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에 한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사랑을 운명적이라 말한다면 비록 비극으로 끝났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 사랑에 감동한다. 대부분의 사랑은 신분이나 재산, 외모, 지적인 수준 등의 조건으로부터 시작이 되지만 운명적인 사랑은 그것을 넘어서기에 아름다움이 있다. 11살 연상의 가난한 시인에게 5번 청혼한 끝에 결혼한 아나운서 고민정의 사랑 이야기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도 오직 사랑만이 결혼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런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이룰 수 없기에 더 소중한 가치로 다가온다. 이 운명적인 만남을 책과의 관계에 적용한다 할지라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 만남은 현실세계에서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사랑은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가 극히 적지만 책과의 만남은 무제한으로 가능하고 실제적으로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이 변화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 가장 보편화된 교훈이 되고 있다.
‘파워 클래식’부제로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은 책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2012년 3월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101 파워 클래식’을 책으로 엮었는데 편저자인 어수웅은 ‘101명에게 처음부터 자신의 삶을 바꾼 책,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새긴 책을 물었고 파워 클래식은 그 답’이라고 말한다. 가벼움과 재미를 주 무기로 가지고 있는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의 글은 읽고 나면 숨겨진 귀한 깨달음이 있기에 그의 글을 좋아한다. 이 책속에서 그는 37명의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그의 글이 이 책을 대표한다고 말한다면 자신의 편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감동은 명확하다. 도대체 내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도대체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느닷없이 다가온 ‘자유’라는 조르바식 질문에 견디다 못해 난 얼마 전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부터 계속 후회하고 있다.‘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이 정도의 고뇌가 있어야 진정한 책읽기가 아닐까?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글자만 읽으며 책읽기 경력에 또 한권의 책을 추가하는 자신이 부끄러운 것은 인생의 고뇌와 갈등에 빠지는 책읽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흔들릴 정도의 독서가 되지 않는다면 책과의 진정한 만남은 아니다. 물론 그런 감동을 모든 책에서 얻을 수는 없지만 진정한 책읽기라면 그 정도의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저자들이 그 자리까지 오르게 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바른 책읽기의 교본이 되고 있는 박웅현은 이런 고백을 한다. ‘알랭드 보통의 글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어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그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나는 인생 전체를 관조하는 한 대가의 꼼꼼한 시선을 느꼈다. 밀란 쿤데라의 머릿속 풍경은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다. 어떻게 그렇게 철학적 사고와 역사적 문맥, 시대적 통찰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절묘하게 녹여낼 수 있는지’ 책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자기 점검은 읽는 방법에 대한 고전적인 지침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에 이 책속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유는 저자들도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의 독서력을 키워 나갔다. 박웅현도 자신의 독서에 대한 수많은 고민이 있었고 결국 그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지금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들이 독자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비록 짧은 글이기에 한 저자의 책읽기에 대하여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책을 쉽게 읽지 않았고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읽기도 능력이기에 독서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또 하나의 가치는 그들이 추천하는 책에 관한 것이다.
하나 더 이 책의 가치는 편저자인 어수웅의 힘이다. 그는 저자들이 소개한 작품의 저자와 줄거리, 작품세계의 핵심을 정확히 꼭 짚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지적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기에 많이 부럽다. ‘마담 보바리는 줄거리로 이해해야 할 작품이 아니라, 직접 읽어 봐야 그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그 이유를 그는 플로베르의 문장에서 찾는다. 통속적인 내용의 소설이지만 이 책이 고전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한다. 플로베르가 최초로 작가의 생각과 표현 방식을 일치시켰는데 그는 한 가지 생각을 표현하는데 가장 정확한 단어를 찾아내어 거기에 리듬까지 더했다고 한다. 창작의 고통을 잘 알지 못하지만 보바리 때문에 자신은 괴롭다 못해 죽을 지경이라는 그의 고백은 이해가 된다. 이렇게 어수웅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내용을 친절히 설명하며 고전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삶을 바꾼 책에 대해서 말해주겠습니까?” 라며 저자들에게 던졌던 질문을 자신에게 해봤다. 몇 권의 책들을 떠올렸지만 “이 책 입니다!” 라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책을 너무 쉽게 읽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읽기는 했지만 자신의 것으로 남아있지 않기에 언제나 책읽기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리뷰를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짧지만 저자들의 글쓰기의 특징과 내용 이해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처럼 책을 읽어야지란 다짐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 괜찮다.
누구에게나 운명적이란 말을 붙이고 싶은 만남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 단어는 절실하게 다가오고 공감대가 클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자신의 삶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책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숨을 거둘 때쯤이면 그 한 권의 책을 내 아이들에게 소개하며 눈을 감는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
|
『카프카의 서재』 / 김운하저
|
|
![]() ![]() ![]()
이 책이 전에 읽었던 책과 다른 점은 '고전 소설'을 주제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을 담은 책이다. 고전소설이어서 그런지 유명한 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부분 읽지는 않았어도 들어는 봤을법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추리소설과 칙릿소설을 제일 좋아하지만 고전소설도 매력이 있어서 자주 찾아 보는 편이다. <돈키호테>, <오만과 편견>, <파우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이방인>, <멕베스>, <로빈슨 크루소>등 우리가 쉽게 접했고, 알만한 작품들이어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비슷한 형식의 책에서는 아는 책보다는 모르는 책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작가가 그 책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쉽게 공감할 수가 없었다. 대신 나중에 책을 한권씩 빌려가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파워클래식>은 누구나 접했을 법한 책들을 소개하고 각 책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첨부하고 있어서 색달랐다. 아는 책들이 더 많아서 반가움은 배였다. <안나 카레니나>는 책으로 보진 않았고, 영화로 봤었는데 책도 참 매력적일 것 같다. 안 읽은 책은 꼭 읽어보고 싶고, 읽었던 책은 다시 한번 시간이 날때마다 읽으면 멋질 것 같다.^^
|
|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조선일보가 연중 기획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101명의 문화, 예술, 학계, 종교계 명사들이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고전을 추천하고 매주 한 권씩 독자들과 함께 읽었는데 그 중 이 책에서는 37명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고전과 작가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내 독서는 읽고싶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읽어야 하는 책을 읽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가끔 책을 읽으면서도 왜내가 지금 이 책을 읽고있는가를 반문한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정말 읽고싶은 책을 오랜만에 읽어서 더 기분 좋은 독서시간이 된 것이다.
고전이든 고전이 아니든 그 책을 읽을때의 감정에 따라 책을 읽는 느낌이 참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책을 읽게 될텐데 그때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책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질테고 책을 읽었을때의 느낌또한 참 많이 다를 것이라는것은 예전에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때 읽었던 책이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음으로 그때의 감정이 아니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을 읽어야하는 필요성도 충분히 느끼고 있음에도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데 책 한 권으로 자신의 인생까지를 바꾸는 계기가 고전이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혹자는 자신이 읽은 책으로 인해 대학교수직을 사임하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책을 통해 사제의 길을 고민하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고전의 묘미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길을 환히 밝혀주는 등대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헤세는 말한다. 나를 자극하고 나를 위태롭게 하는 것, 내가 미워하고 내가 저주하는 것 역시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질문의 해답을 남이 찾아 줄 수는 없다고. 답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고.. (p.137)
책을 읽으며 내가 읽었던 책이 나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내가 느낀 감정과 어떻게 다른지 또는 어떤부분이 같은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내가 읽지 않았던 책이 나오면 호기심과 함께 내용을 이해하려고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위시리스트는 고전들이 꽤 많이 들어있게 되었다. 위시리스트에 들어있는 고전들을 한 권, 한 권 아껴가며 읽어볼 생각이다. 그렇게 읽으며 이 책을 통해 소개된 감정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볼까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같은 독자들이 많이 생겨났을 것같은 생각이든다. 37명의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파워 클래식> 그래서 2권, 3권도 얼른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가 된다.
|
|
지난해 조선일보에서 기획하여 책읽는 분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파워클래식>이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우리 시대의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파워클래식은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책말미에 소개하고 있는 101분으로부터 세권의 고전을 추천받고, 이 가운데 가려 뽑은 고전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각계의 명사들이 자신과 그 책과의 내밀한 인연을 담은 글을 매주 월요일 소개해왔다고 합니다. <파워클래식>에서는 그 가운데 가려 뽑은 37권의 글과 기획하신 어수웅기자님이 해당 고전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분들 가운데 왜 나에게는 추천의뢰나 집필의뢰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생길법 합니다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당연한 선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만, 어떤 책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책도 뽑혔구나’ 싶은 책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 기획이 진행되면서 많은 독서인들이 뜨겁게 호응했다고 엮은이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열심히 지켜보고 참여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을 따라 읽거나 읽을 준비를 하고 있는 책도 10권이나 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읽은 책들도 11권 정도 되는 것으로 보아서 선정된 대부분의 책들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 서문에 소개된 것처럼 선정된 책을 두고 진행된 북콘서트에도 참석한 적도 있습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님과 문학평론가 강유정님이 진행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습니다. 열혈독자들이 그리 좁지 않아 보이는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북콘서트는 작가에 대하여 그리고 작품에 대하여 인식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2847499).
이번 기획을 위하여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자유’에 대한 조르바식 질문에 견디다 못해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교수님과 같은 파격적 감동까지는 몰라도 그리스 사람의 역사인식과 삶에 대한 생각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젊어서부터 즐겨듣던 노래< 조르바의 춤>도 다시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덧붙인다면 김정운교수님의 경우처럼 책을 읽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처럼 원작이 아닌 영화로 만난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 http://blog.yes24.com/document/7165857>처럼 원작을 다시 해석한 경우에는 재해석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도 충분히 즐길만 하지만, 그래도 영화만으로는 원작의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기에 원작을 찾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니 <안나 카레니나>는 <파워 클래식>에서도 다룬 작품입니다. 문학평론가 김미현님은 “안나는 소위 불륜을 불륜답지 않게 온몸으로 실천했기에 유죄이자 무죄이다.(109쪽)”라고 적었습니다만, 저의 경우는 단순히 감성적 사랑과 이성적 사랑을 대비시키는 구도보다는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생각을 많이 한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http://blog.yes24.com/document/7134303).
이 점에 대해서 엮은이도 “소설은 안나가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장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레빈의 도덕적 탐색 및 개인과 공동의 생활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로 끝난다. 여러 겹으로 읽을 수 있는 <안나 카레니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라고 적고 있는 것처럼, 읽는 독자에 따라서 혹은 같은 독자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에 담은 37권의 고전을 소개하는 이는 어떻게 읽었고 내가 읽은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고전을 가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 모든 고전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일부 맞는 말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끝까지 읽어내는 끈기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고전을 향한 애정이 식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에 삶에 대한 웅숭깊은 지혜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읽어주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해주는 책『파워 클래식』이 반가운 이유다.
책은 101명의 지성인이 한 지면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고전을 추천한 책들 중 37명이 선택한 38권을 엮은 것이다. 고전을 추천한 이들은 소설가 김연수, 영화감독 김대우, 문학평론가 김형중, 한문학자 정민, 사회학자 송호근, 화가 김병종 등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추천한 책은 인생의 책으로 빠지지 않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인 조르바』, 카뮈의 『이방인』과 같이 익숙한 책들과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박경리의 『토지』 같은 한국문학과 내게는 다소 생소한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까지 다양하다.
37명의 저자들은 저마다 한 권의 책이 흔들리는 삶을 어떻게 붙잡아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들려준다. 좋아하는 저자가 선택한 고전을 먼저 읽거나, 내가 읽는 고전을 저자는 어떻게 읽었는지 비교하며 읽어도 좋겠다. 같은 부분에서 밑줄을 그었다면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그들이 모두 학창시절에 고전을 만난 건 아니었다. 책이라는 게 어떤 시점에 읽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 해도 누구에게나 다 좋은 느낌으로 남는 건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특별한 고전이 존재한다. 시인 김경주가 겨울이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고, 청소년기에 『데미안』을 통해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한 심윤경이 엄마가 된 현재 새로운 데미안과 마주하는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점은 37명이 지닌 고유한 글을 만나는 즐거움과 해당 고전에 대한 어수웅의 설명이다. 작가의 이력과 작품에 대한 설명이 고전에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아직 읽지 못한 고전에 대한 책은 더더욱. 김형중이 소개한 <당신들의 천국>은 앞 부분을 읽다가 멈춘 책인데, 어수웅의 이런 글이 인상적이다.
‘1970년대 개발 독재 한국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가 『당신들의 천국』을 읽는 첫 번째 키워드지만, 작가 이청준이 묻는 자유와 권력, 개인과 집단, 자아와 세계, 그리고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아직 펄펄 끓는 키워드다. 『당신들의 천국』이 지닌 문제의식은 여전히 젊다.’ (184~185쪽, 잃어버린 사유와 성찰의 시간 중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고전을 읽는다는 건 삶이라는 게 되돌이표와 같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욕망으로 쌍둥이처럼 닮은 잔인한 역사가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 역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고전을 읽는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인생의 미로 앞에서 우리가 주저앉지 않을 힘을 얻기 위해서.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속 대사처럼.
“우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살아야 해! 음악이 저렇게 기쁘게 연주되는 걸 들으니, 조금만 있으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살고 왜 고통을 당하는지 알게 될 것 같아. …… 그걸 알 수만 있다면, 그걸 알 수만 있다면!” (128쪽) |
|
종종 한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었다는 말들을 듣곤한다. 그럴때마다 가정 먼저 드는 생각은 '그런 책을 만나다니 정말 좋겠다'다. 매일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수 많은 책들이 쏟아진다. 고전부터 신간까지 가히 책들의 홍수라고 할 수 있다. |
|
책을 권하는 정보를 보면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인데, 나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게 궁금하기는 하다. 이 책은 정말 책에 관한 책이다. 짧은 분량의 글에 매력을 느낀다면 그 책을 찾아 읽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책 이름만 눈에 익히고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제목만큼은 낯익은 것들이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래서 그런가, 작가들 또한 한번 읽은 게 아니라 여러 번 읽었다고 말하고 있다. 고전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읽었으나 다시 읽고 싶을 것 같은 글, 읽었으나 다시 읽는 글,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글, 혼자 읽기 아까워 자꾸만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글, 이 좋은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읽어 보시라고 선물하는 글.
읽겠다고 작정하고 있는 책 몇 권 발견하고, 몰랐던 책 몇 권 발견하고, 몇 번 시도했으나 나로서는 얻지 못한 감동에 실패한 책 몇 권 확인하고. 책을 읽는 일로부터 얻는 것이 우리 삶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 확실히 말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위로를 얻고 도움을 받기는 한다. 그러니 읽고 또 읽어 보려고 애쓰는 것일 테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권이라도 더 읽게 된다면 그게 바로 이 책이 바란 바의 성공이 아닐까.
|
|
부제에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이라고 되어있지만, 이 책에 101명과 그들의 추천책이 전부 실려있는 것은 아니다. '101 파워 클래식'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조선일보>문화부의 연중 기획물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101명 추천의 고전 읽기인줄로만 알고 덜컥 책을 구입한 나로서는 서문을 읽다가 '헉!' 소리나게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문화와 책을 사랑한다면, 주체측이 어디건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돈 많은 주체측으로 인해, 더 푸짐한 기획물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인데 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성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 섭외라는 문제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돈많은 주체측의 기획은 더 유용하고도 폭넓은 섭외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목차에 정민, 김정운, 박웅현. 시작부터 나쁘진 않았다.
서문을 읽고, 추천서와 추천인이 적인 목차를 읽고, 책을 권하는 책이니만큼 맨 뒤의 추천 도서 목록을 읽었다. 가장 많이 추천된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장자>, <마담 보바리> 등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추천되는 책들을 이었다. 물론 그중에는 고전 중의 고전이것만, 여전히 나는 제목만으로도 읽기 싫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던가, <논어>, <반야심경>까지 두루두루 추천되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 같은 책도 있어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삼십세>나 <이기적 유전자>같은 책은 고전이 아니잖아?
책 권하는 책을 즐기는 나로서는 산더미 같은 책더미를 알록달록한 표지사진으로 취하고 제목마저도 '파워 클래식'인 이 책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여타의 다른 책 권하는 책에 비해 특별히 건진 책은 없다. 그렇지만 일간지의 기획물로 일주일에 한번씩 추천되는 책에 대한 명사들의 이야기는 꽤 훌륭하다 싶다. 특별히 어떤 책에 꽂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박웅현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이미 오래 전에 구입해두고도, '광고'에 대한 거부감과 박웅현이라는 인물이 유명세를 치를수록 그의 책이 싫어지는 기이한 내 성격 때문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읽을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파는 것이 목적인 '광고'는 아무리 인문학적 접근이라 해도 달갑지않아 읽기 시작한지 30분만에 다시 덮고 말았다. 대신, 그의 다른 책 <책은 도끼다>를 하루의 배송도 기다리기가 싫어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달려가 지르고 말 정도로 매혹된 박웅현의 글은 이랬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어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그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나는, 인생 전체를 관조하는 한 대가의 꼼꼼한 시선을 느꼈다. 족탈불급. 그들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이해 범위에 들어온다. 적어도 그들이 어떻게 소설을 구성했는지는 그려진다. 그런데 밀란 쿤데라의 머릿속 풍경은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다. 어떻게 그렇게 철학적 사고와 역사적 문맥, 시대적 통찰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절묘하게 녹여 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나의 주제를 성과 사랑, 정치와 역사, 신학과 철학으로 변주해 나갈 수 있는지. 그 직조의 기술이 나에게는 도무지 파악되지 않는다. (31쪽) 어쨌든 <파워 클래식>을 읽고 박웅현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당장 참을 수 없을만큼의 강도로 궁금해진 것이다. |
|
파워 클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