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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쓴다. 그래서인지 작가와 작품을 한번에 연결시키기가 어려운 작가였다. [상해임시정부]가 그랬고 [유품정리사]가 그랬다. 단지 이야기가 재미나 보여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뒤늦게야 작가가 정명섭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알고 있던 작가가 아닌데? 하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만큼 딱 어떤 틀에 규정지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것은 특히나 역사물에 강하다는 것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팩션이라면, 그것이 정명섭 작가의 글이라면 조금은 믿고 읽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남는다.
이번 작품 역시도 역사물이라는 것때문에 선택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작가 이름을 보았다. 그리고 기대했다. 을지문덕 탐정록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을 말이다. 솔직히 전작인 [온달장군 살인사건]을 읽지 않아서 조금의 걱정은 남아 있었다. 연작으로 이루어진 경우 아무리 사건이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작을 읽고 읽는 것이 조금은 더 재미나게 읽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요네스뵈의 해리가 그러하다. 같은 주인공이 나오고 사건은 달라지기 때문에 따로 보아도 무방하지만 처음부터 읽어 온 경우라면 주인공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일대기를 알기 때문에 재미가 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 이야기에서는 조금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가. 전작을 읽지 않아서도 전혀 무방하다는 소리다. 전작에서 제목으로 미루어보다 온달장군이 죽었다면 이번에[는 그의 무덤을 둘러 싼 이야기다.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전작을 읽으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소리다.
죽은 온달장군을 무덤 속에 두었다. 이제 그 곳에 벽화를 그리고자 한다. 그때 당시의 사람들은 벽화로 사신을 그렸다고 했다. 죽은 자가 온전히 저세상에 가도록 도와주는 존재 들일수도 있고 죽은 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일수도 있다.
그 벽화를 그리던 화공이 죽었다. 붓을 입으로 빨던 그는 독살을 당해서 죽은 것이다. 그곳에 남아있던 것은 오직 한명 , 그 뿐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사전작업을 해두었음이 틀림없다. 모든 의혹은 물감을 준비한 화공의 제자에게로 쏠린다. 그중에서도 잔심부름을 도와주는 담징에게로 쏠리게 된다.
그는 즉시 잡혀가게 되는데 억울함을 주장하며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그것이 바로 을지문덕이다. 그를 데려와 달라고, 그라면 자신의 의혹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담징. 과연 을지문덕은 이곳에 오게 될 것인가. 와서 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인가. 그렇다면 실제로 그를 죽인 사람은 왜 무엇때문에 그를 죽인 것일까.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제로 행해지지 않았던 일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더군다나 다른 작품에서 잘 사용되지 않았던 그런 인물과 시대라면 더욱 그 흥미가 동하게 된다. 적절하게 잘 배치된 이야기들 그리고 드러나는 요소들, 마지막까지 감춰진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들까지도 무시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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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이란 죽은 자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산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혹은 후손들의 번영을 위해서 화려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한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제대로 즐기면서 죽음 후에는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영원히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원할 수도 있다. 사극이나 역사 소설을 보면 위인들이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후세에 남겨질 평가이다. 두고두고 자신의 이름이 후세에 욕보이는 것이 싫을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매국노나 간신들처럼 어떻게든 한 평생 욕심만 채우다 가는 삶을 택할 수도 있다. 어떤 삶이 정답인지 모르겠으나 누구도 그에 대해 정답을 알려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일 수도 있다.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는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책에서도 온달 장군의 무덤과 그곳에 벽화를 그리던 화공의 죽음을 소재로 하여 을지문덕, 연태조, 담징이라는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서로 대립하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우리가 아는 을지문덕 장군은 살수대첩의 영웅이었고 담징은 고구려 승려이자 화가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연개소문의 아버지인 연태조라는 인물까지 등장시켜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 대해 서로의 갈등과 대립각에 대해 특유의 문채로 글을 써 내려갔다. 생명체가 아닌 종이에 그려진 이미지나 비나 천둥 번개와 같은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명력을 부여하여 묘사한 점은 책을 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매력은 없지만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들이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만의 화려한 묘사가 오히려 내용 이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문체로 마치 그림이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에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모든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나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씩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고 해결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면서 아직 사건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면 안 될 거라는 믿음과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그리고 약간 어설프게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다. 거타지를 죽인 자는 진짜 누구이며 책에서 나온 이름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어느 정도는 독자의 몫으로 남긴 듯하다. 약간의 논란의 소지는 남긴 채 [무덤 속의 죽음]에 대해 열띤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작품을 남기려로 한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과 인생의 목적에 대해 독자들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여지를 남긴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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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읽지 못했으나 '온달 장군의 죽음'에도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무덤 속의 죽음]에서는 온달 장군을 안치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무덤 속에서 독살 당하는 시신이 나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늙은 화공 '거타지'는 고약한 노인네였다. 자존심 강한 화공들의 의지를 꺾고 귀족들이 좋아하는 사신을 그리는 것에 몰두했으며 수족처럼 부려온 제자들을 쫓아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제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던 무리들 속에 살인범이 있다. 인정받지 못해서일까. 복수심 때문일까. 괴팍했으나 그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거타지는 널방 벽화인 사신도를 마감하던 중 살해됐다. 사인은 독살. 물감에 탄 독으로 스승을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은 담징이다.
천재라는 이유로 스승이 늘 감싸왔던 담징이 정말 거타지를 죽였을까. 중리부를 장악하기 위해 을지문덕과 척을 진 연태조는 담징을 범인으로 몰아 죽이려 하고, 물증은 없으나 소년의 결백을 믿고 있던 을지문덕은 태학박사 이문진과 함께 살인범을 물색해내기 시작했다.
꽤 재미지고 흥미로웠으나 진범을 쫓는 을지문덕의 활약은 생각만큼 비중이 크지 않았다. 탐정 위주로 사건풀이가 진행되는 홈즈나 김전일, 코난 등과 달리 이문진과 담징, 찬노의 비중이 그를 나누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범인의 발자취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어쩌면 '내가 제일 똑똑해'식의 주인공이 아니어서 더 인간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강하고 용맹한 장군이 아닌 탐정으로서의 을지문덕은 행동보다는 생각이 먼저인 인물이라 살짝 우유부단해 보였다. 진범은 밝혀졌고, 담징이 누명을 벗으면서 전작 소설이 더 궁금해진 [무덤 속의 죽음]은 죽은 자를 위한 그림이 산 자를 해칠 정도로 중요한가?라는 씁쓸함을 남겼다. 앞 권부터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전권을 본 뒤 다시 재벌읽기를 해봐야겠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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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 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 정명섭 장편소설 청소년 소설, 좀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정명섭 작가님의 소설 중 단연 으뜸은 역사 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장르다 보니 역사와 관련된 소설은 찾아서 보는 편인데 어느 순간 '정명섭'이란 이름만 보고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믿고 보게 됐던 것 같다. 다채로운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시대 속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탄생해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에 주인공이 펼칠 다음 이야기가 기대돼 밤잠 설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동안 만나봤던 소설은 답답했던 역사적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한숨을 쉴 때가 많았는데 을지문덕 탐정록의 두 번째 이야기의 <무덤 속의 죽음>은 그대로 몰입할 수 있어 기존 소설보다는 읽기가 한결 수월했던 것 같다. 수나라 와의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에 대한 이미지는 소설에서 꽤나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보통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정도로 강한 인상의 장군의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 읽다 보니 나름 매력이 느껴지는 캐릭터라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덤 속의 죽음>은 전작인 <온달장군 살인사건>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온달장군이 죽은 후 무덤 안에 신수를 그려 넣던 화공 거타지가 물감에 섞인 독으로 인해 죽은 채 발견되고 거타지 밑에서 그림을 배우던 담징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담징은 누군가의 음모에 자신이 휘말렸다는 사실에 억울해하지만 평소 스승님의 물감 준비를 하던 게 자신이었고 증거만 놓고 보면 어떤 반박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사건을 담당한 연자유에게 을지문덕 장군을 불러 도와줄 것을 부탁하지만 전작에서 태왕 폐하를 암살하려던 신라의 음모를 밝혀냄으로써 중군 주활에 임명된 을지문덕과 라이벌 관계였던 연자유는 이를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연자유 밑에 있던 찬노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듣게 된 을지문덕은 담징이 거타지를 죽였을 리 없다고 생각하여 담징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연자유를 찾아 사건을 해결할 닷새의 시간을 벌게 된다. 닷새의 시간을 벌었지만 그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담징을 처형하겠노라 으름장을 놓은 연자유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을지문덕은 과연 담징의 누명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범인의 독백 때문에 왜?라는 궁금증을 놓을 수 없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흥미진진해서 중간에 놓을 수 없는 이야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꾸 불러일으키니 한번 잡으면 중간에 절대 놓을 수 없는 마력은 이번 소설에서도 그대로 전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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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은 소설마다 역사를 해석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역사에 추리를 접목시킨 그의 소설들은 독자의 바람을 담고 있어 더 몰입하게 된다. <무덤 속의 죽음> 을지문덕 탐정록은 전편 <온달장군 살인사건>의 연작이다. 아직 <온달장군 살인사건>을 읽어보지 못하고 두 번째 시리즈를 읽었지만 소설에 집중하면서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늙은 화공 거타지는 온달장군의 무덤에서 벽화를 그리던 중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거타지는 널방의 벽화의 사신도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날 밤 봉인된 무덤 안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죽고 만 것이다. 거타지의 시신을 검시한 결과 독살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독은 물감에서 발견되었고 그 물감을 만든 열다섯 소년 담징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되었다. 담징은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해 을지문덕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담징의 소식을 접한 을지문덕은 5일이라는 시간 안에 담징의 누명을 벗기는 동시에 범인을 잡아야 한다. 평소 거타지가 물감의 붓을 입으로 빨아낸다는 사실을 알고 물감에 독을 넣었기에 살인자는 이런 사소한 일까지 아는 걸로 봐서는 거타지와 가까운 사이 즉 거타지의 제자들로 좁혀진다. 하지만 쉽사리 범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담징도 사라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게 된다. 을지문덕과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나오는 태학박사 이문진의 역할도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사실 을지문덕이 감정에 휘두르는 면이 많이 나오는데 반해 이문진은 을지문덕의 조력자로서 좀 더 냉철하고 예리하게 사건을 바라보면서 접근하는 실력자이다. 어쩜 처음부터 살인자의 범위가 좁혀져 있고 그들 중 한 명이라는 설정으로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가독성으로 책에 빠져 읽게 되었다. 살인자를 추리하는 재미와 함께 화공으로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보여주면서 그들의 인간 답지 못한 삶에서 오는 고뇌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알아가는 것도 또 다른 흥미를 가져다준 소설이다. 이제 을지문덕 탐정록 첫 번째 시리즈 <온달장군 살인사건>을 더 빨리 읽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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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장군'의 무덤에서 의문의 연쇄 살인이 벌어집니다. 관직에 있는 을지문덕이 우연한 인연으로 사건을 맡아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되죠. 그의 곁에는 탁월한 조력자 이문진 박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사건건 을지문덕에게 시비를 걸며 그의 자리를 노리는 연태조도 있습니다. 또한 '담징'이라는 여린 소년과도 과거의 연이 있지요. 바로 이 '담징'이 유력한 범인으로 떠오르면서 을지문덕의 수난(?) 시대가 펼쳐집니다. 희대의 화공이었던 남자가 온달장군의 무덤에서 끔찍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그를 스승으로 시중들던 담징이 얽혀든 것을 밝혀야했던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하는 상황. 연태조가 준 시간은 단 5일.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살인이 또, 또, 또 벌어집니다. 범인의 기묘한 행적은 기행에 가까울 정도로 짐작조차 가지 않는 인물로 비칩니다. 역사는 아니고 등장인물 간의 시대도 맞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다 보니 몰입감이 높았어요. 특히 화공에 대한 깊이 있는 심리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 서로를 향한 질투와 거짓. 영원히 남기를 바랐던 작품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 간절히 원해도 그릴 수 없었던 자신만의 그림에 대한 욕망. 죽은 자를 위한 그림을 그려야만 했던 화공들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은 고통의 삶이었습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계를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아요. 마치 진득한 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도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서 매우 궁금했는데, 퍼즐이 맞춰지듯 하나씩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해서 재밌었어요. 그 과정에서 을지문덕의 강건하고도 절도 있는 행동은 감동적이기까지.
전작 <온달장군 살인사건>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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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작가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소설 추리 소설의 장르도 처음이다. 을지문덕 탐정록? <무덤 속의 죽음>은 올해 2월에 출간된 <온달 장군 살인사건>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무덤 속의 죽음>을 먼저 읽어보고 전작을 보아도 될지 맘에 걸리지만 우선 읽어보기로 한다. 늙은 화공 거타지, 온달장군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무덤 안으로 들어간 거타지는 다음날 아침 무덤 안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화공 무리의 수장이자 스승인 거타지는 손에 화상을 입은 흔적이 있었지만 부검 결과 독살로 판명이 난다. 거타지의 물감에 독이 들어있었고 물감의 색을 빼기 위해 붓을 빠는 버릇이 있던 거타지는 물감 안의 독에 독살을 당한 것이다. 거타지의 물감을 관리했다는 이유로 열다섯 밖에 되지 않은 담징이 거타지의 살해 혐의를 받게 된다. 젊은 관리인이 거타지의 관해 묻던 과정에 거타지의 제자 중 욱도해의 빠른 말변으로 담징이 의심을 받게 되면서 잡혀가려던 중 때마침 거타지의 제자였지만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떠났던 몽부가 돌아왔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스승님이 돌아기신 직 후 돌아온 터라 몽부도 역시 의심을 받은 채 담징과 함께 옥으로 끌려가게 된다. 담징이 잡혀가기 전 을지문덕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 소식을 들은 을지문덕은 지인 이문진과 함께 사건을 해결을 하기 위해 나선다. 셜록홈스와 왓슨의 콤비같은 분위기를 보이는 을지문덕과 이문진의 수사는 주변 인물부터 조사하며 시작하게 된다. 을지문덕과 이문진에게 있는 시간은 단 5일! 5일 안에 거타지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담징의 혐의를 벗겨야 한다. 담징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을지문덕과 이문진 이곳저곳을 수색하며 수사를 해나가지만 특별히 이렇다 할 증거를 잡지 못하고 사건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계획하고 결국 또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또 다른 살인을 마주한 을지문덕과 이문진, 사건 해결은커녕 또 다른 살인 사건들이 줄을 서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p.44 나는 죽였다. 아니 죽이고 말았다. 내 부모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스승을.... 나는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쓸려가는 죄책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토해낸다고 죄악이 씻겨나갈까? 또 다시 손이 떨려왔다. 물감에 독약을 넣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주변 인물인 시기 질투가 많은 욱도해와 덩치 좋은 마량, 자유를 찾아 떠났지만 스승의 부름에 다시 돌아온 몽부, 이 세 사람을 의심하면서 하나하나 추리해나가는 을지문덕과 이문진,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로 도망간 담징이 감추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지 궁금증이 더욱 커지기만 한다. 전체적인 내용에 범인인듯한 인물의 시선으로 이어가는 범인의 독백과 번갈아가며 <무덤 속의 죽음>의 이야기를 흘러가며 범인과 함께 마지막 반전을 보여준다.
p.125 아주 잠깐 두려움이 들었지만 그것은 이내 키득거림으로 변했다. 을지문덕이 죽은 스승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스승님을 직접 죽인 게 아니다. 스승님은 내가 물감에 독을 넣은 사실을 몰랐다. 아니, 짐작이나 했을까? 누굴 죽일까? 다시 낄낄거림이 찾아왔다. 첫 번째 저지른 살인이 두려움과 흥분으로 범벅되었다면, 두 번째 살인은 짜릿함이었다.
한국형 역사 추리 소설 <무덤 속의 죽음>의 을지문덕과 이문진의 매력을 보니 전작 <온달 장군 살인사건>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궁금하면 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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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실재하는 고분 환문총 안에 그려진 벽화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중국 길림성의 집안에 있는 고구려의 무덤 중에 환문총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 무덤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바로 널방의 벽에 그려진 둥근 무늬 아래 희미하게 춤추는 것 같은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렸다가 그 위에 다시 회칠을 하고 둥근 무늬를 그려 넣었거나 잘못 그린 그린 것을 덮으려고 덧칠한 후 동그라미를 그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환문총처럼 그림 자체의 양식이 변경된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말한다
상상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작가는 이 사소한 흔적에 인간과 예술 기술과 욕망 미의 본질과 예술의 본질 등 첨예한 대립구조를 적용하여 한 편의 멋진 소설로 탄생시켰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르네상스의 기운이 막 피어나던 그즈음의 분위기를 감지한 것은 아마도 사람 중심의 서사 때문일 것이다 특히 벽화 작업의 당위성을 두고 각 화공들이 갑론을박 하는 장면 시력을 거의 다 잃은 화공 거타지가 죽음을 앞두고서야 남길 그림과 남겨야 할 그림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는 장면 천재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았던 담징이 인간의 탐욕 앞에서 좌절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인 살인자의 독백과 반전 씬은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읽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 주리라 확실하면서 미스티 아일랜드가 엄선한 신작 무덤 속의 죽음을 자신있게 권한다
전작이 운명이라는 허명 아래 고뇌한 개인 온달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풀어가는 작업이었다면 신작 무덤 속의 죽음은 불세출의 화공 거타지를 중심으로 당대 화가들의 각기 다른 예술관과 인간적 욕망이 격돌하는 치열한 현장을 무덤 벽화와 연쇄살인이라는 틀 아래 풀어낸 수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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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의 신작 추리소설이 나왔다. 『무덤 속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전작 『온달장군 살인사건』 다음 이야기다. 전작을 읽진 못했지만, 책을 읽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별개의 사건에 대한 을지문덕 탐정의 활약을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전작에서 죽은 온달장군의 무덤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온달장군 무덤 속에 사신도 벽화를 그리기 위해 홀로 들어가 작업을 하던 당대의 최고 화공인 거타지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검시 결과 거타지는 독살되었다. 물론, 손에 화상을 입은 흔적과 함께 독살된 거타지. 그 범인으로 거타지의 문하생인 담징이 지목된다. 바로 스승의 물감을 담징이 담당했다는 이유에서다(물감에 독을 탔음이 밝혀진다.). 범인으로 몰린 담징은 억울하다며 을지문덕을 불러 달라 요청하게 되고, 을지문덕에게 감정이 있던 연태조(연개소문의 아버지로 귀족인 연씨가문의 수장)는 오히려 을지문덕의 이름을 듣자마자 담징을 가두고 처형하려 한다.
이에 을지문덕은 자신이 진범을 잡을 테니 담징을 놓아 달라 요청하게 되고, 이렇게 5일간의 말미를 얻게 된다. 과연 을지문덕은 5일 만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런데, 어째 소설의 부제가 「을지문덕 탐정록」인데, 사건을 좇아가는 을지문덕,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계속 헛다리만 짚는 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을지문덕의 캐릭터가 허당 캐릭터도 아닌 진중한 캐릭터인데 어째 허당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건 왜일까
아무튼 소설은 과연 누가 거장 화공인 거타지를 죽였는지 그 범인을 밝혀나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정작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거타지를 스승으로 둔 제자들은 모두 거타지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스승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인해,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자신의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동료에게 향한 스승의 시선에 대한 질투로 인해, 등등 모든 제자들은 거타지에 대한 살의를 품고 있다.
그래서 더욱 범인이 누구일지 오리무중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살의를 품고 있던 모두가 결국 범인이라 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범인이 누구냐 보다는 왜 죽였느냐 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거타지의 제자들은 모두 잠재적 살인자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범인이 누구냐는 문제를 작가는 놓지 않고 가져간다. 이는 ‘나’라는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범인은 ‘나’라는 1인칭시점으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회상하기도 하고, ‘나’라는 시점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 부분이 독자를 속이려는 작가의 트릭이다. ‘나’가 한 사람이 아니니 말이다(솔직히 이건 반칙이다.). 그러니 작가는 여전히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끈을 놓고 있지 않은 셈이다.
아무튼 범인이 누구인지를 끝끝내 끌고 가지만, 또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림에 대한 자세다. 아니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무덤에 그려진 벽화가 갖는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끊임없이 충돌시키며 여기에 대해 이런저런 작가의 말을 들려준다. 특히, 사신도와 풍속도는 사후 세계관의 차이로 접근하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아울러 작가는 작심한 듯 멋진 문구들을 곳곳에 포진시킨다. 봐라! 내가 이렇게 멋진 문구들을 적어놓았다 하듯. 물론, 때론 너무 멋진 척하는 대사들이 오히려 닭살을 돋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멋진 문구들을 만나는 것 역시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아무래도 전작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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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독서모임에서 한국형(?) 탐정소설을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을지문덕탐정록"이다. 연이어 읽는 탐정 소설이 꽤 탄탄하고 짜임새있다. 외국 장르소설을 주로 읽었었는데, 요즘 들어 있는 책들로 인해서 우리 장르 소설의 인식이 꽤 많이 바뀌었다. 어떠한 소설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정명섭 작가님은 <저수지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었는데, 원래 장르소설을 쓰신다니 이러한 필력을 가지신 분이구나라며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이 책은 <온달 장군 살인사건>에 이어 을지문덕이 명탐정으로 활약하는 역사추리소설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저자의 작품목록에 <온달 장군 살인사건>을 보고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바로 온달장군의 무덤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관련된 이야기이니 말이다. 고구려의 무덤 중에 '환문총'있는데, 이 환문충이 특별한 것은 둥근 무늬들 사이로 희미하게 춤추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흔적때문이다. 애초에 다른 형태의 그림을 그렸다가 그 위에 다시 회칠을 하고 둥근 무늬를 그려 넣은 것이다. 꼼꼼하게 회칠을 해서 가렸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안쪽에 숨어 있던 원래 그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p.415)그림들을 수정을 했을텐데, 그림 자체의 양식이 변경되었는데, 이처럼 벽화의 양식이 변하는데에 있어서 화가들의 생각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저 을지문덕과 담징 등 꽤 친숙하고 역사속 실존인물들이라 흥미로웠는데,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읽고나니 저자에 상상력에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온달장군의 벽화를 그리는 화가 집단의 우두머리인 거타지가 무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손에는 화상도 입었지만 그로 인해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독살로 밝혀지고, 붓에 색을 빼기 위해 입에 문다는 행동으로 보아 물감에 독이 들었을것으로 예상하고, 물감을 관리하던 담징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담징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을지문덕을 찾았고, 그는 5일의 말미를 얻어 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한다. 하지만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을 하게 되고, 무언가를 알아차린 담징은 도망을 치게 된다. 담징의 누명을 벗겨줌과 동시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을지문덕은 꽤 난감한 처지에 이르게 되는데.. 묘주가 원하는대로 벽화를 그려줘야 하는 화공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예술관들이 존재했고, 또 서로들 인정을 받기 위해 모함하고, 암투도 등장한다. 비록 소설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옛날에도 사람사는 세상은 다 똑같지 않은가. 인간의 증오와 욕망은 또 다시 살인의 씨를 뿌릴겁니다(p.226)라는 말을 보면 인간은 다 똑같고 어느시태나 증오와 욕망 때문에 사고를 치르는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나, 살수대첩으로 수나라를 물리친 장군으로만 을지문덕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탐정으로서 그의 등장은 꽤 신선하고 독특하다. 또한 중간 중간 살인자의 독백이 등장한다. 살인자의 독백이 등장하는 것은 뭐 여느 추리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지만 범인을 잡아내겠어라는 생각으로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길을 잃고 만다. 아마도 독자들을 홀리는 듯한 저자만의 매력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많은 역사속 인물들이 탐정으로 등장을 했지만 을지문덕이야말로 꽤 독특한 인물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사랑받는 그런 인물이라서가 아니였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