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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의 미
지난 주 한가위가 지나갔다. 풍요의 계절 가을에 맞는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즐거운 명절이라 하겠다. 이런 넉넉한 마음은 한편의 수필로 펼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든다. 문예바다, 계간수필, 대한문학 등에 실린 삶의 노래가 이 책에서 손수건처럼 나부끼고 있다. 작가 김선화님은 환갑을 막 넘어선 이로서 전원생활을 통한 깨달음과 오래 묵혀온, 소설적 제재들을 수필이란 그림에 담았다. 일기와도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수필은 위로이며 즐거움이기도 하다. 작가의 문장들은 탁월함을 드러내어 읽는 동안 빠져들었다. ‘작은 들풀들의 흔들림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로 내면의 상에 비칠 때, 나는 그 미미한 소리들조차 문장으로 새김질한다’ 란 글도 매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나도 관찰력이 좀 더 뛰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으로 시집간 육촌 언니가 아기를 연년생으로 낳아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물포역에서 새벽을 맞이한 저자는, 사흘째 되던 날 고등어를 손질하는 모습을 수필로 그려냈는데 차츰 비린내와 익숙해져 갔다는 말에 그 냄새마저 책에서 나는 것 같아 코를 킁킁거렸다. 산마을 태생인 저자가 열다섯 살까지 물고기 먹을 줄 몰랐는데 인천으로 덥석 찾아간 호기로운 모습마저 사랑스러워보였다.
<태몽 꿔주는 할미>라는 제목의 수필에선 저자의 자녀들도 혼기가 꽉 찬 나이다보니 혹시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려나 하는 범인의 기대를 해보게 된다는 글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임신을 준비하는 중이라 태몽에 대해 민감하다. 딱히 태몽이 아니라도 바라는 일의 반가운 응답을 기대하며 예사로 지나칠 수 있는 꿈의 자락도 붙잡고 논다니 무척 동감이 되었다. 최근 들어 뱀꿈, 황소꿈같이 평소에 등장하지 않던 동물들이 꿈속에서 나오니 괜한 기대감에 매 달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쨌든 수필집 ‘우회의 미’ 는 직선보다 곡선의 미를, 직진보다 우회의 미를 돋보이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내 모습에 제동을 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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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도화지에 직선을 그리듯 반듯하게만 그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볼때도 있지만 그렇다면 과연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또다른 생각에 멈추게 된다. 가운데 우리는 인생의 참맛을 느껴보기도 하는지 모른다.
이 책 "우회의 미" 는 삶의 곡진함을 겪어 낸 저자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들을 수필로, 그림으로 담아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의 선율을 들려주는 책이다. 이야기들은 온전히 그만의 행보이지만 아름답게 느껴진다. 열어 도시에서의 삶에 찌든 때를 조금은 씻겨 내릴 수 있는 정화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제목과 같은 <우회의 미> 에서 보여주는 소나무의 우회한 모습을 통해 온전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환경이 아니라도 그렇게 굳건히 성장해 튼실한 모습을 보여준 상태를 보고도 감동과 배움의 미학을 느낀 저자의 깊은 서정이 느껴져 책을 읽는 독자로서의 삶도 직진보다는 곡선, 우회의 미를 고려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고 자라는 곳이 다르고 그 근본마저 다르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제약을 비켜 성장으로의 길을 찾아 내는 소나무와 같은 지혜를 우리 사람도 배우고 따를 필요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올바른 배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우회의 미는 우리 인생, 삶의 전반에 걸쳐 조금 느리더라도 우회할 수 있는 아름다운 행동을 추구하는 삶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아름다운 마음을 볼 수 있다. 수도 있었으리라 보지만 직선보다는 곡선으로, 직진보다는 우회하는 이유와 근거를 스스로 찾아 내는 삶의 이유를 만나보는 것도 진정 아름다운 일, 바로 미(美)에 해당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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