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김구원_복있는 사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의 아버지는 시골 교회의 목사님이셨다. 작은 논과 밭이 연결된 길을 지나 듬성듬성 자리잡은 성도들의 집을 심방하기 위해 아버지는 작은 오토바이를 하나 마련하셨는데, 나는 어린마음에 아버지를 돕고 싶어서 아버지보다 일찍 식사를 하고 오토바이에 키를 꼽은 후, 왼쪽 다리 부분에 자리를 잡은 시동 레바를 힘껏 발로 밀어 보았다. 정말 어깨 넘어로 수없이 본 그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시동은 고사하고 나의 복숭아뼈부터 시작해서 무릎에 이르는 안쪽 허벅지 직전까지 강한 오토바이 시동 레바의 금속 물질이 훑고 지나가버린 피멍의 상처만 고스란히 남았다. 하지만 난 부끄러워 울지도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보는 것처럼 쉽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그 시골 동네에 나만한 아이들은 이미 경운기의 시동을 걸고 소를 몰고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자기 키보다 훨씬 큰 화물 자전거의 패달을 요령있게 밟으며 학교까지 다녔기 때문이다. 나는 그 날 깨달았다. 아무리 유용한 물건도 방법을 모르면 나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신학교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성경과 마주하면서, 또 그 성경을 가지고 강의하고 설교하고 연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는 그 옛날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마주하던 기억과 오버랩되는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그것은 성경은 단순히 읽는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는 것을 절감하는 감격이거나 통회의 순간이 연속되는 것이었다. 성경이라는 이 위대한 하나님의 작품은 좌우의 날카로운 칼과 같아서 의사의 손에 들리면 사람을 살리는 수술용 칼이 되지만, 강도의 손에 들리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을 단순히 소유하거나 보관하는 방법이 아니라, 성경을 정말 성경답게 읽을 수 있는 도구와 배움과 훈련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성경해석학에 관련된 책들이 주로 외국서적이었으며, 그래서 한국 사람들의 상황과 한국어 역본에 적절한 해석학적 교제가 전무했다고 보인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말 그대로 “신토불이” 성경해석 교제가 나왔으니 가뭄의 단비와 같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몇 차례 김구원 교수의 강의와 만남을 경험하면서, 참으로 탁월한 지성과 진실한 인품을 가진 학자이자 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한국 교회에 귀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늘 느꼈는데, 이번에 이렇게 깜짝 놀랄만한 선물,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우리에게 수고로이 만들어 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두 번 정도 읽었는데,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경을 성경답게 읽기 위한 거의 모든 이해와 방법과 방향이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책을 열면서 “삶의 실천을 담보한 듣기”는 성경을 단순히 죽은 문서가 아니요, 오늘도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듣고, 들은 후에는 삶으로 옮기고자 하는 강한 해석적 의지가 참으로 도전이 되었다. 책은 먼저 올바른 성경 해석을 위한 해석자의 태도와 성경해석의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고도 적실한 토대가 건물의 기초처럼 잘 자리를 잡고 있다. 이어서 성경해석의 역사적 과정을 쉽고 빠르게 스케치 해 줌으로서 우리가 지나온 흔적의 장단점들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의 도움을 받음과 동시에 실수와 오류를 점검해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에 연결되는 내용은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서, 성경해석의 단계, 역사적 배경 이해, 성경의 여러 장르(네러티브, 운문, 예언과 묵시, 지혜와 율법, 애가등)에 대한 해석 방법을 매우 쉽고 꼼꼼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으며, 원어의 연구법이나 상호본문성에 입각한 관주성경 이용법, 그리스도 목적적 해석 방법론까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적용의 방법까지 제안해 주고 있어서, 신학생이나 신대원에서 필독해야 할 매우 기본적이지만 깊이가 있는 책일 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충분히 읽으면서 성경을 더 깊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줄 귀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소위 성경해석 관련 도서들이 보여주는 딱딱하고 어려운 신학적 용어를 대신해서 쉽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자상한 도표 및 그림의 첨가는 단순히 가독성의 좋음 정도가 아니라, 성경해석이 강단에 올라가는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닌 모든 성도가 해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그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이 책은 독자의 수준에 따라서 어린아이들이 놀 수 있는 풀장이 되기도 하고 깊은 다이버가 헤엄칠 바다도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라인을 배운지, 이제 7개월이 넘어 간다. 처음엔 그냥 동네 아이들처럼 인라인을 타고 싶다고, 하나 사달라고만 했지만 결국 우리 부부는 새벽에 줄을 서는 고생을 하면서, 시에서 무료로 딱 열명만 강습해 주는 과정에 두 아이를 집어 넣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엄격한 선생님의 강습 탓에 “그냥 인라인은 타면 된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이제 멀리서 보면 흡사 빙판위의 김연아처럼 타고 있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과정과 방법을 숙달한 것”에 감사하고 있다. 문맥과 아무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자기만의 큐티, 싸구려 주석과 설교자료를 다운받아 강단에 올려지는 설교, 아무곳이나 열어서 보면서 말씀을 쪼깬다(?)고 하는 성경해석, 그리고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고 액자에 걸어 놓은 “나만 좋은 성경구절”이 아니라, 이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읽고 귀하게 살아내기 위한 훈련과 과정을 땀 흘리며 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구약학자이다 보니, 신약적인 본문에 좀 더 깊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나, 천천히 씹어먹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이전에는 귀로만 희미하게 듣던 말씀이 이제는 눈으로 분명히 보여 만나지는 역사가 일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경을 성경답게 읽으려는 모든 사람에게 기쁜 맘으로 추천한다. |
|
미국 대학교육의 시작이 신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듯, 이 책은 성경을 철학, 역사학, 미학, 문학, 언어학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한다. 책 초반부 저자는 성경이 쓰여진 시기의 이스라엘인들의 세계관, 중세 신학, 데카르트부터 가다머에 이르는 근, 현대 서양철학이 성경을 해석하는데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고찰하고 현대 성서해석학의 입장을 정리한다. 중반부에서는 성경텍스트 해석을 위한 문학적, 역사적, 언어학적 접근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책 말미에는 평신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성경공부 메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깊이 있게 성경을 공부하고 싶은 독자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복음주의 신학에 입각한 종교서에 해당하지만, 철학, 역사학, 어학 등 인문학적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책으로 각종 지식을 얻는 교양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군데 군데에서 한국교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철학도 출신다운 튼튼한 논리와 학자다운 성실함으로 이를 뒷받침 하고있어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한 권으로 정리한 우리말 성경해설서가 지금껏 있었나 싶다. 지루해 지기 쉬운 주제를 흥미있는 사례들과 함께 다루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중고생부터 일반인, 신학대학원생까지 많은 계층이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책으로 깊이 있는 성경공부를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한다. 혼자 읽기 버겹다면 그룹을 만들어 교역자들과 장기간 동안 스터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
(1) 일단 많이 배웠습니다. 성경 해석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신도도 이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하도록 배려하여 쓰인 책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평신도인 저로서는 이 정도 깊이로 만족합니다.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이보다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보았자, 논의의 내용은 엄청나게 많아지는 반면 그에 비해 결론적으로 건지게 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 정도만 잘 숙지하고 있어도 혼자서 성경을 읽어 가는 일에 있어서, 적어도 방법론상의 혼란은 없을 것 같습니다. (2) 개인적으로 '모든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와 같은 주장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 그리스도 목적적 해석(Christotelic Interpretation)과 같은 개념을 알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또 성경에 쓰인 어휘들의 어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는데,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3) 시카고 선언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맨끝에 이것이 첨부 되어 있기 때문에, '시카고 선언,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김구원 교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는 거지?'하는 의문을 남깁니다. 그러나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김구원 교수님의 견해와 시카고 선언의 입장이 어느 정도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그리고 장르별로 성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주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비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쉬운 점입니다. (5) 또 이것은 김구원 교수님의 잘못도 아니고 출판사의 잘못도 아닌데, 책을 읽으면서 평신도 중에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논의하고 있는 것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석학에 대해 평소에 의문이 있었고 또 그래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버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이 해석학에 대해 그리 버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해석학이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이 전제되어야 공부의 필요성을 비로소 느끼게 되는 학문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6) 어쨌거나 이 책은 훌륭한 책인 것 같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몇 군데 있었지만 저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