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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부모님이 소위 '내가 어렸을 때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무척 싫어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했지만 비교하면서 지금을 평가하고자 하는 이야기라면 처음부터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들한테 어렸을 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지나칠 정도로. 그리고 남편이 아이들에게 '아빠가 어렸을 때는 말이야'로 이야기를 시작할라치면 조목조목 따지곤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이 책이 마치 어른이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겪었던,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러나 작가는 마치 나의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작가의 말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에만 기대는 작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라는 지하자원을 현재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면서. 그런데 왜 나는 작가가 어린 시절의 추억에 기대어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걸까.
이 책은 문화혁명의 격변기에 중학생이었던 남자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아동청소년문학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읽히고자 하는 목적이므로. 그래서 대개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우리의 성장소설을 읽다가 이처럼 몇 년간의 생활을 주루륵 훑는, 특별한 사건이랄 것은 없지만 분명 인물들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읽으려니 마음은 편안했으나 심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황선미 작가의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이 생각난다. 상당히 자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그동안 날카롭게 문제를 끄집어내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황선미 작가의 여타의 작품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모르긴 해도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묻어두고는 배길 수가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더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혹시?
린빙이 문화혁명 당시 중학생이었다면 그나마 부모님이 상당히 깨인 분이 틀림없다. 하긴 린빙의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다니 공부는 해야한다고 생각했겠지. 학교를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아서, 혹은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여겨서 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가 많았던 상황이 우리의 5,60년대와 비슷하다. 린빙은 학교가 멀어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추억이 쌓였을 것이다. 게다가 유마디 중고등학교를 다닌다는 것 자체로 식자의 상징이자 우러음의 대상이었으니 그들의 어깨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겠지.
처음 기숙사에서 한 방을 쓰게 된 마수이칭과 셰바이싼, 류한린과의 생활이 소소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린빙이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 이야기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담담히 서술할 뿐이다. 특히 마수이칭은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아이다. 자신의 분노를 죄없는 할아버지에게 풀며 지내는 모습은 아슬아슬하다. 혹시 저러다 무슨 사고라도 치는 게 아닌가 해서 말이다. 우리 작가의 책이었다면 분명 사고치고 여차저차하면서 뉘우치던가 새사람이 되는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마수이창은 끝까지 인간적이다. 아니,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전형적인 청소년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다녔던 문화혁명 당시의 상황도 잠시 보여준다. 어찌보면 유마디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타도의 대상이 될 수 있을텐데 아직 생각의 깊이가 얕은 학생들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당시 지식인으로 보이기만 하면 고초를 겪었다던데 유마디 중학교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마 소설 속에서 만나는 이러한 사건이나 문화가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이런 책의 존재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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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빨간 기와>로 작가 차오원쉬엔의 이름은 이제 내게 낯설지가 않다. <빨간 기와>에서 중학교를 빨간 기와로, 고등학교를 까만 기와로 이미 언급한 바 있었던 탓에 <<까만 기와>>는 더 흥미를 느끼고 읽을 수 있었다. <빨간 기와>가 불안정한 시절에 사춘기를 보내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라면 <<까만 기와>>는 빨간 기와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빨간 기와>에서 린빙은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하게 되지만 학교 생활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기에 절망적이기 않을 것임을 시사했기에 이후의 삶이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반갑다. <빨간 기와>에서는 이제 막 청소년이 된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까만 기와>>는 청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이 뒤집히는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뜻밖의 행운으로 까만 기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내 미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문 9p)
노동자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가난하고 척박한 노동자의 삶을 묵묵히 견뎌 내며 꾸역꾸역 살아갈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기로 가까스로 마음먹었던 린빙은 고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된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탕좡 마을 출신의 탕원푸가 권력을 잡으면서 탈락된 학생들 중 몇을 골라 입학자 명단에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올랐던 몇 명이 탈락되면서다.
두창밍과 탕원푸의 끝나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린빙은 운명의 장난처럼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 다툼은 학교 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빨간 기와에서도 언급되었던 백곰보와 스챠오완의 불륜이 양쯔에 의해 들통이 나고 쑤펑에 의해 백곰보는 쫓겨나게 되지만 백곰보의 복수로 추락하게 되고, 여전히 강가 움막집에 살고 있던 왕루안 교장 선생님의 내력을 알게 된 린빙과 친구들은 왕루안 교장의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왕루안을 쫓아냈던 왕치완 교장 대신 왕루안을 다시 교장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묘해서 빨리 가기를 애타게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점점 더 더디게 가면서 사람의 애를 태우게 마련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모든 끈기를 동원해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시련을 견뎌 내었다. (본문 196p)
까만 기와에 과분한 교사였던 아이원 선생님이 담임으로 오게 되면서 린빙은 예쁘지는 않았지만 우아했던 아이원 선생님에 대한 동경과 도움으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꿈꾸게 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힘겨워하던 자오이량은 결혼계획과 함께 자기 인생을 다시 설계하려하지만 비파에 대한 동경이 그를 힘겹게 한다. 빨간 기와시절부터 좋아했던 타오훼이에게 고백하지 못 하던 린빙은 용기 내어 편지를 쓰지만 답장을 받지 못하고 타오훼이 주변을 돌면서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린빙과는 비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대장간의 푸사오추안과 메이쯔의 불륜과 애증의 관계, 지주 집안의 양원푸와 그가 좋아하는 샤렌상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또 다른 인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린빙의 모습 등이 연작소설처럼 그려졌다.
<<까만 기와>>는 독자들로 하여금 청년이 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청소년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관한 갈등과 혼란에 관한 타인의 삶을 통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하여 혼란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이 지금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는 성찰의 기회를 줄 수 있을 듯 보인다. 이 작품에서 보게 되는 또 다른 재미는 권력으로 달라지는 인간의 모습과 본성이었는데, 왕루안과 왕치완 교장을 통해 그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쉬이룽의 모습도 그러하다.
중3 딸아이의 가장 큰 고민은 진학문제이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찾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딸아이에게 고등학교 입학은 지금 가장 큰 장벽이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닌 자리에 서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기에 딸아이에게 이 책은 자신의 위치와 진학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빨간 기와>와 더불어 청소년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까만 기와>>는 학교 생활 모습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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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와 마음이 자라는 나무 035 차오원쉬엔 지음 푸른숲주니어
소설 '빨간 기와'는 수줍음 많은 소년 린빙이 유마디 중학교에 다니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린빙은 마수이칭, 류한린, 셰바이싼과 친해지고, 챠오안이라는 아이를 만난다. 챠오안은 위압감을 내뿜던 아이였다. 마수이칭의 작전에 의해 챠오안은 반장 선거에서 실패를 맛보고, 셰바이싼이 반장이 되면서 넷과 챠오안은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 린빙은 왕루안을 위해 백공오와 거래도 하고, 전국대연합에 참가도 하는 등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곡마단 공연에서 본 가을이와 타오훼이를 보면서 사춘기 시절의 풋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빨간 기와에서는 이 책의 배경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여러가지 일 들로 표현하고 있다. 전국대연합에 참여한 린빙과 아이들의 모습,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파괴된 당황, 딩양의 행복, 그리고 일기장 사건이 그 예이다. 빨간 기외에서 기장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아름다운 묘사였다. 각 챕터들에 기승전경이 있다기보다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익살스러운 린빙의 일상과 대조되는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도 좋았다. 중국소설이 일본소설보다 아기자기하고 감성직이지는 않지만, 친근하면서도 투박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시골의 정취같은 것이 묻어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약간은 잔잔하고 담담한 일본소설의 인물들에 비해 중국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적극적이고, 감정에 솔직해서 친근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일본소설도 좋아하고, 중국소설도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중국소설은 황베이쟈가 쓴 '상큰한 오렌지, 작은 물고기' 였는데,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고 스토리도 좋았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 작가(차오원시엔)의 다른 작품인 '빨간 대문-푸른숲주니어의 마음이 자라는 나무 024'도 읽어보고 싶다. 2013.8.4.(일) 이지우(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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