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육식보다는 채식이나 해산물을 좋아하고,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재료 그대로의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지라 자연주의 식탁이라해서 냉큼 그런 기대를 했다. 푸성귀 가득한 양념과 조리법이 별로 필요없는 그런 샐러드 가득한 식탁인가 했다.
그런데 귀네스의 식탁은 그런 자연식 식탁이 아니었다. 자연식이라기 보다는 건강한 식재료-예를 들면 유기농 방목을 한 닭이라든가 근처에서 자라는 유기농 채소, 자신의 아이들과 직접 텃밭에서 가꾼 채소 등-를 사용한 건강한 식탁에 가까웠다. 또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것, 햄버거, 쿠키, 머핀 등도 못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지 않고 균형있게 섭취할 수 있도록 건강한 재료를 선별해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죄책감없이 즐기게 한다. 요리할 때도 귀찮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을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재배하고 손질하고 요리하고 함께 즐겁게 먹는 지혜로운 엄마다.
다른 요리책과 다른 특별한 면이 있다. '자연주의 식탁'이란 제목이 의아했는데 아마도 출판사에서 웰빙에 맞추느라 선택한 제목인가 보다. 원제[My Father's Daughter]가 훨씬 와닿는 책이다. 가족을 위한 요리를 즐기는 아버지와 어려서부터 함께 요리한 딸로서, 식도암에 걸린 아버지의 식이요법 때문에 선택한 식생활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을 10여년동안 경험하면서 축적한 노하우가 녹아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요리마다 그녀의 추억, 지인들, 아이들, 자주 찾는 레스토랑 등의 이야기와 가족의 사진을 곁들여 에세이 같기도 하다. 귀네스가 직접 요리하고 그녀의 주방과 식탁을 찍은 사진들인 것도 팬의 입장에서 소장 가치가 있을 만큼 흐믓하다. 스티치 자수가 있는 식탁보, 손잡이가 매끈해진 식기, 살짝 물빠진 냅킨 등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물론 이빠진 컵이나 금이간 볼을 그냥 사용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루는 밤에 아버지와 단 둘이 '코르토나'라는 작은 동네에 간 적이 있어요. 몸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동네 아담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결정, 우리는 팔짱을 낀 채 초가을 공기를 마시며 자갈길 언덕을 오르내려서 오래된 아름다운 식당에 도착했어요. 따뜻한 환대를 받으면서 손바닥으로 직접 말아 반죽한 피치에 버무린 천상의 오리 라구를 먹었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날로부터 사흘 뒤 세상을 떠나게 될 아버지는 딸에게 평생 힘을 주는 지혜를 남겼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 자존심을 지킨다는 것, 나 자신의 의욕과 가슴을 존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말씀하셨지요. 또 오랜 세월 당신의 사랑인 어머니 얘기를 하며 인생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상대방을 숨 쉴수 있도록 해 주는 그런 자유가 결혼생활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에게 기쁨을 선사해준 우리 남매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함이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어요.
우선은 자주 해 온 그녀 가정의 요리여서 그녀만의 Tip이 나와 있다. 요리법이 간단해서 그녀의 찬장-우리는 주식이 아닌지라 그렇게 준비해 놓을 필요는 없을 듯 하지만 우리나라 양념들도 그런 식으로 말리고 썰고 우려서 준비해 놓으면 좋을 듯-처럼 준비해 놓는다면 손님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든, 가족이 출출해 할 때 1시간이내에 근사한 상차림을 할 수 있다. 심지어 10분이내에 가능한 밤참(?)용 요리도 꽤 있다. 한 번 따라 해 먹고 싶은 자두케첩이나 다양한 소스가 소개되어 있어서 샐러드 음식을 먹을 때 응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주로 외식을 통해 먹는 음식들이라 집에서 이렇게 간단하게 건강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주요 잇점 중 하나다. 특히나 귀네스가 자주 가는 외국의 맛집들의 맛을 흉내낸 요리도 있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귀네스를 봤다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요리 프로그램에 나온 귀네스를 봤다고 하고 싶다.
![]() ![]() ![]() ![]() ![]() ![]() |
|
기네스 펠트로가 처음 헐리웃에 데뷔할 때만 해도, 브래프 피트의 전 여친 이상 큰 이미지를 남기지 못 했다. 얼굴도 평범하고, 다만 큰 키와 묘한 영국식 억양, 그리고 빵빵한 집안이 다소의 후광을 던진다뿐, 어찌 보면 이 세 요소가 이상한 부조화까지 이뤄 보는 이에 따라 더 안쓰러운 모습이기까지 했다. 어정쩡한 장점은 아예 없는 것만도 못할 때가 있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세상사의 분명한 이치 중 하나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