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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김언수 작가의 소설집이다. '설계자들' 출간 때 독일 출판사는 '한국의 헨닝 망켈'이라 했고, 이 책을 출간할 때 프랑스 주요 일간지와 문학 매체들은 '현대 사회의 해학이 담긴 소설집', '짧은 분량의 이야기들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탁월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라고 했다. 각 단편마다 블랙유머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넘나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낭만적이고 성깔있는 고등학교 부적응 남학생이 권투 도장에서 '어깨에 힘을 빼고, 냉장고에서 방울토마토를 훔쳐오듯' 잽을 배우는 이야기, 도둑질을 하려고 연 금고에 도둑들이 갇히게 된 이야기, 억울하게 잡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진술서를 쓰게 되지만 고문과 회유로 인해 점점 진술서의 달인이 되가는 이야기, 한번도 섹스를 못해본 남자의 안쓰러운 섹스 도전기, 명동을 못 벗어나는 친구의 소파 투쟁기, 추방당한 알콜중독자가 묘하게 환영받는 이야기, 등 웃픈 이야기에 서글픈 현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헛웃음이 터진다. 하나같이 찌질하고 뭔가 부족한 주인공들에 연민을 느끼게 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고 애정이 느껴지고 나 같기도 하다. 이제 김언수 작가 책 한 권만 남았다. 아껴두었다 읽어야 하나. 새 책을 얼른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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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하지도 않은 일을 진술해야 하는 등 일방적으로 무차별 폭력을 당하는 삶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도 운 좋게 살아남아 편안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일상을 깨고 뒤흔드는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저 편안한 하루가 지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안심하고 가슴 조이며 살아갈 뿐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자기 자신을 향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포와 두려움 속으로 집어넣은 누군가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요구받은 것을 완벽하게 해 나가는 것 밖에. 그때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소설 속 스티로폼 라면 용기 만드는 일을 했던 평범한 ‘나’가 감금된 후 장비에 다시 올라가지 않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깔끔하게 써내려 가는 것처럼. 김석산을 죽인 암살범이 되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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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 누가봐도 권투이야기다. 시작하는 단편의 이야기가 권투이야기였다. (난 언제쯤이면 책을 읽기전에 단편인지 아닌지 알고 보게될까;;) 고등학생이 나온다. 괴롭힘을 당한다. 그래서 권투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 아이를 찾아가서 통쾌하게 어퍼컷을 날리냐고? 아니다. 그러지 않는다. 그게 세상이다. 현실이다. 팔을 쭉 내밀어서 상대를 쓰러뜨리고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잽을 날려 내가 밀어낸 공간만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뭔가 이 고등학생이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서 상처입은 현대인을 대변하는 듯 했다. 금고에 갇히다. 금고를 털러갔다가 금고에 갇힌 3명의 이야기다. 금고에 갇혔다. 숨은 쉴 수 있나? 화장실은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 가득한 채... 같이 갖이 여자 하나와 베네수엘라(?)를 하기 위해 남자 둘이 뱀놀이를 한다. 가볍다 못해 실소가 나오는 구상이었다. 근데 정말 이런 기발(?)한 생각... 어떻게 하는걸까?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 잡혀가서 진술서를 쓰게된다. 이게 최고였다. (스포있음) 아주 작은 접촉사고가 났다. 분명 상대가 내 차를 박았다. 차에서 내렸고 대화로 풀어나가고자 했다. 상대는 주머니에서 연락처와 같은 명함이 아니라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전기충격기 기능에 문제가 있어 결국 얻어맞는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이런 폭풍전개가 다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눈을 떴는데, 난 갖혀있다. 평생을 놀고 먹고 주먹질만 한 아버지가 도망간 엄마를 잡으러 베트남에 갔는데 어느새 북한 간첩이 되어 있었다. 난 지난주 출퇴근만 했는데, 사람을 죽였단다. 그러고는 어떻게 죽였는지 진술서를 쓰라한다. 몰라서 모른다고 말했는데 전기의자 같은 장비에 묶고 고문을 시작한다. 내장이 터질 것 같다고 표현하지만 난 왠지 꾀병같다 ㅋ 죽기 싫어서, 저 장비에 다시 묶이기 싫어서 진술서를 쓰기 시작한다. 필요한 볼펜을 색색으로, 형광펜도 챙겨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들은 만족했고, 다시 눈을뜨니 접촉사고가 났던 그 곳에 있다. 난 살인혐의로 다시 경찰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경찰이 꾸며놓은 조서를 확인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요한 볼펜등을 다시 요구했고, 멋진 또 하나의 진술서를 써내려간다. 난 왠지 ㅋㅋ 이 단락이 작가의 희망(?) 같았다. 마감에 대한 압박? 아니면 멋진 소설을 써야 겠다는 갈망에서.. 어딘가 죽기살기로, 고문과 맞서싸워가며 극도의 긴장감에 놓여져서라도 글을 쓰고 싶은 작가의 그런 마음? 특이한 생각만 잔뜩 있는 김언수의 또 다른 단편소설 집이었다. 설계자들 > 캐비닛 > 잽... 뜨거운 피 남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