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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몇 해 전에도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로부터 공격당했다. 뉴스에서 연일 바이러스 소식만을 접했고, 모든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혹 자신의 삶을 침범하지 않을지 전전긍긍했다. 경험으로부터 많은 걸 배우기 마련이라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 또한 옳았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은 순식간에 지난날을 잊었다. 이렇게까지 오랜 기간 코로나19가 지속될 줄은 몰랐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말을 따르면서도 벗어 던질 날이 머지않아 도래하리라고 기대했다. 비정상이 일상을 잠식해 들어갔고, 지금은 섣부른 생각 따윈 하지 않고자 노력 중이다. 시중에 바이러스에 관한 책이 꽤 많이 등장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나오지도 않았을 터이고, 사람들이 좀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법한 분야다. 시류의 반영인 셈인데,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관심이 갔다. 나는 지금 대체 어떠한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다양한 책 중 하나를 골라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누가 만든 용어인지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집 밖으로 가급적 나오지 말고, 사람 많은 곳은 최대한 멀리하고. 들을 땐 쉽지만 실천까지 쉬운 건 아니다. 하루 종일 집 안에 있길 즐기는 사람조차도 선택 아닌 강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래도 일말의 효과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세상은 잠시 멎었다. 우리처럼 높다란 아파트가 지배적 거주 형태가 아닌 서구 사회에서는 야생에서나 볼 법한 동물들이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까지 내려와 이색 광경이 연출될 걸 보면 인간의 멈춤이 여타 다른 종의 생명체에겐 축복을 선사한 것도 같다. 여러모로 낯선 시대의 출현이다. 생이 그리 길지 않은 인간으로서는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일 수밖에 없다. 영국사 등을 연구한 저자는 역사 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그 일은 이웃 일본에서 벌어진 것과 매우 흡사했다. 자국의 통계치에 포함시키길 거부한 것은 물론이요, 철저한 통제를 운운하며 상륙 허가조차 내어주지 않았던 비정함은 이미 1840년대 영국에서도 발생했다. 포르투갈령 비스타 섬에서 황열병의 공격을 받아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에클레어호의 승선자들은 선상에 머물며 제 운을 시험해야만 했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 크루즈선 탑승자들이 여행객들이라면 에클레어호 탑승자들은 선원이었다는 거 정도다. 격리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게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사고와 정반대로 세상은 흘러왔다. 열차의 발명으로 사람들은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과거 같았으면 어느 한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힘을 발휘했을 바이러스들도 자연스레 열차에 몸을 싣고 신세계로 향했다. 자본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행해진 신대륙 탐사 역시 인류에겐 비극을 선사했다.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 무너지며 사람들이 체득한 건 낯섦에 대한 공포였다. 저자는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각국이 행사한 힘을 주목했다. 서서히 체계를 갖추어 가던 국민국가는 적절하게 통제력을 발휘함으로써 비극적인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다. 국가의 성장과 더불어 자유와 민주 등 개개인이 누려야 마땅한 가치에 대한 인식 또한 성장했는지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국가 단위의, 더 나아가 국제 단위의 사고가 보편화되는데 전염병이 어느 정도 기여 아닌 기여를 한 것만은 사실이지 싶었다. 얼마 전 중국이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했다. 소수의 해외 유입을 제외하고 자국 내 확진자 발생이 없다는 그 말을 난 신뢰하지 않는다. 초반에 그들은 정보를 통제하느라 바쁜 나머지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외면했다. 그 나라의 지도자는 감염증의 확산을 방조했으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코로나19에 맞서 승리를 거둔 영웅인양 군림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건 비단 그만이 아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공격함으로써 내부의 단결을 다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이미 효과적임이 입증된 그와 같은 전략이 세상이 멈춘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도 누군가에게 의해 어김없이 구사되리라는 건 뻔한 일이다. 이번에도 위기는 곧 기회일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주는 고통이 너무 커서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지만 틈틈이 물어야 할 거 같다. 지구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결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