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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세상을 등지다』는 안흥작은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이 작품은 금오신화를 현대문체로 바꾼 것이다. 금오신화는 각각 다른 판본을 통하여 대여섯 번 이상 읽었으니 낯설지는 않았으나 다시 마음이 끌려서 빌리게 되었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작품을 다시 읽고 느낀 인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현대문으로 고쳐 쓴 글에서 친근함을 느꼈다. 고전을 읽을 때 옛글 문체를 그대로 읽어야 맛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외국어로 된 작품을 감상할 때 반드시 외국어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되 현대의 정서에 맞도록 고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 학창 시절에 금오신화를 읽을 때는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으나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졌다. 그 이유는 예전의 판본은 딱딱한 번역체였고, 최근으로 올수록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다듬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어떤 판본보다도 좋았던 듯하다. 둘째,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친근감을 느꼈다. 고전소설 중에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면서 지명이 명확한 것은 많지 않다. 심청전의 배경이 황해도라고 하지만 배경이 애매하고, 흥부전의 배경 역시 모호하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비롯하여 유충렬전이나 조웅전은 아예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 금오신화는 작가도 명확할뿐더러 5편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셋째, 해설과 함께 읽으면서 작품을 다시 생각했다.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공통점은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저승세계나 용궁 등의 귀신이 나오고, 주인공은 그 귀신들과 사랑이나 우정을 나누고 있다. 학창시절에 금오신화를 처음 읽을 때는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게만 느꼈다. 그 뒤 국문학을 배우면서 생육신으로 세조의 찬탈에 분노를 느꼈던 김시습의 마음이 담겼다고 들었다. 그때는 그렇거니, 라고 여겼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에는 단종을 향한 충절을 지키기 위하여 세상을 등진 김시습의 모습이 담겨 있고, 「취유부벽정기」에서 위만에서 나라를 뺏긴 고조선이 세조에게 왕위를 뺏긴 단종을 그린 것이며, 「남염부주지」에는 폭력과 억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세조의 정치가 나타나 있고, 「용궁부연록」에는 출세만을 쫓아 의리를 배반하는 사대부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는 해설을 보면서 작품을 읽으니 새로운 맛이 느껴졌다. 5편 모두 주인공들은 세상을 떠난 뒤에 꿈을 이루는 것으로 나오는데, 김시습 역시 현실의 한계를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금오신화를 풀어쓴 저자의 의도는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가까이하게 이끌려는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학창시절에 금오신화 5편을 모두 읽은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금오신화를 읽지 않았거나 정독을 하지 않은 성인 독자에게도 고전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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