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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0 유화 : 어떻게 보내요, 우리 아기…. 불쌍한 내 새끼…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보내요…. 나는… 시간이 흘러가는 게 무서워요. 아기가 뱃속에서 꼬물대던 기억들을 회상하다 보면 사실 그 모든 게 꿈이었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문득 깨달아요. 내심… 내 아이를 잊고 싶었던 나의 어두운 마음을요. 그러다 어느 순간 멀쩡하게 지내고 있는 나 자신이 끔찍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세상 밖에 나와 울어보지도 못한 채 떠나버린 우리 아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인 내가 잊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내요.
p.263 지호 : 미안해, 유화야. 널 돌보지 못해서. 우리 아기 지켜주지 못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 다 알면서도 외면해서 미안해…. 자기 자식 하나 지키지 못한 나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져서 괴로웠어. 그래서 미친놈처럼 일에 더 매달렸어.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싫어. 언제까지고 이렇게 피하기만 할 수는 없는 건데…. 내게 남은 건 이제 너 하나뿐인데… 너만은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유화: 그런 말 하지마. 우리는 부부잖아.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거잖아. 그러니까, 혼자서 무게를 짊어지려 하지 마. 나야말로 미안해… 사실은 알고 있었어. 오빠가 다 잊자고, 이제 그만 희망이를 놓아주자고 했던 말…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 말은 그렇게 해도, 눈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어떻게든 내 기분 풀어주려고 노력해 줬던 것도 고맙게 생각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 희망이 만났어…. 오빠 잘 챙겨주라더라.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사실은 그게 아니니까… 잘 위로해 주라고. 자기는 괜찮으니까 아빠가 괜한 자책감 같은 거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대. 앞으로는…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견대내자. 혼자서 다 짊어지려 하지 말자.
가까운 이들 중 아이 갖기를 간절히 원하고 또 잃어버리기도 했던 사람들이 있다. 잘 될 거다, 간절히 원하니 꼭 생길 거다. 괜찮아질 거다. 이런 위로들을 건냈었지만, 유화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이 미안하고 반성이 되었다. 얼마 전 엄마가 자주 보시는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 문제아들>에서도 유산을 한 사람에게 꼭 이 말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하며 나왔던 문제의 답이, "괜찮아?"였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좋아질 거야. 잘 될 거야.. 이런 '.'으로 끝나는 위로가 아닌 정말 그 사람의 안위가 걱정되어 묻는 "괜찮아?" 이 말이.. 어쩜 그렇게도 어렵던지.. 모르지도 않았을 텐데.. 가끔 위로가 필요했던 나도 그 말이 듣고 싶었었는데.. 위로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섵부른 위로를 먼저 전하려 하기 보다 그 사람의 아픔에 더 많이 공감하려 노력해야겠다. 가끔 너무 지나쳐 내가 많이 아파질 때도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전하는 섵부른 위로는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으므로.. 나를 연민하듯, 사람들을 연민해야겠다.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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