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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기 위해 쓴 일기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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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한때 닥치는 대로 읽었던 적이 있다. 소설인데 마치 만화를 읽는 느낌은 계속 읽게 만들었다.   쉽게 쉽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책을 덮고 나면 싹 잊어버리게 되는 부담없이 읽히는 데 비해 심각한  부작용은 다소 어려운 문체의 작품은 거부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그 뒤로 만난 내가 일대 전환이 된 작품으로  <금각사>의 미시마 유키오와 <세설>의 타니자끼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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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소설을  한때 닥치는 대로 읽었던 적이 있다. 소설인데 마치 만화를 읽는 느낌은 계속 읽게 만들었다.   쉽게 쉽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책을 덮고 나면 싹 잊어버리게 되는 부담없이 읽히는 데 비해 심각한  부작용은 다소 어려운 문체의 작품은 거부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그 뒤로 만난 내가 일대 전환이 된 작품으로  <금각사>의 미시마 유키오와 <세설>의 타니자끼 준이찌로오가 있다.  충격에 가까운  작가와 작품이었다.  두 작품은 다 일본 특유의 문화와 전통을 표현해 냄과 동시에 결말 역시도 예측불허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설>은 여성의 심리표현을 아주 세밀해서 여성작가도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두 권으로 분권이 되어 있지만 사건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어 생각보다 술술 읽혔다. 그 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아도 나와 인연이 안되었는지 만날 수 없었다.

 

  이번 창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중에 타니자끼 준이찌로오의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은  그동안 기다렸던 보람이 느낄 만큼 반가운 소식이었다.  탐미주의의 대가와 만나는 기대감에 전작과는 반대로 굉장히 얕고 깔금하다. 파격에 가까운 주제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열쇠> (2013. 6 창비)다.

 

  열쇠는  일기를 잠궈두는 장치이다.  부부의 속마음을 열고 들여다 보게 할 도구가 되기도 하고 쉽게 열리지 않는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있어야 하는 데는 소용이 없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남편은 50대 중반의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내는 유교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평범한 40대 중반의 부부다. 그리고 20대 중반의 딸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 없이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부의 관계를 나타내는 일기 속을 들여다 보면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특히 부부관계에 있어서 남편은 아내에게,아내는 남편에게 바라는 점이 있지만 일기속에 드러나듯이 너무도 다르다.

 

  브랜디의 힘을 빌어 취해 잠든 아내의 몸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사진으로 남긴다거나 남편이 안경을 벗은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구역질이 난다는 다소 노골적인 묘사는 지금도 사실  거부감이 느끼기 쉬운데 작품이 나올 당시에  어떠했을까 싶다.  딸과 연을 맺어주기 위해 등장하는 남자친구를 이용해 자극제로 쓸 생각을 하고  질투를 느끼는 남편은 사실 의사의 권고를 받고 있는 중이지만 아내는 모른다.

 

  서로의 마음을 나타내는 일기는 일부러 보이려고 쓰는 게 역력하다.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두 사람의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어느것이 진심인지 알 수는 없다. 마치 미로같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들의 목적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할 뿐이다. 오히려 제일 궁금한 것은 딸이다.  딸이야말로 엄마를 경멸하고 일부러 불륜을 저지르게 한 것인가 의심이 간다. 하지만 결국 피해를 입은 것은 딸 자신임을 - 아버지는 죽고 엄마와 불륜인 상태의 남자친구와 셋이 살게 된 - 후회할 테니 말이다.

 

   중간 중간 흑백의 판화로 된 삽화도 다른 책에 비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차갑고 냉정해 보이기도 하고 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유교적인 관습에 따라 남편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아내의 숨겨진 비밀을 알 게 된 순간, 이책의 묘미는 이거였어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더붙여 일기를 본 사람은 두 부부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

 

  

  

e***p 2013.11.18.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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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열쇠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내용보기
탐미주의 문학의 거장인 작가가 70세의 나이에 발표한 작품이라기에 호기심이 갔다. '성과 도덕' '성과 예술' 아직도 그 모호한 경계속에 자칫 잘못하면 외설로 보여지기 쉬운 부분을 작가는 탐미주의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중의 하나가 바로 ' 성' 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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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주의 문학의 거장인 작가가 70세의 나이에 발표한 작품이라기에 호기심이 갔다.

'성과 도덕' '성과 예술' 아직도 그 모호한 경계속에 자칫 잘못하면 외설로 보여지기 쉬운 부분을 작가는 탐미주의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중의 하나가 바로 ' 성' 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도덕과 윤리라는 이름하에 통제하고 있으며, '성'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어떤 잣대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작가는 문학적인 해석으로 성을 바로 잡고있다.

 

열쇠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편은 대하가교수로 고혈압이 있어 건강에 신경쓰는 것 말고는 어느것 하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사는 중년을 넘긴 남성이다. 아내는 전통의 고장 쿄토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는 유교적 도덕관념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고상함과 기품을 겸비한 중년 여성이다. 이들 사이에는 딸하나가 있고, 그 딸과 교제하는 젊은 남성이 이들의 집에 드나들고 있다.

6개월 동안 남편과 아내의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일기란 자신만이 볼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기록하는 장소인데 여기서는 타인에게 보여지기 위해 쓰여지는 형식이라 자기 내면을 거짓으로 위장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아내의 성욕을 만족 시키기위해 노력하며 질투를 성욕의 자극제로 쓰는 남편은 딸의 남자친구인 키무라와 아내가 어느 선까지 갔는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그런 아내는 남편이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며 일기를 거짓으로 써있며, 남편이 건강이 안좋은걸 알면서도 무리한 성관계로 인해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하고, 키무라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혼해서 셋이 한 집에 같이 살기로하는 반전을 남긴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적나라한 성적인 묘사부터 각자의 삶의 모습은 그려지지않고 성에대한 장면들만 묘사되는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명의 관계가 극도의 심리전으로 전개되지만 이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서로의 마음이 어떤게 진심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성에서 남녀의 우위를 두면서 여성적인 우위에 힘을 싣고 있는 작가의 생각이 자칫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작가의 생각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알듯말듯 다가온다.

인간의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고 신이주신 선물일지도 모르지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바르게 보지못한다면 그 늪에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된다.

육체적인 의미로봤을때 여자가 생명을 잉태하고 또 다른 성을 낳게하기에 신과같은 존재로 비춰볼수 있으며 작가로 이런 생각에 여성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비춰보일 수 있는 성을 우리는 지나치게 도덕과 윤리에 가둬두려하니 그 빛이 가려워져 점점 어둡고 추악한 모습으로 변질되는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디에도 숨기지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어렵지않게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a****4 2013.11.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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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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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하면 빠지지 않는 한국 드라마. 막장 전개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지만 채널은 돌아가지 않는다. 어느정도 시청률이 보장이 되니 끊이 없이 재생산 되는 막장 드라마들.  그런 막장에 익숙해져서인지, 파격적인 소재로 단 2회 연재로 당시 많은 놀란을 일으키며 풍기문란으로 낙인 찎혔던 [열쇠]가 낯설지는 않다. 막장 요소를 싫어 하는 사람이라면 내용이 전개 될수록 거부감이 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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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하면 빠지지 않는 한국 드라마. 막장 전개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지만 채널은 돌아가지 않는다. 어느정도 시청률이 보장이 되니 끊이 없이 재생산 되는 막장 드라마들.  그런 막장에 익숙해져서인지, 파격적인 소재로 단 2회 연재로 당시 많은 놀란을 일으키며 풍기문란으로 낙인 찎혔던 [열쇠]가 낯설지는 않다. 막장 요소를 싫어 하는 사람이라면 내용이 전개 될수록 거부감이 들수도 있지만,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저자의 작품을 만난다는데 의미를 두고 만난 책이다.


56세의 남편과 45세의 아내가 서로에게 하지 못한 다소 은밀한 말들을 일기에 쓴다. 상대방이 봐주길 바라며 깊숙히 감추지 않는 그들의 일기.둘의 고민은 하나다 바로 성관계다. 남편은 해마다 쇠약해지는 체력으로 아내와의 관게를 적잔히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아직도 열렬히 사랑하지만 아내의 성욕을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정열적이길 바라지만 적극적이지 않는 아내가 조금은 야속한 남편. 사실 아내는 어떤 일에도 소극적이고 나서지 않지만 그 일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남편이 몰라준다고 한다.또한 남편이 자신을 만족 시켜 주지 못한데 대해 아쉬워 하는 아내. 둘의 성적인 기호가 맞지 않는 이 부부.


20여년의 결혼 생활. 둘의 일상적인 관계는 나쁘지 않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부. 소통이 필요한 둘만의 은민한 관계에서도 소통이 되질 않는 이 부부. 예상은 둘의 관계가 서로의 일기를 통해 소통해 가는 내용이 그려질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초반을 지나면서 다소 황당하게 막장 스럽게 전개가 된다. 이 소설이 연재 되었을 56년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을 이해할 만 하다.


서로 만족 스럽지 못한것을 알지만 남편은 아내외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결혼 전에는 여러 여성을 만났지만. 그런데 문제는 아내다. 어느날 딸이 결혼하고 싶다면서 남자 친구를 집으로 데려 온다. 딸의 남자 친구는 아내가 좋아 하는 남자 배우와 닮았는데 남편은 아내가 딸의 남자 친구를 사랑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결국 딸의 남자 친구의 등장으로 부부의 신뢰는 조금씩 틀어지게 되고 , 거짓 없이 쓰려고 했던 아내의 일기는 남편을 의식해서 거짓으로 쓰게 된다. 남편의 죽음 이후 들어나는 그녀의 일기. 엄마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한 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지만 결말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겠지 했지만 다소 충격적으로 끝난다. 



말초 신경을 자극 하는 농도 짙은 묘사들은 없지만, 막장 스러운 전개를 보여주는 [열쇠].


1*******3 2013.11.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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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 비뚤어진 성적 욕망이 불러온 파멸?
"열쇠 - 비뚤어진 성적 욕망이 불러온 파멸?" 내용보기
성이라는 은밀한 소재로 쓰여진 작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려니 조금 민망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대놓고 드러낼 만한 주제가 아닐뿐더러, 문화 자체가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난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드는 당연한 느낌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문화는 성을 욕망의 대상이라기 보다 세대를 이어나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만 치부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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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라는 은밀한 소재로 쓰여진 작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려니 조금 민망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대놓고 드러낼 만한 주제가 아닐뿐더러, 문화 자체가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난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드는 당연한 느낌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 문화는 성을 욕망의 대상이라기 보다 세대를 이어나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만 치부하려는 것 같다. 분명 개인마다 성적인 욕망이 존재할 것이다. 성적으로 서로 맞지 않는 것이 이혼의 조건이 되는 시대에 살면서도 대놓고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 말하면 오해 받기 십상이다. 이 책이 그리고 있는 시대는 19세기 초 일본, 50대의 남편과 40대의 여성의 성적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출간 당시엔 외설논란에 휩싸일 만큼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직접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를 한다거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는 개인의 성적욕구가 그려져 있기에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넷. 남편과 아내, 딸, 딸의 남자친구이다. 이들 부부는 시작부터 소위 속궁합이 맞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지는 못한다. 이 소설이 독특한 점은 일기 문학이라는 장르에 속한다는 점인데, 부부는 각자 내면의 욕망을 일기로 써내려 가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가 자신의 일기를 봐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싶다. 딸의 남자친구인 키무라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들 간의 관계는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된다. 남편의 욕구불만은 비뚤어진 형태로 진화하게 되는데, 아내가 키무라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통해 질투를 느끼고자 한다. 그 질투감이 성적환희를 얻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일기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시작은 남편의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결국 자신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키무라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남편은 아내가 성교 직전의 단계까지 키무라와 가까워지길 바라고, 아내는 딸의 남자친구인 키무라를 원하고, 딸은 엄마에게 질투를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 유지를 도와주는 형국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큰 편견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변태스럽다라는 느낌을 받는 상황들이 유독 일본의 매체들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 책의 관계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아내의 외도를 바라는 남편이나 그것을 알고 받아주는 아내나 특이한 사람들이다 싶고, 그런 남편의 마음과 아내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딸과 딸의 남자친구의 행동들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실제로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만 말이다. 이 책이 외설이 아닌 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희한한 관계와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다기 보다는 욕망과 심리변화,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욕구에 대해 잘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기는 속마음을 적어내려 가는 일인데 서로에게 알려진 각자의 일기장은 자기합리화와 마음을 감추기 위한 가면의 용도로 사용된다. 진심과는 다른 마음을 적어놓고 이것이 내 진심이라고 전하려는 속임수와 그것을 보고도 보지 않은 척하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행동들은 불신과 자기합리화만 만들어 낼 뿐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 서로를 배려했더라면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회가 여성의 성적욕망에 대해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대였다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결국 남편이 죽길 바라고 죽음으로 몰고 간(남편은 뇌질환으로 성적행위를 자제해야만 했다.) 아내의 심리를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책 속에는 성적 욕망이 불러온 파멸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이것이 파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남편은 남편이 원했던 욕구를 채웠고, 아내는 아내대로 만족을 찾았으니 말이다.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하란다고 하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이것은 서로 간에 암묵적으로 합의된 묘한 관계이니 참 어렵다. 책을 읽는 중에도 혼란스러웠지만 읽고 나서도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인물들은 ‘왜?’라는 질문에 이해할 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본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 속이라니 이것도 다양성의 관점에서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맞지 않는 관계는 유지하되 욕구는 해소하고자 했던 그들의 잘못일까. 그렇다고 욕구를 참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d******4 2013.10.17.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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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답잖은 뒷말]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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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때 날마다 일기 검사를 했다. 나는 일기 쓰기가 귀찮아서 굉장히 싫어했다. 그래서 매일 의미 없는 비슷한 이야기만 썼다. 후에 일기쓰기 숙제가 글쓰기 연습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열심히 하지 않았던 기억이 후회로 덮어졌다. 감수성이 또래보다 앞서가던 친구들은 선생님께 보여주는 일기와 자기만 아는 일기를 따로 쓰며 이중생활을 했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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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다닐때 날마다 일기 검사를 했다. 나는 일기 쓰기가 귀찮아서 굉장히 싫어했다. 그래서 매일 의미 없는 비슷한 이야기만 썼다. 후에 일기쓰기 숙제가 글쓰기 연습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열심히 하지 않았던 기억이 후회로 덮어졌다. 감수성이 또래보다 앞서가던 친구들은 선생님께 보여주는 일기와 자기만 아는 일기를 따로 쓰며 이중생활을 했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스스로와의 비밀스러운 대화였을까.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SNS에 일기를 쓴다. 자신의 무얼 보고 어떤 음식을 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낱낱이 모르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겠끔 인터넷 상에 올려놓는다. 보는 사람들을 의식한 나머지 하루의 이야기를 포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작 마음 바닥 가까이의 이야기는 쓰지 못하겠지. 그래서인지 나는 나 또한 블로그에 일상의 글을 올리면서도 인터넷 상의 일상들은 그저 이야기일 뿐 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기는 어두운 곳에서 몰래 훔쳐보고 훔쳐써야 할, 유창한 말과 글이 아닌 더듬거리며 드러내놓기 망설이는 언어일 듯하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부부에게 딸이 있는데 사위 될 사람과 장모가 불륜을 저지른다. 이렇게 적으니 삼류 이야기일 듯 하지만 인물의 심리 묘사나 심리전이 뛰어나서 흡사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또한 사위될 이와 장모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과감히 넘어서기까지는 남편과 아내사이 아슬아슬한 욕망의 줄타기와 듣도보도 못할 기상천외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습게도 책 속의 부부는 일기를 못보게 숨겨놓으면서도 상대가 자신의 일기를 훔쳐 읽을 것이라 예견하고 또 원한다. 그리고 부부 사이임에도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일기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표출한다. 남편은 여자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섹스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음욕이 강하여 늙은 자신이 그의 욕구를 충족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는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아 여성은 조신하고 기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남편과 섹스에 대해 대화하기를 매우 꺼려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의 몸 구석구석을 미친듯이 탐하고 사랑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몸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극도로 혐오한다. 이 부부의 은밀한 성생활를 쓴 일기를 교차하며 보여주고 원초적 욕망만이 가득한 인간들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에둘러 보여준다. 에둘러 보여준다고 표현한 건 아내와 남편의 일기만으로 벌어진 일들의 유추해야 하기에 일기에 나오는 사위될 남자인 '키무라'와 딸 '토시코'가 당최 무슨 생각으로 이 부부의 위험한 게임에 합류했는지 알 수 없다. 남편은 질투심으로 성욕과 정력을 되살리기 위해 키무라를 이용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의도를 모른 척 젊은 피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고 했다. 책 속 일기의 내용은 서로가 볼 것을 예상하고 썼기에 어떤 면이 '진심'인지, '진실'로 이 가정에 일어난 일은 무엇인지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비록 마지막 장에서는 아내가 이제는 남편이 읽지 못할 일기장에 그의 부재를 빌려 낱낱이 고백하지만 남편의 고백을 우리는 읽지 못한다. 읽으면서 제일 이해 할 수 없는 사람은 그들의 딸인 '토시코'였는데 무슨 생각으로 남편이 될 키무라와 어머니의 정사를 만류하지 않고 되려 적극적으로 도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책이 발표될 당시로써는 굉장히 파격적인 결말도 동화 속 이야기의 뒷이야기처럼 그들의 나중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열쇠는 딱 맞는 자물쇠가 있어야 제 구실을 하고 자물쇠 역시 그에 맞는 열쇠가 있어야 열릴 수 있다. 너무나도 다른 기호를 가진 이들이 부부가 되어 성의 문을 열지 못한 게 비극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남편은 구식열쇠로 맞지 않는 자물쇠(아내)를 열기 위해 스스로를 비극으로 몰아갔고 '키무라'는 신식열쇠로 어쩌면 '토시코'와 아내를 동시에 농락한 만능키였는지 모르겠다. 열쇠는 상당히 많은 것을 상징하는데 남자의 성기 뿐 아니라 인간 내면에 숨겨진 성적 욕망을 열고 싶어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비밀을 열기 위해서는 어쨌든 열쇠는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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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2013.11.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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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 다니자키 준이치로 (이한정 옮김, 창비) ★★★☆
"열쇠 - 다니자키 준이치로 (이한정 옮김, 창비) ★★★☆" 내용보기
얼마 전, 같은 작가의 ‘미친 사랑’을 읽고 난 직후 ‘세설’을 이어서 읽을 예정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열쇠’를 먼저 만나게 됐습니다. ‘성(性)’을 소재로 다뤘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부부이고 나이가 56세와 45세이다 보니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일기를 통해 가감 없이 자신들의 성 생활을
"열쇠 - 다니자키 준이치로 (이한정 옮김, 창비) ★★★☆" 내용보기

얼마 전, 같은 작가의 미친 사랑을 읽고 난 직후 세설을 이어서 읽을 예정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열쇠를 먼저 만나게 됐습니다. ‘()’을 소재로 다뤘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부부이고 나이가 56세와 45세이다 보니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일기를 통해 가감 없이 자신들의 성 생활을 표현하는 점, 또 그 일기 자체가 다분히 상대방이 훔쳐 읽을 것을 기대하며 쓰인 점 등 파격적인 형식과 캐릭터 덕분에 얼마 안 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무척 독특한 책 읽기가 되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네 명은 일본이라는 공간과 1950년대라는 시대적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요즘의 상식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면모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질투를 성욕의 원동력으로 삼은 나머지 아내의 나체사진 인화까지 질투의 상대에게 맡기는 남편, 고풍스러운 집안에서 자란 탓에 여자가 지켜야 할 의무를 당연히 여기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왕성한 성욕 때문에 이중적인 삶을 살아온 아내, 그런 모친의 음탕함을 대놓고 비난하다가도 자신의 교제상대인 남자와의 불륜을 조장하는 듯한 딸, 존경하는 남자의 아내와 딸을 양손에 거머쥔 파렴치한 같지만 정작 행동은 예의바른 사나이처럼 하는, 남편의 질투 상대인 젊은 남자 등이 그들입니다.

그들의 모든 관심은 부부의 침실 생활에만 맞춰져있고, 그 방법 역시 변태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특이합니다. 작가는 이런 분위기를 위해 상당히 많은 양의 판화로 된 삽화를 함께 실었는데, 그 덕분에 내용이나 형식 모두 극단적이라고 할 지점까지 내달립니다.

 

요즘이야 워낙 극단적인 소재와 이야기들이 넘쳐나서 열쇠같은 작품의 출간이 주목받기 쉽지 않지만, 1950년대 일본에서 연재될 당시 정치권까지 나설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다루는 은 탐미적이라기보다는 파괴적이거나 악마적인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작품 해설에서 언급된 다니자키의 다른 작품들의 내용을 보면 대체로 일관된 경향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살피다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활동 시점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받는 근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 속에서 남녀의 지위는 을 매개로 역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발 앞에 굴복하고 이용당하다가 종국엔 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렇지만, 다니자키는 그런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내세우진 않습니다. “나는 섹슈얼 페미니스트다!”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남자의 을 단순히 동물적인 것으로 격하시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작품 속에서 여자는 신 아니면 완구라고 언급한 점을 보면, 지독한 여성 비하론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도 아니면 모식의 양극단을 치닫는 가치관을 지닌, 이해 불가한 뇌구조라고 할까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지만, 읽고 나면 이게 뭐지?”라는 당혹감이 더 강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선정적인 장면들을 기대한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상식과는 거리가 먼 다소 기괴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h****s 2013.08.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례적인 관계를 근간으로 하여 차근차근 파국을 향하는 육체적인 관계...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열쇠
"이례적인 관계를 근간으로 하여 차근차근 파국을 향하는 육체적인 관계...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열쇠" 내용보기
소파에 드러누워 이 소설 《열쇠》를 읽고 있던 지난 주말 저녁, 아내는 소파에 기대어 스마트 폰을 조작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아내의 스마트 폰은 수신을 알리는 진동으로 자주 들썩거린다. 아내는 곧바로는 아니지만 수신에 응대하는 발신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책을 읽던 시선을 오른쪽으로 떨구기만 하면 아내의 스마트 폰을 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
"이례적인 관계를 근간으로 하여 차근차근 파국을 향하는 육체적인 관계...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열쇠" 내용보기

  소파에 드러누워 이 소설 《열쇠》를 읽고 있던 지난 주말 저녁, 아내는 소파에 기대어 스마트 폰을 조작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아내의 스마트 폰은 수신을 알리는 진동으로 자주 들썩거린다. 아내는 곧바로는 아니지만 수신에 응대하는 발신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책을 읽던 시선을 오른쪽으로 떨구기만 하면 아내의 스마트 폰을 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 나는 올해부터 이제까지 일기에 쓰길 주저하던 내용들도 과감하게 적어두기로 했다. 나는 나 자신의 성생활에 관한 것, 나와 아내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리 자세히 쓰지 않았었다. 그것은 아내가 이 일기장을 몰래 읽고 화를 내지나 않을까 두려워서였지만, 올해부터는 읽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이 일기장이 서재의 어느 서랍에 들어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p.7)


  소설은 나와 아내의 일기로 이루어져 있는 일종의 심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쉰여섯 살의 남편은 대학교수이며 여전히 성관계에 관심이 많다. 일기에 따르면 마흔다섯 살의 조신한 아내는 성에 대해 고루한 태도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정념에 강한 여인이다. 그리고 나는 올해부터 일기에 과감하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작정이다. 소설은 육개월에 걸친 이 남자의 일기, 그리고 그 남자의 아내의 일기이다.


  “... 나는 남편이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그 일기장을 작은 책상의 서랍에 넣고 자물쇠를 채운다는 것도, 그리고 그 열쇠를 때로는 서재의 책들 사이에, 때로는 마루의 융단 밑에 숨겨둔다는 것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아도 될 일과 알아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할 줄 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일기장이 있는 곳과 열쇠가 숨겨진 장소 뿐이나. 나는 일기장을 결코 펼쳐보거나 하지 않는다...” (p.14)


  남편은 자신의 일기장을 엿볼 수 있도록 열쇠를 부러 떨어뜨려 놓는다. 어느 순간 아내가 참지 못하고 자신의 일기를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남편은 딸인 토시꼬에게 소개시켜준 키무라 씨를 대하는 아내의 태도에서 작은 기미를 느끼고 이를 활용하기로 한다. 술에 취한 아내의 흐트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의 현상을 키무라 씨에게 맡긴다. 이제 남편의 질투심은 그를 성적으로 부추기고, 아내도 조금씩 그러한 부추김에 응한다.


  “나는 아내를 음험한 여자라고 했지만, 그러는 나도 그녀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음험한 남자이다. 교활하고 음험한 남자와 여자 사이에 태어났으니 토시꼬가 음험한 딸이라는 사실도 이상할 건 없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음험한 존재가 키무라이다. 음험하기 짝이 없는 네 사람이 한곳에 모여 있다니 기가 막힌다. 그리고 세상에서 보기 드문 희한한 운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음험한 네 사람이 서로를 속여가면서도 힘을 합쳐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각자 서로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아내를 가능한 한 타락하도록 만들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점에서는 네 사람이 일치하고 있다......” (p.95)


  1956년 소설이 발표되었을 때 외설 논쟁이 있었을 정도이지만 실제 성묘사가 파격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 성적인 관계의 비틀림은 지금 보아도 이례적이다. 남편으로부터 아내에게로 다시 아내에게서 남편에게로 이어지던 이 육체적이고도 심리적인 게임은 결국 남편이 관계 사망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남편이 쓰러지면서 멈춘 일기 대신 아내의 일기는 계속되고, 이제 우리는 그 일기를 통해 나와 아내의 관계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나와 키무라가 최후의 벽을 진짜로 허문 때는 솔직히 말하면 3월 25일이었다. 다음날인 26일 일기에 나와 키무라의 뻔한 문답이 적혀 있는데 그것은 남편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민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중대한 결의를 한 것은 4월 상순인 4일, 5일, 6일 무렵이라고 생각된다...” (p.180)


  길지 않은 소설을 모두 읽을 때까지도 아내의 발신은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자 아내도 그제야 몸을 일으켜 서재를 겸한 큰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곧이어 데스크 탑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를 두드리는 손가락의 감각을 위해 특별히 구입한 키보드는 유난히 소리가 큰 편이다. 나는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데스크 탑에서도 아내가 작성한 문서는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물론 아내도 그렇다. 

 


타니자끼 준이찌로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 이한정 역 / 열쇠 / 207쪽 / 2016 (1956)

 


  ps. 책에는 소설의 내용과 연관된 판화 59점이 실려 있다. 소설이 1956년 <중앙공론>이라는 잡지에 연재될 때 함께 실린 무나까따 시꼬오의 작품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6.06.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