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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빌려 세상에 외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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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단편 「얼어붙은 여자」를 읽고    아니 에르노는 《한 여자》, 《남자의 자리》,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나는 어둠 속에 남아 있다》 등의 소설을 썼다. 르노도 상을 포함해 많은 수상 경력이 있고, 2011년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현재 파리 교외에 살고 있다. - 작가소개에서     아니 에르노 작가는 ‘내가 겪지 않은 일을 글로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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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단편 「얼어붙은 여자」를 읽고    


아니 에르노는 《한 여자》, 《남자의 자리》,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나는 어둠 속에 남아 있다》 등의 소설을 썼다. 르노도 상을 포함해 많은 수상 경력이 있고, 2011년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현재 파리 교외에 살고 있다. - 작가소개에서     




아니 에르노 작가는 ‘내가 겪지 않은 일을 글로 쓸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니 에르노의 이번 소설은 마치, 한 편의 긴 웅변처럼 들린다. 자기의 직업이 있는 전문직 여성이면서도 출산 후, 육아와 집안 살림을 도맡아야 하는 막막한 나날들을 조목조목 토로하고 있다.    


첫 페이지부터 가슴이 턱 막힌다. 

“아직 말 못 하는 아이와 함께 빈 방에 남겨진 고독, 하찮고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련의 집안일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누가 나를 선반 한 켠에 치워버린 것만 같다.”(p127)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시간과 몸을 갈아 넣어 온갖 일들을 해내야 하는 사람이 엄마라는 이름을 갖는다. 함께 사는 남편에게는 그런 의무가 전혀 없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생각 자체가 없으며, 퇴근해서 집에 오면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아기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  




집이라는 곳은 바깥에서 일하고 퇴근한 남편에게는 편안한 쉼터겠지만, 여성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오로지 노동의 공간일 뿐인 것이다. 집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 엄마라면 이래야 한다는 강요된 행동들과 시선들, 책 속에 적혀 있는 약자로서의 엄마, 여성이라는 이름을 주인공은 견디기 힘들어한다.   


이 글을 읽으면, 어쩌면 이토록이나 내 삶과 비슷할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정신없이 살았던 모습과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모를 ‘자아’에 대한 상실감과 바닥으로 꺼져가는 듯한 낭패감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30년을 살아오면서 깨닫는다. 한 집에서 살아가는 부부이지만, 서로 다른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에서 주인공은 첫애를 키워 낸 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허물어져 있다. 그리고 또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나는 아기를 낳는 것 외에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다. 그보다 더 나빠질 일은 절대로 없으리라.”(p142)     


주인공은 피난처로 둘째를 갖게 되고 점점 체념해 간다. 집안일과 직장 일을 습관적으로 빈틈없이 처리해 나간다. ‘자아’를 죽이고 얼어붙은 채 살아가는 여자가 된다.  




“책 한 권을 전부 읽어치우는 시간, 친구와 수다를 떠는 시간도 잊었다.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오롯이 일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시간의 리듬과 그 뒤에 찾아오는, 몸과 마음이 갑자기 활짝 열려 자유로이 떠다니는 그 편안한 순간”(p128)   


작가가 사랑한 시간, 가정주부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잊어버린 감각이다. 생각해 보면, 큰 일도 아닌 소확행이지만, 그럴 가능하게 할 시간적 여유를 1분도 가질 수 없다. 시간 빈자가 되어 그런 시간을 오롯하게 가진, “심지어 지루해 할 여유도” 있는 남편을 질투하게 된다.   


“잠든 아이의 세계를 솜으로 둘둘 싸고 싶다.”

이런 불온(?)한 욕망을 꿈꾸지만, 아이가 깨어나면 여느 엄마들처럼 크게 웃고 노래를 불러주며 온 사랑을 아이에게 쏟는다.    


“맹렬하게 아이를 보호할 태세”를 갖추고

“아이 때문에” 마음껏 화를 내지 못하고,

“여성으로서 나의 인생 전부는 다음과 같다.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그리고 한 계단 한 계단마다 망설인다.”(p143)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하고, 강박적이고, 깐깐하고, 무엇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p145)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가답게 밑줄 그은 문장이 수두룩하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에 통쾌함을 느끼지만, 절대불변의 원칙으로 무장된 남편이라는 존재 앞에 아내는 스스로 무너지고 타협하고 직장과 가정, 육아 등 하나도 빠짐없이 챙기며 입을 다물고 얼어붙은 채 살아가게 된다.    


세상 모든 남자에게 읽어 주고 싶은 책이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가까이 사는 남자부터 읽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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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딛고 나를 지킬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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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라 데이비 엮음 『이등 시민』(시대의 창, 2022) 중, 부치 에메체타의 「이등 시민」을 읽고     부치 에메체타는 1944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이부자 마을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 대학에서 사회학 학위를 받았다. 《이등 시민》, 《신부대》, 《모성의 기쁨》, 《달빛 신부》, 《파괴된 샤비》, 《가족》 등 수많은 소설을 발표했다. 런던에서 살았고, 2017년 1월에 영면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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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라 데이비 엮음 『이등 시민』(시대의 창, 2022) 중, 부치 에메체타의 「이등 시민」을 읽고     


부치 에메체타는 1944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이부자 마을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 대학에서 사회학 학위를 받았다. 《이등 시민》, 《신부대》, 《모성의 기쁨》, 《달빛 신부》, 《파괴된 샤비》, 《가족》 등 수많은 소설을 발표했다. 런던에서 살았고, 2017년 1월에 영면했다. 그녀는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항상 여성의 관점에서 가부장제, 인종주의, 식민주의 등을 다뤘다.   



“엄마를 위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테마의 엔솔로지 소설집이다. “엄마”라는 무거운 이름이 짊어진 너무도 아픈 이야기들 앞에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여기 표제작인 「이등 시민」을 읽으며 수차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작가가 구축한 슬픈 이야기에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고 뛰어들어보자.      




아다는 출산 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병원에서 여러 명의 환자를 만나고 관찰하게 된다. 아다는 제왕절개 수술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다. 17년을 기다린 후에 아들을 가진 여자, 두 아들을 가진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는 모습에 큰 부러움과 충격에 휩싸인다.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경험은 아다의 눈을 크게 뜨이게 했다.”(p67)    


아다가 아들을 출산했는데, 남편은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았고, 키스해 주지도, 꽃을 사다 주지도 않았다. 다른 여자들의 남편들이 그렇게 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다는 자신의 처지가 더 서럽다는 것을 깨닫는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개인으로서 사랑받을 수 없는 자기 자신이 신의 실수로 창조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산후 우울증에 빠진다. 보호자 면회 시간에도 아다의 테이블은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유일한 테이블이다.     



출산 후에는 병원에서 지급한 잠옷이 아닌 자기 잠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가장 나이 어린 간호사에게서 듣게 된다. 아다의 남편 프랜시스는 잠옷을 사 오지 않는다.      


“왜 남자는 바뀌고,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p61)     


아다는 면회 시간에 부끄러워서 침대 시트 아래로 숨어들어 자신을 숨긴다. 다른 보호자들이 자기를 볼 수 없도록.



프랜시스는 아다를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한다. 프랜시스는 일을 구하지 않았고, 아다가 도서관에서 일했다. 도서관 직원들이 아다의 출산휴가와 치료비로 준 돈을 자신이 직업을 구하는 학원 수강료로 내겠다고 말한다.     

아다는 프랜시스에게 희망을 버리고 더 이상 헌신하지 않기로 한다. 자발적 희생자가 되지 않기로 한다.    


“내 아들들은 자기 아내를 사람 말을 배운 염소 취급하지 않고 사람이자 한 명의 개인으로 대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우리 딸들은 누구도 애들한테 그 밀어 먹을 신부 값을 내지 않을 거야. 우리 애들은 자기 남자를 사랑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결혼하게 될 거야. 가장 돈을 많이 주는 사람을 찾거나 자기 집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p70)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고, 이 사람을 떠나기로 작정하지만, 아다는 가까스로 웃는다. 자기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허접한 잠옷을 병원으로 배달시킨다. 예쁘지도 않은 잠옷을 보며 꿈을 포기하고 무심해진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아기를 안고 병원의 의료진이나 환자들한테 아기를 보여주고 덕담을 듣는 풍습이 있다. 아다는 아기를 감싸는 옷이 낡았다는 이유로 그 순간이 없기를 바란다. 간호사들의 선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아다는 “상냥하게 작별 인사를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다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사랑받을 수 없음을 한탄한다. 남성 우월주의, 남아 선호 사상의 사회 속에서 여성은 이등 시민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그려진다. 아다가 자신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평생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키울 것이라고 결심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결말이 좋았고, 힘껏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인도의 바누 무슈타크의 소설집 『하트 램프』는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초 단편집 수상작이다. 인도 여성들의 말할 수 없는 성차별과 비인권적 삶의 행태를 보면서 지구상에 아직도 이런 비인간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은 또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였던가, 인종차별로 인해 가장 푸른 눈을 갖고 싶었던 소녀. 아프리카계 여성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충격이 큰 울림을 주었던 책으로 기억된다.



부치 에메체타의 「이등 시민」은 아프리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들이 아니다. 우리네 어머니들도 겪었었고, 우리들 세대도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이 소설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용기 있게 이런 글을 쓴 작가들이 너무 훌륭해서다. 내가 특히, 여성 작가들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다. 다른 이야기 여덟 편도 온 마음을 다해 읽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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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 시민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엄마들이 주인공인 9가지의 스토리가 나오는데 인상적인 스토리라 다 읽고나서 여운이 길게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여러가지 감정들과 다양한 생각을 들게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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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 시민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엄마들이 주인공인 9가지의 스토리가 나오는데 인상적인 스토리라 다 읽고나서 여운이 길게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여러가지 감정들과 다양한 생각을 들게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l*******n 2025.06.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