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라 데이비 엮음 『이등 시민』(시대의 창, 2022) 중, 부치 에메체타의 「이등 시민」을 읽고
부치 에메체타는 1944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이부자 마을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 대학에서 사회학 학위를 받았다. 《이등 시민》, 《신부대》, 《모성의 기쁨》, 《달빛 신부》, 《파괴된 샤비》, 《가족》 등 수많은 소설을 발표했다. 런던에서 살았고, 2017년 1월에 영면했다. 그녀는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항상 여성의 관점에서 가부장제, 인종주의, 식민주의 등을 다뤘다.
“엄마를 위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테마의 엔솔로지 소설집이다. “엄마”라는 무거운 이름이 짊어진 너무도 아픈 이야기들 앞에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여기 표제작인 「이등 시민」을 읽으며 수차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작가가 구축한 슬픈 이야기에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고 뛰어들어보자.
아다는 출산 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병원에서 여러 명의 환자를 만나고 관찰하게 된다. 아다는 제왕절개 수술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난다. 17년을 기다린 후에 아들을 가진 여자, 두 아들을 가진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는 모습에 큰 부러움과 충격에 휩싸인다.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경험은 아다의 눈을 크게 뜨이게 했다.”(p67)
아다가 아들을 출산했는데, 남편은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았고, 키스해 주지도, 꽃을 사다 주지도 않았다. 다른 여자들의 남편들이 그렇게 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다는 자신의 처지가 더 서럽다는 것을 깨닫는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개인으로서 사랑받을 수 없는 자기 자신이 신의 실수로 창조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산후 우울증에 빠진다. 보호자 면회 시간에도 아다의 테이블은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유일한 테이블이다.
출산 후에는 병원에서 지급한 잠옷이 아닌 자기 잠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가장 나이 어린 간호사에게서 듣게 된다. 아다의 남편 프랜시스는 잠옷을 사 오지 않는다.
“왜 남자는 바뀌고,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p61)
아다는 면회 시간에 부끄러워서 침대 시트 아래로 숨어들어 자신을 숨긴다. 다른 보호자들이 자기를 볼 수 없도록.
프랜시스는 아다를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한다. 프랜시스는 일을 구하지 않았고, 아다가 도서관에서 일했다. 도서관 직원들이 아다의 출산휴가와 치료비로 준 돈을 자신이 직업을 구하는 학원 수강료로 내겠다고 말한다.
아다는 프랜시스에게 희망을 버리고 더 이상 헌신하지 않기로 한다. 자발적 희생자가 되지 않기로 한다.
“내 아들들은 자기 아내를 사람 말을 배운 염소 취급하지 않고 사람이자 한 명의 개인으로 대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우리 딸들은 누구도 애들한테 그 밀어 먹을 신부 값을 내지 않을 거야. 우리 애들은 자기 남자를 사랑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결혼하게 될 거야. 가장 돈을 많이 주는 사람을 찾거나 자기 집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p70)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고, 이 사람을 떠나기로 작정하지만, 아다는 가까스로 웃는다. 자기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허접한 잠옷을 병원으로 배달시킨다. 예쁘지도 않은 잠옷을 보며 꿈을 포기하고 무심해진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아기를 안고 병원의 의료진이나 환자들한테 아기를 보여주고 덕담을 듣는 풍습이 있다. 아다는 아기를 감싸는 옷이 낡았다는 이유로 그 순간이 없기를 바란다. 간호사들의 선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아다는 “상냥하게 작별 인사를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다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사랑받을 수 없음을 한탄한다. 남성 우월주의, 남아 선호 사상의 사회 속에서 여성은 이등 시민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그려진다. 아다가 자신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평생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키울 것이라고 결심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결말이 좋았고, 힘껏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인도의 바누 무슈타크의 소설집 『하트 램프』는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초 단편집 수상작이다. 인도 여성들의 말할 수 없는 성차별과 비인권적 삶의 행태를 보면서 지구상에 아직도 이런 비인간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은 또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였던가, 인종차별로 인해 가장 푸른 눈을 갖고 싶었던 소녀. 아프리카계 여성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충격이 큰 울림을 주었던 책으로 기억된다.
부치 에메체타의 「이등 시민」은 아프리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들이 아니다. 우리네 어머니들도 겪었었고, 우리들 세대도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이 소설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용기 있게 이런 글을 쓴 작가들이 너무 훌륭해서다. 내가 특히, 여성 작가들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다. 다른 이야기 여덟 편도 온 마음을 다해 읽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