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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갈로의 필치로 접하는 프랑스 대혁명의 상세한 역사는 실로 흥미롭습니다. 그는 프랑스 전체로부터 사랑 받는 산문가이자 역사가입니다. 우리 나라 독자들도 <나폴레옹> 5부작을 읽고 그의 이름을 익히 들어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대체로 그는 모국인 프랑스의 역사를 주된 서술의 제재로 취하되, 유럽 각국의 다른 역사에도 날카롭고 종합적인 시선을 주어 특유의 운문적이고 간결한 필치로 장엄한 묘사를 펼칩니다. 이 책은 상 하 두 권으로 되어 있지만, 다 읽어 내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도 말했지만 그의 문장은 대체로 한 문단에 긴 문장 여럿을 배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페이지에 여백이 많이 남는 편이라고 할까요. 압축적이고 시적인 하나의 문장이, 문단 전체를 차지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이는 우리가, 소설 <나폴레옹>을 읽을 때에도 많이 느꼈던 점입니다. 빼어난 역사가들 중에는 팩트 사항을 길게 자세히 적는 이도 있고, 짧고 압축적이지만 단어 하나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심오한 문장을 즐겨 쓰는 이들도 있습니다. 막스 갈로는 후자에 가까운데요. 다만 쓰는 단어들이 비교적 평이해서 읽는 이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는 보통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부터 시작, 브뤼메르의 쿠데타가 마무리되는 통령 정부의 출범에서 끝납니다. 부르봉 왕조가 붕괴된 후, 프랑스에는 국민의회, 입법의회, 국민공회, 총재정부, 통령정부가 차례로 들어섭니다. 국가라고 하면 그저 왕, 신으로부터 권리를 부여 받았다는 왕이 다스리는 정체, 국체가 유일한 줄로만 알았던 당시 사람들은,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저처럼 그 이름도 다채로운 정부가 여럿 들어섰다는 사실부터가 놀라웠을 텝니다. 한국에서는 군사 독재자가 무력으로 찬탈한 정권을 두고 "제 5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국(國)"의 모습이 "왕국","왕정"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건 그 자체가 긍지요 환희입니다. 하물며 "공화국"이 1, 2도 아닌 제 5까지 갔다는 건, 자유와 주체, 민주주의를 영혼으로부터 떨칠 수 없는 프랑스인들에게는 무한한 자부심을 환기하는 단어입니다. 독재자는 한국 뿐 아니라 저 멀리 프랑스의 인민들에게까지 폐를 끼치고 있는 셈이죠. 막스 갈로는 이 제 1권에서, 국민공회의 출범 바로 직전, 루이 16세의 처형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국민 공회와 공포 정치, 그리고 나폴레옹의 전면 대두는 다음 권의 주제입니다. 막스 갈로의 저작이 보이는 가장 큰 미덕은,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은 균형 잡힌 필치로 다양한 역사를 응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역사학자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지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여태 그 누구도 제기하지 않은 관점과 틀을 짜 내어 역사를
프레이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스 갈로는 언제나 그의 책에서 표준적이고 무난하면서도, 학계에서 저간에 성취한 여러
업적과 다양한 관점을 자신의 한 권에 녹여 내듯 안정적인 관점과 패러다임으로 역사를 씁니다. 보통 역사라고 하면 건조한 논증과
인용으로 페이지가 가득 메워지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막스 갈로는 소설에서 보는 듯한 평면적 내러티브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프롤로그에서 약간의 예외가 있기는 합니다. 혹시 지난 시절, MBC TV에서 제작 방영한 <제 4공화국>이라는 드라마를 보신 적 있을까요? 이 드라마의 시작은, 충격적이게도 12.12 쿠데타 사건을 그 시작으로 삼습니다. 해당 시기의 정권은 박정희 대통령의 피격으로 이미 막을 내렸지만, 헌정사적으로는 전두환의 대두와 함께 공식적으로 그 종결을 맞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그 결말을 대뜸 서두에 제시하는 방법은, 영화 <아마데우스> 등에도 보듯 서사의 시계열을 비트는 일종의 미학적 충격, 교훈적 의도에서의 종지부 도치 등의 효과를 노리고 시도되는 게 보통이죠.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왕 루이의 최후를 프롤로그에 갑자기 배열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혁명의 충격파를 급작스럽게 맛보게 하는 효과를 노립니다. 프랑스 혁명은 사실 그 전례를 찾기 힘든 드라마틱한 사건이었기에, 이런 인위적인 재배치가 그닥 필요 없기도 하지만, 막스 갈로는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의 반응을 예상하기에 앞서, 저술자인 자신이 먼저 그 극적 흥분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런 (그로서는 대단히 드문) 파격을 구사한 것 아닌가 짐작합니다. 막스 갈로는 다양한 사료로부터
인용을 하되, 주로 인물들의 편지나 개인적 회고를 즐겨 인용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소설을 빼닮은 그의 글에 배치할 때
마치 대사처럼 활용하곤 합니다. 그의 이런 기법은 우선 인물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고, 소설적 재구성에 있어 대사를
인위적으로 지어내는 부담을 덜 뿐 아니라 사실에 충실하게 극을 재현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루이 15세는 이미 늙어 나라를 경영할
활력을 이미 잃고 있으며, 후계자는 그 자질이나 인성 면에서 믿음이 가지 않는 인물입니다. 왕실을 둘러싼 이런 불안한 분위기는,
오스트리아 대사가 본국에 보낸 서간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대사의 생생한 표현을 그대로 끌어 오는 방식으로, 갈로는
후계자 루이의 인간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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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 중에서 그나마 국내 독자들에게 인기를 받고 있는 것은 단연 로마사일 것입니다. 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는 역사를 어쩌면 저렇게 맛깔나게 서사했을까 할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미하여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딱맞게 맞춘 내용들을 선보이므로서 서양사에 대한 다소의 편견을 불식시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정도죠. 이렇게 로마라는 제국사을 뛰어넘어 서양사속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동양사와 비교하게 되면 종교적인 권력과 정치적인 권력이 한데 뒤섞이면서 더 혼란을 가중하게 됩니다. 중세시대를 지나 근대라는 여명이 동틀무렵의 서양사는 더욱 더 긴박하게 흘러가면서 수 많은 왕조와 왕조가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정략적으로 합해졌다 흩어지는등 여로모로 복잡하고 좀체 이해하기 쉽지 않는 체계를 보여주기에 세계사 특히 서양사는 왠지 멀리 있는 당신 같은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프랑스 근대사를 아주 쉽고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저서가 있어 한번 소개할 까 합니다.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인데요 시오노 나나미에 버금갈 정도로 맛깔나게 프랑스 근대사를 프랑스 대혁명을 기준으로 서사하고 있어 프랑스사에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프랑스 대혁명은 서양사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류의 큰 족적을 남긴 일대 변혁이었습니다. 절대왕정이라는 체제에서 공화국이라는 천재이변이 발생했죠. 음 엄밀히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극히 적을 정도로 당시 유럽에서 프랑스만큼 부유하고 어디와도 비견할 수 없는 왕정의 모범국이었던 곳에 다름아닌 혁명이라는 불씨가 터져나왔다는게 역사적으로도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 처럼 루이14세(속칭 태양왕)로 부터 시작된 루이왕가는 그야말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절대왕정의 표본이자 교과서 그 자체였습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아마도 루이 16세가 아니라 그의 형인 부르고뉴 공작이 권자에 올랐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프랑스 대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처럼 프랑스를 뒤흔들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되는 도화선같은 촉매제가 되죠. 이렇듯 프랑스 대혁명은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일대의 대변혁을 잉태한 커다른 미증유의 사건입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프랑스 대혁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요틴이라는 단두대, 국왕의 처형, 바스티유 감옥 그리고 팜프마탈의 원조라 할수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왕비 정도일 것입니다. 그만큼 프랑스 대혁명은 상당히 추상적인 형태로 남아있죠. 아마도 이러한 현상들은 복잡한 역확관계에 대한 좀더 상세하고 쉬운 풀이과정이 없이 주입식으로 원인과 결과만은 단순하게 강요받은 교육의 탓도 크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책입니다. 일반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서간문, 당시 신문기사의 논평들, 그리고 세간의 평들을 유효적절하게 썩어 현실화 시켰다는 점이 이번 책의 특징중에 하나입니다. 쉽게 스토리텔링기법으로 당시 시대상과 정치적인 흐름 그리고 왕가 깊숙히 비밀스럽게 잠겨있었던 이야기들을 마치 픽션을 보는듯하게 서사하고 있다는 점이 한층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막스 갈로의 서사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절대왕정을 굳건히 지켜내야하는 진영(루이 16세를 비롯한 왕당수구파)과 이를 전복하려고 하는 진영의 담론들 그리고 양측에서 갈등하는 또 다른 담론들이 상당히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거대한 흐름은 공화정의 수립으로 이어지는 대혁명이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각각의 진영의 목소리가 편파적이지 않고 나름의 논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지네요. 특히 왠지 루이 16세의 등극에서부터 그의 초창기 삶을 들여다 보면 애잔한 마음까지 들정도로 저자는 어느 한쪽으로 기우러진 서사보다는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논거하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후반부 혁명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왕권과 일반 시민들 그리고 이를 단초로 새로운 권력을 점유하려는 권력층들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서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에서 사실적이고 현실감있는 살아있는 프랑스 대혁명을 맛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다름 아닌 혁명의 도가니속에서 프랑스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책의 압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를 떠올리게 할만큼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서사가 상당히 인상적인 저서입니다. 근대사중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하는 프랑스사 그 중에서도 대혁명을 다루는 부분을 이처럼 흥미롭고 세세하게 서사했던 저서는 아직까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막스 갈로는 탁월한 이야기꾼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마치 이런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픽션같은 역사소설을 대하는 듯 요소 요소에 반전과 트릭을 설정해 놓고 있어 설불이 독자들의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다고 책의 내용이 가볍거나 픽션을 다루고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그 만큼 막스 갈로의 빼어난 필치가 돋보이는 저서라는 거죠. 또한 무엇보다 생생한 인물들의 고증을 통해서 현장감있게 서사하고 있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편안함과 동시에 사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세계사 특히 서양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정말 일독을 권하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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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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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 개봉되어 올해 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울린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지만, 정작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영화 속에 혁명에 관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인 작품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정확히는 장발장이 19년 간 감옥에서 복역한 후 풀려나는 시점이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종결 즈음이고, 영화에 나오는 혁명 장면은 1830년 7월 혁명부터 1848년 2월 혁명 사이라고 한다. 이즈음의 프랑스 역사는 상당히 복잡한데,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이 시기로부터 한 세기 전의 상황부터 보는 것이 좋다. 그 때를 그린 소설이 바로 막스 갈로의 신작 <프랑스 대혁명>이다.
저자 막스 갈로는 소설가, 역사가, 교수, 정치인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소설 <나폴레옹>을 통해 나폴레옹의 영웅적 일생을 다룬 바 있는 그는 자신의 100번째 책이기도 한 이번 소설에서 루이 16세의 즉위와 프랑스 대혁명,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황제 즉위 등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루이 16세의 즉위부터 대혁명 발발 이후까지를, 2권은 루이 16세의 처형부터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이전까지의 시기를 그렸다. 1권은 루이 16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대표적인 인물 하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은 그녀의 남편인 루이 16세에 주목한 점이 특이했다. 왕인 루이 16세가 주목받는 것이 마땅한데 왜 마리 앙투아네트가 더 유명세를 얻은 것인지가 늘 궁금했는데, 소설에서 보니 루이 16세는 선왕들에 비해 카리스마 내지는 사회적인 입지가 약했던 것 같다. 차기 왕위 계승자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왕위를 이은 그는 국내 정치의 혼란과 국제 정치의 압박 속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얼마나 유약한 왕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왕비이자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부부생활에 관한 가십들이다. 결혼 초기에 루이 16세는 사냥에 심취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교 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로 인해 부부 생활은 거의 없었고 불화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왕의 사생활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왕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왕정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왕 자체를 없애려는 시민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1권의 중심적인 내용은 루이 16세를 비롯한 왕정 지지자와 공화정 지지자 사이의 갈등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쪽 지지자가 대표하는 사회적 계급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레미제라블>에서 그려진 대로, 빈곤층과 지배층 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극심했다. 빈곤층은 빵 한 쪽을 사먹을 돈도 없어서 굶어죽어가는 반면, 지배층은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법을 고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1789년에 발표된 인권선언문은 두 계급 간의 갈등을 상징한다. 인권선언문 하면 절대왕정과 봉건적 특권을 타파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저항권 등을 규정한 문서로 알려져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인권선언문 발표 후 '재산가를 옹호하기 위한 법이다', '신분 귀족이 재산 귀족으로 대체될 뿐이다' 등의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문서의 내용과 목적의 위대함은 물론 인정하지만, 인권선언문이 인간의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에 기여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권선언문은 그 후에 이어지는 공포 정치를 비롯한 프랑스 사회의 혼란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고, 시민들의 경제적 처우라든가 사회적인 지위를 더 낫게 만들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18,19세기의 자유주의 운동이 낳은 숙제라고 볼 수 있겠다.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제2권은 루이 16세의 죽음과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황제 즉위 이전까지를 다룬다. 1권이 루이 16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읽기가 비교적 수월했던 반면, 2권은 루이 16세의 죽음 이후부터 나폴레옹의 등장 이전까지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어서 중심축이 없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중심축이 없고 혼란스러운 느낌'이야말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얼핏 보기에는 마라, 당통, 로베스 피에르, 막시밀리안, 생쥐스트 같은 정치인, 사상가들이 사회를 어지럽힌 것처럼 보이지만, 혼란을 가중시켰던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었다. "인민은 누군가를 우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공화주의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이전에 '국왕 만세!'를 외치던 이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들의 우상숭배는 그 대상을 바꾸었을 뿐이다. 이들이 '마라 만세!'를 외치는가? 인민들은 한 우상을 다른 우상으로 대체한 것이다." (pp.54-5) 시민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찬사와 축복을 내렸던 왕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끌어올렸고, 사형수가 그의 잘린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렸을 때에는 소리지르며 환호했다. 루이 16세뿐 아니라 로베스 피에르에 대해서도, 마라에 대해서도 그랬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는 더욱 잔혹했다. 남편 루이 16세를 잃고 유폐자 신세가 된 그녀를 프랑스 국민들은 내버려두지 않았다. 돈도 명예도 지위도 없는 그녀에게 아들과 근친상간을 했다는 혐의를 씌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단두대를 무대로, 사형 집행이 하나의 쇼로 전락한 시대. 사람들은 피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얼마나 이상한 국가인가. 모든 일에서 극단을 달리다니! 프랑스는 왕을 숭배했다가, 마지막 왕을 죽였다. 가톨릭 신앙의 멍에 아래 기꺼이 숙이고 들어갔다가, 막 완전히 뒤집어 엎었다. 중간 조치는 전혀 모른다...... 이 모든 것의 마지막은 무엇일까? 매우 비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138) 시민들이 이렇게 광기에 내몰렸던 이유는 대중 자체의 속성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탓이 크다. 흉작으로 인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앗고, 최고가격제 등 인위적인 가격 규제 수단은 암시장 가격을 치솟게 해 상황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굶어죽거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죽거나 똑같다'던 이 시대의 농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반면 지배층의 재산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남는 부로 향락에 취했다. "부유한 파리 사람들의 심장은 위장으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은 극장에 드나든다. 그곳의 모든 것들은 편안함과 즐거움, 쾌락과 기쁨이 넘쳤다." "사람들은 팔과 목을 그대로 드러낸 채 살색 속바지에 얇은 사로 만든 치마를 입고, 다리와 엉덩이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고리로 둘둘 감은, '속옷도 입지 않은' 여인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p.442) 인간의 내면적인 폭력성이 혁명을 통해 폭발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 전에 인간의 폭력성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국가나 정부, 사회 체제가 먼저 마련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잘못이 아닌가 싶다. 만약 프랑스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사회문화적으로 억눌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정치가들의 선동에 그렇게 쉽게 휩쓸렸을까? 1권을 읽고나서 '사람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2권을 읽어보니 결국 경제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외국과의 전쟁에서 차례차례 승리를 거두며 국민들로 하여금 어지러운 국내 정치를 잊게 만들었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대로 외국에서 엄청난 부와 재물을 가져다주는 나폴레옹을 견제할 이유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국내 정치의 혼란을 종식시킬 하나 남은 대안이었고, 분열된 국민들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높은 인기가 결과적으로는 황제의 즉위라는, 또다른 형태의 군주정의 시대를 열며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이뤄낸 대혁명과 왕정의 종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아무리 역사가 정반합의 반복이라지만, '프랑스는 중간 조치를 전혀 모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같은 역사의 진보와 회귀는 너무나도 극단적이다. 보통 프랑스 대혁명 하면 왕정 타파, 공화정 수립, 인권선언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정치적 함의가 아닌 대중의 속성과 인간성의 측면에서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옮긴이(박상준) 역시 "막스 갈로가 이 책에서 끌어내는 결론 중 하나는 잘 조직된 사회에서조차 사람들의 사회성이 매우 쉽게 부서지며, 혁명을 말하는 일이 곧 폭력을 분출하는 일이 된다는 점이다", "막스 갈로는 엄격하게 인간 행동의 관점에서 프랑스 대혁명을 바라본다"는 점을 지적했다. (p.510) 혁명의 부정적인 속성을 논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입장의 책으로 읽힐 여지가 적지 않지만, 정치가 아닌 인권의 측면으로 보아 이 책은 정치보다도 인권, 인간의 속성에 관한 책으로 읽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프랑스 대혁명의 의의는 어떤 정치체제가 더 우월하냐, 어떤 정치적 성향이 더 나은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고유한 권리를 자각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게끔 이끌어가는 것을 처음으로 일깨워준 사건이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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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닌 것 같다. 뭐랄까? 두 개를 비벼서 만들었는데 각자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 1,2 권을 읽기위해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읽으면서 흥미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독파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완독을 하였다. 그리고 번역이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였다. 다른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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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 중의 한명인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1권 입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큰 사건 중의 하나인 프랑스 대혁명. 역사 책에서 단편적으로만 보았던 프랑스 대혁명의 한 가운데로 독자를 이끌어 주는 책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의 한 장면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들게 하네요. 이야기를 시작하는 초반에 왕은, 왕이 되기 이전에 왕으로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왕이 되는 자신의 운명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만약이지만 왕이 되기 전에 충분히 왕위에 대한 준비가 되었다면 또 역사는 어떻게 흘러 갔을까요? 2권도 무척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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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아봤을때 든 느낌은 책이 상당히 두껍다는 것이었다. 이정도 두께의 비문학 서적을 2권이나 읽는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책을 펼친 뒤 생각이 달라졌다. 책의 구성이 비문학이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되어있었던 것인데, 덕분에 소설책을 읽듯이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있던점은 다행스러웠다.
이 책은 1774년부터 1799년까지 프랑스대혁명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그렇다고 픽션(Fiction)에 속한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논픽션(Nonfiction)에 가까운 소설이다. 물론 입체적인 사건의 묘사를 위해 사이사이에 창작해낸 대사와 장면들이 등장히자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역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일단 목차를 한번 살펴보자
프롤로그 1793년 1월 21일 월요일 이 책은 25년간의 역사를 수년에서 수개월의 장으로 나눠 시간순서대로 전하고 있다. 1권에서는 대체적으로 루이16세를 중심으로, 2권에서는 로베스피에르, 당통, 나폴레옹과 같은 대혁명기의 주요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주요 화자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사실은 책의 주제인 '프랑스 대혁명'자체를 다루는 건 책의 두번째 권에 한정되어 있고, 두권의 책중 루이 16세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것에 1권을 통째로 할애했다는 사실이다. 혹시 저자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는 과정보다도 애초에 프랑스 대혁명이 왜(Why)일어났는지 소개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닐까?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지도를 한번 보도록 하자. 당시의 유럽은 독일과 이탈리아가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와 인접한 통일국가는 오직 스페인과 영국뿐이었다. 하지만 명백한 쇠퇴일로에 있었던 스페인과 바다 건너 섬나라였기 때문에 유럽대륙에 직접적인 세력투사를 할 수 없었던 영국은 프랑스를 견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견제불가능한 위치에 있던 이 프랑스라는 나라에 닥친 혁명의 광풍이 유럽 전체를 휩쓸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프랑스 대혁명이 유럽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고, 곧 다음세기에 유럽 각국들이 전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 사는 우리의 삶에도 끼친 영향이 충분히 짐작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프랑스 대혁명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싶다.
여담이지만 역자의 번역이 매우 훌륭한 것 같다. 프랑스어는 배워본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원래부터 한글로 쓰여진 책인양 글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시중에 출판되어있는 여러 삼국지연의 계통의 책들이 시대적 배경이해를 돕기위해 책의 앞뒤에 당시의 지도같은 시대적 배경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위의 지도와 같은 자료를 실었으면 독자의 이해에 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소설을 좋아하면서 역사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더 이상의 판단은 독자분들께 맡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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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 루이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내가 좋아하는 총사가 되기 위한 달타냥의 모험을 그린 명작 소설 삼총사의 시대 배경이 루이 13세 때이고, 최근 위대한 개츠비로 돌아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998년 주연했던 영화 아이언마스크(철가면)는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루이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프랑스의 왕위 계승자들, 혹은 왕들이었던 루이들은 우리 나라의 왕들 못지 않게 그 인생 역경이 결코 평온했던 것 아니었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 장마가 주춤 거릴 무렵, 퍽 인상적인 한 권의 책을 접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민음사에서 나온 프랑스 대혁명 1, 2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사실 내심 잔뜩 기대을 하고 있던 책이었다. 최근 송기숙 선생님의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녹두장군(전12권)>을 읽고 있던 참이라, 프랑스 혁명과 우리나라의 동학농민운동이 좋은 비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랑스 대혁명은 나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글의 번역 문제인지, 아님 원작 자체의 딱딱한 내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는데 영 신명이 나질 않았다. 속도감이 붙질 않았다. 책장 넘기기가 마치 중고교시절 시험치기 위해 달달 외우던 교과서만큼이나 넘어가질 않았다.
이 읽으면서 프랑스 혁명이 우리나라의 동학농민운동과 참으로 비슷한 점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의 경우 혁명이후 아니 폭동이후 왕권이 정지되고, 인접국인 영국을 비롯한 열강들이 대프랑스동맹을 결성하여 공격을 가해오고, 국내에서도 로베스, 당통이 이끄는 급진적인 자코뱅파와 지롱드파의 대립, 지방에서의 반혁명 반란등이 끊임없이 발발했다. 조선도 동학농민전쟁이후 외세 특히 일본의 침략으로 국가적 기능이 실질적으로 마비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임진왜란 전후 동서로 나뉜 붕당은 후기로 갈수록 심화되는 당쟁(노론과 소론의 대립)과 홍경래의 난과 같은 크고작은 민란들은 모두 백성들이 일으켰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공통점일 것이다. 채만식의 소설 <태평천하>에서 윤직원 영감의 눈에 비친 조선은 국가 관료에 의한 불법적인 수탈, 비합리적인 행정 등으로 인한 지옥 같은 세월이었던 것이다. <태평천하>에서 윤직원 영감의 의식은 다수의 조선인들의 의식이었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에 보면, 농민들에게 세금을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가 막혀 말이 다 안 나올 지경이다.
"당신이 낸 것은 선가미, 가승미, 곡상미, 첨가미, 부가미, 인정미 뿐이고, 간색미, 민고미, 전관미, 기선요미, 낙정미, 타석미 같은 것은 그대로 시퍼렇게 남아 있어요."
이외에도 부족미, 표선접응미, 가급미 등의 세목이 더 있었다.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는데, 1894년 동학농민혁명(전쟁)이 발발한 그 무렵 조선사회는 조정과 세도가에 연줄이 닿은 양반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조선은 백성들의 나라가 아니라, 왕과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들의 나라였던 것이다. 이 말은 생쥐스트의 "모든 왕은 반역자요, 찬탈자입니다."라는 말과 미묘하게 통한다. 프랑스 혁명은 조선의 동학농민혁명보다 대략 100년 정도 앞선다. 신기하게도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100년이란 시간 차이를 두고 있지만, 이 두 사건은 공통적인 요인들이 많다. 이제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폭동, 소요, 밀가루 전쟁, 가난뱅이들의 반란 들이 정기적으로 왕국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굶주려 죽어 가고,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수탈하며 고혈을 짜내고 있었으나, 귀족들과 사제들은 손댈 수 없는 존재들 같았다. 그리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자신들을 위한 세금을 올리고...기마 사냥을 하면서 여문 이삭들을 모두 뭉개 놓고 농부들에게 밀렵 혐의를 씌워 그들을 법정으로, 때로는 사형대에까지 끌고 갔다.
1700~1800년 사이 프랑스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조선 사회랑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혁명은 한국근대 민중혁명인 동학농민혁명과 마찬가지로 시민혁명, 백성혁명이다. 혁명의 원인은 프랑스 사회의 구제도의 모순에 있었다. 조선 사회가 사농공상, 즉 벼슬아치과 양반, 평민으로 구성된 신분제 사회였다면, 프랑스는 성직자, 귀족, 평민으로 구성된 신분제 사회였다. 조선의 양반 특권계급과 마찬가지로 성직자와 귀족은 방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중요한 관직을 독점하였으며, 면제 등의 헤택을 받는 특권 계급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3신분은 봉건적 공납, 과도한 세금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계몽사상을 통해 봉건적 요소가 남아 있는 구제도의 모순을 타파하고 자유로운 시민 사회를 강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 뿐일까? 프랑스 혁명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프랑스 혁명은 세계사에서 근대를 시작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이여, 나는 죄 없이 죽소
루이 16세, 그는 프랑스의 왕이었다. 그러나 1792년 9월 21일 공화국 선포 이후 꼭 넉 달이 되는 1793년 1월 21일 월요일 아침, 그는 이전의 프랑스 왕이었고, 루이 카페 한 개인에 지나지 않았다. 쉽게 말해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한 시민이었다. 헌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국민공회 대표들에게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왕 만세'를 외치던 사람들이 왕을 시해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루이 16세의 처형을 시점으로 전개된다. 루이는 한 나라를 통치하던 최고 권력자, 즉 왕이었다. 그런데 그는 1793년 더이상 왕이 아닌, 한 필부, 즉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 처형을 당한다. 그는 과연 죄가 없었을까?
"너무나 과중한 짐이오. 내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소" "전하, 찰스 1세의 머리가 단두대에 놓은 것은 연약함 때문이었음을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프랑스 혁명의 근본적인 발발원인은 구제도의 모순에 있었는데, 이 구제도의 모순이 혁명으로 이어진 것은 왕실 재정의 파탄에 그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다. 루이 16세는 재정 개혁을 단행하려 하였으나 번번히 귀족들의 저항으로 실패하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회가 형성되게 된다. 이에 루이가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하자, 7월 14일 파리의 민중이 봉기하여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혁명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농민들도 봉기하게 된다.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인들에게 강한 경험이 되었다. 수천 년의 뿌리를 가진 왕조 제도를 쓸어 버릴 수 있다는 경험. 혁명의 경험이후 필요하다면 정부를 정복할 수 있다는 입장과 정통성 또한 혈통과 계급을 통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의 저자 막스갈로는 확인시켜 준다. 휴가지에 책을 가져가서 읽는데 읽으면서 제법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어떤 부분을 잘 읽히는데, 또 어떤 부분은 그렇지가 못했다. 책에 당시 국제 정세에 관한 사진이나, 당시 프랑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사진 등이 들어 있다면, 독자들이 책을 읽는데, 한결 수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이 많이 두껍다. 이 정도 분량이면, 표지를 양장본으로 하면 보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른 세계사와 함께 정독을 요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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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분명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떤 면에서는 진행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현대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저를 형성하는 이벤트. 혁명을 상당히 근거리에서 지켜본 괴테는 “이곳부터 그리고 이날부터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오.” 라고 말했다. 서구와, 서구의 영향에 침식당했고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는 전세계에 그토록 큰 임팩트를 남긴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보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랑스 혁명에 대해 들었겠지만 아마 그게 아는 것의 전부일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최고 권위 학술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가 막스 갈로가 이야기하는 프랑스 대혁명사,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망과 그 뒤에 숨은 인간의 폭력성 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세계 역사의 새 시대를 연 나날들을 재조명하는 책이라기에 도전해봤다. 미화되지 않은 날것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책은 예상보다 읽기가 힘들었다. 역덕이 아니면서 이 책을 재미만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려보겠다. 뭔가 다른 것을 찾는다면 얘기는 달라지겠고, 루이 16세의 청년기 얘기 등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보편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좀 있다. 애초에 복잡다단한 사건인 데다가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고, 번역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도 핑계로 대고 싶다. 그래도 이보다 더 프랑스 혁명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접근한 책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권은 루이 카페로 시작해 루이 카페로 끝난다. 찌질이로만 생각했던 루이 16세(폐위 후 루이 카페)는 마냥 병신같은 놈은 아니었던 듯 싶다. 초장의 처형 장면에서 보여준 군주로서의 마지막 의연함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루이 16세에 대해 연민 내지 호감을 느끼게 초반을 구성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나중에 재등장하는 처형 장면에서 루이의 말은 악대 소리에 묻혀버린다). 어쨌든 루이 16세가 혁명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은 동감하는 바이다. 전성기를 지나 저물기 시작하는 왕조를 지키기에 그의 능력은 특출나지 못했다. 특출나지 못한 것을 비난한다면 그 비난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몇이나 될까? 루이 16세는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 역사는 그를 제물로 마련했고, 그는 죽어야만 했다. 그렇게 자신과 국가를 분리함으로써(물리적으로도 철저히 그렇게 되었고..) 새 시대를 열어야만 했다. 아직 기회가 살아있던 시기, 그가 무명의 로베스피에르를 의도 없이 외면하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전주곡이었을 지도 모른다. --- 2권 서평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