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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를 뒤져서 찾아낸 신간이다. 에세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e북 알람을 설정한 후에 구입했는데, 글과 생각이 건강해서 좋았다. 언제부터인가 에세이가 잡스러운 신변에 대해서 늘어놓는 형식으로 변질되었다. 더 이상 이양하나 피천득 선생님의 글처럼 담백하고 문학적인 글은 꿈을 꿀 수도 없을 정도로 쓰레기 장으로 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음 직전까지 다녀와서 하는 말들도, 늙어 죽기 직전에 하는 말들도, 죽고는 싶지만 떡볶이는 먹어야겠다는 글들도... 죄다, 자기들이 방만하게 살던 방식에 대한 뉘우침(?) 정도로만 끝났으면 좋으련만... 마치, 자기들이 얻은 교훈이 전부인냥 훈계하고 설교한다. 그런 면에서, 일단 이 글은 그런 것이 없었다. 이 혼란한 시기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삶도 있다는 것과..그리고 작가가 느낀 부분을 따라 가다보니, 마찬가지로 손에 별로 쥔 것없이 살아가는 내 인생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것이 맞을까,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책에서도 다루어졌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경우...'분수에 맞게' 살아야하는지, 경험을 위해 "분수에 넘치는 짓도 하며' 살아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요즘은 살짝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물론, 나는 분수에 맞게만 사는 것은 반대하는 편이다. 12개월 할부를 해서 사더라도 명품 가방 쳐들고, 예술의 전당 VIP석에서 공연을 보고, 신라호텔 식당에 가서 스테이크 한 번은 썰어보는 경험도 해봐야 또 어느 부분의 문이 열리고 눈이 트이고, 가치관이 생긴다고 생각을 한다. 큰 돈 썼다고 후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게 필요한 '분수에 넘치는' 짓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나니 알겠다. 자꾸 안정을 찾게되고, 대비(?)를 하고 싶어지고, 불편함 보다는 편안함에 자꾸 자꾸 침잠하고픈... 나는 몸과 함께 마음도 늙어가고 있었던 것이구나. 카드 들고 백화점 가서 긁고 다니던 때가... 차라리, 철도 없었지만 겁도 없었던 시기였지. 어차피 가난한 삶...나도 '분수에 넘치는'짓을 좀 해야한다. 나이가 먹는다고 마음까지 늙을 필요는 없을테니...흥!! * 하지만, 시의 언어를 읽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인간은 언어로써 존재하는 거쟎아요. 물 한 잔도 고급브랜드의 생수를 찾아마시는 사람들이, 흙탕물의 언어를 쓴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 다만, 나는 조금 슬펐던 것 같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한 시절이 끝나 감을 발견할 때, 누구라도 그러 하듯이 * 멋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알아보는 안목에서 나온다. 무뚝뚝한 말투에서도 묻어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간결한 매너에서 나온다. 지나치게 가볍거나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게, 모든 상황을 세련되게 중화시킬 줄 아는 능력에서 나온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실컷 사 본 경험에서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세상과 관계로부터 분리되어 혼자 보내 본 시간들에서 나온다. *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낭비의 시간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게 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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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 리뷰라서 창피한 마음에 썼다가 삭제했었습니다. 하지만... 용기 내어 다시 올립니다. 한 10년 전부터 일품호화소비라는 개념도 모른채 그런 형태로 살았었다. 한 달을 의류 공장에서 시다 알바를 하며 번 얼마 안 되는 돈의 절반을, 단 하루 단 서너 시간 혼자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다이닝을 하는 데에 썼었다. 당시 나에게 의식과도 같았던 그 행위들은 단순한 식사나 소비가 아닌 내가 속한 영역과 차원을 넘나드는 일이었다. 나의 사치는 돈을 많이 썼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겹의 세계로의 월담과 탐험 그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 나는 그 이후로 분수라는 것의 개념이 남들과 달라졌고, 그 하루 반나절을 위해 나머지 29~30일을 유니크하게 가난하게 살아가는 방법 또한 터득했다. 그렇게 살아온 내가 이 책을 만났다. 브라~보! 삶의 다양한 방식을 인정하는 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나만의 생활 양식을 찾는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 작가님의 유려한 문장들도 좋고, 자주 쓰시는 '감각'이라는 단어도 좋다. 작가님 덕분에 영감을 받아 나와는 다른 삶의 양식을 받아들인 부분도 있다. 바로 과일과 함께 하는 삶. 본문에선 지인분께서 항상 과도와 작은 트레이를 백에 넣고 다니는데, 과일과 그들을 꺼내면 그 어디라도 피크닉이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난 여름과 가을에 멜론과 하몽을 실컷 먹기 위해 잠시 시간 부자에서 벗어나 알바를 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 우아함이란, 작가님과 같이 치열하게 또 보드랍게 사유하는 것. 그리고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낭만을 포기하지 않는 것. 셀 수 없이 많은 형태의 삶의 모양들을 존중하고 또 나의 그것은 사랑하는 것. 작중에서 말하는 가난은 절대적인 의미의 가난이라기 보다는 내가 느끼는 경제적 헛헛함, 즉 주관적 빈곤감을 뜻한다. 하여 누구든 자기만의 첨예한 자본주의의 칼 끝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내 것을 꼭 쥐고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우아한 가난의 시대를 추천드린다. 작중 등장하는 여러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었으며,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이라는 책은 사서 읽었다. 몰랐는데 작가님의 내밀 예찬은 이미 장바구니에 들어 있었으며, 이후에 역시 구매 후 완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