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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만 해도 "생기는대로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이니 의료 보험이니 국가나 기업에서는 둘째까지만 혜택을 제공하고 셋째부터는 찬밥이었죠. 이게 2000년대 초반까지도 있었으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출산률이 세계 최하라면서 출산이 애국이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123운동이라고 "1. 결혼후 1년 이내에 임신하고 2. 2명의 자녀를 3. 30세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라는 포스터를 만드니 네티즌들은 "1. 하나도 힘든데 2. 둘씩이나 낳자니 3. 혹시 IQ가 30?"이라고 비꼬았다고 하죠.
어쨌든 제 나이 곧 사십이 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면 그리 길지도 않은 세월인데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장 제가 살고 있는 동네부터 논밭밖에 없던 곳이 지금은 새로 지은 상가와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섰고 지금도 계속 짓고 있죠. 아마 그때는 땅값이 평당 몇만원했을 것인데 지금은 평당 5백만원도 더 될 겁니다. 단칸방에 저 밖에 푸세식 화장실에 X가 넘치던 것이 아직도 기억나지만 지금 제가 사는 집에는 화장실만 두개입니다. 초등학교때는 버스조차 정말 어쩌다가 타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코앞에 출퇴근할때에도 자가용으로 다닙니다. 손바닥만한 흑백TV로 만화영화를 보면서 안테나에 어디 문제가 있으면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그게 언젠가 30인치 컬러 TV로 바뀌었고 지금은 50인치 벽걸이 디지털 TV가 거실벽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죠. 우리 딸래미는 앞으로도 영원히 "푸세식"이라는 말이 뭔지도 모를 겁니다.
소위 386세대도 아닌, 1970년대 딱 중간생인 저조차 이렇게 격세지감인데 하물며 한국전쟁 직후 이승만 정권이 한창 출산장려를 하던 시절에 태어났다고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며 이제는 환갑을 넘긴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그시절과 지금은 별천지가 아닐런지.
책미래출판사에서 "2차 세계대전 시크릿 100선"을 보내주시면서 이 책도 같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 "따분한 에세이나 시집까지 "덤"으로 끼워보내 줄 필요는 없는데" 라고 생각하고 처박아 둘 생각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아주 재미있네요. 저자 자신의 인생 회고록이면서 또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사실적으로 정말 잘 묘사했습니다. 교수님답게 필력이 아주 좋으신 분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살던 곳도, 세대도 다른데 저자의 말과 사진이 결코 낯설지 않군요. 흔히 우리 사회가 해방 이래 정말 빠르게 변화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변화는 최근에 와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죠. 박정희 정권시절 고도성장을 했다지만 정작 그 과실을 일반 국민들이 직접 느끼게 된 때는 88올림픽 이후, 1990년대에 와서입니다. 집집마다 TV와 냉장고, 전화기, 세탁기를 갖추게 되고 마이카 시대가 열린 것은 IMF직전이었죠. 그 사이에는 격렬한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이 있었고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런 희생덕분에 그전에는 소수만 누렸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수혜를 누리고 사는 것이죠. 그걸 일부 베이비부머세대는 모든 공적을 특정한 대통령 한사람에게만 돌리며 종교에 가까울만큼 무비판적으로 추앙하지만요. 어린 시절에 그렇게 반복 교육을 받았기에 민주화되고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도 그런 사고를 바꿀 수 없나 봅니다.
어린 시절 동네 구멍가게에서 국자에 설탕을 넣어 연탄불에 녹인 다음 소다를 조금 넣어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면 국자에서 이를 떼어내어 먹었던 추억은 아마 우리 세대까지는 있을 겁니다. 집에서 그짓을 하다가 국자 여러개 태워먹고 엄마한테 혼났던 추억 역시 말이죠. 사실 집사람이 인터넷으로 이걸 사서 몇번 해먹은 적도 있습니다. 딱히 제가 단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도 꽤나 중독성이 있더군요. 저자이신 김동섭 교수님은 이를 "뽑기"라고 적어놓으셨는데 저는 "쪽자"라고 기억합니다. 동네마다 이름이 달랐던건지. 인터넷에서는 "추억의 달고나"라고 하니 아마 이 단어가 표준말인가 봅니다. 아래 사진은 "요지경"이라고 하는데 이 물건 역시 제가 어릴적에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
소년중앙에, 꺼벙이라는 단어를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교수님과 저는 적어도 20년의 시간차가 있는데 똑같은 추억이 공유가 되는건 그 만화가 그만큼 오래 장수했다는 것이겠죠.
정말 오랫만에 보는 "채변봉투"로군요. 대략 초등학교 졸업할때까지는 한달에 한번씩 했는데 이거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구충제를 줄 거면 그냥 나눠주면 되지 왜 이런 짓까지 했던 것인지. 1960년대 선생님의 모습, 학급의 모습, 학생들의 모습이나 제 추억에 남아 있는 모습이나 별 차이는 없는 것같습니다.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교련시간이 없어진 것으로 압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있었죠. 교련시간이 매주 2, 3시간은 되었던 것같습니다. 군복도 아닌 얼룩무늬 교련복 입고 집총훈련과 제식훈련을 했었죠. 대신 다행히 모내기나 수해복구같은 것에 동원된 기억은 없네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노태우 시절인데 그래도 이전보다는 조금 민주화되면서 병영사회에서 조금 벗어났던 때이죠.
한편으로, 자신의 옛 추억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해 지금 나 자신에게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지금 내 처지가 여유롭지 못한 사람은 과거 또한 돌아볼 여유가 없는 법입니다. 저자께서는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시지만 여자를 천시하던 시절에 딸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저자가 대학은 물론 외국 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죠. 물론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셨겠지만 적어도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분명 축복받으신 분입니다. 저희 양가 부모님들을 비롯해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베이비부머세대는 스스로 평생 앞만 보고 달렸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근대화의 장본인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들은 보릿고개를 겪은 마지막 세대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빈곤하게 살았지만 반대로 노력하는 만큼의 댓가를 누릴 수 있었죠. 애들 코묻은 돈을 뜯어야 했던 번데기 장수도 열심히만 하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고 자식들을 공부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직업으로는 자기 입에 풀칠도 못합니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어렵게 명문대에 외국 유학을 다녀와도 아주 특출나거나 뒷배경이 없으면 교수는 커녕 좋은 직장 하나 얻기도 어렵습니다. 그분들은 지금 세대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분들 역시 지금 세대의 어려움을 얼마나 이해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게 세대 차이겠지요.
어쨌든 저자만이 아닌 제 자신에게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사람들에게는 뭔가 우리 나라가 아닌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가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옛 사진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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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아빤 어릴 때 뭐 했어? 뭐 먹었어? 뭐 입었어? 라며 사소한 듯한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다. 아직도 슈퍼맨같은 아빠의 현재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빼빼 마른 코흘리개 아이 이야기는 몇번을 들어도 재미있고, 신기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이 없어서 오로지 나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아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는 것! 사극의 한 장면이나, 전설의 고향의 한 장면은 너무 멀리 간 것 같은데... 아빠가 살던 시대가 도무지 선명해지지가 않는다. '베이비부머의 추억일기'는 나와 같은 아쉬움을 가진 사람을 위한 책인듯, 사진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예전 모습과 현재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배려 또한 가득하다.
책은 얅고 가볍다.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빠르게 넘어간다. 단 글쓴이가 서울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책에 담긴 사진들은 서울이 배경이다.
이 책을 다 읽고보니, 아빠와 함께 보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얼른 방에서 책을 가지고 나와 아빠 옆에 앉았다. 아빠는 무슨 이런 책을 빌려 읽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곧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사진을 함께 보며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최고다! 그 동안 상상해왔던 희미한 이미지들이 한층 또렷해졌다. 안개가 걷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낯선 기분을 들었다. 아빠와 책을 읽는 아이, 잠 들기 전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아이는 사실 cf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항상 바쁘셨고,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커서 아빠와 함께 책을 보며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내 어린시절 추억에 아빠와 함께 책읽기를 끼워넣는 느낌이었다. 시점이 과거이든 현재이든 교감의 순간은 분명 나에게 있으니까.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즉 우리 부모님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힘들었고, 살아오는 동안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부모님의 삶의 그 어느 것 하나도 녹록지 않다. 예전엔 왜 그러실까, 이해가 안되네! 라는 사고 방식이었다면, 요즈음은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부모님이 걸어온 길은 참... 시린 삶이다.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을 드릴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부모님을 이해하려하는 나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세대는 부모님께 효도를 드렸던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자식들로부터 효도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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