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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이전에는 ‘병농일치’, ‘둔전병’ 등 전쟁과 농업이 하나가 되는 이미지를 주는 단어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산업화 이후에는 예외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단어들이 많이 사라졌고, 현대에 와서는 ‘전쟁’과 ‘농업’은 서로 가깝게 재낼 수 없는 단어가 되어버린 듯 했다. 그런데 먹거리 관련 전문 출판사인 따비에서 ‘전쟁과 농업’이라는 제목의 책을 번역본이긴 하지만 내놓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보여주는 표지가 처음 약간 섬찟 했다. 지상전의 왕자인 전차의 사진과 농업의 ‘산업화’를 이끈 트랙터의 사진을 반반씩 잘라 붙여놓았기 때문이었다. 문득 2차 대전 때 트랙터 공장들이 전차를 생산했고, 1차 대전 후 엄격한 군비제한을 받던 독일 육군이 트랙터로 위장하여 전차를 개발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게 된 것이다. 트랙터와 전차, 화학비료와 화약, 농약과 독가스... 인간을 먹여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업’인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거기서 나온 기술이 대량살상 무기로 발전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공할 시스템이 서늘하게 묘사된다. 덤으로 ‘대규모 기아’를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실행한 히틀러와 스탈린, 그리고 병참을 등한시했던 2차 대전의 일본군이 등장하면서 그 서늘함이 더해진다. 작은 책임에도 산업화된 현대 사회와 먹거리, 전쟁과 정치의 관계를 잘 다룬 책이라 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전쟁과 농업’이라는 제목임에도 전쟁과 농업의 관계를 다룬 부분은 전체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부분이 읽을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꽤 좋은 정보와 의미 있는 문제제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인이기에 일본 사례가 주로 나오기 때문에 일본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조금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강연 내용을 활자화한 것이어서, 존칭어를 쓰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