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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게 된 이유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한의사로서 많은 의사들과 교류를 하고 있지만... 문득 의사의 관점으로 본 한의사나 한의학은 어떤 것일까라는 궁금함이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사람을 보고... 병을 보고... 치료를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교류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신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학생과 레지던트, 군의관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 피상적인 학문의 겉부분만 전달할 뿐 실제로 학문 속 엑기스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고(서로 다른 이해체계와 학문의 깊이 때문에...) 또한 아무래도 경쟁이 될 수 있는 분야이다 보니 진솔한 이야기는 조심스럽고, 속 얘기는 피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갈증을 채워주기 위하여 여러 책을 찾았는데 대부분 한 쪽 영역의 전문가가 초심자를 상대로 쉬운 내용을 전달하기만 하는 일방적 교육인 것이 대부분이었고, 서로 교류하며 소통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 목적에 적합한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그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need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바라는대로 아니면 알고있는 학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제가 바라는 방향의 책이 더욱 나오기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그러는 가운데 고르게 된 책은 '한의학 탐사여행' 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한의학 각분야에 대한 강의를 하고 도중에 생기는 의문이나 의견을 문답형식으로 풀어 쓴 책입니다. 아직 임상을 접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한의사다수 대 의사다수'의 토론 형식이 아닌 다수의 의대 학생들과 한의학 전공자의 多 : 少의 대담이었지만 기존에 없었던 상대방에 대한 거침없는(그러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비판 은 신선하면서도 때로는 간담이 서늘하기도 하였고 서로에 대한 무지를 인식하고 장점을 인정하는 태도는 두 학문의 조화가 불가능하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저자이신 윤영주님께서 정말 많은 고민과 고생을 하면서 만드셨을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학을 이제 12년 남짓 전공한 저에게도 한의학을 전혀 모르는 환자분들께 치료 방법이나 원리들을 이해시키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최대한 쉬운 말로...천천히 풀어서 말하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이론이 그렇게 쉽기만한 내용들이 아니었고...실제로 저 역시 아직도 공부할 것이 한참(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남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내용을 누군가에게 바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피부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함께 토론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내가 지식으로 중무장되어 있어야 하며 따뜻한 포용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저에게는 한참 먼 일이라고 느껴지면서도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현재 복잡하고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한의학계와 의학계의 갈등에 해결책이 되기에는 부족하긴 하지만... 양측의 다른점을 자각하고 마음속으로나마 조화시켜 더욱 발전한 형태의 의료를 베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라도 한참 공부하고 있는 의대,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꼭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 한의사를 만간요법이나 주술적으로 약을 짓는 샤먼 보듯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현대문화에 익숙해져 과거와는 단절된 사람들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기 쉬워 보인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치료법....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현대도 아닌 전 근대적 서양 문화의 관점에서 한의학을 바라본 시각이다. 현대 서양인들 조차도 서양의학과는 다른 의료체계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인정한다. 병의 원인을 감염이라고 보고 이것을 고치려는 양의와 달리 약해진 장부의 회복과 조화를 추구하는 한의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 서로다른 의료체계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