해서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가 포르노나 대필 작업 등을 하는 삼류 연재 작가 해리 블로흐를 불러서 자신만의 포르노를 써달라는 제안을 한다.
이것에 대한 댓가는 어디에서도 대리언이 밝힌 적이 없는 자서전의 독점적 권리는 주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배웠지만 실상은 카피라이터를 시작으로 해서 포르노 잡지의 필자에 이르기까지 쓸수 있는 건 모두 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해리는 일류 연쇄 살인마인 대리언 클레이의 자서전 독점권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선 대리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확실히 독특한 설정의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포르노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에 실제로 수감자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그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볼때 포르노 잡지의 필자로 일하는 주인공 '해리 블로흐'와 어느 정도 상황이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 누구도 모르는 일류 연쇄 살인마 대리언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낼수 있다는 사실에서 해리는 여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 시작한다. 실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해리는 자신이 인터뷰한 여자들이 대리언이 살해한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된다. 그리고 해리 자신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4명의 여자를 유혹해서 토막살인을 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다고해서 '포토 킬러'라 이름붙여진 대리언은 분명 감옥에서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의 여성팬으로 알려진 여자들이 '포토 킬러'의 방식대로 죽어가면서 사건은 혼란을 초래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풀어가는 해리다. 해리와 활약과 함께 책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해리가 쓴 소설을 읽는것도 묘미인 흥미로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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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처럼 느껴지지 않는 스릴러입니다. 보통의 영미 스릴러들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이나 스릴은 조금 부족했지만 꽤 색다른 형식의 이 작품을, 전 재미있게 읽었어요. 주인공부터 독특해요. 그의 이름은 해리 블로흐. 여러 개의 필명을 내세워 포르노 칼럼을 쓰기도 하고 SF가 가미된 모험 소설을 쓰기도 하며, 자신의 어머니의 이름을 내세워 뱀파이어 판타지 소설을 출간하기도 해서 근근이 먹고 사는, 굳이 따지자면 삼류에 속하는 작가입니다. 들어가면 길을 찾을 수 없을 듯한 무성한 눈썹과 털이 난 귀를 가지고 있는 아저씨 외모에 몇 년을 같이 동거하던 여자친구에게도 차인 신세에요. 그나마 곁을 지켜주는 고등학생 동료 클레어가 없었다면 더 불쌍했을, 늘씬한 근육질 몸매에 마초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던 다른 경찰들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희대의 연쇄살인마 대리언 클레이가 편지를 보내옵니다. 세간에 '포토 킬러'로 불리던 그는 네 명의 여자를 살해, 토막낸 후 현재 감옥에서 사형을 기다리고 있죠. 그런 대리언이 해리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대가로 터무니없는 거래를 제안합니다. 자신에게 편지와 누드 사진을 보내는 열성적인 여성 팬들을 만나 인터뷰한 후 그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자신만을 위한 포르노물을 연재해달라는 것. 처음에는 망설이던 해리였지만 희생자들의 유가족 중 하나인 다니엘라의 -진실을 알고 싶다, 언니의 머리를 꼭 찾고 싶다-는 요청과 작가로서 큰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욕망 앞에서 결국 대리언의 여성 팬들과 인터뷰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사건들. 정신없이 쏟아지는 목숨에 대한 위협,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 진실찾기 앞에서 해리는 과연 작가로서의 심미안을 발휘할 수 있게 될까요.
심각한 분위기보다 코믹한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소설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어요. 대리언이 감추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새롭게 벌어진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과연 대리언은 정당한 판결에 의해 사형을 받을만한 일을 한 것인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스릴러라고 해서 매번 숨막힐 듯한 스릴이나 긴박감만을 내세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예전에는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분위기에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포르노라거나 섹스, 잔혹한 살인 등 선정적이고 잔인한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인상이 찌푸려지지 않게 그런 요소들을 잘 버무린 듯 해요. 읽는 내내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해리가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었고, 그런 상황 안에서 해리가 영웅처럼 느껴지지 않고 절망하거나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쩌면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순수문학으로 봐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품 안에서 작가인 해리 블로흐를 내세워 진짜 작가인 데이비드 고든이 들려주는 이야기, 문장들, 풍자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요즘 여름이라는 핑계로 몇 편의 스릴러를 읽은 터라 대부분 동일한 전개 방식에 살짝 싫증이 나던 차였는데요, 뭔가 익숙한 느낌의 -제가 알고 있던 TV 시리즈의 제목이라거나- 앞에 앉아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문체까지도 마음에 드는 스릴러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으로 올해 6월에는 영화로도 개봉이 됐네요. 일본 영화보다는 헐리우드 영화가 더 그 맛을 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나와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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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리스트는 매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문장이 간결해서 눈에 잘 들어온다. 예측을 벗어나는 사건이 계속되 페이지도 빠르게 넘길 수 있다. 그리고 남자의 꿈을 반영하고 있다. 여고생 팬이 생겨 집으로 찾아와 비서 역할을 하고, 스트리퍼와 사랑에 빠져 매일같이 섹스를 하는 건 남자들의 꿈이다. 덤으로 오리무중 상태의 살인 사건과 총격전과 추격전은 이 소설을 재미있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이다. 사건이 아니라 오로지 수사에만 신경쓰는 보통 한국 소설과 현격히 비교되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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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리스트 데이비드 고든 지음 검은숲
초반부터 2부까지는 포르노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외설적인 표현이 많고, 설정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듯해서, 아니,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까지 일어났다. 다만 출판사의 명성을 믿고 끝까지 읽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괜한 시간낭비를 하는 건 아닌지 심적으로 불편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미스터리·스릴러'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신예로 떠오른 데이비드 고든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삼류 연재 작가와 일류 연쇄 살인마가 한데 엮이면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 작가 데이비드 고든은 포르노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실제 수감자로부터 받은 편지에 착안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대리언 클레이는 낸시 자렐, 재닛 힉스, 샌디 토너, 도라 지안카를로라는 이름의 네 명의 여성을 토막 살인한 혐의로 하형을 구형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토막난 머리는 발견이 되지 않아서, 피해자의 가족들은 사체를 찾고 싶어하고, 이 살인범 대리언 클레이의 사형을 간절히 바란다. 물론 이들은 해리 블로흐에 의해서 대리언의 책자가 출간되는 것을 막고자 애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도라 지안카를로의 쌍둥이 동생인 다니엘라 지안카를로는 책자가 출간되면서 대리언 클레이의 행적이 낱낱이 공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리언 클레이가 제공한 여성의 명단은 그저 추상적인 사랑을 갈망하는 '모건 체이스', 뉴저지 리지필드 파크의 주택에 사는 타락을 간절히 원하는 '마리 폰테인', 브루클린 부시윅에 사는 대리 창녀이자 자학적인 새디스트인 '샌드라 도슨'이다. 책자 출간을 위해서 대리언 클레이에 이어서 모건 체이스, 마리 폰테인, 샌드라 도슨과의 인터뷰를 실시한 해리는 샌드라 도슨의 인터뷰 직후, 샌드라가 이전의 대리언 클레이가 행한 방법인 포토 살인으로 잔인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어서 다른 두 명의 여성의 살해 현장까지 찾아가게 된다. 사랑을 나누게 된 다니엘라 지안카를로, 수제자 클레어와 함께 이 숨겨진 살인범을 찾아 추리 행각을 벌이게 된 세 사람. 역시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의 진실~ 스릴 넘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 2013.8.14. 푹푹찌는 무더위 속에 갇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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