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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일기로 역사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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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여섯 살에 아버지를 잃었으니 아버지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사셨는지 직접 듣기도 했지만 너무 짧게 들었다. 식민지 조국에서 태어나 조국을 삼킨 일본은 물론 이곳저곳을 떠돌며 갖은 고생을 하다 다시 고향에 정착하여 가난하게 살다 간 아버지에 관해 조금 더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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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여섯 살에 아버지를 잃었으니 아버지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사셨는지 직접 듣기도 했지만 너무 짧게 들었다. 식민지 조국에서 태어나 조국을 삼킨 일본은 물론 이곳저곳을 떠돌며 갖은 고생을 하다 다시 고향에 정착하여 가난하게 살다 간 아버지에 관해 조금 더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버지 삶이 곧 우리 아버지 세대의 역사였는데 말이다.


이 책은 1952년 부산에서 발행하던 잡지『소년세계』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한창 6․25가 끝나지 않은 시기에 식민지 조국을 배경으로 쓴 소년소설이다. 유복아 영재가 아버지 일기를 읽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액자소설 구성이다. 영재의 아버지 현우의 삶이 소설의 거개를 이루는데 현우의 행적은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녹아 들어가 있다. 이야기는 현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종의 신분으로 태어나 자존감을 갖고 산 영재의 할아버지 김동이와 할머니 삼월이, 그리고 그이들을 보고 자라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현우. 김동이 - 현우 - 영재로 이어지는 3대의 이야기인 셈이다.


현우의 삶이 식민지 나라에서 고향을 지키고 후학을 가르치는 삶이다 보니 자연스레 영재는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훌륭하신 아버지”로 여긴다. 그러면서 “매양 아버지가 아름다운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저 하늘”, “이 하늘을 인 이 마을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마음먹는다. 아버지 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고향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앞서는 작품이지만 목적의식만 넘치지는 않는다. 재남리 학살사건과  3․1 만세운동 같은 시대 상황을 핍진하게 그리는가 하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줄 싸움 같은 농촌의 풍속을 자세하게 그린다. 아울러 현우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이 워낙 눈물겨워 감동하게 한다. 특히 현우 아버지는 일본의 고문으로 목숨을 잃고, 어머니마저 불구가 되어 현우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니 이들의 단란했던 한때는 너무 안타깝다.


아버지의 성미를 맞춰 현우는 구성지게 ‘아리랑’을 켰다.

아버지는 속으로 장단을 맞추시는지, 가만히 보니까 좌우로 어깨를 들었다 내렸다 했다.

“에그, 망칙두. 꼭 어린애 같어.”

보다가도 그냥 있을 수가 없었던지 어머니도 하던 바느질을 쉬고서 킥킥킥 웃었다.

세 가족은 서로들 얼굴을 건너다보면서 한꺼번에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참으로 행복한 식구였다.

현우는 잠시 잊었던 하느님의 은덕이 다시금 느껴졌다.

“하느님, 이제부턴 제발 우리 집안에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해 줍소서.”

현우는 마음속으로 또 한 번 빌었다. (151 - 153쪽)


현우가 만든 해금을 아버지가 매끈하게 대패질을 했는데 그것으로 아버지를 위해 아리랑을 켜니 아버지는 어깨를 들썩이고 어머니는 망측하다 하다면서도 웃는 장면이다. 이들의 행복은 순식간이다. 현우의 바람대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행이 잇따르니 말이다. 그렇지만 현우는 불행한 일을 겪으며 강한 생명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그리하여 스물네 살에 어려서 자신을 도와줬던 고향 동무 선희와 결혼한다. 마을의 젊은이들에게 독립 사상을 넣어 주었다 하여 서른네 살을 한평생으로 감옥에서 목숨을 잃지만 유복자 영재를 남긴다. 비록 살아서는 영재 얼굴과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지만 현우의 삶은 영재에게 이어진다. 영재 또한 아버지처럼 고향에 남아 현우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니 이들 삼대는 우리 민족의 끈질긴 삶과 역사를 보여준다 할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g*******g 2011.05.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