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수능 성적이 수험생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비 지출 규모에 정비례한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 한국의 대학은 학벌주의에 기반한 부의 세습, 권력 재생산의 기능에만 침몰되어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이 없어서, 또는 학생들이 학과 공부는 안하고 재수/편입 공부만 해서 위기에 빠져있고, 최고 권력을 지니고 있는 SKY의 학생들도 각종 고시 공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기보다는 사회에서 남을 이기며 살아가기 위한 구별 바코드를 이마에 찍어주는 곳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국민들이 차별받으며 끊임없는 패배의식을 지니고 살게 되고... 아니 이런 것까지 신경쓰지 않고 대학 내부만 둘러보더라도,, 대학 교육이 죽어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나를 비롯한 많은 교육운동가들은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대학을 새 시대에 맞게 어떻게 개혁하고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과연 어떻게 생겼고, 어떤 역사적 발전 과정을 거쳐왔으며, 대학이 사회적으로 가져야할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의 역사에 관한 책들의 부족 현상은 나를 목마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임이 아닐 수 없다.
교육사 전공의 그리스토프 샤를과 자크 베르제르의 이 책은 12세기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의 대학의 변천사를 간략하게 훑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서양에서의 대학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시대의 변천에 따라 대학이 어떻게 스스로의 체계를 바꿔나갔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대학'이라는 주제를 파고들어야 할 많은 사람들에게 그 변화의 흐름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원래 대학이라는 교육체계는 초중등 교육체계의 다음단계로서 생겨났던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결합체, 동업조합으로서의 성격으로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근원으로 돌아가면 대학은 자유로운 지적 교류를 원하는 학생, 교수들의 자발적 결사체인 셈이다. 그러한 성격은 지금도 남아있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매우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대학은 역사의 흐름에 의해, 또한 대학이 뿌리내리는 지역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다양하게 바뀌어가고, 국가 체계에 편입되어 간다. 최초 단계의 유동성은 점점 사라져갔고, 지역적 폐쇄성이 커져 갔다. 흥미로운 부분은 학생들의 사회적 출신에 대한 자료들이 자세히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귀족학생의 비율이 점점 올라가고, 평민은 점점 탈락했다. 대학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대학은 계급재생산의 공간이 되어갔다.
대학 교육은 한편으로는 지배체제에 봉사하고, 그 체제의 충실한 일꾼을 길러내기 위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사회 전복적인 이념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진보하기도 했지만, 지배권력의 이해에 따라 변화가 강제되기도 했다. 대학을 산업이라 하며 끊임없이 시장의 영역으로 밀어넣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대학을 공공적인 관점에서 개편하자는 시민사회 영역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서양의 대학을 변화시켰던 과정도 이렇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 책은 매우 아쉽게도 1945년 이전의 이야기에서 끝을 맺는다. 그래서 1960년대 유럽 대학들의 평준화를 통한 전면적 개혁,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대륙의 대학들과 영미의 대학들의 차이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없다. 또한 동양의 관점에서의 대학의 의미와 발전과정에 대한 서술이 없다는 점도 이 책의 한계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현실이 답답해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찾아 참고하셔야 할 듯 하다.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의 대학 발전의 특수성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은, 지금 시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은 그저 학교 간판과 GPA 수치를 받으려고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어야 한다.
[인상깊은구절] 대학은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중세 서양의 대학을 두고 했던 이 말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들리고 있다. 그만큼 대학이라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의 대학 제도에 대한 기대가 많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작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의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해왔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 할 기능과 역할을 곰곰이 따져묻는 작업이다. 또 하나는 대학 제도가 어떻게 출발했고 또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서구에서 이식된 대학 제도의 본래의 모습을 아는 것은 대학 교육과 연구의 의미 그리고 대학이 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를 좀더 넓은 시야에서 살필 수 있게 해준다. - '옮긴이의 말' 중 |
| 소속 없이 방황해 댄지도 몇 달이 흘러갔다. 취직을 했다면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나의 머리 속에 ‘대학’이라는 공간은 일종의 환상의 잔재로서 남아있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부터 이미 잘 알고 있었듯이, 대학이라 하여 사회와 괴리된(!) 완벽한 상아탑으로만은 존재할 수 없다. 청년 실업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말이 늘 빠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일종의 노동력 제공 창고 혹은 직업 소개소와도 같은 곳으로 대학이 전락해 버렸다고 해도 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백수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학창 시절, 인턴 경험 전무, 어학 연수 경험 전무, 게다가 전공도 현실과는 동떨어진듯한 사회과학. (이공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하지만 인문, 사회과학 계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문 자체가 이미 현실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식의 사고가 깔려 있어서 일지도.-_-) 난 전공 서적 읽고, 시험 보고, 레포트 쓰는 걸 좋아했지만, 학교 너머에 있는 세계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취업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라곤 전혀 없이 학교 공부에만 미쳐있었기 때문에, 요즘 친구들로부터 “너 공부 잘했잖아. 근데 왜 아직도 취직 못했어?” 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나 보다. 근데 이는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대학에 적을 둔 학생의 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단순히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이 아닌,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가 중요해진다. 귀족들이 주로 가는 학교, 과가 있으며, 그 학교, 과를 졸업한 이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는, 정형화된 틀, 루트가 존재한다. 대학 졸업장이 단순히 공부를 잘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한 우리나라의 경우 더 심각할 것이다. 좋은 학군으로 일컬어지는 강남의 어떤 동네 일대의 초등학교에는 한 반에 무려 60명도 넘는 아이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무려 13개의 학원을 다니는 아이도 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낮은 집값을 자랑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아이들은, 중학교 때 처음으로 단과 학원을 다녀봤던 나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히 공부가 좋아서, 공부하고 싶어서가 아닌, 경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공부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세상이 바로 현대이다. 대학은 그런 이들을 위한 특수한 공간인 것이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다닐 수 있는 특화된 곳. 유럽의 각국은 전혀 다른 형태의 대학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프랑스가 국가 중앙 집권적인 관리를 주로 했다면,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대학에 보다 많은 자율권이 주어졌다. 같은 영국이어도 캠프리지와 옥스퍼드에서의 학풍이 달랐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대학은 결코 사회와 동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학은, 어쩌면 사회 그 어떤 요소보다도 가장 정치적으로 많이 이용당했다. 나치 집권기에서 유태인 교수들은 더 이상 강의를 할 수 없었고, 전체주의, 군국주의적 분위기에 맞는 학문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증명하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서양의 대학이라는 제도를 고찰한 것이다보니 동양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인도의 경우,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현대적 의미의 대학을 식민지 문화의 차원에서 이식 받았다고 저자는 파악하고 있다. 그 외에 일본의 경제력에 바탕을 둔 대학 제도의 발전을 제외하고 나면, 동양의 대학에 대해서는 그렇다 할 이야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 이 책이 나오기전에 한길사에서 나왔던 대학의 역사라는 책이 있었다.이 책과 제목은 같다.뭔가 다를거라 생각했지만 예전의 그 책을 요약해놓은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예전의 그 책이 좀더 두껍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 책 두께는 얇아지고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다.시리즈물에 아쉬움이 이런데서 오는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이전에 나온 그 책또한 이미 나와있던 역사들을 대학의 역사 중심으로 엮어놓은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두가지 책 모두 좋은 주제이고 연구가 될수 있을텐데 이런식으로 나와서 아쉬움이 참으로 많다. 간단히 대학의 역사를 살피겠다면야 누구에게도 부족함은 없는 책이 될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