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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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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말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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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말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정양 詩集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2006. 5. 25 구입),에서

  

***

 

달팽이님이 올린 박남준 시인의 <봄날은 갔네> 를 읽다가

문득...정양 시인의 시집을 다시 한번 들추어보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욕도 이렇게 마음을 애절하게 할 수 있구나...이처럼 마음속에 확 꽂히기도 하는구나...

욕의 미학이라 느꼈던 시다.

감정의 가장 솔직한 표현, 즉흥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욕,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욕으로까지 승화(!)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시를 만났을 때의 펄떡거리는 느낌이 지금도 선연하다.

느낌은 선연한데...마음은 많이도 무디어져있음에...

 

c*******7 2012.03.25. 신고 공감 3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