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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박성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사람으로 치면 어떤 일에도 얼굴이 빨개지거나 창백해지지 않는 사람이다' 소설의 배경은 몇 년 전 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 집회 현장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주인공 하 경감 일명 하이디는 우연히 한 사건을 맡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방송국 곳곳에서 USB가 배달이 되고 그 안에는 오직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요청하는 내용 뿐이다. 처음 USB를 받았던 방송국이나 신문사는 이것 외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다. 그러니 어디서 배송이 된지도 모를 이런 물건들은 쉽게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경감이 사건에 관심을 두고 맡으면서 뭔가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USB에는 오로지 음성만이 있었고 억양도, 감정도 없는 말투로 현직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겠다는 협박 음성 메시지..날짜까지 지정을 했기에 경찰에서는 긴장을 하면서도 정말 살인이 일어날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사건사고가 어디 한두건인가? 자살이며 교통사고며 심지어 살인사건은 확실히 이 협박한 사람의 행동인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지정한 그 날이 왔을 때 경찰들은 이리저리 살인사건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뚜렷하게 이 사건과 연결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몇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하경감은 음성메세지를 듣고 일명 '플라스틱맨'이라고 별명을 붙였고 계속 수사를 진행하던 중 보게 된 살인 사건이었다. 플락스틱맨이 정말 살인을 한 것일까? 아무런 연관을 지을 수 없는 살인이 일어나고, 위 사건을 가볍게 생각한 한 기자는 플라스틱맨이 보낸 음성메세지를 공중파를 통해 내보냈는데 하필 자신의 얼굴도 같이 공개를 하게 되었다. 작은 사건이라 생각을 했는데 음성메세지를 공개 한 뒤 기자는 사라졌다. 이혼하고 혼자살고 있었기에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신문사에서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플라스틱맨의 협박은 계속 되는데 여기서 버스폭발 사건이 일어난다. 그제서야 제대로 이 사건을 눈여겨 보기 시작하고, 사고가 일어난 버스 영상을 보며 하경감은 휄체어에 있던 남성이 사라진 기자일거 같다고 한다. 아 그렇다면 이제 뭔가 새로운 것이 보여질까? 하는 마음에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아니었다. 플라스틱맨의 제보를 받는다는 공고문과 함께 여기저기서 자신들이 아는 사람이 분명 플라스틱맨일거라고 하는데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나 다 플라스틱맨이 될 수 있구나. 세상을 향한 분노와 어쩜 타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골수 적인 사람들 물론, 위험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소설은 현실과 다르게 탄핵이 기각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스틱맨의 협박은 끝나지 않는다. 이 일로 하경감은 경찰을 그만두지만 단지 잡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사유화했고, 경찰은 집 지키는 개가 되었고 그 말단에 그녀가 있었다' 소설 속 하경감이 그만 둔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뭔가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받았기에 범인이 잡혀질거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잡지 못한 것인지 그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 경감이 경찰을 그만두고 평범하게 살려고 했지만 경찰이 되려고 했던 그 마음으로 인해 일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다. 삶 또한 그렇다 멈추거나 끝나지 않고 계속 해서 이어지기에 좋든 싫든 계속 살아가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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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를 잊지 못한다. 그때만큼 뉴스를 많이 본 적도 없었다. 시간이 나면 뉴스를 보고 팟캐스트를 들었다. 그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연예 뉴스와 그 밑에 딸린 댓글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태블릿 PC가 나왔고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의 연설을 최순실은 빨간펜 선생님처럼 꼼꼼하게 첨삭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말이 통일은 대박이었다. 믿기 힘들지만 믿어야 하는 일이 그해 가을과 겨울에 벌어졌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나는 그 광경을 병실에서 봤다. 다인실에서 1인실로 옮기라는 간호사의 말.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하늘에서 본 촛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그러나 내 옆에는 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었다. 2016년은 그런 해였다. 누군가를 떠나보냈고 누군가는 꼭 내려와야 했다. 내가 우리가 이겨야 하는 시간이었다. 사상자 한 명 없이 평화적으로 집회가 계속되었고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백민석의 소설 『플라스틱맨』은 뜨거웠던 2016년의 겨울과 2017년의 봄을 그린다. 언론사로 수상한 우편물이 배달된다. USB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감정과 어조의 변화 없이 한 남자가 말하는 영상이 들어 있었다.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시민 한 사람씩을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수사에 착수한 하경감은 그에게 플라스틱맨이라는 별명을 붙인다. 열전도율이 낮은 플라스틱은 사람을 죽이겠다는 말을 심상하게 말하는 남자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은 플라스틱과 같은 성질을 지녔다. 처음에 플라스틱맨의 협박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협박이 난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사회의 불만을 난폭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자의 소행 정도로 여겼다. 하루에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 죽음의 배후를 캐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경감은 '의미도 가치도 없는 황당한 사건'이라는 뜻의 '셜록 홈스의 사건'식으로 수사를 이어간다. 『플라스틱맨』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기각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가상한다. 소설에서 그 시간은 혼란과 무력함으로 그려진다.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플라스틱. 가공과 변형이 쉽고 가격마저도 싸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환경을 파괴하고 바다거북의 목숨을 위협한다. 장점이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플라스틱맨은 정의를 구현하는 척하면서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 하경감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플라스틱맨은 존재하는가. 테러와 살인은 그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가. 『플라스틱맨』은 자기 의견이 없는 시대에 중구난방식으로 발화되는 사상의 무의미함을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로 비유한다. 사실과 의견이 무리 없이 섞여서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대량으로 찍어내는 플라스틱처럼 감정과 표정이 없는 말들이 펼치는 난장판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 『플라스틱맨』은 고민한다. 형사 소설의 구조를 이어가면서 무거운 주제를 탁월하게 끌어내는 백민석. 직접 촛불집회에 참가해 찍은 사진이 소설에 배치되어 있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소설임에도 소설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시도로서 읽힌다. 『플라스틱맨』은 가독성이 뛰어나서 금방 읽고 오랜 생각에 잠기게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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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에서 사면 작가의 친필 사인본 이었지만... 난 나의 단골 동내책방에서 주문해서 읽었다. 책방에서 산 책은 싸인본이 아니었고 배송에 시일이 걸렸지만... 그게 좀 거시기 했다. 출판사가 대형 출판사와 동내 책방을 이리 차별해서 쓰나 싶기도 했으며, 어떤 출판사들에선 동내책방 에디션 같은 것들도 만들어 내던데 말이다. 공생이라는 가치 뭐 그런거 있지 않던가 말이다. 그나저나 이 분이 책을 내면서 싸인본을 낸 건 거의 처음아닌가 싶은데... 나 뭘 놓친 게냐. 흠. 이 건 좀 슬퍼지려 하는 구나.
작가의 예전 책에서 수림(愁霖)이라는 단어를 배웠고 이번 책에서는 '움직 올가미' 라는 단어를 배웠다. 처음엔 이게 뭔 말인가 뭔가 조사가 빠진 오탈자인가 하다가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으니 오! 있는 단어 였다. 움직 올가미 : 고정되지 않은 매듭이 안쪽으로 조이도록 만든 올가미. 교수형에 쓰인다.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 였다니.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를 배웠다네.
화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주인공이 매 이야기마다 바뀌는 '수림', 이중인격자인 나의 두 가지 자아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 '교양과 광기의 일기' 가 소설에서의 우리가 익히 배워 알았던 형식만이 다가 아니다 라는 글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 했다면 이 직전 책인 '해피 아포칼립스'와 '플라스틱 맨'은 세상이 어느 시점에 달라져서 지금이 지금과 달라졌다면 어떨까를 보여준다 하겠다. 여기서 중한 것이 지금! 이라는 거다. 2-30년 전 때문에 지금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몇년 전 어떤 사건이 우리가 아는 결론과 달랐더면 지금은 어떨까? 라는 거다.
특히나 이번 책 플라스틱맨은 우리가 다 아는 그 사건의 결론이 지금과는 다른 뒤집힌 결론이 났을 때의 세상을 보여준다. 물론 세상이야기를 하면서 그 세상 속의 시류에 휩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에는 여타의 다른 소설들과 차이가 없을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가까웠던 사건을 이야기 하며 그 사건의 결론을 뒤집어 IF, 즉 만약에 말이야~ 라는 질문 이 후에 작가가 펼쳐내는 세상의 이야기는 내게 아주 큰 글 읽기의 즐거움을 주었다 하겠다.
그래! 바로 이거지! 소설가에게 내가 기대하는 상상력이란게 말이야!
바로 이 'IF' 에 대한 질문, 이 후의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창조해 내는 순간 부터 지금과 같지만 다른 평행우주와 새로운 삶의 레이어가 쭈욱 펼쳐 지면서 작가가 세상을, 사람을 어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 글 속에서 독자를 어찌 페이지에서 이탈하지 않고 붙잡아 두는지가 소설가의 역량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 정도는 되야 나 같은 무지랭이가 나도 소설 정도는 쓰겠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지 말이다!
이 작가의 거의 대부분의 책들을 읽어 왔는데, 어느 시점에선 책 속에 중요한 메타포들을 숨겨놨다가 짜잔~ 하고 깜짝 놀라게 드러낸다는(해피 아포칼립스 에서의 'Strange Fruit' 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번 책의 제목은 예전 '목화밭 엽기전' 혹은 '헤이 우리 소풍 간다'처럼 중요 메타포를 제목 전면에 배치 한 것이 초창기 책들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들어 슬며시 그 당시의 날 것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은 무시무시함으로 책장을 열었으나 내용은 다행이(?) 초창기 버전의 책들 만큼 엽기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이 주인공이 좀 밋밋한 느낌이었는데, 이 것이 제목 처럼 레디메이드의 무감각해져만 가는 세상과 인간 군상을 표현하기 위함인지 '리플릿' 에서의 글에서 언급 한 것 처럼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 여자를 잘 몰라서 였는지 그 점은 여전히 내게 아리송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주인공이 여자였어! 우와! 내가 이 작가의 모든 책을 아직 읽지는 못했는데... 나한테는 이 책이 여자가 주인공인 첫 책이지 말이다! 이럴수가! 놀라워라!
작가님. 난 이 번 책도 표지가 맘에 안 들어요. 흥~ 아 표지 디자인 좀 제에발~~~ 아~~ 쪼옴~~~ 내가 생각하는 표지 디자인의 조건이라 함은 말이다. 책장에 책들이 모두 제목만 간신히 보이는 책등을 보이고 있을 때 당당하게 표지를 보이게끔 세워 두어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다. 난 이표지를 보이게 해 놓고 즐거워 할 수도,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상상할 수도 없소이다. 흥~ 미술관 다니는 것도 그리 좋아 하시면서 어째 책들 표지들이.... 아... 슬프다 슬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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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일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매주 한 사람씩 죽이겠다는 협박성 음성파일이 언론사에 도착한다. 그러나 협박범이 진짜 사람을 죽였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자살이나 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이 알 수 없는 사건을 하 경감이 맡았다. 특별한 동기와 결과를 알지 못한 채 하 경감은 사람이 죽은 현장을 다니며 증거를 모은다. 협박범은 있지만 범인의 특성을 특정하지 못하고 하 경감은 범인을 쫓지만 아무 단서도 되지 않는 허상을 쫓는 것과 같다. 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도 안되는 협박을 하는 인간 같지 않은 범인이 플라스틱맨이다. 소설 속에서 대통령 탄핵은 기각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여 자신들의 뜻에 따라 집회를 한다. 여전히 사회에 불만을 품거나 개인적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타인을 죽인다. 협박범은 실행할 수 없는 협박을 해댄다. 탄핵될 뻔한 청와대는 일련의 사건들에 그닥 관심이 없으며 대통령 연임을 논한다.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모두들 감정없이 배려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말도 안되는 주장과 요구를 한다. 대통령이 탄핵 되었든 그렇지 않든 감정 없는 권력은 시민을 볼모삼아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들을 늘어 놓는다. 시민들 또한 우루루 몰려다니며 진리를 구하지 않고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며 소리를 높인다. 우리에게 엄청난 변화를 예고 했던 광장. 바뀌면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살게 해 줄 것 같았던 광장은 여전히 실행불가능하고 건조한 주문들만 내뱉는다. 삶은 변하지 않았다. 권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를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 각자는 플라스틱맨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계속 살아내야하는 나. 세상은 바뀌지 않은 것처럼 계속된다. 내가 있든 없든 아무 상관없이 사건과 상처의 시간이 계속된다. 화가 난다. 내 삶을 끝내도 꿈쩍하지 않을 세상이. 그래도 반환점을 돈 나는 방향을 바꿔 세상에 나아가야 한다. 작가가 찍은 사지 한컷 두컷이 그 날의 감정으로 날 돌려보낸다. 진짜 살아야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본다. #핀서포터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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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겨울, 촛불로 가득했던 광화문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유난한 한파에도 모두 뜨거웠고, 간절했던 시간. 그 끝에 이어진 안도하고 다행스러웠던 날들. 하지만, 만약 결과가 달랐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촛불이 계속해서 꺼지지 않았을지, 아니면 촛불을 들기 전보다 더 나빠졌을지,,, 생각만해도 눈이 질끈 감기는 상상이다. - 작가의 상상력은 그 자체로 과감하고 강렬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플라스틱맨. 많은 국민들과 같은 마음 같기도 하고 반대로 왠지 비웃는 듯한 느낌도 풍기며 그 의도를 추측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만큼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플라스틱맨은 왜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이야기를, 무성의한 방식으로 계속 전하는걸까. - 중요한 역사의 한 순간에 ‘만약 달랐다면’ 하는 가정은,, 현재의 삶과 달랐을지도 모를 삶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대통령이 바뀌고 난 후, 우리의 삶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감각은 어느새 많이 무뎌지고 닳아버린것 같다. 잊지말라고, 잊지말자고 하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서사가 뚜렷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과감한 소재와 독특한 전개가 흥미로웠고, 그때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시는, 플라스틱맨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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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플라스틱은, 사람으로 치면 어떤 일에도 얼굴이 빨개지거나 창백해지지 않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마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얼굴까지 전해지지 않는 사람이거나,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 플라스틱이 어느 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청와대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 한 명을 토요일에 살해하겠다." 2016년 가을, 언론사에는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협박 음성 메시지가 담긴 USB가 도착한다. 하지만 우편물을 받은 일곱 언론사 중 USB를 열어 본 곳은 마지막 시사주간지 한 곳뿐이었고, 그마저도 두 달이나 지나고서야 짤막하게 보도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누구나 대통령의 탄핵을 바랐고, 광화문은 대규모 집회로 뜨거웠기에 그런 요구는 무엇 하나 특별할 것이 없었다. 시사주간지의 보도를 본 동료 경찰의 이야기로 뒤늦게 수사에 착수하게 된 하경감은 인간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억양도 없는 협박범을 '플라스틱 맨'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내가 플라스틱 맨을 알고 있습니다." 홀로 사건을 전담한 하경감은 한결같은 말로 시작하는 많은 제보를 받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탄핵 시위는 점점 과열되고 대통령은 묵묵부답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사이에서 권력층들은 유리한 쪽을 찾느라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탄핵이 확실하다는 여론과는 다르게 탄핵은 허무하게 기각되고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플라스틱 맨의 협박은 멈추지 않고, 탄핵 재판에 참여했던 헌법재판관은 살해당하고, 버스 폭발 사건이 일어나며 플라스틱 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사실 전부 그가 한 일인지. 그가 정말 존재하긴 하는 건지 이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p.239 내가 누구야? 난 너희야, 너희 모두라고! 플라스틱은 원하는 틀에 맞춰 쉽게 찍어내고, 대량으로 양산되고 복제되듯 소설 속 '플라스틱 맨'은 누구도 될 수 있었고, 어디든 존재할 수 있었다. 마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표정도 영혼도 없이 목소리를 내는 시대, 혹은 사람들. 플라스틱 맨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추리소설을 읽듯 범인을 쫓아 빠르게 진행되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면서도, 읽고 나면 어느새 시대와 우리의 현재 상황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p.71 모두가 플라스틱 맨을 알고 있다고 했다. 내가 살면서 한 번은 플라스틱 맨을 만났던 것 같아요. p.250 결코 끝나지 않는 끝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플라스틱 맨도, 대통령도, 광장의 시민들도, 세상도, 끝을 볼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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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2016년 10월, 언론사에 한 USB가 도착한다. USB 안에는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담긴 음성 파일이 하나 들어있었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하 경감은 매일 사건 현장을 다니고 음성 파일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그 협박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만약 일어났다면 범인은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바쁘다. 음성 파일 속 목소리는 한 남성의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억양도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마치 열전도율이 낮은 플라스틱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범인을 찾기 전까지, 하 경감은 이 협박범을 '플라스틱맨'으로 명명하고 보도하기로 한다. 플라스틱맨을 알거나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제보를 기다리지만, 다 비슷비슷한 내용 뿐이었다. 플라스틱맨은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지같은 상황 속에서도 대통령이 탄핵되기만 하면 다 정리될 거라고 믿던 찰나, 헌재는 대통령 탄핵을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그러자 더욱 큰 혼돈이 온다. 버스가 폭발하고 재판관이 살해당하고 성당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한 집회에서는 세월호 동영상이 나올 차례에 갑자기 플라스틱맨의 얼굴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기도 한다.
실제로 플라스틱맨이 말하는 사건이 발생했는지, 어디서 발생했고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인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다만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들의 규모가 커지자, 플라스틱맨 사건은 다른 전담 팀에게 넘어가게 된다. 결국 하 경감은 대통령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아 시위 현장에 배치된다. 국가를 사유화한 대통령의 밑에서 대통령의 개가 되어 국민을 진압하고 억제하고 누르는 역할을 맡게 된 하 경감은,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자신이 죽어도 끝나지 않을 이 상황을 받아드리기 어려워, 결국 경찰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 읽고 나서 ] 실제 한국의 201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백민석 작가의 신작, 『플라스틱맨』을 읽어보았다. 독자인 나는 그 당시의 기억을 갖고 2020년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스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국민은 분노했고 헌재는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민주주의를 쟁취해냈다는 벅차오르는 감정 같은 것들이 생겨났던 사실 말이다. 그러나 소설은 현실을 뒤집는다.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한 것이다. 소설 속 한국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분노하고 격정적으로 변해간다. 플라스틱맨이 벌인 것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테러 사건들이 자꾸 발생했다. 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플라스틱맨을 찾을 생각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단지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겪었던 장소와 들었던 감정 등을 톺아보는 것만이 그 목적이었을지도.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한국이 아니란 느낌이 종종 들었다. 하 경감이 가족과 하이디 놀이를 하면서 프랑스를 연상시켜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구성요소는 한국과 똑같은데, 대통령이 그대로 남아있는 국가가 있는 듯 했다. 그러면서 현재를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얻어낸 민주주의는, 그리고 2020년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시간이 지나도 생생한 기억도 있고, 흐릿해진 기억도 있다. 사실 대부분은 잊고 지나갔다. 『플라스틱맨』을 읽으면서 그런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무력감과 절망감 속에서 희망을 줍는 듯 했다. 서영인 평론가의 말 중에 '플라스틱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누가봐도 지킬 수 없는 것을 요청하는 플라스틱맨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청와대와 그런 상황을 선정적으로만 다루는 언론사. 이 셋의 불통을 그려내는 것이야 말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목적성이 아닐까. 이런 기이한 상황이 발생하는 한국이라는 곳을 바라보는 것 말이다. 처음 읽는 백민석 작가의 소설은 진심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사실 스릴러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자기 전에 펼친 책을 읽으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플라스틱맨이 내 옆에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들어 더 읽지 못하고 잠을 청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아가며 같은 시기를 경험했다는 공통점 만으로도,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 나눌 것들이 많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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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소설이 마치 평행 우주처럼 펼쳐지는, 기묘한 기시감을 경험하게 하는 소설! 전 대통령 탄핵 소추의 기각, 이 가정법에서 출발하는 낯설지만 낯익은 불안 그리고 공포!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2016년,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 탄핵을 앞세운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던 대규모 촛불 시위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정부 출범 이전부터 각종 정책에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면에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었으며,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로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되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며 또 변화한 것은 무엇일까. 만약, 그날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이 아니라 탄핵을 기각했다면 과연 역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스물여덟째 작품, 백민석의 『플라스틱맨』은 바로 이러한 가정법 아래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탄핵 결정과 기각, 실제 우리가 경험했던 현실과 소설의 가정법이 마치 평행 우주처럼 펼쳐지는 듯한 이 놀라운 느낌은 낯설지만 또한 너무도 낯익어서 기묘한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마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얼굴까지 전해지지 않는 사람이거나,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 플라스틱이 어느 날 말을 하기 시작했다. / 12p
우리는 모두 플라스틱맨을 알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청와대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 한 명을 토요일에 살해하겠다.”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담긴 USB가 각 언론사에 도착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USB가 담긴 우편물에는 지문이나 머리카락 같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고, USB는 어디서나 흔히 살 수 있는 제품이었으며, 무슨 기기로 녹음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단서조차 없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억양이 없는 목소리, 흡사 마네킹 혹은 플라스틱 인간이 떠들고 있는 듯한 협박범의 말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협박범의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 그를 ‘플라스틱맨’이라 부르기로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USB에 담긴 진의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통령더러 물러나라는 협박인데도 청와대로 보내지 않고 언론사로 보낸 것 하며, 누굴 어떻게 해치겠다고 특정하지도 않는 데다 그저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이라고만 한정할 뿐 날짜도 특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협박범은 날짜가 지나도 협박을 실행에 옮겼는지, 안 옮겼는지의 여부도 알려오지 않는다. 온 언론이 대통령 탄핵 이야기를 하고 있고,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는 중이며 국회에서는 탄핵소추를 논의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렇게 모호하기만 한 플라스틱맨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그라지고, 단독으로 사건을 전담하게 된 하 경감조차 온 나라가 대통령 퇴진을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 마치 복사해 붙인 똑같은 파일로 한 달 반이나 협박을 반복하고 있는 협박범 태도로 보아서는 어떤 게으른 놈이 그저 농담을 지껄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나마 있는 제보자들의 전화를 받으면 한결같이 “내가 플라스틱맨을 알아요…….” 라고 말하지만 늘 모른다는 사실로 통화는 끝난다. 하 경감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화가 나 있고, 그들을 얼마나 망쳐놓고 싶어 하는가 하는 사실만 깨닫게 될 뿐이다.
기자는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자기 의견을 가질 만한 놈은 아닌 것 같던데.” 기자는 이 세상에 자기 의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아냐고 물었다. 협박범도 그저 남들이 대통령 쫓아내자니까 그게 역사의 소명인 줄 아는 어중이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 경감은 동의할 수 없었지만, 냉소적인 게 어쩐지 기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62p
하 경감은 잠에 빠져들면서도 생각의 한끝을 놓지 않았다. 흉포는 플라스틱맨의 특징이 아니었다. 플라스틱맨은 너무나 흉포해서 누구의 눈에나 띄도록 생겨먹은 놈이 아니었다. 그 정반대였다. 제보자들을 저마다 자기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들 만큼 흔하고 평범하고 레디메이드 같을 게 분명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대량생산 플라스틱 마네킹 같은. / 86p
“촛불집회에 100만 명씩 나오는데 그게 무슨 증거가 돼요?”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어요. 이놈의 사회는 충격이 필요하다.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박근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청와대 앞길에 생피가 뿌려지는 꼴을 보게 될 거다……. 유튜브에 나온 협박하고 똑같죠.” 제보자는 무슨 큰 비밀이라도 털어놓는 양 소곤소곤 목소리를 낮췄다. 하 경감은 한숨을 쉬었다. 이 나라는 ‘죽고 싶다’란 말과 ‘죽여버린다’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나라다. /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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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보된 인적 사항들을 통해 플라스틱맨 용의자들을 추적하던 도중, PC방 살인사건의 용의자이자 플라스틱맨으로 추정되는 이를 쫓다가 동료가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어 처음 USB 파일을 제보하고 유튜브로 공개하면서 용의자 찾기에 도움을 주었던 시사주간지 기자마저 실종된다. 그러는 사이에 마침내 탄핵 최종 선고일이 다가오고, 탄핵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이야기는 뜻밖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 것이다. 하 경감으로서는 이 판결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가운데, 601번 버스가 폭발하고 헌법재판관이 살해되며, 성당 예배당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이 모두가 플라스틱맨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하 경감은 플라스틱맨 사건이 의미나 가치 없는 사건으로 치부되던 신세에서 벗어나 드디어 실체를 가지게 된 것에 내심 설레는 것을 느낀다.
하이디는 요들송의 화창한 음표들 너머로, 검은 해일이 일본 열도를 휩쓰는 장관을 바라봤다. 가고시마를 덮치고 후쿠오카를 지나 쓰시마섬을 삼키는 모습을 봤다. 해일은 계속 밀려들었다. 거제도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덕유산 국립공원이 잠기고 곧바로 대전이 사라졌다. 해일이 그 모든 것을 덮친 시간은, 하이디가 요들송 한 소절을 부르는 시간보다 짧았다. 검은 해일은 평택을 집어삼켰고 과천이 사라졌다. /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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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플라스틱맨』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용의자의 정체가 드러나고 마침내 사건이 종결되는 수순으로 나아갈 듯하지만, 소설은 예상을 철저히 깨부순다.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와 테러사건이 경찰청 최우선 선결과제가 되고, 경찰청 내에서 유능하다고 소문난 수사관들이 차출되어 위기대응팀이 꾸려지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하 경감은 그곳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테러가 일어나던 순간까지도 플라스틱맨을 쫓고 있었고 그에 대한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던 그녀지만, 고작 떨어지는 명령이라고는 ‘우악스런 촛불집회 시위대로부터 평화염원집회의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광화문에 나가라는 지시만 내려올 뿐이다.
대통령 탄핵 결정이 기각된 이후, 태극기 부대니 친박집회니 탄핵반대집회니 하고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집회들이 이제는 평화염원집회라 불리게 되고, 특정 세력이 오랜 기간 독점하는 상황은 불합리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의해 광화문 광장은 더 이상 촛불 집회가 아닌 평화염원집회들을 위한 자리로 뒤바뀌게 된다. 더욱이 서울행정법원은 연이은 테러의 책임 역시 촛불 세력에 있을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하는 바, 촛불집회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한다. 전에는 시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던 행정부와 사법부가 권력의 논리에 따라 편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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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와중에도 플라스틱맨의 협박은 계속된다. 한두 주에 한 번씩 우편물이 방송국에 보내지고, 과연 그가 했는지 증명할 수 없는 테러사건들이 일어나 희생자들을 낳는다.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고, 경찰의 진압은 갈수록 강경해지고, 개헌 논의는 불이 붙는다. 광장마다 꾸역꾸역 흥분한 시민들이 몰려나오고, 다시 협박이 방송을 타고 테러가 일어난다. 하 경감은 마치 양면이 뒤바뀐 필름지를 겹쳐놓은 듯 어제는 저쪽이었던 이들이 오늘은 이쪽이 되어버린 광경의 중심에 서서 결코 끝나지 않을 끝과 마주한 기분을 느낀다. 이로써 소설을 읽고 있던 독자들은 더 이상 플라스틱맨이 누구인지, 탄핵이 선고되었든지 기각이 되었든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진영의 논리와 이익을 지키려는 집단의 폭력성은 여전하고, 권력의 실세에 따라 움직이는 기득권은 기생충 같은 습성을 버리지 못하며, 공감을 상실한 우리들은 마음의 온도를 잃어버린 채 틀에 넣어 만들어진 것처럼 양산되고 복제되고 반복되는 저 수많은 플래스틱맨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무력감으로 인해 그만 허무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직접 목격했고, 경험했던 우리 시대의 역사여서 더 비참하고 서글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읽었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목화밭 엽기전』, 『죽은 올빼미 농장』, 『아바나의 시민들』, 『멜랑콜리 해피엔딩』의 단편수록작 <냉장고 멜랑콜리> 그리고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쩌다보니 작가 백민석은 내가 한국 문학이라는 걸 처음 접하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듬성듬성이지만 변함없이 찾게 되는 몇 안 되는 작가인 듯하다. 다소 냉소적이지만 시대의 절망과 폐허 같은 현대인들의 삶의 허기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직조해낼 줄 아는 그의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늘 생각난다. 다음에는 또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플라스틱맨』을 읽고 나니 나는 이전보다 기대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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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마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얼굴까지 전해지지 않는 사람이거나,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한 달 반 동안 일곱 개의 언론사에 제보된 USB, 그 속에는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무고한 시민을 죽이겠다는 협박성의 똑같은 음성녹음이 담겨있다. 아무도 이 USB에 주목하지 않았다. 온 국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는 시기에 새로울 것 없는 요구였다. 하 경감은 이 사건을 담당하고, 협박범에게 '플라스틱맨'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경찰이다. 경찰들은 뭘 조사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이 사건을 *셜록 홈스 사건으로 분류한다. *셜록 홈스 사건: 의미도 가치도 없어 경찰들이 기피하는 사건
하경감은 수사에 진전이 없자 처음 USB를 열어 보았던 시사주간지 기자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에 영상을 게재하고, 플라스틱맨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제보 전화가 쏟아진다. 협박범의 협박은 계속되고, 사건도 계속 일어나지만 협박범의 소행인지 그저 별개의 사건인지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은 국가를 사유화했다. 경찰은 집 지키는 개가 되었고 그 말단에 그녀가 있었다. 시민은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국가의 세입자가 됐고, 나가지 않으면 집 지키는 개들이 나서서 물어뜯을 것이었다. 경찰이 되고 오늘만큼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p209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사건에 하경감은 무력감을 느끼고 탄핵이 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탄핵은 기각 당한다. 대통령의 집을 지키는 개가 되었다는 허망함에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 굴레에서 벗어났다 생각한다. 하경감에서 하윤임으로 돌아온 그는 다 잊고 새 직장을 찾고 어쩌면 결혼을 할 수도 있는 새 인생을 꿈꾼다. 그러나 하윤임은 결코 끝나지 않는 끝을 맞이해 자기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소설은 끝난다. / 설의 배경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의 기간이다. 소설 중간에 백민석 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의도적으로 삽입해 소설의 생동감을 높인다. 우리가 지나왔던 현실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소설은 탄핵에서 변곡점을 맞이한다. 소설 속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되었다. 국가는 대통령의 사유지화되었고 시민들은 대통령이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세입자로 전락했다. 그 반대의 시간을 지나온 우리는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시 우리도 '플라스틱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소설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결코 끝나지 않은 끝을 마주한 하윤임은 이 굴레에 평생 갇혀 버린 걸까. 하윤임은 자신이 "애초에 세상의 변수가 아니었고, 그녀의 삶에 아랑곳 없이 세상은 끝에서 끝을 이어갈 것"(p250)이라는 자각을 통해 세상에 끝을 마주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 '자각'을 통해서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거니까. 어쩌면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를 우리도 이 '변곡점'을 맞이할 때가 된 것 아닐까.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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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마음의 열전도율이 낮아 얼굴까지 전해지지 않는 사람이거나 마음이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 플라스틱이 어느 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적 배경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다. 어이없게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은 기각되었다. 김진명 소설 같은 류는 절대 아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잃게 되는 국가적 이익보다 절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매주 한 사람씩 죽이겠다는 음성 파일이 언론사에 도착하고 매주 누군가를 죽였을 수도 있고 장난처럼 메시지만 보냈을 수도 있는 동기도 결과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이 사건을 주인공 하경감이 추적하는 스토리다. ![]() ![]() ![]() ![]() 탄핵 시국을 서사하고 하경감 개인의 일상과 생각들이 서술되는 대목들에서는 순문학을 읽는 느낌이었고 살인과 테러 장면들이 묘사되는 대목들은 숨막히는 미스터리 추리 형사물이다. 그리고 탄핵이 기각되었다는 가정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는 대체역사물이다. 실제 백민석 작가가 촛불집회에 나가서 찍은 흑백사진들이 묘하게 삽입되어 있고 까딱 잘못했으면 끔찍한 폭력적인 상황으로 휘말렸을지도 모를 그 시절에 대한 여러 생각들에 잠기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