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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을 응원해 (올해 하반기 내 최고의 작품)
"그녀들을 응원해 (올해 하반기 내 최고의 작품)" 내용보기
지난 상반기에 너무 좋았던 작품 3 + 1 (이건 원서로 읽었는데 번역서로 나와서)를 선정해봤는데, 이 라라 프레스콧의 작품은 하반기에 가장 좋았던 작품중 하나로 들어갈 듯 싶다. 최근들어 스파이스릴러를 본격적으로 읽어보자며 빠져들었고, 그러지않아도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와서 기쁘게 주문해서 묵히지않고 바로 잡고 읽었는데, 처음부터 문장이 너무나도 좋아서 너무 좋았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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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에 너무 좋았던 작품 3 + 1 (이건 원서로 읽었는데 번역서로 나와서)를 선정해봤는데, 이 라라 프레스콧의 작품은 하반기에 가장 좋았던 작품중 하나로 들어갈 듯 싶다. 


최근들어 스파이스릴러를 본격적으로 읽어보자며 빠져들었고, 그러지않아도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와서 기쁘게 주문해서 묵히지않고 바로 잡고 읽었는데, 처음부터 문장이 너무나도 좋아서 너무 좋았다. 그러다 중간이후부터는 눈물이 날 것 같았고, 그리고 그걸 참으면서 끝까지 읽었을때 너무나도 뿌듯한 마음에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강아지가 가고난 뒤 나에게서 하나 달라진게 더 이상 리뷰를 정성들여 쓰지않는다..였는데, 예전이였다면 정말 줄긋기한 부분을 죄다 여기에 타이핑 했을텐데..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이 작품은 스파이스릴러라고 말하기에는, 스파이에 촛점을 두었다면 도대체 어느부분이 스파이, 접선을 할 가치가 있는지 의아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창한 부분도, 잡힐까봐 가슴떨리는 부분도 거의 없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스탈린과 후루시초프의 소비에트연방을 살던 수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이 숙청되고 지식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던 시절, 검이나 총이 아닌 바로 문학과 예술을 자유롭게 누리며 개인의 자유가 소비에트의 체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얼어붙은 나라에 조용히 전파하기 위해선 이렇게 은근한 햇빛이 강력한 바람보다 옷벗기기엔 최적이었다.


이 책의 배경을 조사하다보니, 지바고 이펙트란 책도 있어서 이 닥터 지바고에 대한 미국 정보국의 활약을 다루기도 했던데. 


책 뒷장에선 세 명의 여자가 나온다. 보리스 파스테르냐크의 뮤즈이자 라라였던 올가,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하다 다시 돌아온 샐리, 러시아 이민자의 딸로 타이피스트로 미국 정보국에 취직한 이리나. 하지만 난 이리나의 엄마를 여기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그녀가 언제나 성공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드레스들이 사실은 선물이었다는 부분에서 나는 정말 너무나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감동을 받았다. 그러게. 자신이 힘들었다고 남들도 다들 힘들어야하는 것은 아니지. 내가 힘들었으니까 남들은 그 힘든걸 걸어갈때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은거겠지.


읽다가 다소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파스테르냐크가 올가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려던 날 올가는 그의 아이를 임신한채 수용소로 끌려갔고, 그리고 3년이 지나서여 그것도 스탈린이 죽어서 나올 수 있었는데 파스테르냐크는 또 다시 이별선언은 그녀의 딸에게 전달하려 했다니. 이런. 그렇게 대단해서 인류가 누려야 하는 작품이라지만, 또다시 올가에게 두려움으로 오는 것을 먼저 이해하지못하다니, 나르시스트인가..하고 한참 분노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못하면서 무슨 인류를...하고 말이다.


그리고 또 읽다가 응원하고 싶었던 샐리의 인생. 언제나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싶어서 가장 맨 낮은 것에 매달렸던 그녀가 결국은 모든 이들이 자신을 그저 이용했다는 것을 깨닫고 가버렸을때 진심으로 행복을 바랬고, 엔딩에서 그녀의 행복의 일부를 확인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좋은 아이디어는 죄다 정보국의 남자들에게 빼앗기지만 그럼에도 조용히 자신들의 행복을 찾고있던, 정말 중요한 비밀은 다 알고있었던 정보국의 타이피스트 여자들 또한 그들의 행복을 조용히 응원했다. 


일부는 픽션이고 일부는 사실이겠으나, 난 이 닥터지바고란 작품보다는 그 작품이 개인을 짓밟는 어떤 체제를 없애기 위해 무척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일을 했다는 사실을 평가하고 싶다.


나중에 파스테르냐크에 대한 재섭단 느낌이 좀 사라지면, 닥터 지바고를 읽어야지. 그젠가 어젠가 우연히 하루종일 틀어놓는 클래식 FM에서 라라의 테마가 나왔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k*****k 2020.09.2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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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걸작 '닥터 지바고', 세상 빛 보기까지
"금지된 걸작 '닥터 지바고', 세상 빛 보기까지" 내용보기
약 500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책을 간만에 속도 내어 읽었다. 전에는 종종 있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러기가 힘들었다. 두께에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기 바빴기에. <우리가 간직한 비밀>은 소설이다. 여느 장르보다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게 소설이긴 하나 이 책의 경우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난 세기 인류에
"금지된 걸작 '닥터 지바고', 세상 빛 보기까지" 내용보기

약 500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책을 간만에 속도 내어 읽었다. 전에는 종종 있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러기가 힘들었다. 두께에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기 바빴기에. <우리가 간직한 비밀>은 소설이다. 여느 장르보다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게 소설이긴 하나 이 책의 경우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난 세기 인류에게 긴장을 선사했던 냉전 체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그의 작품 <닥터 지바고>에 대한 이해가 바로 그것이다. 부끄럽게도 난 문외한에 가까웠다. 내가 지닌 지식이라고는 해당 작품이 영화화돼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는 게 전부였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아닌 파스테르나크여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동서로 양분됐던 지난날의 질서와 닮은 꼴을 하고 있는 작품의 구조 탓에 초반에 고전했다.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은 세상 간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존재할지, 나도 모르게 작가의 역량마저 의심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우선 <닥터 지바고>라는 작품이 있어야 마땅했다. 이 작품의 저자인 파스테르나크는 다소 반체제적 성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스탈린이 그의 글을 애독한다는 이유로 많은 동료 작가들이 숙청 당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았다. 그의 곁에는 올가 이빈스카야가 있었다. 이미 두 차례 결혼한 그녀를 세상은 부적절한 사랑의 주인공 즈음으로 기억할 뿐이지만 이 인물의 역할은 그보다 훨씬 중요했다. 비서이자 대리인이었으며, 어쩌면 파스테르나크가 짊어져야 했던 무게를 대신 짊어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강제 노동 수용소를 오가면서도 침묵했고, 독한 산통 끝에 탄생한 <닥터 지바고>로 인하여 또 다시 고통스러운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앞서 언급한 두 인물이 ‘동’에 속했다면, 정보국 소속 타자수들은 ‘서’에 속했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그들은 자신의 남자 동기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 시절 여자들은 결혼하면 직장을 당연히 떠나는 존재로 여겨졌고, 남성들보다 어쩌면 더 똑똑하지만 사회의 기대가 터무니없이 낮은 나머지 좌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소설 속 여자들은 냉철했다. 타고난 직감과 명석함으로 조직 내외의 일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파악했다. 굳이 말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언지를 알고 있었다. 그 중 샐리와 이리나는 특히 돋보였다. 러시아 배경을 타고난 이리나가 일명 지바고 작전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일종의 역량을 불어넣어 준 건 다름 아닌 샐리였다. 두 인물이 서로를 향해 품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동료애? 정보국은 이들에게 ‘동성애’라는 족쇄를 채움으로써 더 이상의 성장을 허락지 않는다. 소설이니까, 시대가 1950년대니까. 어떠한 이유를 들먹여도 이를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란 어려웠다.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잘 알아서 그랬다. 매카시즘과 더불어 ‘라벤더 공포’라 하는 것이 실제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는 걸 우리의 역사는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남성과 여성을 다분히 의식한 ‘그녀’ 혹은 ‘여성’이라는 단어를 지양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하지만 저자가 여성이었기에 이와 같은 작품이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어찌할 수 없다. 만일 남성 작가가 같은 내용의 전개를 시도했더라면 어떠했을지를 상상해 보게 된다. 이야기 속 여성들은 충분히 분량 할당을 받지 못한 채 이름 없는 타자수, 대작가의 불륜녀 정도로 그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어도 다르게 사고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화려한 무언가를 향하곤 했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 격, 뭔가 직함을 지닌 존재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다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 그다지 중요치 않다 여겨지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될 때가 잦으니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화됐다면, 여느 작품보다도 많은 여성들이 주연격으로 등장해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므로, 그 또한 대환영이다.

이달의 사락 q*****2 2021.0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