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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흥미로운 오동진의 영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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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의사를 찾는다. 왼쪽 아랫배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이게 맹장염일까 췌장염일까...아니겠지. 뭐 아니어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바로 병원에 간다.만약 영화를 보고 우리 생각에 이상이 생기면? 우린 그냥 ‘감독이 말하려는 게 뭘까? 사랑? 혁명? 뭐 아니어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나왔을 때 “
"혁명보다 흥미로운 오동진의 영화 평" 내용보기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의사를 찾는다. 왼쪽 아랫배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이게 맹장염일까 췌장염일까...아니겠지. 뭐 아니어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바로 병원에 간다.
만약 영화를 보고 우리 생각에 이상이 생기면? 우린 그냥 ‘감독이 말하려는 게 뭘까? 사랑? 혁명? 뭐 아니어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나왔을 때 “반미反美 영화”라는 자기 아내의 평을 그대로 소개했던 일간지 기자의 글을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몸의 이상 신호에 의사가 필요하듯, 우리 뇌의 이상 신호에는 평론가가 필요하다. 책을 읽고 ‘이게 뭐지’할 때 서평가가, 영화를 보고 ‘모르겠다’할 때 영화평론가가 우리의 의문과 오해를 풀어 주어야 한다.
나는 영화를 보고 ‘이게 뭐지’할 때 그걸 해결하는 하나의 기준이 있다. 바로 오동진의 평을 읽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막힌 속이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뻥 뚤린다. 영화를 보고 들었던 의심이 그의 해설을 듣고 나면 확 풀린다. 게다가 그의 글은 명문이다. 의미가 깊은데 재미도 있다. 오동진의 영화평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시대정신에 대한 바로미터이고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적확한 답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이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썰물과 밀물)을 냈다. 페북으로 보는 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세상에 명문장가들은 많다. 정치적 올바름과 그름을 떠나 고고하게 평론하는 이들도 많다. 오동진은 고고하지 않다. 그러기엔 너무 전투적이다. 그의 삶이, 사상이, 글이 그렇다. 오죽하면 생애 두 번째 평론집 제목이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일까.
오동진은 [박열](이준익 감독)을 평하면서 “혁명은 원래 좀 놀면서 하는 것”이라고 못 박는다. 아마도 이게 그의 책 제목에 대한 변명이 될지 모른다.
(혁명은) 치기가 없으면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루지 못할 이상을 당초부터 이루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자, 혁명을 논하지도 행하지도 못하는 법이다. 그건 어쩌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일종의 유희의 수단이다. 매번 심각하게 굴면 사람들은 영화를 보려 하지 않는다...혁명도 놀고 영화도 논다. 혁명적인 것은 영화적인 것이고, 영화는 곧 혁명이 된다. (93쪽)
이 대목에서 DH 로렌스의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 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는 대목이 떠오른다. 대가의 힌트는 이렇게 서로 닮았나 보다. 책에는 [기생충]부터 [더 히어로]까지 74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각 영화평에 붙인 소제목이 흥미롭다.
[미안해요, 리키]- 빵을 줄 때는 장미를 주는 것처럼
[시인의 사랑]-서로 핥아주고 비벼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봉오동 전투]-안 좋지는 않았어, 섬세해
[콜드 체이싱] -영감탱이! 패다 패다 지쳤나?
이건 그야말로 '영화 여리꾼'다운 카피다. 리암 니슨의 영화평 제목을 저렇게 뽑는 사람은 아마도 오동진 밖에 없을 거다.(아니면 썰물과 밀물의 편집자이거나) 이 책에서 나를 울린 평은 [가버나움]이다.
견디다, 견디다 못한 자인은 아이를 길거리에 둔 채 도망치려 한 적도 있다. 아이가 졸졸 따라오면 화를 내는 척 돌려보내지만 못내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 아이 발목을 묶어서 따라오지 못하게 하다가도 결국 다시 아이를 품에 안는 모습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가슴에 통증이 일어서 도저히 볼 수 없는 지경이 된다.(191쪽)
그랬다. '나만 그런 거 아니었구나' 하고 안도하게 된다. 오동진의 평이 죄다 그렇다. 공감의 언어, 소통의 문장이다. 그래서 영화 뿐 아니라 그의 글을 읽는 행위가 어느 순간 '가슴에 통증이 일어나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더 많은 이야기는...To be continued. 이 짧은 지면에 그의 책 모두를 드러낼 수는 없다. 궁금하면 책을 꼭 ‘구입’해서 읽으시길. 재미와 의미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으리라.
오동진 지음,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썰물과 밀물)
“별 ★★★★를 주고 싶은, 영화보다 더 풍요로운 정신 치유책.”
이미지: 텍스트
7회원님, 이미경, 이수진, 외 4명

YES마니아 : 로얄 r****e 2020.08.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