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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사랑과 눈물의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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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는 열두 번의 천도재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찾아든 나의 첫번째 감상이다. 우대식 시인이 정성껏 올린 열두 명의 요절한 시인들에게 바치는 천도재. 그게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새움, 2020)이다. 만약 '시인들의 천국'이 있다면, 그 천국문에 입장하는 가장 확실한 티켓은 바로 요절한 시인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 글을 지어내는 선업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당당히 그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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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는 열두 번의 천도재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찾아든 나의 첫번째 감상이다. 우대식 시인이 정성껏 올린 열두 명의 요절한 시인들에게 바치는 천도재. 그게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새움, 2020)이다. 만약 '시인들의 천국'이 있다면, 그 천국문에 입장하는 가장 확실한 티켓은 바로 요절한 시인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 글을 지어내는 선업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당당히 그 천국행 티켓을 거머쥔 현존 시인인 셈이다. 시인의 시를 진지하게 낭송하는 일은 나무아미타불을 수만 번 외치는 일과 그리 다를 바 없다. 모두 서방정토에 갈 수 있는 신심자의 조건에 해당한다. 


나도 요절한 천재시인들의 시편과 삶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저자의 발품과 수고가 더욱 반가웠고 고마웠다. 천도재에 이름을 올린 시인들은 이연주(53년생), 신기섭(79년생), 기형도(60년생), 여림(67년생), 이경록(48년생), 김민부(41년생), 김용직(45년생), 원희석(56년생), 임홍재(42년생), 송유하(44년생), 박석수(49년생), 이현우(33년생) 등이다. 신기섭 시인만이 내 또래세대이고, 거개가 아버지뻘, 고모 삼촌뻘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모두가 영원히 '젊은시인들'이다. 요절한 불운의 천재가 아닌, 시대의 어둠과 불안을 혹은 개인의 우울과 가난을 시라는 희망의 등대를 통해 조금이나마 밝히고자 애쓴 젊디젊은 시인들인 것이다. 이들 시인의 연보와 대표시를 다시금 곱씹는 것으로 내 두 번의 절을 대신할까 한다. 


이들이 남긴 유고시집과 대표시는 임홍재 시인의 표현을 빌면, "죽음이 값진 청옥빛 열매"와 같다. 자신의 불꽃과도 같은 삶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임홍재 시인은「소곡」에서 "죽는 길이 험할수록/ 죽음이 값진/ 청옥빛 열매가/ 바람길을 열고 있네."라고 노래했다. 모두가 불우한 시대를 살았지만 '시에 죽고, 시에 살다'간 문치들이었고, "가난과 사랑과 눈물의 시인"이면서, 가난과 분노 그리고 아픔과 상실감으로 청옥빛 열매를 빚어낸 천재들이었다. 


화마, 알코올, 자살, 의문의 죽음,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죽음의 사유는 다르지만, 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시인들끼리의 찬란한 우정만큼은 한결같다. 가령 김민부 시인의 다짐은 이러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요즈음 세상에 시를 쓴다는 노릇은 유사종교의 광신도 노릇하는 것만큼이나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가을이 올 때마다 나는 내 목숨을 줄이더라도 몇 편의 시를 쓰고픈 충동에 몸을 떨었다."(186쪽)


열두 시인들 가운데 저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인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인연과 시연(詩緣)으로 손길과 발길이 닿았다지만, 아무래도 미련과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들의 유고시집을 하나씩 찾아 읽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또다른 그리움을 해갈하고 싶다. 

z***a 2020.09.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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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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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공소에서 울려나오는 전기 기계톱의 울울한 소리와 용접공의 손에서 토막 난 쇳조각들이 일상으로 환원되는 것을 희망에 찬 눈과 귀로 느낄 수가 없다 . 나는 인간의 어떤 영역들이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어 간다는 생각을 어떤 놀리로도 바꿀 수 없다.파괴된 것을 복구할 능력이 순수성이 인간에겐 이미 상실되어 있다.그 사실이 보다 그 질문 앞에 나는 불 먹은 납덩어리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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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공소에서 울려나오는 전기 기계톱의 울울한 소리와 용접공의 손에서 토막 난 쇳조각들이 일상으로 환원되는 것을 희망에 찬 눈과 귀로 느낄 수가 없다 . 나는 인간의 어떤 영역들이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어 간다는 생각을 어떤 놀리로도 바꿀 수 없다.파괴된 것을 복구할 능력이 순수성이 인간에겐 이미 상실되어 있다.그 사실이 보다 그 질문 앞에 나는 불 먹은 납덩어리다.그러나 쓰지 않을 수 없다면 되도록 정직하고 싶다. 되도록 의지를 표명하고 싶다. (-16-)


읍내 사거리에 가면 나에게 침 밷는 법과
좆춤 추는 법을 가르친 선배들이 있고
장날마다 땅바닥에 뒹구는 몇 알의 튀밥이 있다.
어린아이들도 누구나 다 침을 뱉고
여자아이들은 여관처럼 잘 더러워진다.
한 번 이 읍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은 
겨울잠을 자고 온 곰처럼 온순하지만
금세 다시 사나움을 되찾고 만다.
그리고,다시는 떠나지 않는다.

읍내 사거리에 가면
아무것도 없다.(-44-)


한 편의 글은 1992년에 요절한 이연주 시인의 글이며, 하나는 2005년에 세싱을 떠난 신기섭 시인의 시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요절한 시인들 중에서 두 편의 시가 눈에 들어왔던 건 내 삶과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나보다 크게 나이가 차이가 나지 않았고, 신기섭 시인은 1979년생, 나와 동갑의 나이를 간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십 대 청춘, 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챇 속에는 그동안 고고하게 흐러온 시인들의 죽음과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가수가 음악 따라 간다고 하는 것처럼 시인도 시를 따라 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와 시인의 삶은 일치하게 된다. 어쩌면 압축적이면서,상징과 은유에 의해 삶의 도태되어짐을 붙잡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시에는 힘이 실려 있었고,그 과정에서 삶의 모순과 위선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로테스크한 측면이 상당히 강하였다. 죽믐이나 우울함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라면, 한 박자 쉬고 읽어야 할 정도로 기승전DIE 였으며,그안에 숨겨진 삶의 패턴을 느낄 수 있었다.춥고 배고프고,힘든 나날들,그들은 시밥을 챙겨 먹고 있었고,자신의 삶을 시를 통해서 위로를 구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것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살기 위해서 시를 써내려 갔지만,시구 하나하나에 죽음의 그로테스크한 시어들만 추출하였으며,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내려 놓으려는 시인의 의지들이 강하게,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

이달의 사락 k*******2 2020.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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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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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이해가 어려워서 사실 꺼려 왔었다이번 책은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만날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다시에 대해서 여러 선입견이 있었기에 이번기회에 내게 어려운 시에 한발짝 다가갈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이번채은 요절한 12시인의 이야기로 이루어 져있었다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생각은 모두 스스로 목숨을 거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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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이해가 어려워서 사실 꺼려 왔었다

이번 책은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만날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시에 대해서 여러 선입견이 있었기에 이번기회에 내게 어려운 시에 한발짝 다가갈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이번채은 요절한 12시인의 이야기로 이루어 져있었다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생각은 모두 스스로 목숨을 거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으로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그들의 죽음의 사유는 제각각이였다

시인들의 시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길에 죽음도 불사를정도로 이렇게 시에 목숨을 걸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시인들의 삶을 초기 어린시절 부터 재조명하여 찾아다니며 그들의 지인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에서 나온 시어들을 풀어주는 시간이였다

그들을 기억하는 가족과 지인들은 하나같이 요절한 시인들을 안타까워했으며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시인이였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처음 접하는 시인들이 대부분이였지만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시들을 소개 받으니 어려운 시였지만 그 느낌만은 충분히 전해 지는 시간이였다

어려운 말로 쓰여진 시들도 많고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책을 읽기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지만 시인의 삶을 이책을 통해서 생각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시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걸어도 좋다는 시인의 외침이 아직고 귓가에 들리는듯하다

시에 문외안이라서 그들의 깊은 내면의 외침까지는 잘 이해할수 없지만 시라는것이 정말 소중한것이구나 언어 말 등이 헛투루 그냥 나와서 공중에 흩어지는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였다

이달의 사락 e******2 2020.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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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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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이 책을 통해 열두 명의 시인들을 만났다. 저자는 ‘죽은 시인과 죽지 않은 시를 동시에 만나는 순간 벅찬 어처구니가 나를 더더욱 이 작업 안으로 몰아붙였다’는데 저자의 수고로움을 통해 독자인 나 또한 모르고 또 잊혀졌던 그 시인들과 그들의 시편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부제는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 이다. 내가 사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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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이 책을 통해 열두 명의 시인들을 만났다. 저자는 죽은 시인과 죽지 않은 시를 동시에 만나는 순간 벅찬 어처구니가 나를 더더욱 이 작업 안으로 몰아붙였다는데 저자의 수고로움을 통해 독자인 나 또한 모르고 또 잊혀졌던 그 시인들과 그들의 시편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부제는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이다. 내가 사는 동네 광명은 기형도문학관이 있다. 그리고 기형도를 기리며 기획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인 기형도시인학교도 있다. 그가 광명이라는 지역과 무슨 연관이 있나 살펴보다가 1960년 연평리에서 태어난 그와 일가족이 경기 시흥군 소하리(현 광명시 소하동)에 이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89년 서울 종로의 심야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중고서점 알라딘 입구엔 여러 시인들의 얼굴을 벽보처럼 그려놓았는데, 그 중 기형도 시인이 있었다. 그리고 책을 넣어주는 비닐에도 기형도 시인의 얼굴을 그려 넣었었다. 각설하고 기형도 시인은 지상에 오래 머무르지 않은 천사였다. 저자는 일찍이 요절한 시인 12명을 통해 시인의 삶의 굴곡에서 시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이연주, 신기섭, 이경록, 김민부 등 잘 들어보지 못한 젊은 시인들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난 익숙한 기형도 시인부터 찾아보았다. 그의 내면 풍경엔 가난이 상처로 남아있었지만 형제들과 다락방에 있던 책을 꺼내 읽고 게임하듯 책을 더듬어가던 풍경이야말로 시대를 넘어서 그가 잃지 않던 부드러움이 아니었는가 싶다. 저자는 그의 시가 동화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숲으로 된 성벽과 같은 경우 성은 낙원이지만 구름이나 공기같은 것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음이 그것이다. 기형도 시인은 노래도 잘 불렀고 작사, 작곡도 했다. 그가 작사했던 내 마음 낙엽은 대중가요였다. 안양을 중심으로 활동한 수리시동인이기도 했는데 그 시절이야말로 문학청년으로서 기형도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를 빼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는, 감각의 더듬이로 스스로 구원의 문을 헤쳐가야하는 밀교와도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밀교의 교주같았던 기형도를 그린다. 그의 생가를 찾아 나서며 곳곳에 낮은 판잣집에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문구를 발견하곤 기형도 시인의 우리 동네 목사님을 떠올렸다. ‘홀린 사람이란 시에선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그 시는 군중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를 당대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어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개인의 실존이 집단의 논리에 의해 재단되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을 방관하지 못한 그를 생각하며. 저자는 이렇듯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그의 작품과 연결시켜 소개했다. 시인의 연보를 보고 부친 또한 뇌졸중으로 쓰러져 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의 슬픈 미래는 예견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이번 도서를 통해 김용직 시인을 알게 되었다. 그는 투신했다. 조악한 삶의 공간,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살며 스스로 몸을 굉음으로 치환시켰다고 저자는 표현했다. 해방둥이였던 그가 왕십리에서 행당동으로 올라가는 산동네의 전형 가운데 마장동에 거처하며 전근대적인 요소를 모두 품고 있던 그 곳에서 시를 향한 신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술과 소금이 유일한 일용의 양식이었고 시를 쓰는 것만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의 주검을 통해 가난이 주는 쓸쓸함을 발견했고 수의를 할 수 없어 하얀 종이로 시신을 감쌌음을 회고하는 장면은 마음이 참 아려왔다.

 

  요절한 예술가는 짧은 생과 대비되는, 불꽃같은 열정과 광기도 돋보인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 책의 제목처럼 몸을 데인시인들을 만나보며 시인이 갖고 있었을 온기를 느껴본다. 오로지 작품 속에서.

 

l*****3 2020.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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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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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우대식 지음시는 생의 환희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책의 제목부터 절절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시인들이 겪은 비극과 한 덩어리가 되어 나역시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글을 쓰는 지금은 서글픈 비까지 온다. 화재, 술, 자살, 의문의 죽음 등 비극에 몸을 데인 열두 명의 요절 시인들의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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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우대식 지음







시는 생의 환희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책의 제목부터 절절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시인들이 겪은 비극과 한 덩어리가 되어 나역시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글을 쓰는 지금은 서글픈 비까지 온다. 화재, 술, 자살, 의문의 죽음 등 비극에 몸을 데인 열두 명의 요절 시인들의 작품으로 들어가 본다.




지은이 우대식님은 이 책 이전에도 요절 시인 열 명의 시선을 모아 작품집을 낸 적이 있다. 그는 요절 시인들의 고향이나 그들이 거쳐간 곳을 직접 찾아단다. 유족들과 지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모아 이 책을 출간했다. 요절 시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저자 역시도 얼마나 삶과 죽음을 느꼈으리라. 삶은 상처투성이이고 시인들은 죽었으나 시는 죽지 않았다.




요절이란 무엇인가? 물리적 죽음과 의식의 죽음이 한 지점에서 만나 불꽃 저럼 타오르다 소멸해간 흔적이다. 2006년에 요절 시인들의 시가 처음 나온 이후로 이 시집에 실린 시인들의 시가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로 시인들의 시비가 생겼고 이분들을 대상으로 논문이 나왔다. 참 의미 있는 발견이다. 열 두 분의 시인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본다. 이연주 시인, 신기섭 시인, 기형도 시인, 여 림 시인, 이경록 시인, 김민부 시인, 김용직 시인, 원희석 시인, 임홍재 시인, 송유하 시인, 박석수 시인, 이현우 시인님이다.  




이연주 시인 서른아홉의 나이로 타계한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그로테스크한 그녀의 시에는 소수이지만 마니아층이 생겼다. 문단에서는 위악적 뒤틀림의 세계에 대해 주목했고 정작 본인은 세상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성병에 걸린 매음녀가 단속반에 걸려 보건소에 끌려가 강제로 진찰받는 장면은 인간의 수치심이나 치욕과는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매음이 '몸을 판다'라는 개념을 포함해 원하지는 방향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불우함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다른 시에서도 볼 수 있다. 검은 구름 아래, 피가 낭자한, 방류된 폐수, 썩은 강물, 오물을 쑤셔 박는, 면도날, 심장 차가운 핏톨, 무덤, 벌거숭이, 기일 등 이미 그녀의 시구절에서 죽음을 보았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고통에 몸서리 쳐진다. 그 중심에 서있었던 시인은 온전히 살 수 있었을까? 이연주 시인의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책을 덮었다 폈다 몇 번 마른 기침을 하고 호흡을 가누어야했다. 짧고 강하다. 불꽃처럼 살다간 시인. 타다 남은 재마저도 강렬하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시를 썼던 사람에게는 두 가지 부채의식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하나는 80년대 광주에서 불어닥친 민주화 불꽃이었으며 하나는 80년대 말 기형도의 죽음과 그의 시집이 던져준 충격이었다. 그 경이로움은 기형도 시인의 돌연한 죽음과 맞물려 풍문으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사실을 직면할 때 느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2001년 조선일보 '나의 글 나의 서가'에 시인의 서재가 소개되었다. 깨알 같은 메모와 줄글들, 습자지를 붙여 요약정리한 메모지, 안양 천변 후미진 집에서 밤늦도록 책을 읽던 시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기형도 시인의 시 세계를 감히 누가 다루겠는가!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이경록 시인 그는 죽어서 부를 노래를 생전에 지었다. 그에게 죽음이란 느닷없는 무엇이 아니다. 병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그의 삶과 늘 동행했다. 고교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히고 이미 고교 시절에 예비 시인들과 서로 교우했다. 그는 쟁쟁한 고교생 문인이었다. 그는 대구로 간다. 이하석 시인 , 이태수 시인과 《자유시》 동인이 결성된다. 6권의 동인지가 흐름사에서 출간되었다. 이하성, 정호승, 강원국, 서현동 시인 그들은 지금 한국 시단의 주춧돌이 되었다.




부산 출신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김민부 시인. 고교 시절 이미 다방에서 당대 기성 시인들과 논쟁하며 시조 운율로서 서로 욕하기 시합을 해 기성 시인을 능가했더 그는 당시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서울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하며 바쁜 와중에도 시집을 출간한다. 스스로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라고 칭하던 이방인이 떠났다. 짧지만 파란만장한 생이었다. 시는 대체 무엇일까? 




송유하 시인의 유고시는 동생 송영숙 시인을 통해 세상에 빛을 본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잘 따랐던 시인은 오빠가 타계했을 때 고등학생이었다. 단순히 혈육의 정만은 아니었다. 기억의 단편들, 방학 때 내려온 오빠와 둑길을 걷던 인상들은 그녀의 깊은 내면 현실을 넘어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게 했던 것이다. 김포 들판에서 의문의 죽음. 서울 외곽 논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소문은 그를 자살로 몰고 간다. 




노을 쑥고개.4

         -박석수



마을은 철조망 속 휘파람

소리 일찍 저물고

저문 들녘의 무거운 정적 속에서

구중의 땅 밑을 헤매던

누이의 눈물은 피가 되었다.

철수하는 미군의 가슴이나

태평양이나 아메리카로도

닦여지지 않는

누이의 눈물은 피가 되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한반도의

가장 참혹한 노을이 되었다.




쑥고개 여인의 참혹한 삶에서 눈물을 보았다. 철조망 속 휘파람은 미군이 거주하는 비행장 안의 공간과 가난하고 척박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쑥고개를 나누는 구실을 한다. 미군은 현실적 이익을 위하여 쑥고개 사람들은 딸의 정절을 위하여 철조망을 고수한다. 어느 경우나 미군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없다. 후에 '송탄'이라는 지명으로 바뀌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송두리째 빼앗긴 기지촌 사람들의 삶이란 이렇게 힘들고도 조악한 것이었다. 그는 쑥고개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가난한 예술가였다. 고향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안고 살았다. 




시의 궁극이 죽음이라면 시적 초월을 꿈꾸는 자들의 중심에 죽음이 놓여있다는 것은 지당하고 정당하다. 젊음을 다 바친 시. 요절 시인들의 흔적을 찾는 일이야말로 뜻깊은 일이다. 혼돈과 가난, 어둠과 병으로 점철된 시인들의 삶. 시인들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오늘 서늘하면서도 동시에 찬란한 기쁨을 느꼈다. 햇살은 늘 누워있었다. 나의 발끝에서는 하나 햇살은 늘 밝게만 보였었다. 죽음 이후에는 편안하시길.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이달의 사락 r******7 2020.09.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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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살다간 그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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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이란 물리적 죽음과 의식의 죽음이 한 지점에서 만나 불꽃처럼 타오르다 소멸해간 흔적이다.(p5)의외로 요절한 시인들이 많다. 부끄럽게도 열두분 성함을 보니 기형도 외에는 듣지도 못한 시인들이다. 저자는 <요절 시선>, <죽은 시인들의 사회>, <시에 죽고, 시에 살다>을 출판한 적이 있는데, 이번 책은 열두 분의 요절한 시인들의 발자취를 찾아 고향과 그들이 거쳐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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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이란 물리적 죽음과 의식의 죽음이 한 지점에서 만나 불꽃처럼 타오르다 소멸해간 흔적이다.(p5)


의외로 요절한 시인들이 많다. 부끄럽게도 열두분 성함을 보니 기형도 외에는 듣지도 못한 시인들이다. 

저자는 <요절 시선>, <죽은 시인들의 사회>, <시에 죽고, 시에 살다>을 출판한 적이 있는데, 이번 책은 열두 분의 요절한 시인들의 발자취를 찾아 고향과 그들이 거쳐간 곳, 유족과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썼다고 소개되어 있다. 불꽃처럼 타다간 시인들의 문학 발자취 기록은 직접 일일이 찾아 보고 조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이고 소중한 자료집이 될 것이다. 


기형도 시인은 이름이 특이하고 TV에서도 한번씩 언급되는 이름이라 낮익은데 사망 년도가 1989년이다. 굉장히 옛날 사람인줄 알았는데 다른 분인가 싶었지만, 소개된 시가 친숙한 그 분의 시였다. 그 분의 일대기와 일화를 보면서 노래와 문학에 향기의 깊이가 있으셨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 알았고, 뛰어난 시의 시인은 따로 있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차근차근 읽다보니 표지의 글이 공감된다. 한분 한분 몰랐던 소중한 시를 알게 되고, 그들의 뜨거운 소리를, 깊이를 알게 되어 저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사람살이가 늘 상처투성이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시인들만큼 미늘의 바늘로 상처를 낚아채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빛나는 죽음의 촉수들이 향하는 행로를 지켜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죽은 시인과 죽지 않은 시를 동시에 만나는 순간의 벅찬 '어처구니'가 나를 더더욱 이 작업 안으로 몰아붙였다. 열두 명의 시인들을 모두 만난 후의 감정이란, 잊고 지낸 온기와 이름 없는 악기 하나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불꽃처럼 살다간 그 분들의 시와 발자취가 이렇게 때로 아픔을, 때로는 위로하고 따뜻한 손길이 되어 읽는 동안 힐링이 되는 기간이었다. 그리고 그 분들의 고향과 거쳐간 곳을 들를때다 친근감이 들고 가보고 싶은 곳으로 수첩에 남겨본다. 뜨거웠던 시인들의 발자취가 남은 문학기행의 맛을 한껏 즐겨볼 기회를 가질수 있는 도서로 추천해본다.


톱픽,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券書 行萬里路)

길은 언제나 책 속에 있고 책은 언제나 길 위에 있다.(p7)


w****u 2020.09.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내용보기
얼마나 시에, 사람에 관심이 많았으면 요절한 시인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삶과 발자취에서 시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나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며 어떤 고결한 숨결마져 느껴지는듯 하다.요절 시인을 찾아 다니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나도 알고 저자도 그리 녹록치 않았음을 말해준다.물리적 거리 뿐만이 아니라 시인의 시에 내재된 의식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내용보기

얼마나 시에, 사람에 관심이 많았으면 요절한 시인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삶과

발자취에서 시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나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며 어떤 고결한 숨결마져 느껴지는듯 하다.
요절 시인을 찾아 다니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나도 알고 저자도

그리 녹록치 않았음을 말해준다.
물리적 거리 뿐만이 아니라 시인의 시에 내재된 의식을 만나는 길은 정말로

고난의 길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은 초판의 재간, 재간의 개정 출판을 한 책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타개한 시인들의 삶과 죽음속에서 시인들의 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에게 시는 생의 환희이자 삶의 이유라고 했다.
그런 존재 이유를 명확히 깨닫고 있는 저자의 횡보가 타개한 시인들의 기념비적

역사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이 시에 대해 무지하지만 시를 사랑하고

아끼고자 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에 비유해 보자면 시인은 죽었으되

시는 살아 남았다는 말과 비견될 수 있으리라.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에 대해서 물어보면 현대의 시인들을 꼽는 경우가 드물고

보면 책에서 소개하는 현대 시인들의 시와 시인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도 저자의

노력이 빛어내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열 두명 시인의 시에 대한 서사를 만나볼 수 있는 시와 시에 대한 해설적 접근을 통해

어렵기만 한 시가 아닌 시가 내포한 의미와 시적 자유에 대한 시인들의 혼을 느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된다.
시인이 꿈꿔왔을 시 세계에 대한 동경을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나 문학도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삶의 만만치 않은 또다른 민낯을 보게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요절한 시인들의 삶이 시와 함께 한 삶이었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n********1 2020.09.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내용보기
기형도 시인에 대한 관심에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 우대식을 통해 기형도외에 생소한 이름의 시인 열 두명이 소개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 모두 이미 운명을 달리한 시인들이다. 이 땅에 허물 벗듯 시 몇줄 남겨놓고 홀연히 하늘로 올라간 이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들은 [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 이고 생활인으로도 시인으로도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요절한 시인들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내용보기

기형도 시인에 대한 관심에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 우대식을 통해 기형도외에 생소한 이름의 시인 열 두명이 소개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 모두 이미 운명을 달리한 시인들이다. 이 땅에 허물 벗듯 시 몇줄 남겨놓고 홀연히 하늘로 올라간 이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들은 [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 이고 생활인으로도 시인으로도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요절한 시인들이다

그런 분들의 작품이어선지 남겨진 싯구들이 절절하다. 어쩌다 시에 천부적인 능력들을 가지고 태어 나서는 명을 깎아 시를 쓰고 시를 쓰다 명이 다했는 지 한 분 한 분 삶과 시의 사연을 따라가다보면 평범한 생이 없고 평범한 시가 없다.


' 시는 생의 환희이며,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시인에게 시를 쓰게 만드는 과연 동기는 무엇인지. 어떤 영화로움도 삶의 실리도 하물며 기본적인 생활마저 포기 하고 오직 시를 탐닉하게 하는 그 운명의 고리가 궁금했다.

이 책은 그런 맥락을 찾으며 시인들의 삶의 궤적과 그 열망을 쫓는 다.

왜 하필 저자는 요절한 시인들에 대해서 글을 썼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런 시인들을 찾아다니며 시인들의 죽음앞에 저자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들었다. 이 책을 쓴 경위를 들려주자 죽음의 기운과 가까이 하시 말라고 조언했다는 요절 시인의 지인의 말 처럼 말이다.


죽음의 기운이란 죽음보다도 더 음습하고 사소한 풍문들이 몸을 들락거리는, 일종의 질서를 와해시키는 혼돈 상태를 연상시켰다


저자 본인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죽음의 이면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몰두를 해 선지 읽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책을 덮고 훨훨 바깥 공기를 마셨다. 하지만 곧 돌아와 다시 책을 펴고 그들의 시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시는 의식을 긁어대고 피부를 긁어대듯 표피에 와 닿는 싯구 한 줄 한줄이 예사롭지 않다. 피폐하고 고단한 삶 가운데 그래도 살아서 써보려는 몸부림이 구절마다 묻어있다. 서러움이, 슬픔이, 아픔이, 열정이, 미련이, 환희가 속속들이 베어있는 요절시인들의 감정이 서늘한 새벽 혹은 눈 내린 밤의 한기가 목덜미에 스며들듯 스며들어 몸이 움추려 들었다.

결국 마지막 장 한 줄 까지 다 읽고 미련없이 책을 덮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마냥 홀가분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천재로 태어나서 시를 쓰고 시에 시에 목을 매고 명을 달리한 시인들이 토해 놓은 글귀가 핏빛처럼 선연하다.

한 줄 한 줄 각인되듯 뇌리와 심장을 긁어대는 싯구에 아팠다.

이 책은 그런 시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시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봄직한 책이기도 하다.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 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하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 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메고

그렇게도 막막하게 바라보던 세상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중에서 시인 여림 

s****a 2020.09.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