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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짧은 시들을 읽으며, 처음으로 이런 느낌이 들었다. '시인과 같이 대화하는 것 같다.' 어떤 시는 읽으며 지금 코로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잔잔하고 조용한 시를 읽으며 마음도 차분해진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시에서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와 마음에 무슨 말을 남겨두고 간다. 가끔은 시를 읽어야 겠다. 가끔 시를 읽으며 행간 사이의 의미를 느껴 봐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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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눈이 온다, 라고 하는가 비가 온다, 라고 하는가
추운 날 전철에 올라탄 할아버지 품에는 작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고양이는 이때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타고 사람들 구경한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했는데
할아버지는 창피한 것 같았다
그때 한 낯선 청년이 주머니에서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 작은 고양이에게 먹었다
사람들 모두는 오독오독 뭔가를 잘 먹는 고양이에게 눈길을 가져갔지만 나는 보았다
그 해쓱한 소년이 조용히 사무치다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안으로 녹이는 것을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심장에 쌓인 눈을 녹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켠다
[ 겹쳐서 ]
양말에 구멍이 났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넘기려 했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다
오래 있어야 하는 자리였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양말 구멍으로 내민 살이 꼭 그곳에 있기 싫은 내 얼굴 같았다
구멍이 나는 쪽은 항상 오른발이었다 신경쓰면서 살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아도 집요하게 한쪽에서만 구멍이 생겼다
하긴 사람만 없으면 그것도 별일은 아니겠지만
신었던 양말을 벗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 위에다 신었다
속옷을 두 장 입는 사람도 있다
가면과 가면은 겹쳐진다 쓰고 있는 가면 위에 다른 가면을 겹쳐 쓸 수도 있다 만두피가 생겨 만두를 빚을 일이 생겼는데 안에다 채울 것이 없어 냉동만두를 넣고 통째로 감쌌던 적 있다
인간미 넘치는 시다.. 양말에 구멍이 나서.. 겹쳐신었다니.. 만두속이 없어서 냉동만두를 만두피 안에 넣었다니.. 웃음이 났다..
난 양말은 비교적 오래 신는 편인데.. (지금 있는 겨울에만 신는 양말들은 5년은 된 듯 하다..) 겨울전까지 신는 덧신은 종종 구멍이 난다.. 난.. 같은 상표를 가진 같은 색상의 덧신을 묶음으로 사서 신는 편이라서.. 한쪽이 구멍이 난다기 보단.. 낡아지면.. 교체해서 신는 편이다..
[ 단추가 느슨해진다 ]
꽉 물고 안 놓을 것만 같던 인연이 헐거워져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서 밤길을 걷고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기보다는 집을 나서야 하는게 마땅하지 않을까 싶어
밤길을 걷다 돌고 돌아서도 걷다가 머리를 밀어볼까도 생각하였다
우리는 단추 같은 존재들이기도 할 것이어서
같은 단추들과 나란히 배열을 이루다가도 떨어져 온데간데 없이 잃어버리고 마는 단추 같기도 할 것이어서
도무지 헐렁해져서 어느 날 다시 입일 수 없는 벗어놓은 바지 같을 것이다
매달리기도 하고
우리의 아무 일 같은 것이 단추가 되어 느슨히 떨어지기도 하는
그 극명한 절정의 전과 후가 만들어낸 길을 걷다가
그만 실을 밟고 실에 감겨 넘어지면서 밤길을 걸었다
조금 느슨해져도 좋은 주말.. 밤길을 걷고싶다.. 단추같은 나일지라도..
[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
두 마리의 새를 묶어서 날린다 각각 한 마리 한 마리의 발목에 하나의 끈을 묶어서 날린다
그 두마리 새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면 슬픔이겠다 각각의 새가 따로의 방향으로 날아가면 그래도 슬픔이겠다
이번엔 바람을 자르다 칼로 정확히 반으로 잘라내 둘이 서로 닿지 않게 한다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달리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바람은 어디로나 가지 않으며 이제는 도로 붙일 수도 없다
요 며칠 이토록 미어지게 쓸쓸한 것은 묶인 새 두마리가 앉을 곳을 찾다 내 양 쪽 어깽 앉아 있거나 비집고서라도 바람이 가닿을 곳이 없기 때문이란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다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높은 데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흰 눈이 쌓여 있었지 첫눈이었지
공원에 쌓인 흰 눈 위를 한 사람이 걷고 있었지
한 사람이 낸 수백 개의 자국이 어지럽지만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있었지 내 인생의 발자국은 어디에 어느 만큼 제일로 쌓일 것이고 누구 앞에 멈춰 설 것인지
중국에는 물로 글씨를 쓰는 사람들이 있지 큰 붓에 물을 적셔 공원 바닥에 글씨를 쓰고 햇볕에 마르면 다시 쓰고 다시 쓰고
그만한 것이 있지 일을 하다 철판 위에 못으로도 쓰고 창문에 서린 물기에다 쓰기도 하고 그 한 줄이 하루를 받치지
눈도 내리면서 하루를 걷지 흔적을 남길 것인지 무엇이라도 가려주다 녹을 것인지
눈이 쌓이면서 쓰는 글씨들 읽자마자 지워지는 글씨들
눈이 왔는데 아무 소식 없었다고 하지 말기를 글씨를 써놓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기를
단 며칠을 살려고 빌린 이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가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처음에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몰랐다
누가 버스에서 주운 메모 한장을 보고 중요한 메모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단다 내용이뭐냐고 물으니 어느 나라 말로 쓴 것인지 몰라서 자기도 읽을 수 없노라고 했다
대체 이 사람은 왜 전화를 걸었을까
이 종이를 버릴 수 없겠다고 말한다 너무 정성스럽게 손글씨로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이곳을 숙소로 잠시 쓰는 사람이라 어떻게 응대해야 하나 하다가 그것을 가까운 어디에 예를 들어 벽이나 나무 같은 곳에 붙여두라고 했다
알 수 없는 나라 말로 적은
그래서 버릴 수가 없다니
내가 받으러 나갈 수도 있지만 받아서 뭘 하겠나 싶어 그냥 그 글씨를 사람들도 보게끔 정성스럽게 붙여두라고만 말했다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늦은 밤에도 몇 번이고 울렸는데
거두지 못한 마음이 쓰라렸는지 나도 모르게 목안에 끄응 하는 소리가 고였다.
→ 몇일 후면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좋은 풍경이라는 것이 풍경 안에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두지 않는 것이라면 어울릴 수 없는 나 같은 사람 따위는 얼른 물러나야지 싶은 차에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 했다 둘은 연인으로 보였으며 장대한 폭포 앞이었다
이 풍경에 두 사람도 어울리지 않는 다, 라는 생각을 잠시 하고는 사진을 찍어주고 가던 길을 가는 참이었다 한 사람이 따라오더니 왜 둘이었는데 한사람을 잘라놓고 찍었냐고 따지듯 물었다 내 맘이 그래서요, 라고 사실대로 말할 걸 그랬다 좋은 풍경 앞이었다
이렇게 시월이 가고 있습니다.. 가는 가을을 잡지 않는 건.. 첫 눈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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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간다. 조금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커피 한잔을 들고 밖으로 나와 나무 밑동에 걸터앉는다. 가을에는 시집을 읽어야 한다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글을 흉내 낸다고 시집 한권을 들고서였다. 헌데 시집을 펼쳐들고 시를 읽어보지만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길래 열심히 찾았지만 슬픔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스무 줄의 문장으로는 영 모자랐던 몇 번의 내 전생
이 생에서는 실컷 슬픔을 상대하고 단 한 줄로 요약해보자 싶어 시인이 되었건만 상대는커녕 밀려드는 것을 막지 못해 매번 당하고 마는 슬픔들은 무슨 재주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슬픔이라는 구석> 부분 -
시집을 읽다보면 때론 마음에 와닿는 시를 만나기도 하고, 때론 읽고 또 읽으며 오래토록 기억하고픈 시를 접하기도 하지만 모든 시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시는 너무 짧아서 미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또 어떤 시는 너무 길어서 선뜻 머릿속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시어들이 눈앞에 보이는 풍경처럼 다가오는 시가 있는가하면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듯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도 있다. 역시 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산문집으로 처음 만난 시인, 산문집에서 만난 그의 글들은 마치 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시집을 집어 들었지만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만났던 시집들도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긴 시보다는 짧은 시들이 좋다. 적당히 짧은 시라면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는 핑계로 내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어서다.
점 하나를 잘 써야 하겠기에 인생의 어느 한군데에 점 하나를 찍어야 했으나 그 자리가 어디인지를 몰라 한동안 들고 있었다
점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한 죄로 큰 돌 하나를 들고 있으라 하여서 얼마나 들고 있어야 하는지를 몰라 오래 들고 있었다 - <사랑> 전문 -
이제 나는 점 하나와 커다란 돌 하나를 함께 들고 있는 것 같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자리에 미처 찍지 못하여 그 벌로 나는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할지를 모르는 커다란 돌 하나와 그리고 미처 자리를 찾지 못한 점 하나가 아닐런지.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서 서늘한 기운이 사라지고 위에 걸쳤던 옷이 거추장스러워진다.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조금은 쌉쌀한 맛이 혀끝에 걸린다. 점 하나를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왜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이별이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래저래 시란 어렵다는 생각, 잘 모르겠다는 생각 사이로 책상위에 놓아둔 또 한 권의 시집은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 틈을 파고든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역시 나에게는 고행처럼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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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 인생이라는 말을 몰랐다/ 인생이라는 말이 싫었다 (중략) // 그런데 오늘 나한테 인생이 찾아왔다/ 굉장히 큰 배를 타고 와서는/ 많은 짐들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지나가는 바람>)
언제부터였을까? 쉬운 詩를 찾아 읽게 된 게. 취미로 詩作을 하면서도 난해하지 않으면 시라고 여기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무슨 근거와 이유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다. 그러나 시가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란 것쯤은 이젠 알겠다. 간단히 말해 시는 그저 ‘삶’이었다. ‘인생’이었다. 삶 전체에 여러 이름으로 포진해 시시때때로 은근하게 감동을 주는 삶과 인생. 그렇게 나는 시에게 문득문득 날 침범해 줘서 고맙다고 말할 줄 알게 됐다. 그건 삶에게 주는 감사이기도 하다.
집이 비어 있으니 며칠 지내다 가세요./ 바다는 왼쪽 방향이고/ 슬픔은 집 뒤편에 있습니다/ 더 머물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시인의 말>)
이병률 시인의 시집과 수필집 여러 권을 마음에 담았었다. 그의 일상적이고 무덤덤한 듯한 문체에 오래 매료당한 걸 실토해야겠다. 아프고 그립고 슬픈 걸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차분히 감내하고 인정하는 데서 오는 묘한 울림이 있다. 그럴 때면 으레 보이지 않는 눈물을 이미 보고 있는 듯하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란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특급 비밀인 양 비애를 꼭꼭 숨겨둔 조용한 사람의 시가 훨씬 크고 길게 아픈 이유다.
- 이 생에서는 실컷 슬픔을 상대하고/ 단 한 줄로 요약해보자 싶어 시인이 되었건만/ 상대는커녕 밀려드는 것을 막지 못해/ 매번 당하고 마는 슬픔들은/ 무슨 재주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슬픔이라는 구석> )
이미 이별했음에도 그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단다. 이별의 간절함은 그리움이 아닐까. 그리움은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는 그렇게 나에게 왔다. 오기 전엔 반드시 비를 거쳐야 하는 무지개처럼. 차갑고 따듯한 것이 만나 급기야는 땅으로 떨어지고 마는 눈雪처럼. ““밤사이 눈사람이 신발을 신고 걸어다녔나봐.”/ 첫눈 내리는 날에/ 마당에 찍힌 내 발자국을 보고 당신이 내게 했던 말// 저 말들이 퍼지는 순간이 있었기에/ 그 모두에게 빛이 닿게 되었다는 사실/ 눈이 부셔라.”(<눈이 부셔라>) 오래 부유하던 기억이 응집하는 순간, 무거워진 그리움은 눈雪이 된다. 눈雪이 되어 다시 가슴속을 흩날린다.
책을 펼치는데 작은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눌러 죽였다// 검은 글자 사이에서 검은 글자가 되었다(<문장>)
문장의 배열로 구성된 시가 삶이라면 문장도 그렇다. 그건 때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연인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거라 품어보는 한 가닥 희망이다. “배웅과 마중 가운데 무엇을 할까/ 당신이 오는 일이라면/ 이 삶을 열고 닫는 일/ 무엇이 나을까(<의문>)” 반면, 한순간에 부려지는 암흑이기도 하다. “막막하여/ 숨을 쉬는 것조차/ 당신을 떠올리는 것조차/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해주는 절벽 끝 방에서// 촛불을 켰"음에도 칠흑같이 어두운 세상처럼.(<갈급에게>)
이제 어떡할까? “사람은 자신의 비밀을 상세하게 닮아간다지// 그 씨 한톨마저 없으면 우리는 쓰러지지/ 자신을 설명할 길이 없지// 나의 비밀을 남의 비밀에 포함시키기라도 하면서/ 한 묶음 두었다가/ 세계가 다시 따듯해지면/ 심어질 필요는 있지// 그렇게 비밀이 비밀이길 바라면서/ 갑자기 싹으로 치솟지 않기를 바라면서”(<비밀이 없으면 우리들은 쓰러진다지>) “마냥 길을 잃어도 되는 거라면”(실), 잃고 잃어도 회복할 길이 있다면... 사랑을 잃고 가족을 잃고 세상을 다 잃어도 남는 한 가지. 그건 여전한 삶이 아닐까. 그래서 시인의 이별은 이별 자체로 끝나지 않는 건지 모른다. 아무리 많은 이별을 겪더라도 우리에겐 다시 만날 새로운 인연과 남은 삶이 있으므로.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나의 오늘은 앞선 이별의 데이트 신청일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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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읽다가 덮어 두었다. 오늘 아침에 깨어 지난 밤에 읽다가 짚어 두었던 구절부터 다시 읽는다. 가을밤이라고 해서 섣불리 머물렀던 것이 아니었구나. 한 편 한 편이 시이면서 드라마이면서 다큐멘터리이면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한 편 그냥 넘겨지지 않았다. 이런 시집을 만나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시인은 한 행 한 행에 얼마나 시간을 들였을까. 겉으로는 후루룩 썼더라도 그 후루룩에 모였을 시간들을 나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다른 이의 마음을 건드릴 힘이 있는 글이라면 한 줄의 글도 그냥 모이지는 않았으리라는 것, 그걸 믿을 수 있어서 내가 시를 읽는다. 내게 와 닿는 시를 읽고 있으면 내가 가 보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을 선물로 받고 있는 것만 같다. 무심한 듯 보여도 깊고 짙다. 살짝 건드리며 지나치는 것 같은데 베인 마음을 들려 준다. 아플 수 있다면 함께 아파하자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내 생의 아주 적은 부분을 나눈다. 기꺼이 아프기는 하겠지만 고작 이만큼의 내 감동이 시인에게 혹은 다른 독자에게 아니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또 어떤 목숨들에게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인지. 이 시집을 만나서 이번 가을은 풍요로웠다고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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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 인생이라는 말을 몰랐다 인생이라는 말이 싫었다 어른들 중에서도 어른들이나 입에 달고 사는 말이거나 어쩌면 나이들어서나 의미를 갖게 되는 말인 줄로만 알았으며 나는 영원히 그때가 오게 되는 것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오늘 나한테 인생이 찾아왔다 굉장히 큰 배를 타고 와서는 많은 짐들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이제 앞으로는 그 많은 짐들을 짊어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하나 풀어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단추 같은 존재들이기도 할 것이어서 같은 단추들과 나란히 배열을 이루다가도 떨어져 온데간데없이 잃어버리고 마는 단추 같기도 할 것이어서'
?<세상의 끝> 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아빠를 떠올렸다. 마지막까지 그도 아프다는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던 참 단단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를 생각하면 아프다던, 참 든든했던 사람이었다. 이별을 하고나면 진정, 제대로 된 마음상태로 사는 게 가능하긴 한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깊으면 그리움도 병이 된다는 말이 점점 더 무게를 더하는 요즘인데, 그런 마음상태일 때 만난 시집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슬플 때 온전히 슬퍼할 수 있는 것도 이별을 견디는 방법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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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사고 제목에 이끌려서 읽고 다시 덮으면서 제목참 이란생각을 했떤 책이다 뭐 시라는 걸 정말로 즐기기시작한게 얼마안되어서도그렇고 교과서에서 외우기만하던 시들이 언제부터가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과함께 외운구절로 위로를 받은적이 생기면서 관심이 생겨서 읽기시작한거라 얼마되지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읽게될날은 조금 더 기다려야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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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저녁에 선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전날 오후 고양이 꽃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전갈이었다. 내가 고양이 용이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을 때, 고양이 돌돌이와 고양이 꽃분이를 이미 키우고 있던 형네 집에 들른 적이 있다. 고양이 용이와 고양이 돌돌이와 고양이 꽃분이는 그때 모두 있었고, 이제는 모두 없다. 이제는 상실의 마음을 경험으로 알기에 답변의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눈물이 온다 왜 눈이 온다, 라고 하는가 비가 온다, 라고 하는가 추운 날 전철에 올라난 할아버지 품에는 작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고양이는 이때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타고 사람들 구경한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했는데 울음소리가 컸다 할아버지는 창피한 것 같았다 그때 한 낯선 청년이 주머니에서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 작은 고양이에게 먹였다 사람들 모두는 오독오독 뭔가를 잘 먹는 고양이에게 눈길을 가져갔지만 나는 보았다
그 해쓱한 소년이 조용히 사무치다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안으로 녹이는 것을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어느 부족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심장에 쌓은 눈을 녹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켠다 고양이가 떠나갈 때 경험한 진공의 느낌은 떠올릴 때마다 서럽다. 적어도 지금의 지구상에서는 그 존재를 찾을 수가 없다, 고 생각하니 두 손이 저절로 모아지곤 했다 실체 없는 것을 더듬으려 하는 나를 말리기에 그 기도하는 자세만한 것이 없었다. 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두 손을 모아 기도하게 되는 것인지 저절로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떠났는데 나는 자꾸 뭔가를 알게 되는 것조차 싫었다. ”스무 줄의 문장으로는 / 영 모자랐던 몇 번의 내 전생 // 이 생에서는 실컷 슬픔을 상대하고 / 단 한 줄로 요약해보자 싶어 시인이 되었건만 / 상대는커녕 밀려드는 것을 막지 못해 / 매번 당하고 마는 슬픔들은 / 무슨 재주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슬픔이라는 구석> 중 고양이 꽃분이는 큰 고통 없이 갑작스레 떠났다고 형은 말했다. 나는 그것이 꽃분이의 작은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형은 그것으로 위안을 삼겠다고 말했다. 고양이 용이는 충분히 아프고 나와 아내의 이십 개월에 걸친 캐어를 받은 후 떠났다. 나는 그것도 용이의 길게 이어진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형과 만날 때 가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모든 죽음이 남은 이에게 선물 같은 것으로 인식이 되면 좋겠다. ”우리는 단추 같은 존재들이기도 할 것이어서 // 같은 단추들과 나란히 배열을 이루다가도 / 떨어져 온데간데없이 잃어버리고 마는 / 단추 같기도 할 것이어서 // 도무지 헐렁해져서 어느 날 다시 입을 수 없는 / 벗어놓은 바지 같을 것이다. // 우리의 어떤 일 같은 것들은 단추가 되어 / 매달리기도 하고 // 우리의 아무 일 같은 것이 단추가 되어 / 느슨히 떨어지기도 하는“ - <단추가 느슨해진다> 중 아마도 무성한 기억으로 울창한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처량할 것이다. 몸으로부터 비롯된 감각으로는 한없이 모자라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감각까지 총동원하여 길을 잃게 될 것이다. 지나온 자리에 흔적을 남겨 뒤를 도모하는 일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헤맬 것이다. 무성한 기억으로부터 뻗어 나온 가시에 찔리고 할퀴겠지만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고 마음을 젖힐 것이다. 꽃비 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똑똑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이제 열흘쯤 후면 고양이 용이가 떠난 지 이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그 숲을 알고, 그 숲이 형이 지금 당도해 있는 숲과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만약 너는 이제 그 숲에서 빠져나왔냐고 형이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잠시 골몰한다. 나는 지금 그 숲에서 빠져 나왔나?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 역시 못 찾겠다. 대신 이렇게 되묻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꼭 그 숲에서 우리가 빠져 나와야 할까요, 형? 이병률 /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문학동네 / 143쪽 / 2020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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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145 #문학동네시집 #이병률 #이병률시집 #이별시 #이별이오늘만나자고한다 #가을시추천 #가을가을시 #이별시추천 #이병률시 #시추천 #이병률산문집 #이병률끌림 #이병률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 가을을 넘기기 전에 시집을 다 읽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야식 꺼내 먹듯 한 편씩 한 편씩 읽어내려가다 오늘 시집을 덮었습니다. 꽃 피우는 봄에 만나는 사람은 살랑살랑한 소식을 가지고 오고, 떨어지는 낙엽 따라 스산한 바람이 느껴지는 가을에 만나는 사람은 이별 소식을 물어오더라고요. 오늘 만난 손님은 이별이 주는 아픔에서 다 헤어나지 못해 마음의 병을 얻어 휴지기 중이었습니다. 만나는 상대를 알지 못하는 이에게 와서 눈물을 쏟아내며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힘든게 이별인가 봅니다. 이별의 시간에 충분히 아파하라고 건네고 싶었지만 이제 그만 아파해도 되지 않겠냐, 이제 놓아줘도 되겠다 라고 건넸습니다. 애틋한 사랑으로 설렘 한 가득 세상 뒤, 벼르고 찾아온 그 씁쓸한 끝맛에 버거워하는 그대가 지금 이 시 한편으로 위로 받고 마음을 쉬어가는 시간을 갖길 바래봅니다. ■ 이 생에서는 실컷 슬픔을 상대하고 단 한 줄로 요약해보자 싶어 시인이 되었건만 .................................................................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슬픔이라는 구석- 중에서 ■ 당신도 원래 바다였다 당신이 어떤 세월에 휩쓸리다 살 곳을 정했다고 흐르지 않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마라 -사라지자- 중에서 ■ 오래 있어야 하는 자리였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양말 구멍으로 내민 살이 꼭 그곳에 있기 싫은 내 얼굴 같았다 -겹쳐서- 중에서 ■ 도무지 헐렁해져서 어느 날 다시 입을 수 없는 벗어놓은 바지 같을 것이다 -단추가 느슨해진다- 중에서 ■ 태풍에 담이 허물어지면 남의 집 담만 보이고 술에 되게 당한 어느 날 이후에는 술에 취해 길에 앉아 정신 놓은 사람만 보인다 자석 앞의 쇳가루처럼 당겨진다 -사람의 금- 중에서 ■ 심장 가장 안쪽에서 내는 소리 손을 휘저으면서 내는 소리 -끝- 중에서 끝. 한 글자로 정리되는 모든 것. 관계의 끝. 생애의 끝. 감정의 끝. 좋은 것 뒤에 오는 그것보다 나쁜 것에 뒤에 따르는 그것이 더욱 서슬퍼런......끝.... ..이란 단어. 그것을 알면서도 내달리고 불안에 매달리면서도 기어코 맞이할 때까지, 보고마는 그것... 좋을 수 없는 그것이...... 결국...오고야 말 그것으로 인해 슬프다... ■ 눈이 쌓이면서 쓰는 글씨들 읽자마자 지워지는 글씨들 눈이 왔는데 아무 소식 없었다고 하지 말기를 글씨를 써놓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말하지 말기를 -글씨들- 중에서 ■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이사 명치께에서 명치 끝으로의 이사 생각에서 생각으로의 이사 이상하게 그때는 항상 가을이었다 -가을날- 중에서 ■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나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나 매한가지이기도 하거니와 -제주 바다 문어- 중에서 안되는 일에 마음을 쓰면, 한없는 기다림으로 마음의 쏠림이 더해지고 먼 길을 혼자 와버린 듯.....하고 쓰다듬지 못한 마음을 황량해지도록 내버려둬야 하거늘...... ■인생에 실 하나를 묶어둔다면 인생 어느 귀퉁이에다 실을 묶어두고 어딘가로 어딘가로 마냥 길을 잃어도 되는 거라면 -실- 중에서 아플 것을 생각하여 마음을 주지 않을까, 헤어질 것을 알고도 인연을 맺는 이유가 그러할테지, 글귀마다 연이 끊어진 것이 안타깝지만 없던 것이 되지 아니하는 것을 그리고 또 그리워합니다. 이 가을 밤, 시 한 편이 주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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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나온 이병률 시인님의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후기입니다. 이병률 작가님의 에세이집을 너무 좋아해서 시집도 나오자 마자 샀습니다. 메인 시라고 해야하나요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이 시는 진짜 좋은데 다른 시에서는 기대만큼은 느낌이 오진않았어요.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은 시어로 엮은 느낌인데 요즘 코로나때문인지 ㅠㅠ 그래도 위로 받은 부분이 확실히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