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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지게를 받쳐 놓고 풀 위에 앉았습니다. 윤희도 옆에 앉았습니다. 밤인데도 바람 한 점 없이 몹시 무더웠습니다. “패랭이꽃이 세 송이나 폈구나.” 아버지는 모자를 벗어 부채질을 하였습니다. “예, 세 송이예요.” “해마다 보면 이곳에 패랭이꽃이 많이 피지. 아무리 가물어도 꽃이 피고,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그 이듬해 보면 싹이 트고 또 꽃을 피우거든. 더 붉게 피려고, 많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법이 없지. 뿌리 내린 만큼 자라는 거야. 아카시아, 소나무, 갈참나무 사이에서도 싱싱하게 자라지.” 아버지는 별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길게 하였습니다. 윤희는 그 이야기를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새겨들었습니다. 하늘엔 별이 가득했습니다. (「패랭이꽃」, 199 - 201쪽)
날이 가물어 어른들은 서로 제 논에 물을 대려고 싸우고, 그에 따라 아이들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날들입니다. 그렇지만 윤희 부녀는 힘겨운 처지에서도 서로 위하며 살고 패랭이꽃의 아름다움과 공생의 미덕을 길어 올립니다. 이렇듯 동화집에는 척박한 현실에서 찾아낸 공생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아비와 자식 세대를 잇는 공생(「타작하는 날」,「장도리 하나」,「아버지의 바다」,「풀꽃」,「날개옷」)이 있고, 핏줄을 넘는 공생(「가슴 속에 떠오른 달」,「재현이의 하루」)이 있으며, 사람과 동물 사이의 공생(「쫓겨 다니는 나무」,「미루나무가 찾은 행복」,「얼룩아, 얼룩아」,「달나난 노루」,「못으로 돌아간 자라」,「강아지와 소년」,「떡붕어와 종만이」,「뜸부기」)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쟁의 참상을 그린 작품(「복숭아밭」)도 있습니다. 스무 해 전의 작품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대에도 의미 깊은 수작들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교정이 일부 되지 않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