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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랑
낭랑한 네 목소리가 좋아. 명랑한 네 모습이 좋아. 너랑 매일 짝 하고 싶어. 너랑 매일 놀고 싶어. 살랑살랑살랑 봄바람처럼 촐랑촐랑촐랑 설레는 내 마음 자랑하고 싶어, 나는 사랑에 빠졌어.
정유경 첫 시집의 표제작은 「까불고 싶은 날」이다. 새로 전학 온 아이를 보니 까불고 싶어진다는 시. 단발머리에 눈이 큰 아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시의 화자는 남학생이지만 정유경 시인을 생각하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당돌한 여자 아이가 떠오른다. 이번 시집에서도 이성을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두드러진다. 행의 둘째 음절마다 ‘랑’이 나오는 위 시를 먼저 들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그 애가 / 내 옆에 앉고부터 갑자기” “시계바늘이 / 왈츠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시계바늘이 왈츠처럼」), “너를 적당히만 좋아했다면 / 어떻게든 풀고 싶은 이 마음도 안 생겼을걸”(「적당히와 많이」) 같은 작품에서도 당돌한 여자 아이의 표정이 살아 숨 쉰다.
나비의 첫 날기
바람도 별로 안 부는데 이상한 일이지 뭐예요, 빌빌빌빌, 왼쪽으로 갔다 볼볼볼볼, 오른쪽으로 갔다 휘청휘청하면서 나비 나네요. 주황색 나빈데 회색 돌에 앉아 한참 쉬어요. 도망갈 생각도 않고 숨을 줄도 몰라 눈에 너무 잘 띄는 나비예요. 또 날아요. 비뚤배뚤 엉터리로 가다 쉬다 비뚜루루, 그렇게 저 끝까지 날아가네요.
아! 알겠다. 저 나비는 엉터리가 아니야. 나는 오늘 운이 좋았던 거예요.
올봄 첫 나비의 맨 처음 날기를 나는 본 거죠.
정유경 시에서는 어린이를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마음도 읽을 수 있다. 아이들 세계에 깊숙하게 들어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인에게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주황색 나비처럼 이쁘게 보일 테다. 그런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 나가면서 겪는 어려움은 얼마나 많은가. 비뚤배뚤 엉터리로 가는 날도 숱하리라. 부모가 기대를 잔뜩 품고 있다면 힘든 일은 더 많겠지. 그렇지만 맨 처음 나비가 날 때 “빌빌빌빌, 왼쪽으로 갔다 / 볼볼볼볼, 오른쪽으로 갔다 / 휘청휘청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어린이를 위로한다. “바람이 불면, 훌 훌 / 세상은 살아 있는 악기가 된다”(「바람이 불면」)면서, “무얼 할까 고민도 더는 하지 않고” “대신 아름다운 하늘을 날기로” “대신 아름다운 사랑을 찾기로”(「하루살이」) 하자고 다독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