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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법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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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採根譚)은 처세의 이치를 담은 고전중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시대[소학], [명심보감]과 더불어 심신수양의 수신서로 널리 읽혔다고 한다. [명심보감]이 유가사상을 토대로 수제치평(修齊治平)의 이치를 논했다면, [채근담]은 수제(修齊)만 떼어놓고 보면 [명심보감]과 비슷하다고 역자는 말한다. 다만 [명심보감]이 옛 성현의 말들을 모아 놓았다면, [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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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採根譚)은 처세의 이치를 담은 고전중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시대[소학], [명심보감]과 더불어 심신수양의 수신서로 널리 읽혔다고 한다. [명심보감]이 유가사상을 토대로 수제치평(修齊治平)의 이치를 논했다면, [채근담]은 수제(修齊)만 떼어놓고 보면 [명심보감]과 비슷하다고 역자는 말한다. 다만 [명심보감]이 옛 성현의 말들을 모아 놓았다면, [채근담]은 저자인 홍자성 자신이 터득한 처세의 이치를 모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유불도 3교의 진수를 하나로 녹여낸 삼교합일의 역저로 평가되는 [채근담], 명대 진계유가 쓴 [소창유기] 그리고 청대 왕영빈의 [원로야화]와 더불어 중국 처세학의 3대기서로 꼽히기도 한다.

 

흔히 채근(採根)이란 먹을 수 있는 채소의 뿌리나 푸성귀를 뜻하는 말로 거칠고, 보잘것없는 음식을 지칭하며, 사람이 늘 채소 뿌리나 푸성귀를 씹을 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담()은 이야기를 뜻한다. 따라서 채근담이라 함은 사람들의 몸가짐과 마음자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가 있다. 현대에 전해지는 [채근담]은 명대에 홍자성이 쓴 것과 청대에 홍응명이 쓴 것으로 나누어지는데, 홍자성과 홍응명은 동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명대에 출간된 명각본이 전집(全集)과 후집(後集)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청대의 건륭본은 내용에 따라 수성(修省), 응수(應酬), 평의(評議), 한적(閑適), 개론(槪論)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일전에 [한용훈 채근담]을 읽었을 때, 내용별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만해 한용운이 홍응명의 [채근담], 즉 건륭본을 저본으로 삼아 조선의 실정에 맞게 고쳐 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역자가 명대에 출간 된 명각본을 저본으로 하여 전집 225, 후집 134장 총 359장에 대해 주석을 달았다. 예전에 [채근담]에 대한 해설서나 주석서를 읽을 때마다 전문을 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되기에 충분했다.

 

역자는 먼저 원문을 싣고, 그에 대한 주석을 달았다. 그리고 해설에서 중국 고전에 나오는 수많은 예화를 통하여 저자인 홍자성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채근담]에서 강조하고 있는 처세의 이치는 근검과 절제이다. 그렇기에 이익을 향한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호리지성(好利之性)이나 명예로운 삶을 추구하는 호명지심(好名之心) 둘 모두를 경계한다. 저자가 추구했던 바람직한 삶은 천지자연과 더불어 사는 유유자적의 삶 이었다. 이는 장자가 설파한 소요유(逍遙遊)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역자는 말한다.

 

역자는 또 [채근담]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삼분(三分)을 제시하고 있다. 삼분이란 삼할(三割)을 뜻하는 것으로 다섯 가지의 예를 들어 우리가 살아가는데 지표로 삼을 것을 권한다. 먼저, 자신에게 돌아오는 명예의 3할을 주변사람에게 나눠주라는 여삼분(與三分), 주변사람들이 당하는 오욕의 3할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라는 귀삼분(歸三分), 공을 세웠을 때 3할을 주변사람의 공으로 돌리라는 양삼분(讓三分), 친구를 사귈 때 3할의 의협심을 지니라는 대삼분(帶三分) 그리고 자신에게 돌아올 몫의 3할을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감삼분(減三分)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또한 이해타산에서 떠날 때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여 호명지심과 호리지성 모두를 경계하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것은 나누는 삶을 얘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채근담]은 한번에 읽어 내릴 책이 아니다. 곁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마음이 혼란스러워 질 때마다 아무 장이나 펴 들고 읽어볼 책이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잠언들은 읽을 때마다 그 맛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나 [채근담]에 있는 잠언들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에 대해 역자는 우리에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채근담]은 수없이 반복해서 읽거나, 아니면 원문을 필사해 보는 것이, 그것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는 비단 [채근담]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고전은 읽을 때, 또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할 때, 반복과 필사가 가장 좋은 방법임을 나는 이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채근담]에서 본 구절은 아니지만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는 글이 있다. 하나는 [논어]에 나오는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이고, 다른 하나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남을 꾸짓는 마음으로 나를 꾸짓고, 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책인지심책기(責人之心責己), 서기지심서인(恕己之心恕人)이 그것이다. 남에게서는 허물 속에서 허물이 없는 것을 발견해내고, 자신에게서는 허물이 없는 속에서 허물을 찾아내는 마음으로 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잘 지켜나가지는 못하지만,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욕망을 내려 놓는 법을 생각하게끔 한다. 나도 소요유(逍遙遊) 하고 싶다. 모든 것을 떠나서..



k*****1 2013.07.29. 신고 공감 10 댓글 16
리뷰 총점 종이책
푸성귀를 씹으며 행복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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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따라 약을 주어 치료하는 것을 응병시약應病施藥 이라고 한다. 채근담이 바로 그와 같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가오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볼지라도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심기일전의 자세를 가다듬도록 만드는 게 그렇다. 임의로 아무 쪽이나 펼칠지라도 정신없이 명리와 시세를 좇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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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따라 약을 주어 치료하는 것을 응병시약應病施藥 이라고 한다.

채근담이 바로 그와 같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가오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볼지라도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심기일전의 자세를 가다듬도록 만드는 게 그렇다.

임의로 아무 쪽이나 펼칠지라도

정신없이 명리와 시세를 좇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물욕에 찌든 속세의 살벌한 모습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관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본서 p.25

 

어린 시절,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는 절대 철들지 않겠노라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 까지만 철이 들고, 그 이상은 절대 철들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결심은 그럭저럭 현실화되어, 아직도 나는 동심에의 순정을 지키며 철없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 ^^

 

그러나 이처럼 철 없이 살다 보니, 가끔 악의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당황하고, 후회하는 상황들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내 눈이 실수로 원치 않는 외부의 악행을 보아 내 마음 속에 때를 남기기도 하고, 내 입이 의도치 않은 말을 내뱉아서 뒷감당에 쩔쩔매기도 하고, 내 몸이 무심코 잘못된 행동을 하여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그런 수많은 실수와 후회들 때문에, 나처럼 철없는 사람들에겐 늘 곁에서 조언을 주는 멘토가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내 곁에서 중요한 조언을 준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다들 각자의 삶에 바쁘다보니, 내 곁에서 항상 상주하며 머무르는 멘토는 한 권의 책, <명상록>뿐이었다.

 

오현제() 마지막 황제, 스토아 철학자이기도 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의 <명상록>은 보면 볼수록 놀라운 책이다.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무심코 책을 아무렇게나 펼쳐 보면, 그 순간 내게 필요한 조언이 바로 그 페이지에 적혀 있음을 보고 놀라게 된다. 또한 어제 읽었던 부분을 오늘 다시 읽으면 그 깨달음이 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채근담>이 바로 그런 책이다. 역자 신동준은 서문에서 이 책을 서양의 <탈무드>나 <팡세>와 비교했지만, 내가 보기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가장 비견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나에게 필요한 조언이 불쑥 튀어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는.

 

내가 철 없이 살아 오면서 가장 좋은 것은, 세상을 복잡하게 꼬아서 바라보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며... 오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살이에 바빠 허겁지겁 밥을 넘기느라 밥알의 은은한 맛을 충분히 음미하지 못하고, 취직과 승진에 목메느라 맑은 공기의 감사함, 넉넉한 식수와 음식의 고마움을 잊고, 길가에 핀 들꽃의 아름다움, 작은 벌레들의 속삭임,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라는 예술적 공간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간과하며 사는 일은, 내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쁘게 살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취직과 승진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다만 동일한 바램과 목표를 가지더라도 목표와 욕심에 어느 정도로 집착하는지 여부와, 그와 동시에 얼마나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일상의 기본적인 것들에 감사함으로써 나는 오히려 바쁘게 사는 세속의 삶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매일 내 튼튼한 다리와 팔, 이 글을 쓰고 있는 손가락들에 감사하고, 숨쉴 수 있는 공기에 감사하고, 풍족한 음식에 감사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고, 그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내 오감에 감사한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채근담의 수많은 글귀에 끝없는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원래 채근菜根 은

먹을 수 있는 채소의 뿌리나 푸성귀를 뜻하는 말로

거칠고 보잘것 없는 음식을 지칭한다.

북송 말기의 문인 왕신민이 언급한

'인상능교채근人常能咬菜根, 즉백사가성卽百事可成'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사람이 늘 채소 뿌리나 푸성귀를 씹을 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본서 pp. 28-29

 

 

이 책은 거칠고 보잘것 없는 음식을 씹으면서도 그 안에서 깊은 맛을 음미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곁에 두고 거듭 읽는다면,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1%의 문제로 고민하느라 99%의 행복을 망각하고 간과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다잡아주는 책이 되어줄 것 같다. 늘 곁에 있는 것, 그 평범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에서부터 의미와 감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채근담>이라는 책 자체의 내용이 훌륭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와 더불어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기존의 다른 어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채근담>보다 꼼꼼하고 자세한 해설을 자랑한다. 제1편 전집(파탈, 방원, 득실, 화복, 중용, 염량, 청탁, 공사, 고락의 총 9부 225장)과 제2편 후집(지족, 자적, 물아, 진공, 철수의 총 5부 134장)의 총 14개 부, 359장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홍자성 어록에 일일이 해설을 달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다만 359개 각 장에 등장하는 표제어에만 음이 달려 있고, 그 바로 아래 한자 전문에는 한자음이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남들보다 한자를 많이 아는 편인데도, 곳곳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들은 어떻게 읽어야할지 몰라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책 곳곳에서 사소한 오타가 발견된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을 모두 감안하고도, 이 책은 기존의 다른 어떤 <채근담>의 해석서보다 더 자세하고 풍부한 해설을 갖춘 훌륭한 책이다. 두께가 두꺼워 처음엔 약간의 부담감이 있지만, 일단 책을 펼치고 나면, 그 두꺼운 페이지가 순식간에 술술 넘어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적극 추천한다. <채근담>의 내용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그 우월성을 인정받고 있으므로 더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고, 그 내용의 구성방식, 풍부한 해설, 고증방식의 신뢰성 측면에서는 기존의 다른 어떤 책도 이 책을 따라올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껏 발췌독만 해보고 한 번도 완독을 해보지 못했던 <채근담>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역자와 출판사에 감사를 드리고 싶은 기분이다.


YES마니아 : 로얄 z********o 2013.07.18. 신고 공감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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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살이에 동행하기에 최고인 고전《채근담菜根譚》
"들살이에 동행하기에 최고인 고전《채근담菜根譚》" 내용보기
동양고전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유가·도가·불가의 정신이 서로 다른 듯하지만 그 안의 담긴 삶의 철학들은 서로 긴요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기체는 어느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의 변화를 낳을 수 있고 , 전체의 변화가 모든 부분의 변화를 낳을 수 있는 통일체를 말하는데 채근담(菜根譚)은 이 삼교의 정수를 하나로 녹여내어 하나의 유기체로서 21세기 현재에도 동양 최고 고전으로 자
"들살이에 동행하기에 최고인 고전《채근담菜根譚》" 내용보기

동양고전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유가·도가·불가의 정신이 서로 다른 듯하지만 그 안의 담긴 삶의 철학들은 서로 긴요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기체는 어느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의 변화를 낳을 수 있고 , 전체의 변화가 모든 부분의 변화를 낳을 수 있는 통일체를 말하는데 채근담(菜根譚)은 이 삼교의 정수를 하나로 녹여내어 하나의 유기체로서 21세기 현재에도 동양 최고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양의 탈무드와 비견되어지곤 하는 채근담은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읽고는 근래에는 처음 읽는다. 과거  채근담을 한 꼭지씩 읽은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완벽 주석서를 다시 읽게 되니 감회가 매우 새롭다. 고전이 딱 자신의 그릇만큼 담을 수 있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지 채근담이 이렇게 삶의 자양분이 될 만한 알곡들이 넘쳐나는지를 다시금 깨닫기도 하였다. 아마도 이 책 역자의 해설부분 때문에 채근담에 심겨진 알곡들이 더욱 그 빛을 발하는지 모르겠다. 저자 신동준은 고전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로서 최근 고전에 관한 책들을 폭풍집필중이다. 저자의 고전해석은 명료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글들로 고전에서 끌어올린 삶의 지혜를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비하여 설명하는 탁견이 빛난다.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홍응명(洪應明),환초도인(還初道人))이 저작한 책이다. 채근담을 삼교의 정수라 하는 이유는 피상적으로 볼 때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유가적 질서로 보이지만 그 뜻의 심오함은 몸은 세속에 두되 마음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 物我一體적 삶에 가깝기도 하다. 따라서,  유가 , 불가, 도가의 사상을 융합하여 삶의 교훈을 가르쳐주는 고전의 정수이자 참된 지식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

 

한 번 읽으면 가슴이 확 트이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두 번 읽으면 삶과 속세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 세 번 읽으면 생사의 경계를 뛰어 넘어 천지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게 된다.”

 

1편 전집 前集

1부 파탈擺脫 - 관행에서 벗어나라 /2부 방원方圓 - 방정과 원만을 섞어라

3부 득실得失 - 명리를 탐하지 말라 /4부 화복禍福 - 일희일비하지 말라

5부 중용中庸 - 절도를 지켜라 /6부 염량炎凉 - 세상인심을 읽어라

7부 청탁淸濁 - 지나치게 가리지 말라/8부 공사公私 - 공과 사를 구분하라

9부 고락苦樂 -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

2편 후집 後集

10부 지족知足 - 분수를 즐겨라/11부 자적自適 - 스스로 유유자적하라

12부 물아物我 - 천지자연과 같이하라 /13부 진공眞空 - 집착을 버려라

 

 

이 책의 체제는 명대에 출간된 명각본明刻本을 저본으로 삼아 전집과 후집으로 구성된 원문체제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전집과 후집의 총 359장에 대한 제목을 4자성어로 정리한 뒤 25장을 한 묶음으로하여 모두 14부로 나눈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제목만 보고도 해당 장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한 역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또한 바로 그 점이 국내 최초의 완벽 주석서라 불릴 수 있는 본서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고전에 해박한 저자의 [해석] 부분은 채근담에 담겨져 있는 심오한 철학의 맛을 더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천연조미료로 논어와 학이, 사기, 주역, 중용 , 장자 등의 중국고전을 넘나들며 채근담의 웅숭깊은 인생의 참뜻과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더욱 깊이 깨닫게 해주고 있다.

 

 

 

 

 

삶을 누가 먼저 깨달을까 

나는 평소 그것을 알았지

초당의 봄잠은 충분한데

창밖의 해는 너무 더디지

 

 

 

 

 

 책 제목의 채근採根은 송나라의 학자 왕신민汪信民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의 내용은 경구적警句的인 단문들이지만 저자의 해설로 인하여 채근담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저자는 채근담을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깊이 사색하는 심사深思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온전히 자기 자신의 처세 이치로 만들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세상이 디지털시대에 진입하여 삶의 모든 근간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과학지상주의와 진화론적 세계관의 영향으로 사람보다 물질의 가치가 더 높게 측정되는 작금의 시대에 채근담이 전해주는 담백하고 소박한 삶의 처세가 더욱 둔중한 울림으로 남는 이유도 바로 삶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지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가 빠르게 디지털시대로 변화하고 있지만 사람이 곧 진리임은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두고두고 아껴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13.07.29. 신고 공감 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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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 처세, 삶의 씁쓸함을 담담하게 견디는 법
"[13-39] 처세, 삶의 씁쓸함을 담담하게 견디는 법" 내용보기
옮긴이에 따르면, “<채근담>은 명나라 말기에 출간된 이래 21세기 현재까지 처세의 이치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 1)”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채근담>의 사상적 특징은 일사(逸士)2)의 담박한 삶을 적극 권하고 있는데 있다3)”고 소개하고 있다. 만약 <채근담>에서 말하는 처세가 유가(儒家)에서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면 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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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이에 따르면,채근담은 명나라 말기에 출간된 이래 21세기 현재까지 처세의 이치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 1)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채근담의 사상적 특징은 일사(逸士)2)의 담박한 삶을 적극 권하고 있는데 있다3)고 소개하고 있다.

만약채근담에서 말하는 처세가 유가(儒家)에서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면 상호모순적이다. 하지만채근담에서 말하는 처세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로 대표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니기 때문에 앞의 두 가지 소개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렇다면 채근담에서 강조하는 일사(逸士)의 삶은 어떤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며 느낀 온갖 종류의 맛인 세미(世味)를 속속들이 알면 날씨가 뒤엎어져 비가 내리든 구름이 자욱하든 모든 것을 세상에 맡겨 버린 채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조차 귀찮아한다. 마찬가지로 인정(人情)을 어떤 것인지 다 알고 나면 라고 부르든 이라고 부르든 도믄 것을 흐름에 맡긴 채 그저 머리만 끄덕일 뿐이다. (後集 80)4)라는 표현이나

명예를 자랑하는 것은 명예에서 달아나는 정취만 못하다. 일에 능숙한 것이 어찌 일을 줄여 한가로운 것만 하겠는가? (後集 31)5)와 같은 구절들을 보면 전한(前漢) 초기의 황로사상(黃老思想)6)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지향하는 삶이 죽림칠현(竹林七賢)처럼 세속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가를 다양하게 얘기하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면,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고, 남의 지나간 잘못을 생각지 말라. 3가지는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하는 방안이다. (前集 105)7)

몸가짐을 단속할 때 지나치게 깨끗해서는 안 된다. 명예를 더럽히고 욕되고 하는 것은 물론 때가 묻어 더러운 것까지 모두 참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남과 사귈 때 지나치게 분명해서는 안 된다. 선악(善惡)과 현우(賢愚)를 모두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前集 188)8)혹은

가무를 하는 기녀도 늙마9)에 한 지아비를 좇으면 일세를 풍미했던 화류계 생활도 문제되지 않는다. 정숙한 여인도 늙마에 정조를 잃으면 반생(半生)의 깨끗한 삶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속담에 이르기를, ‘사람을 보려면 그 인생의 후반생을 보라고 했다. (前集 92)10)고 한 것은 이러한 점을 잘 드러낸다.

 

어떻게 보면 수신(修身)’제가(齊家)’에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 또 조선시대 산림(山林)처럼 출세에 뜻이 없고 자기수양에만 몰두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항상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바이올린의 팽팽한 줄도 영원한 것이 아닌 만큼,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춰가면서 삶을 바라보는 것도 돌아가면서 가로지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옥의 티

 

p. 817

현존손잡병법의 사실상의 저자인 삼국시대의 조조는~

1. 현존손자병법의 사실상의 저자인 삼국시대의 조조는~

2. ‘가 너무 중복되는 듯 하다. ‘현존손자병법의 사실상 저자인 삼국시대의 조조는~혹은 현존손자병법의 사실상의 저자인 삼국시대 조조는~과 같은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1) 홍자성(洪自誠), <채근담>, 신동준 옮김, (인간사랑, 2013), p. 19

2) 일사(逸士)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숨어사는 선비를 말한다.

3) 홍자성, 앞의 책, p. 20

4) 홍자성, 앞의 책, p. 652

5) 홍자성, 앞의 책, pp. 530~531

6) 황로(黃老)사상은 법가(法家)와 도가(道家)를 융합해서 등장한 사상조류로 기본적인 법에 따르는 단순하고 간소한 정치를 주장하였다. 이러한 황로(黃老)사상을 따르는 조참(曹參) 등에 의해 전한(前漢) 초에 진()의 가혹한 법치에 고통 받는 백성들을 휴양하는 통치가 이루어졌다. 한무제(漢武帝) 이후에는 세력을 잃어 노자(老子)와 황제(黃帝)에 기탁한 신선(神仙)사상 정도로 축소되었다.

7) 홍자성, 앞의 책, p. 210

8) 홍자성, 앞의 책, p. 371

9) 늙마는 늘그막의 준말로 늙어 가는 무렵을 의미한다.

10) 홍자성, 앞의 책, p. 183

w******f 2013.07.17.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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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를 달게 씹는 마음으로 유혹에 휩쓸리지 않도록!
"푸성귀를 달게 씹는 마음으로 유혹에 휩쓸리지 않도록!" 내용보기
최근 신동준의《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을 읽었더랬다. 너무 좋았다! 그이의 중국 고전에 해박한 지식하며, 서말 구슬을 능수능란하게 꿰는 그 솜씨하며, 얼마나 대단하던지. 이번에 나온 이 책은 능히 원전《채근담》의 풀 버전이라 할만하다. 내 책장에 꽂아 두고  시시때때로 꺼내 보고 싶은 책이 될 터이다.역자 신동준의 이력을 보면 무척 남다르다. 경기도 재학시절 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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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동준의《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을 읽었더랬다. 너무 좋았다! 그이의 중국 고전에 해박한 지식하며, 서말 구슬을 능수능란하게 꿰는 그 솜씨하며, 얼마나 대단하던지. 이번에 나온 이 책은 능히 원전《채근담》의 풀 버전이라 할만하다. 내 책장에 꽂아 두고  시시때때로 꺼내 보고 싶은 책이 될 터이다.

역자 신동준의 이력을 보면 무척 남다르다. 경기도 재학시절 한학의 대가인 임창순 선생 밑에서 사서삼경 등을 사사했다고 한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정치부 기자를 거쳐 현재 21세기정경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우리 것 외 중국, 일본 및 서양 등 방대한 인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만큼 고전 공부를 체계적으로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명대 말기 홍자성이 쓴 이《채근담》은 같은 명대 진계유의《소창유기》, 청대의 왕영빈이 쓴《원로야화》와 더불어 처세 3대기서로 불리고 있다.

홍자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다. 그의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고, 다만 명조(1368~1644) 만력제 시기(1573-1619) 사람으로만 나와 있다. 유추해 보면 《채근담》이 세상에 나온 지 어언 4백 년이 된 셈이다.

《채근담》에서 '채근'의 유래는 푸성귀를 뜻하는 말로 북송 말기의 문인 왕신민이 '사람이 푸성귀를 달게 씹을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취지로 '채근'을 언급한 대목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채근담》은 요행히 찾아오는 행운과 행복을 멀리하고 근면히 생업에 종사하며 천지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게 살 것을 주문하고 있어 지금의 내가 이 책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만큼 나는 혼신의 힘으로 이 책을 읽었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이다.

올해 5월 월 스미스는 영화 '애프터 어스' 홍보차 아들과 함께 내한했었다. 그는 비록 고교 때 중퇴했지만 교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는 아들에게 권하고 싶은 한 권으로 플라톤의 《국가론》을 꼽았다.

 

우리나라 CEO들의 경우, 고 이병철 회장은《논어》, 고 정주영 회장은《중용》과《채근담》을 추천했었다. 짐작해 보건대 《채근담》이 추천된 이유는 어려운 경영 일선에서 상도를 어기지 않고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을 올바로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성은 인문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된 지혜의 산삼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이런 지혜의 산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두뇌가 어떻게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샤를 단치는 현재 읽히지 않는 걸작은 미래에는 소멸해 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원한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위대한 독자에 있다고 하면서 현재 읽히지 않는 불멸의 고전은 미래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번《채근담》에는 前集 225장과 後集 134장 등 총 359장이 실렸으니 가히 풀 버전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대, 맛없는 푸성귀를 산삼마냥 달게 씹을 수 있는 인내심으로 좋은 시절을 맞을 수 있도록 슬기롭게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만해 선생도 조선의 독립을 위해 온 몸으로 저항하면서《채근담》을 옆에 두고 항상 마음을 정결(貞潔)하게 다스리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준의 이번《채근담》은 우리의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나도 이제 불혹을 넘어섰으니 이 책을 거울삼아 푸성귀를 달게 씹는 마음으로 온갖 유혹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신 수양에 힘써 보려 한다!



YES마니아 : 로얄 h*******c 2013.08.01.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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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주석서의 등장[신동준 인간사랑 채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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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은 정말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간사랑에서 펴낸 이 완벽 주석본의 저자이신 신동준 선생의 설명처럼, 명대에 나온 원본, 이후 청대에 나온 건륭본, 그리고 중국 대륙(China proper)와 대만에서 나온 그 숱한 해제본 등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만, 우리 한국에서 그간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나온 역본 역시 만만치 않게 수효가 많습니다. 지훈 조동탁("승무"의 시인)의 채근담, 더 시
"완벽한 주석서의 등장[신동준 인간사랑 채근담]" 내용보기
채근담은 정말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간사랑에서 펴낸 이 완벽 주석본의 저자이신 신동준 선생의 설명처럼, 명대에 나온 원본, 이후 청대에 나온 건륭본, 그리고 중국 대륙(China proper)와 대만에서 나온 그 숱한 해제본 등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만, 우리 한국에서 그간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나온 역본 역시 만만치 않게 수효가 많습니다. 지훈동탁("승무"의 시인)의 채근담, 더 시대를 앞서 만해 한용운의 채근담도 있습니다. 댓글 이벤트에서도 제가 그렇게 썼지만, 채근담은 그간 별 이유도 없이 <명심보감>, <소학>처럼 아동용 수신서 정도로만 인식되었을 뿐, 그 진가를 평가 받지 못 한 아쉬움이 컸는데요. 신동준 선생님은 발문에서, 공교롭게도 역시 <명심보감>, <소학>을 거론하고 계시지만(저는 미리 이 책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은 서점이 많지 않아서요), 저와는 정반대의 맥락에서 교양인들은 이 세 서적을 필독서로 쳐 왔다는 점을 밝히고 계십니다. 일개 독자인 저는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동준 선생은 들어가는 글에서, 진계유의 <소창유기>, 왕영빈의 <원로야화>와 함께 혼자성의 이 책을 처세 3대 기서라고 하고 계십니다. 기 서라는 말은,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를 총칭할 때 흔히 쓰는 말이죠. 기서는 기이한 책이라고 하나, 좋은 의미로 쓰인다고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타당합니다. 제가 조금만 덧붙이자면, '기이'라는 말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적인 말입니다. 맥락에 따라 "기이하다."고 하면, "가괴(可怪)로 고!" 하는 말처럼 개탄하는 의미도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초자연적이라는 뜻도 품습니다. 영어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의미인데요, extraordinary는 상궤에서 벗어났다는 뜻도 되지만, 그래픽 노블이나 영화 제목에서처럼 "특별한"의 의미로 쓸 때도 있습니다. 이 extraordinary가, 한자의 奇異와 아주 흡사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기이(奇異)"에서 기(奇) 자만 골라 뽑으면, 대체로 좋은 의미입니다. 우리가 요즘은 잘 안 쓰지만, "기남자(奇男子)"라고 하면, 젊고 잘생긴 남자라는 뜻입니다. 이 때에는, handsome과 같은 의미죠. 모리스 르블랑의 작품 <기암성>이라고 할 때의 기(奇) 자도, 절경(絶景)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프랑스어 원제목은 L'Aiguille creuse라고 해서, 그저 "빈 바늘"이라는 뜻뿐입니다만).




이 채근담 역시, <고문진보>나 그 외의 많은 걸작 고전처럼, 진집과 후집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인간사랑판의 가장 놀라운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사자(四字)제(題)의 편집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본디 4글자로 된 형식과 라임을 좋아하는 데다, 우리 역시 한문 고전을 접할 때는 이에 익숙해진 터라, 신동준 선생의 이런 태도처럼 4글자 제목이 위에 붙어 있으면 기억하기도 좋고, 의미가 압축적으로 정리, 연상되어서 더할 나위 없이 편합니다.


1장 "일시만고"를 보면, 寧受日時之寂寞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본디 고전의 주해에서는 실질어, 명사어구를 중심으로 풀어 놓는 것이 관행이고, 또 주희니 좌구명이니 하는 분들은 본디 중국인이니만치 허사나 기능어의 해석을 베풀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이런 책에서는 그래서 문법사의 설명을 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저 맨 앞의 寧자는, 안녕이라고 할 때의 그 "영"인데요. 여기서는 차라리 寗으로 새기는 게 타당합니다. 같은 음이긴 하나 뜻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동음동자라고 해서 일종의 가차로, 허신은 그의 <설문해자>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채근담>에서도 이런 예는 무수히 많은데, 바로 뒤의 2장 "박로소광"에서 (p41:3) "기계"라는 글자에서 보듯, 여기서는 그저 奇計의 의미일 뿐입니다. 신동준 선생도 이 점 분명히 밝히고 계시죠.


제 5장 "역이지언"을 보면, 이상하게도 해석에서 便把此生 어구가, 한문 원문에는 나와 있으나 한국어 해석에서, 그리고 주석에서도 빠져 있습니다.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인데요. 이 어구는,

즉, 제 목숨을 집어 들어...

라는 뜻입니다.

便은 卽입니다. "곧. 다시 말하면"으로 해석하고요.  把는 "파악"이라고할 때의 그 "파"입니다. 집다, 장악하다의 뜻입니다. "제 목숨, 제 일신을 집어 들어 짐새의 독에 빠뜨린다."이렇게 full로 새겨야 문학적 박진감이 와 닿습니다.


제 2부의 내용은 "방원"입니다. "방원方圓"이란 무엇인가. 方이란 글자는 방정方正의 방입니다. 바 르고 모가 났다는 뜻이죠. 반듯반듯한 건 구부러진 것보다 보기는 좋고, 본성상 우월합니다. 하지만 우리 말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너무 반듯한 것은 꺾이기 쉽고, 공격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사람이 타고난 재주를 연마해서, 반듯반듯한 모서리를 더욱 곧게 하고, 날카로운 지혜는 더욱 날카롭게 해서, 세상에 공리적으로 기여를 하거나, 자신의 이상을 성취하면 좋겠으나, 세상 사람들이란 그런 독주를 곱게 보지 않습니다. 아무 이익이 되지 않아도, 잘나가는 사람 딴지를 걸고 싶은 게 속마음이자 대세입니다. 세상의 풍토가 본디 이와 같다면, 군자는 그 처세를 어떻게 가져야 할까요? 여기서 두 번째 글자의 소용이 등장합니다. 圓滿입니다. 둥글둥글 사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거죠.


飛蛾投燈 : 날아다니는 부나방이 등불에 뛰어드는 것을 말합니다.

羝羊觸蕃 : 멋모르는 숫양이 울타리를 뿔로 들이받다가, 꼼짝도 못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신동준 선생은 이 두 구절을, 自 繩自縛과 같다고 풀고 있습니다. 재주가 뛰어난 것만 믿고 함부로 날뛰다가, 돌이킬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신세를 망치는 걸 빗댄 말입니다. 채근담은 이처럼 정연한 편제를 갖추고 있어서, 한 가지 제목에 유사한 내용이 점층적으로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 가며, 처세의 깊은 교훈을 새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 혈기방장함을 삭일 때 유용할 것이라 짐작합니다.


45장은 維摩屠劊라고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維摩는 재가의 처사로서, 부처님의 제자보다 더 깊은 도를 깨친 수행자라고 합니다. 이런 재가 불자를 처사라고 하는데, 유마는 최초의 처사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유마와, 백정인 도회는 서로 본성이 다르지 않고, 마음 속에 다 같은 부처님을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기 중국에 불교가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 알 수 있고요. 또 <채근담>이 유교 일변도의 가르침이 아닌, 오픈된 자세로 동양 정신의 진수를 다 담은 텍스트임도 짐작게 합니다.



해동의 금강(金剛)은 갈수록 기화요초가 눈을 시리게 한다고 송강은 오백 년 전 그의 가사에서 술회한 바 있습니다만, 이 신동준 선생의 채근담이야말로 갈수록 장관입니다.

옛말에 문일지십이라고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 안회, 안자를 일컬어 생긴 말이죠. 그런데 한때 기업체에 몸담으셨다가 본격 저술가로 변신한 이 신동준 선생의 책을 보면, 한 권을 읽고 열 권의 지식을 쌓는 느낌입니다.


본디 주석서란, 동양 고유의 전통입니다. 앞에서도 한 번 언급했지만, 이미 전국시대에 공자의 저서(라고 알려진) <춘추>를, 좌구명이 평석을 가해 내놓은 책이 이 경전의 결정판으로 이후 내내 애독됩니다. 서양의 annotation은 4,5세기에 들어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래, 성경 주석 작업에 일류 학자들이 종사하기 시작한 것이 고작 그 유래입니다. 법학 주석은 그보다도 한참 뒤죠. 다만 채근담의 경우, 경전의 지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출현한 시기 자체가 명대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 책 자체에 대한 주석 작업은 상대적으로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 런 의미에서 신 선생의 이번 저술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석이 그저 뜻풀이나 고증적 해의에만 그쳤다면, 그것은 학문적으로는 의의가 크겠으나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 같은 일반 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신 선생은 간파라도 하듯, 채근담의 자구 해석을 떠나 연관되는 주제에 얽힌 고사, 사화를 책 곳곳에 소개함으로써, 책의 단일 텍스트 이해를 넘어 삶의 진실, 처세의 궁극을 독자에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45p를 보십시오. 무명무위, 명예도 지위도 없는 것이 최대의 기쁨이다. 이 편을 보시면, 역대 최고의 명필 중 한 분으로 꼽히는 왕안석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태위 벼 슬을 지낸 치담이라는 이에게 재색을 겸비한 딸이 있었는데, 왕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당주인 왕도에게 사람을 보내었답니다. 소임을 마치고 다녀온 이에게 어느 동자가 괜찮더냐고 물으니, 이 사람 왈 "왕씨의 자제들이 모두 훌륭했으나 유독 한 도령만은 오불관언이라는 듯 배를 드러내고 침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치담은 이 말을 듣고, '내가 원한 사윗감이 바로 그 녀석이다!"며 무릎을 쳤다고 합니다. 이 기이한 처신을 한 사내아이가 바로 왕안석이었구요.


서 성이라고는 하나, 그저 글씨만 잘 썼을 뿐 아무 업적을 공직이나 학문 분야에서 남긴 바 없었으면 그의 이름이 그토록 알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 그저 예쁘게 보이는 게 목적의 전부인 기술과는 달리, 그의 솜씨에는 닦은 인격이 드러나 있었기에 칭송을 받은 거겠구요. 치 담이라는 이의 안목, 감정안도 그렇습니다. 손님이 왔는데 그냥 배만 드러내고 누워 자고 있으면 상수일까요? 그건 무례함을 드러내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왕도 집안의 가풍이 어떠한지는 나머지 형제들이 단정한 몸가짐으로 손님을 맞이했다는 일에서 알 수 있습니다. 태위가 보낸 사람이면, 그 사람은 전 집안 차원의 정성이 깃든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일은 예사 가문에서, 일 년에 한 번도 채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그의 방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무리 철이 없어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만 약 형제들 모두가, 손님이 오건 말건 배를 드러내고 낮잠이나 자고 있었으면, 이 집안은 혼사를 맺는 건 고사하고 이후 명문가의 사교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을 것입니다. 집안의 훌륭한 분위기는 나머지 형제들이 증명했고, 그 과실은 그러나 배포 좋은 안석이 얌체처럼 영리한 한 수를 두어 따 먹은 거겠죠. 물론 천박한 "쇼"가 아니었음은 이후 그의 행실이 증명했겠구요.



k*********6 2013.07.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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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이 밥 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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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시절에 "도덕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정치인을 TV토론장에서 본 이후로 한동안 밥맛이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말마따나 '도덕', 그 자체가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주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다 주지 않으니 굳이 '도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헌데 무지렁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한낱 어리석은 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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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시절에 "도덕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정치인을 TV토론장에서 본 이후로 한동안 밥맛이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말마따나 '도덕', 그 자체가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주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다 주지 않으니 굳이 '도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헌데 무지렁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한낱 어리석은 이가 뭘 모르고 한 이야기려니 하고 넘길 법도 하다. 그런데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을 지지하고, 가까운 곳에서 보필할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심히 우려했더랬다.

 

  <채근담>을 읽으니, 그 당시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몇 자 떠올려 보았다. <채근담>은 <명심보감>과 더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세술의 진수'가 담긴 책이라는 명성이 자자했던 터라 일찍부터 읽으려고 목록에 올려놓았던 책이었다. 헌데 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명심보감>을 일찍 독파한 것과는 달리 <채근담>은 유독 손이 가질 않아 안타깝기 그지 없었더랬다. 그런데 뒤늦게나마 <채근담>을 읽다보니 구절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문구마다 낯익은 대목이 엿보여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걸리는 통에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고 또 읽었다. 참말로 <채근담>은 평생을 곁에 두고 3번 이상 읽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였다.

 

  또 신동준 뒤친이(역자)가 지적하듯이 '호리지성'과 '호명지심'을 모두 경계한 책이라는 소개가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더랬다. '이익'을 좇고, '명예'를 좇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비판하고, 그 따위 것들은 좇으면 좇을수록 더욱 얻기 힘들다는 진리를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일러주는 글귀들에 감탄, 또 감탄하였다. <명심보감>이 '사리사욕'은 경계하였으나, '입신양명'은 탐하도록 하였던 것에 비한다면 <채근담>이 일러주고 엿보게 하는 세상은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인 셈이다.

 

  더군다나 오늘날처럼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뭐든지 돈돈돈 타령을 하는 요즘이 정말 살기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 또한 새삼 깨닫는다. '도덕적인 삶'이 당연하던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요즘에는 너나할 것 없이 당연(?)하게 여기는 통에 '정말 이대로 좋은 걸까?'하고 되묻곤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미안하다고, 제 탓이 크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큰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걱정이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사소한 일에도 '법정'에 출두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이르면 평소답지 않게 불 같이 화를 내기 일쑤고...애어른을 가릴 것 없이 '저 싫으면 남도 싫다'는 생각엔 이르지도 못하고, 남이야 어떻든 저 싫은 것만 내세우기 일쑤니 참으로 세상 살 맛이 점점 줄어든 까닭이다.

 

  다시 돌아가서, '도덕이 밥 먹여주냐?'고 말한다면, 난 거침없이 밥보다 더 한 것도 먹여준다고 강조하겠다. 첫째, 도덕이 가득한 세상은 어른이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어른을 존경하는 삶일테니 참말로 살맛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천하에 이보다 더 살고 싶은 세상이 어디 있느냔 말이다. 둘째, 도덕이 가득한 세상엔 방범비나 치안유지비 같은 일에 들 돈도 줄어들 터이니 돈은 벌어다주지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돈 쓸 일은 줄어들게 할 것이다.

 

  물론 도덕만큼 애매모호한 것도 없다.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정말 공경하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인 어른도 있으니 말이다. 나이를 거꾸로 드신 분들 말이다. 그러나 보면 안다. 겪어보면 더 잘 안다. 도덕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인지 말이다. 말로만 도덕을 외치는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하는 그런 아름다움 말이다.

 

  <채근담>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복잡다단한데 책 한 권에 담긴 내용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모든 이치가 될 수 있고, 정답이 될 수 있을까? 허나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인문학'이 필요한 것을 새삼 깨닫곤 한다. 야박한 사회일수록 '인문학'에서 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곤 하는 걸 종종 보는 요즘이다. '있는놈'이 잘 살아야 '없는분'도 잘 살 수 있다는 교묘한 궤변과 오류를 단박에 깨버리는 것도 '인문학'에서 찾을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있는분'이 도덕적으로 살아야 '없는놈'도 잘 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옛날 양반들이 '향약' 같은 걸 만들어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있는놈'들의 주머니를 빵빵하게 채워야 '없는분'들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잔돈이 생긴단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은 이 '낙수효과'가 사실은 실현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있는놈'들이 제 주머니(욕심)의 크기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언제 채우고 잔돈을 흘리겠는가 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옛말이 있다. 저 더러운 줄은 모르고 남의 허물만 크게 부풀린다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말인데, 이것이 요즘에는 아주 더럽게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고위공직자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더 당당하게 구니 말이다. 도덕은 아예 지키지 않아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여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는 양심적인 사람들과 밥 먹듯이 잘못을 저지르는 비양심적인 삶을 살고서 만천하에 드러나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누구나 그 상황이라면 그러지 않느냐고 뻔뻔스럽게 묻어가려 한다.

 

  어처구니 없는 건 전씨다. 수중에 재산도 얼마 없다는데, 호화별장에서 살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심지어 선물도 참 두둑히 주고 있다. 아마도 '화수분'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꺼내 쓰고 또 써도 자꾸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더 말하고 싶지만, 그 사람 거론하면 할수록 내 입이 더러워질 것 같아서 더는 안 하련다.

 

  도덕적인 삶을 살면 억울하게 느껴진다. 늘 손해만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덕적인 삶을 살면 늘 떳떳하게 살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비도덕적으로 사는 사람이 더욱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뻔뻔함을 지녔긴 하지만...쳇! 씁쓸하고만...그래도 '인자무적'이라고 했다. 어진 사람은 주변에 적이 없다는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으뜸 조건이 아니던가. <채근담>은 마음을 비우고 남에게 베풀면 손해볼 일이 없다는 만고의 진리가 담긴 책이다. 의심스럽다고? 그럼 마음을 가득 채우고 제 이익만 챙기며 살면 어떻게 될까?

 

- 이 리뷰는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z******8 2013.07.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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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쉽지만 쉽지 않은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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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파탈!에 웃음~   아핫! 장장 838페이지에 달하는, 한 손에 들기도 버거운 이 책을 펼쳤는데, 난데없이 웃음이 난다. 목차를 훑어보고 전집의 앞장에 나열되어 있는 여러 개의 제시어 -파탈, 득실, 방원, 회복-중에서 유독 ‘파탈’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 것이다. 한자로 표기라도 되어 있었으면 오해가 덜할 텐데, 어느새 한자보다 한글에 익숙해진 내 눈에 엄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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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파탈!에 웃음~

 

아핫!

장장 838페이지에 달하는, 한 손에 들기도 버거운 이 책을 펼쳤는데, 난데없이 웃음이 난다.

목차를 훑어보고 전집의 앞장에 나열되어 있는 여러 개의 제시어 -파탈, 득실, 방원, 회복-중에서 유독 ‘파탈’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 것이다.

한자로 표기라도 되어 있었으면 오해가 덜할 텐데, 어느새 한자보다 한글에 익숙해진 내 눈에 엄숙한 고전과 어울리지 않는 “팜므파탈”같은 단어에나 쓰일 법한 ‘파탈’이 떡하니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으니, 아연 웃음이 나고야 만다.

<채근담>에서의 擺脫(파탈)이란 말은 당연, ‘관행에서 벗어나라’와 같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뜻을 버젓이 담고 있다.

그런데도 가벼운 외래어에 익숙해진 내 눈은 그 진중한 뜻을 먼저 헤아리지 못하고, 섹시한 요부로 대변되는, <악의 꽃>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팜므파탈의 뜻으로 미루어 짐작해버리고 말았다.

아아~장탄식으로 나의 태도를 먼저 반성해본다.

진지한 태도로 홍자성의 <채근담>에 완벽 주석을 달아 책을 선보인 역자 신동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난세의 치세 이치를 깨닫고 움직여라.

 

요즘같이 돈돈돈 하는 세상. 경제논리로 무엇이든 엮어내며 정신이 황폐해져 가는 세태를 일러 난세라 칭하지 아니할 수 있으랴.

나같이 가정 내에만 머무르며 세상 일에 문외한인 가정주부의 눈에도 번연히 보이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가장 큰 화두가 될 줄...명나라 대의 홍자성은 미리 내다보고 있었던 것인가.

쓰디쓴 풀뿌리를 씹으며 견뎌낼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책 이름.

어린 시절, 한자의 뜻을 모르던 시절에는 <채근담>이 뭐지?

“담”이니까 이야기는 이야기인 듯한데...너무 재미있어서 자꾸 읽어달라고 채근한다는 뜻인가?

아님, 잘못했을 때 혼내는 내용의 교훈적인 이야기인가?

하며, 되지도 않는 해석을 나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좀 커서야 처세에 관한 책. 이라는 정도까지 알게 되었지만, 이렇게 해석에다 주석까지 달려 있고, 세상살이의 실례를 들어 설명해주는 책이 눈앞에 떡 디밀어 지니,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이치를 깨달은 다음, 머릿속에 담고만 있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말 그대로 깨달은 다음, 움직여라!

 

<채근담>의 체제

 

일단은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랜 세월동안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판본이 많아졌다 한다. 그래서 체계도 가지각색이었던 것을, 이번 <채근담>에서는 명대에 출간된 명각본을 저본으로 하여 전집과 후집의 체제를 수용했다. 총 359장을 4자성어로 정리한 뒤 25장을 한 묶음으로 하여 모두 14부로 나눴다.

<논어>를 읽기 전, 필수 코스인 <소학>, <명심보감>과 더불어 수신서로 널리 읽혀져 왔다는 말은 <소학>, <명심보감>만큼 읽어내기 수월하다는 뜻이 되겠다.

그러던 것을, 요즘은 <논어>, <맹자>에 비견되는 고전으로 <채근담>을 대한다는 것은 채근담이 전하는 의미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간명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가진 <채근담>을 역자는 연암 박지원이 쓴 척독에 비견한다.

촌철살인의 단문이란 뜻이다.

각 장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어 놓은 예화들이 있어, 비록 짧은 문장이지만 가슴에 팍팍 와닿게 된다.

 

마음에 새기자

 

방대한 양 속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경구를 찾아 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몇 가지 골라 적어 본다.

1부 擺脫-14장 擺脫減除(파탈감제) 속습과 물욕에서 벗어나라

사람으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못할지라도 속세의 욕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능히 위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학업의 성취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물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능히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58

 

발상의 전환을 적용한 예화로 조조를 들고 있고, ‘파탈의 미학’을 현재에 적용시켜 스티브 잡스를 ‘기술기업을 넘어선 예술기업’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한다.

 

8부 公私-199장 煙霞橙橘(연하등귤) 노을과 귤 향기는 저물 때 아름답고 향기롭다

 

하루의 해가 저물 때 노을은 오히려 더욱 아름답고, 한 해가 저물 때 귤 향기는 더욱 향기롭다. 생애의 만년인 늙마에 군자는 의당 1백배나 더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387

 

남송 초기의 시인 신기질의 시 <醜奴兒추노아-書博山道中壁서박산도중벽> 까지 끌어와서 북송 패망에 대한 울분과 비분강개를 토로하는 애국자로서의 ‘유종의 미’를 보여준다.

 

 

역자의 지식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일까...넓고도 깊다.

 

<채근담>의 의미

 

仁을 역설한 공자는 수많은 제자 자공, 자사 , 자유 등에게 직접 가르침을 내렸고, 제자들은 이를 <논어>라는 책으로 남겼다.

<맹자>는 춘추 전국시대라는 난세에 여러 나라를 떠돌며 직접 제후와 패자들에게 가르침을 내리곤 했다. <맹자>에는 성선설과 그의 정치관이 들어 있다.

<채근담>에는 仁이니, 義처럼 단 한 글자로 저자의 생각을 요약할 수 없을 만큼 처세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지만 근본을 따지고 들자면, 제목이 뜻하는 바대로 “근검, 검소” 라는 생각을 깔고 있지 않나...한다.

시간 날 때마다, 생각 날 때마다, 한 장씩 들춰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기에 제격인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보면 내 마음의 때가 하나씩 벗겨지면서, 씹고 씹으면서 거칠고 소박한 풀뿌리와 푸성귀의 참맛이 드러나는 순간처럼, 환하게 밝은 내면이 나타나는 때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고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고전의 독서법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진정한 내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운 여름에 읽기 시작했으니,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기 전까지는 파릇파릇한 싹을 틔울 씨앗을 꼭 품어두어야겠다.



YES마니아 : 골드 s*******e 2013.07.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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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두고 봐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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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도가,불가의 진수가 하나로 담긴 채근담.. 중학교시절 탈무드에 대한 독후감을 쓰면서 선생님은 동양의 탈무드같은 책은 채근담이야~. 시간되면 읽어봐. 라고 단 한문장으로 기억되는것이 나의 채근담에 대한 첫 인상이다. 그 뒤로 이 채근담에 대해 진지하게 읽어봤다면 오늘, 이 채근담에 대해 놀랍지 않을텐데.. 그때는 도서관에서 뭐지라는 호기심만으로 몇장 읽고 말았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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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도가,불가의 진수가 하나로 담긴 채근담.. 중학교시절 탈무드에 대한 독후감을 쓰면서 선생님은 동양의 탈무드같은 책은 채근담이야~. 시간되면 읽어봐. 라고 단 한문장으로 기억되는것이 나의 채근담에 대한 첫 인상이다. 그 뒤로 이 채근담에 대해 진지하게 읽어봤다면 오늘, 이 채근담에 대해 놀랍지 않을텐데.. 그때는 도서관에서 뭐지라는 호기심만으로 몇장 읽고 말았다. 에~~ 고사성어야? 라면서..

 

참.. 어렸다. 철이 없었던것인지 책이 싫고, 그저 뛰어놀고 싶은 나이였던것인지... 유가,도가등등은 국사책에서 배우는것으로 족하다 이랬던것 같다.

 

이 채근담은 여느 채근담과는 다른다. 고전은 응당 글자 하나하나에 대한 엄밀한 주석이 뒷받침돼야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국내에는 아직 그런 주석서나 나와 있지 않다........필자가 본서를 집필케 된 배경이다(p.22)라고 말했듯 국내 최초의 완벽 주석서이다. 어쩌면 어릴때 어설프게 이 채근담을 읽지 않았던것이 좋았을지모른다. 이제서라도 이렇게 올바른 주석서를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채근담에는 논어와 맹자등 여타 고전보다 읽기도 쉽고, 많은 것을 생각게 만드는 것이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할 수 잇는 소박하고도 단순한 삶의 진리와 깨달음의 처세의 메세지 이기 때문이다.(P.29) 그래서 한번 다 읽었다고 끝을 낼수 있는것도 아니고, 다 읽었다고 기억할수 있는 분량과 성질이 아니다.

 

장장 838 페이지라는 이 인간사랑 출판사의 채근담은 항상 옆에두고 필요할때마다 꺼내 보아야하는 인생의 조언서같은 것이다. 아무리 스마트한 세상이되고, 인터넷으로 통하는 세상이라 하여도 배워야 알수있고, 알아야 써먹을수 있기 때문에 절제와 근검을 강조하고, 천박한 배금주의와 출세주의에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새길만한 책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채근담이 오랫동안 처세3대기서의 으뜸으로 평가받는것일지 모른다.

 

제 1부 파탈 - 관행에서 벗어나라로 시작을 한다.

일사만고 : 만고의 처량 대신 일시의 적막을 취하라.라고 뜻풀이를 써놓고 해설이 이어진다. 아주 자세하고 섬세하다. 그 해설에는 이해하기 쉽게 예시가 나온다. 사기 열전의 첫머리에 나오는 백이와 숙제가 바로 그 전형에 해당한다.(p.40)라면서 어렵게 느낄수 있는 나와 같은 초보 고전 입문자를 위한 배려같이 말이다. 여기서 백이와 숙제를 모르겠다면 그 스마트한 인터넷에서 검색하면된다. 그럼 또 채근담의 내용이 복습이 되고....공부가 따로 없다.

 

 

 

만약,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거나, 옆에두고 멘토같은 책을 사려고 생각중이라면 이 채근담이 좋을듯 싶다. 삼국지를 3번이상 읽어라, 3번이상 읽은 사람은 상대로 말아라 같은 속설이 나오는것처럼 이 채근담을 1번이상 이라도 읽어보고, 3번이상 읽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채근담이 그 만큼 나에겐 어렵지만 굉장하고 놀랍게 보였기 때문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뛰어난 기업CEO는 인문고전에서 얻은 지식을 실무경영에 적용해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두고, 이병철과 정주영 전 회장 역시 논어와 채근담등의 동양고전에서 실질적인 기업경영의 지혜를 찾아냈다고한다.(P.821) 이 채근담이 읽는 사람의 마음, 그날의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달리전해질수 있고, 쓰일수 있다. 늘 가까이 두고 익혀야한다는 뜻일것이다.

 

이제 이 채근담을 통해 격언들과 경구들 속의 의미를 일생생활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결국은 지혜롭고 현명하게,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나의 노력이 될테니깐 말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회사일에 매진한다면 나의 미래도 찬란해질테니 결국 내가 꿈꾸고자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나는 매일 매일 그날을 생각하며 채근담을 꺼내볼것이다.

 

무욕금서 :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는 곧 맑게 갠 가을 하늘이나 잔잔한 바다와 같다. 앉은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신선이 사는곳이 된다. (P.475)

 

 

p****1 2013.07.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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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성/신동준] 채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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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사랑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서 받았다. 서평단을 모집할 때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길 것을 요구했고,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채근담!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뜻밖에도 지금까지 채근담을 만난 적이 없었군요. 그저 중국 명말의 환초도인 홍자성의 어록이라는 단편적인 지식밖에는…. 주위의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이
"[홍자성/신동준] 채근담" 내용보기

이 책은 인간사랑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서 받았다. 서평단을 모집할 때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길 것을 요구했고,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채근담!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뜻밖에도 지금까지 채근담을 만난 적이 없었군요.

그저 중국 명말의 환초도인 홍자성의 어록이라는 단편적인 지식밖에는….

주위의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중국 고전이기는 하지만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 같은 소설이 아니라,

흥미와는 거리가 있는 고담준론 류의 책일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인 듯합니다.

 

인간사랑 출판사의 이 책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되기를 빌면서

아울러 저도 그런 인연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에 적힌 내용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런 책을 받게 되었을 때는 몹시 반가웠다. 그렇게 유명한 책을 아직 원본을 읽지 못해서 아쉬웠는데,『한비자』,『상군서』등 서너 권의 저서를 통해서 중국의 사상에 대해 깊은 지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는 신동준 선생의 해설이 담긴『채근담』을 받게 되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그런 책을 받게 되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열독을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너무 무성의했다. 책을 받은 지 한 달이 넘도록 서평은커녕 완독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귀한 인연을 통해 나와 만나게 된 동양의 명저『채근담』에게는 물론 지금까지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내게 좋은 가르침을 준 신동준 선생과 나를 서평단으로 선정해준 출판사 담당자에게 죄송할 뿐이다.

 

책을 읽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나의 무능력 내지 무성의일 것이고, 무더웠던 올여름의 날씨도 구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책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838쪽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웠다. 독서가 주로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이루어지는 내게 있어서 이 책은 너무 무거웠다. 하기는 신동준 선생의 저서는 대개가 500쪽이 넘었고, 900쪽 가까이 되는 대작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었던『조조의 병법 경영』,『한비자』,『상군서』등은 그래도 삼국지나 열국지 시대의 고사가 곁들어 있으므로 어느 정도 흥미가 있었음에 비해 이 책은 대부분 삶의 이치에 대한 고담준론과 그에 대한 해설이었다. 딱딱한 경전을 읽는 듯하니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느낀 마음을 몇 가지 적어 보겠다.

 

첫째, 역시 신동준 선생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채근담』에 대한 나의 생각은『명심보감』이나 『논어』류의 도덕서가 아닌가, 정도였다. 다만 『명심보감』은 현대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준이고, 『논어』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준이라면 『채근담』은 두 책의 가운데쯤에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또한『명심보감』이나『논어』가 김부식의『삼국사기』처럼 정사라면,『채근담』은 일연의『삼국유사』와 같은 야사가 아닌가, 라는 것이 나의 상식이었다. 그 이유는『명심보감』과『논어』등은 서당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인데,『채근담』은 그렇지 않은 듯해서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지의 소산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채근담』이 12만 6천여 자나 될 정도로 방대한 내용이라는 것도 몰랐다. 막연하게『명심보감』이나 『논어』와 비슷한 분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글에서『명심보감』과『논어』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두 책은 학창시절에 배웠거나 개인적으로 완독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동준 선생의 ‘저자 서문’과 ‘들어가는 말’을 통해 『채근담』의 가치와 성격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이 중국에서는『소창유기』,『위로야화』와 함께 처세3대기서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 권 중에서 오랫동안 널리 읽히며 사랑을 받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사상이 매우 심오하고, 읽는 사람에 따라 각각 그의 처지에 맞게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는 매력도 있다고 한다.

 

특히 『채근담』은 아어와 속어를 적절히 뒤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문체가 간명하고 읽기가 쉽다고 한다. 이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읽은『채근담』의 구절에서 쉬우면서도 품격을 지닌 문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어와 속어를 적절히 사용했기 때문에 독자에게 그런 인상을 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와 같이 『채근담』의 가치와 내용을 설명하는 신동준 선생의 ‘저자 서문’과 ‘들어가는 말’이 약 20여 쪽인데, 이 글이 정말 좋았다. 『채근담』에 대한 좋은 해설서이자 길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러 책을 통해서 느꼈던 신동준 선생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둘째, 저자가 붙인 소제목이 좋았다. 채근담의 원문에는 소제목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각 단락마다 그 내용에 맞게 1장 일시만고(一時萬古:만고의 처량함 대신 일시의 적막함을 취하라), 2장 박로소광(朴魯疎狂:순박하고 우둔하며, 소탈하고 꾸밈없이 살라) 등 134장마다 사자성어 형태로 제목을 붙였다. 제목만 읽어도 내용을 떠올릴 수 있으니 저자는 134개의 새로운 사자성어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해설이 상세했다. 이 책은 단순히 원문에 대한 해석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그 문장에 얽힌 유래 또는 고금의 사례를 적절하게 곁들어서 소개함으로써 원문에 숨어 있는 뜻을 상세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한문에 대한 지식만 지닌 것이 아니라 중국 역사와 제자백가의 사상에 통달한 저자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을 한 가지 곁들인다면 원문에 대한 우리말 독음이 없다는 점이다. 외람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이해할 능력이 있는 독자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저자의 저작을 여러 권 읽었으므로 저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수 있고, 그와 별도로 『명심보감』과『논어』를 학습했을 정도로 한문에 대한 소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음이 없는 원문을 읽기가 불편했다. 모르는 한자가 나오는 문장이 많으니 원문을 읽기 힘들었고, 음을 아는 한자라고 해도 뜻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저자는 『채근담』은 아어와 속어를 적절히 뒤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문체가 간명하고 읽기가 쉬우며 아름답다고 했다. 그러나 한자 원문을 읽을 수 없다면 우리말 풀이만 보고서 아어와 속어가 적절히 뒤섞인 매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말 독음이 병기되었다면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한다면 이 책의 분량이 1000쪽 가까이로 늘어날 테니 아마 두 권으로 분권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y******3 2013.09.0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