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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책입니다. 저자의 식견과 근면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존 교수들의 해석에 대해서도 기자 나름대로의 사려깊고 예리한 해석 (나에게는 더 설득력 있는)을 제시하는 점들도 높이 평가합니다.
(1) 1990년대초 20대 시절, 도쿄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일본 도자기 접시 역사전시관을 둘러봤을 때입니다. 에도 시대의 그릇들의 화려함을 보며,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받아 들이기 힘들었고 내가 받은 교육이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받았던 교육은 일본은 모방의 천재이고 개항과 명치유신 전에는 미개한 민족이어서 조선통신사 등 조선이 발달된 문물을 전해 주어야만 했던 나라였습니다. 본 책의 1부에서는 도자기에 관련된 한,일,중 꼼꼼한 비교를 합니다. 일본의 채색도자기가 세계시장을 제패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20년전 내가 충격을 받은 에도시대 그릇이 떠올랐습니다.
(2) 우리는 굴욕적인 일제시대를 잊지말아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 하면서, 왜 그 굴욕의 역사를 겪어야만 하는지 원인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습니다. "왜놈들이 쳐들어와 우리를 이렇게 했다. 나쁜 놈들이라고. 그놈들이 한 짓을 있지 말자"라고 끝나거나 기껏해야 "정부와 지배계층의 무능"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이 책은 이런 피상적인 논의를 지향하고 구체적으로 오래전 부터 한-일 간의 격차가 벌어진 원인을 체계적으로 자세히 분석합니다.
(3) 진실은 아플 수 있습니다. 나 역시 젊은 시절 미국에서 공부를 할때,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높이 평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은 그들에게 논외 irrelevant 였습니다. (우리가 더 나은 문화와 역사를 가진 민족이 아니야 라는 믿음은 외국인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가설에 불과하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4) 이 책의 저자의 관점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과 학계는 "우리는 5천년동안 (조선시대에서도) 항상 우수했다."는 눈과 귀를 즐겁해 해주는 폐쇄적 역사관으로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과 추세를 해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지적 환경(or lack thereof)은 무책임하며, 또 다른 임진왜란,병자호란, 일제지배와 같은 역사적 참사를 대비 없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이 높습니다. 독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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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흔히 말하는 양반과 천민이 살던 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세 침입을 직접 여러번 받아낸 시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있던 시대. 백의민족으로 불리던 기원이 발생한 시대. 약 6백년간 왕조가 이어져 오다가 일본의 침략으로 망해버린 시대. 그래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나마 현재 우리와 제일 친숙한 느낌의 시대. 이 책의 결론은 "조선이란 나라는 극도로 폐쇄된 양반과 상놈으로 갈린 철저한 신분제도 하에서 서양의 자본주의의 맹아와 같은 시대적 표시도 없이 중국과 일본과 달리 극도로 외국과 교역을 꺼리고 오로지 중국만을 세상의 중심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소중화가 되고자 한 나머지 경제적으로 발전을 전혀 하지 못해서 외국으로 하여금 조선과 교역의 필요성마저 못 느낄 정도로 돈 될 만한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해 무역을 통해 국부를 기를 생각도 못했고, 양반은 그저 자신들 위주의 사회를 영원히 공고히 만들고자 별의별 변태적인 법을 다 만들어 - 노비의 자식은 노비, 실무와는 전혀 무관한 과목으로 양반에게 유리한 과거시험, 양반은 세금 면제, 국가가 틀어쥔 상업 - 결국 세계의 흐름에 뒤쳐저 일본에 먹히고 만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나라" 라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한 것들이 아직도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도 없어지지 않고 면면히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죽으나 사나 대학가는 것만 목표라 기술자를 홀대한다. 엄연히 세계 1,2위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주위에 있는데도 마음속으로는 늘 무시한다. 쪽바리, 짱깨라는 이름을 들먹이면서. 뭐든지 빨리 빨리 만들고 이루는 것만 중시한 나머지 전통은 예진작 단절되어 버렸다. 이제는 더 나아가 뭐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기준마저도 어디를 기준으로 두어야 할지를 다 잊어버렸다. 옛날 조선 때부터 중국이라는 큰 힘에만 기대오기를 버릇한 탓이다. 자주성의 부재.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책 내용 한 줄 한 줄이 가슴을 파고들어서 너무 쓰라려운데, 문제는 이를 고칠 방법이 마땅히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식민사관에 대한 반발로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옛 역사에서 옥석을 가려서 버릴 건 버려야 한다고 말 할 수 있을 때 진짜로 제대로 된 역사를 세우는 일이 아닐까. 무조건 "우리는 백의민족이니까 늘 착해" 이러지만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