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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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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수 있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더 좋은 작가가 된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을 덜 뒤틀린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 53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나의 친구가 나에게 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오늘 내가 들은 수업 교수님이 말야, 수업을 하시는데 전혀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만 계속 하시는 거야. 흐름도 잘 모르겠고 계속 듣다보니 이제 그냥 아무말이나 하시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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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수 있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더 좋은 작가가 된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을 덜 뒤틀린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 53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나의 친구가 나에게 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내가 들은 수업 교수님이 말야, 수업을 하시는데 전혀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만 계속 하시는 거야. 흐름도 잘 모르겠고 계속 듣다보니 이제 그냥 아무말이나 하시는 것 같고. 근데 마지막에 그 모든 게 연결되면서 큰 그림이 보이는 거 있지. 무슨 엄청난 대서사를 하나 본 것 같다니까. 그냥 완벽했어."


이 소설을 보고 그 때 나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서로 연관없는 등장인물들이 별다른 자세한 설명이 없이 툭툭 튀어나와 어리둥절하였다.

큰 연결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특별한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평범한 삶의 나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라 이러한 파편적인 이야기야말로  화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기댈 수 있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더 좋은 작가가 된다.'는 책의 한 구절은 곱씹어 생각해보면 지나간 모든 이들의 이야기 속에 나의 정체성이 조금씩 숨겨져 있다는,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나라는 사람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한 책인 것은 맞지만,

오랜만에 신선한 방식의 글쓰기를 접하여 매우 새로웠고, 기뻤다.

책 표지와 내지 색도 매우 예뻐 양장본이 아님에도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신선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n********5 2020.08.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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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삶을 보며 내 삶의 윤곽을 찾게 되는 것
"다른 이의 삶을 보며 내 삶의 윤곽을 찾게 되는 것" 내용보기
등장인물이 누구인가, 이야기의 진행은 어찌되는가를 묻는다면 그것이 중요한 소설이 아니라고 말하겠다. 옆자리 남자로 나타나는 이름이 없는 인물의 이야기가 그의 입을 통해 서술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지인들의 이야기,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들의 독백 같은 서술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삶의 ‘윤곽’이 만들어질까.   181 자기 나이쯤 되니-그녀는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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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누구인가, 이야기의 진행은 어찌되는가를 묻는다면 그것이 중요한 소설이 아니라고 말하겠다. 옆자리 남자로 나타나는 이름이 없는 인물의 이야기가 그의 입을 통해 서술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지인들의 이야기,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들의 독백 같은 서술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삶의 윤곽이 만들어질까.

 

181

자기 나이쯤 되니-그녀는 마흔세 살이었다-머릿속에 자신의 기억이나 의무, , 지식, 그날그날 해야 할 잡다한 일들 외에, 다른 사람들의 그런 것들- 오랜 세월 듣고, 말하고, 공감하고, 걱정하며 쌓아온 것들-도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그럼 수많은 종류의 정신적 부담을 나누는 경계나, 그것들 사이의 구분이 흐릿해져버려서 이제 어떤 것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고 어떤 것이 자신이 아는 다른 이들에게 있었던 일인지, 심지어 뭐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뭐가 아닌지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 문장이 이 소설을 이해하게 만든다.

쉽게 읽어지는 소설이지만 읽으면서 책 속의 내용에 나와 내 지인의 이야기가 계속 삽입된다. 우리 모두는 다른 이의 삶을 보며 내 삶의 윤곽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YES마니아 : 로얄 k*****n 2020.08.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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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흔들리는 대화의 윤곽
"윤곽, 흔들리는 대화의 윤곽" 내용보기
대화라는 것은 어느 일방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대화라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홀로 전개하는 것이 아닌 타자의 말을 잘 듣고 나의 이야기를 정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에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윤곽>은 그런 교과서적 정언 명법을 아주 거부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냥 독백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나간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화자가 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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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라는 것은 어느 일방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대화라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홀로 전개하는 것이 아닌 타자의 말을 잘 듣고 나의 이야기를 정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에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윤곽>은 그런 교과서적 정언 명법을 아주 거부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냥 독백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나간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화자가 이 대화에 개입을 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판소리의 추임새정도에 그칠 뿐 그다지 깊이 관여하지도 않으며 그다지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이 대화의 맥락을 편집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글은 다소 산만한 면도 있으며 이야기가 온갖 군데에 튀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어떤 맥락을 잡아야할지 역시도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 내용조차도 인과관계가 전연 없어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엉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를 듣는 사람은 어떠한가. 듣는 사람은 크게 두명으로 나눌 수 있다. 한명은 작중의 화자가 곧 청자이고 다른 한명은 독자인 우리이다. 이 책은 분명히 말하건대, 결코 소설 외부를 굳이 배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치 소설 내 세계와 소설 외 세계를 이분해왔던 그동안의 자폐적 소설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의 시공간 안으로 소설의 맥락을 끌고와서 우리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독자 역시도 얼마든지 청자로 배치되면서도 동시에 작중의 화자와는 또 다른 자아로서 이곳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 발화의 맥락 역시도 모호함을 띄게 된다. 발화자의 대상은 1차적으로는 청자이기 때문에 청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의해서 무의식적 편집을 거친 (혹은 청자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달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독자에게 다이렉트로 꽂히는 것인지 불분명해진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는 그냥 윤곽만을 남은 채 흔들려버리고 그렇게 모든 윤곽은 불분명한 윤곽만을 남긴 채 책이 마무리된다. 

u*******5 2020.09.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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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2] 윤곽
"[2232] 윤곽 " 내용보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싸움은 절대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실을 밝히는 게 목표인 이상 해결은 불가능했는데,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진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요점이었다. 이제 둘은 꿈을 공유하지 않았고, 심지어 현실도 공유하지 않았다. 두 아들은 각각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았다. 있는 것은 관점뿐이었다. 한 영국 여성 작가가 그리스에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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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싸움은 절대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실을 밝히는 게 목표인 이상 해결은 불가능했는데,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진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요점이었다. 이제 둘은 꿈을 공유하지 않았고, 심지어 현실도 공유하지 않았다. 두 아들은 각각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았다. 있는 것은 관점뿐이었다.


한 영국 여성 작가가 그리스에 강의차 짧은 여행을 하게 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특별한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설이 아니라, 주로 등장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생활이나 가족관계에 있어서 실패나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실패와 상실의 경험을 통해 자기가 아니었던 것과 자신의 윤곽을 어렴풋이 알게 되고, 그걸 더듬어가면서 다시 자기의 정체성을 구축하고자 하는 그런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다. 아니 사실 인생이라는 것 자체로 그런 과정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p 2025.02.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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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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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레이첼커스크#한길사 2020.08.10/p.304 /영미소설이 소설은 굉장히 독특했다. 뚜렷한 줄거리가 있지 않고, 한 여성이 이혼으로 삶이 흔들리고 도피하듯 아테네로 글쓰기 강의를 하러 떠나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주인공은 거의 듣는 역할이다. 그래서 주인공도 진실과는 먼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 독자도 주인공에 대해서 윤곽만 알 수 있다.가장 많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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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레이첼커스크#한길사 

2020.08.10/p.304 /영미소설


이 소설은 굉장히 독특했다. 뚜렷한 줄거리가 있지 않고, 한 여성이 이혼으로 삶이 흔들리고 도피하듯 아테네로 글쓰기 강의를 하러 떠나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주인공은 거의 듣는 역할이다. 그래서 주인공도 진실과는 먼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 독자도 주인공에 대해서 윤곽만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비행기에서 옆에 앉았던 남자. 세 번 이혼하고 삶의 굴곡이 많았지만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그의 보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수영을 하기도 하는데 표지의 사진이 그런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주인공의 대조적인 인물처럼 느껴진다.


이야기의 전개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있고, 그런데도 문장에는 삶에대한 통찰력이 담뿍 들어있어서 노트를 해가며 끈질기게 읽게된다. 

이달의 사락 i******z 2024.10.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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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_레이첼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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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 역시 언젠가 거쳐가게 될 상실의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다고 상실을 무탈히 건너갈 수 있지 않겠지만 적어도 함꼐 상실을 겪을 이들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으니. 그저 괜찮다고 위로하는 피상적인 문장보다는 '나'역시 너와 같은 아픔을 공유했다고 말해주는 게 더 위로가 될 때가 종종 있고, 윤곽은 우리 옆에서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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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 역시 언젠가 거쳐가게 될 상실의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다고 상실을 무탈히 건너갈 수 있지 않겠지만 적어도 함꼐 상실을 겪을 이들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으니.

그저 괜찮다고 위로하는 피상적인 문장보다는 '나'역시 너와 같은 아픔을 공유했다고 말해주는 게 더 위로가 될 때가 종종 있고, 윤곽은 우리 옆에서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w****8 2022.05.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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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대학생 서포터즈 5기] Book review :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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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끝까지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누구라도 주인공과 가까워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 본인조차 이야기의 시작점에선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유를 통해 독자와 작가가 함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 속에
"[한길사 대학생 서포터즈 5기] Book review : 윤곽" 내용보기

주인공은 끝까지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누구라도 주인공과 가까워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 본인조차 이야기의 시작점에선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유를 통해 독자와 작가가 함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 속에서 1. 사람들은 원한다면 어떤 언어로든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으며, 2. 세계가 다시 순수해 졌으면 하는 소망을 지닌, 3. 뭔가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내는 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에서 나 또한 나만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었다.

 

영원의 시선

 

줄표(-) 속 숨겨진 진솔한 마음.

따옴표(‘/“)에 담긴 수많은 목소리.

쉼표(,)로 이어지는 너와 나의 이야기.

 

그 모든 점과 선을 이어·???

그려낼 우리만의 윤곽.

e**********8 2022.04.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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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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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와 영화 ‘다가오는 것들’이 떠오르던 책.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동반한 메시지를 기대하면 매력을 놓칠 수 있다. 애초에 유속이 다른 작품이다. 결론을 좇는 대신 물결에 몸을 맡기고 유영하듯 읽기를 권하고 싶다.화자는 어느 여름날 글쓰기 강의를 하러 아테네에 온, 얼마 전 이혼한 영국 여성 작가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혼, 실패한 사랑의 상실을 털어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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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와 영화 ‘다가오는 것들’이 떠오르던 책.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동반한 메시지를 기대하면 매력을 놓칠 수 있다. 애초에 유속이 다른 작품이다. 결론을 좇는 대신 물결에 몸을 맡기고 유영하듯 읽기를 권하고 싶다.

화자는 어느 여름날 글쓰기 강의를 하러 아테네에 온, 얼마 전 이혼한 영국 여성 작가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혼, 실패한 사랑의 상실을 털어놓는다. 그렇게 깊은 관계를 경험해본 적 없는 젊은 독자로서 완전히 몰입하기는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다소 몽롱하고 주관적인 그 말들에 때때로 감응하게 되었다.

그러나 화자가 자신을 별로 드러내지 않은 채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그저 듣고 또 들으면서, 언제나 완전한 동의를 보이지는 않을 때, 나 역시 마침표의 환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법 또한 배우게 된다.

“제가 원하는 것과 지금 제가 확실히 가질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잖아요. 그런 현실에 대해 최종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화해할 수 있을 때까지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로 했어요.” p.201

옆자리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라는 하나의 형태, 윤곽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 윤곽을 둘러싼 바깥의 세부적인 면들은 모두 채워졌는데, 정작 윤곽 자체는 텅 비어 있었다. 그 형태 덕분에, 비록 그 내용물은 알지 못했지만, 사고 이후 처음으로 그녀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인지할 수 있었다. p.281

채워지지 않은 윤곽만 존재하는 상실의 상태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던 가치가 붕괴된 무의 상황이다. 여기서 당장 ‘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다. 어서 새로운 확신을 갖고 싶은 충동을 저미며 귀기울이는 과정이 소요된다. 그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한때 온 삶을 바쳤던 대상이 무용 ? 무의미해지는 일을 몇 번 겪은 뒤, 나이가 들어 다시 곱씹어보고픈 작품. 그런 의미들이 한층 희미해진 30, 40대의 나도 썩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n******h 2020.08.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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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상실 이후에 깨닫는 환상과 진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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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자신에게 재미가 없었거나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책에 대해 혹평을 하곤 한다.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도 그럴 만한 여지가 있는 소설일 것이다. 보통 소설은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의 서사 구조를 띄며 각 장마다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있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런 일반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1장부터 10장까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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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자신에게 재미가 없었거나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책에 대해 혹평을 하곤 한다.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도 그럴 만한 여지가 있는 소설일 것이다. 보통 소설은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의 서사 구조를 띄며 각 장마다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있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런 일반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1장부터 10장까지 서로 상관 없어보이는 이야기들이 한 데 모여있고, 주인공의 생각 역시 분명히 알 수 없는 평범한 글로 보이는 이 소설이 어떻게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는 걸까. 나 역시 윤곽을 덮고 나서도 책의 주제가 무엇일지, 어떤 키워드들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를 잠시 고찰해야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윤곽은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만큼 그리 나쁜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나름의 의의를 가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 서평에 나온 것처럼 윤곽은 특정한 교훈이나 주제 전달을 의도한 책이 아니며 오히려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에 가깝다. 줄거리는 이렇다. 이혼을 한 등장인물인 ''라는 발화자는 작가로서 글쓰기 강연을 하기 위해 그리스에 가고, 그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결혼과 상실, 그 이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여기에서 주인공인 '' 가 하는 일은 인간관계 - 주로 결혼 이후 상대방과의 관계- 에서의 경험 속 상처, 상실에 대한 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타인들의 이야기에 특별히 공감하지도 않고 크게 부정하지도 않는데, 소설은 그녀 머릿속의 생각만을 전해줄 뿐 독자들에게 어떤 교훈적인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결혼하는 것,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갈등이나 깨달음과 같은 일상적인 것들인데, 이러한 것들은 보통의 소설에서 다루는 가상의 이미지나 환상이 아닌 현실 속의 날 것 그대로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독자들로 하여금 결혼의 현실이 무엇인지, 무언가를 상실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떠올려보게 하는 작가 나름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윤곽이 가진 또 다른 매력적인 부분은 남녀관계에서의 긴장과 갈등, 결혼 생활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말이 '환상''실제'이다.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을 겪은 '옆자리 남자', 결혼 이후 열정을 잃어버린 '라이언'와 같은 남자 주인공들도 등장하지만 여자 주인공들이 특히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 여성이 결혼 후 겪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녹여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이 고역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 기록과 허구적 소설 사이 그 어딘가의 오묘한 경계에 위치한 이 소설의 서사 구조 덕분에,나는 결혼을 하지 않은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들의 상실의 경험이 어떤 모양의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한 의 '환상'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윤곽의 의의는 결혼 생활에서의 젠더 간 차이와 갈등에 관한 주제 역시 다룬다는 점에서 또 한번 드러난다. 책 속에서 발화자인 ''와 대화를 나누는 여러 여성들은 결혼 전후로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와 육아가 여성에게만 부담되어 여성이 한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꿈을 꾸지 못하거나 권력이 남편으로만 쏠린 가정에서 여성이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현실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는 이러한 여러 여성들의 일반적인 목소리를 듣고 약간의 생각을 덧붙여 독자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의 존재감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희미하며 그의 반응은 의미있는 공감이나 비판이 아니라 그저 듣고 약간의 생각을 덧붙이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오히려 젠더 갈등과 폭력에 관한 직접적인 비판이 아닌 전달 방식은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 주변의 여성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책 속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금-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실에 대하여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평을 쓰자니 윤곽을 읽은 독자들이 이 책의 의미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겪은 상실의 경험에 대한 환상이 아닌 실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발화자 ''와 공유하는 경험의 서사는 각각 다르지만 이야기들의 본질은 동일하다. 사람들은 한 때 누군가를 사랑했고, 다퉜고, 중요시했으나 상실을 경험한 뒤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상실을 경험한 뒤에는 절대 그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어딘가 모르게 미묘하게 달라진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람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돛들이 사실은 실로 복잡하게 묶여있다는 사실, 몇 걸음만 다가가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윤곽은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 것들이 환상이었음을 깨닫는 진실, 그 자체이다.

a****2 2020.08.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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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 갈라진 이들의 마음에 대하여
"윤곽 - 갈라진 이들의 마음에 대하여" 내용보기
깨어진 관계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건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관계일수도, 몇달의 시간이 만든 관계일수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갈라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곽은 관계에 다친 사람드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레이첼 커스크는 분위기는 조용하고 단조로운 어조로도 책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우린 기꺼이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차례로
"윤곽 - 갈라진 이들의 마음에 대하여" 내용보기

깨어진 관계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건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관계일수도, 몇달의 시간이 만든 관계일수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갈라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곽은 관계에 다친 사람드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레이첼 커스크는 분위기는 조용하고 단조로운 어조로도 책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우린 기꺼이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차례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 마주앉아 듣는 입장이 되어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자연스럽고 소탈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이다.


 꺼내어진 것들은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것이다. 하주 작은 돌뿌리에 걸려넘어지게 되는 인생의 모든 것을 말한다. 단단하게 지탱하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것들도, 작게 흙을 다져가던 초목 같은 것들도 돌뿌리 앞에는 소용이 없었다. 넘어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온전히 몸을 내맡겨 구르는 것만이 가장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소중한 것들이 쉽게 끝나는 것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영혼엔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애써 붙여보려고 해도 갈라진 이들의 마음은 너무도 쉽게 드러나버렸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이란 인생을 그렇게, 뒤바꿔놓는 것이었다.


 뜬금없게도 영화 오리엔탈 특급열차가 생각이 났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실과 이별로 깨어진 영혼을 갖게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보다 조금 더 단조롭고 조금 더 현실적일 뿐이다만, 계속되는 삶에서도, 메마른 가슴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점은 다를바가 없는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 나는 누구를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

자체가 너무 낯선 일이 되버려서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s********k 2020.08.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