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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신앙생활을 한지 30년이 되어 간다. 그간 거쳐온 교회가 다섯 군데 정도다. 잠시 다닌 것을 빼면 두 군데. 그 중 결혼하기 전까지 20년가까이 다닌 교회가 있다. 스스로 모교회(母敎會)라 칭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교회다. 중소형 정도의 규모에서 시작해 이제는 제법 큰 규모로 자리잡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교회의 사모님 생각이 났다. 교회가 성전을 건축해 이사 가기 전에는 아담한 사이즈였다. 2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본당이 있었고, 지하실과 1층에도 방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화장실은 단 한곳이었다. 그것도 교회 건물 바깥에 남녀 화장실이 나뉘어져 각각 세 칸씩 마련되어 있었다. 변기도 좌변기가 아니라 쪼그려 앉아야 하는 형태였고, 물을 내리려면 줄을 잡아 당겨야 했다. 세면대가 있기는 했지만 물이 졸졸 흐르는 통에 커다란 통에 물을 한 가득 받아 놓으면 물바가지로 물을 떠 손을 씻어야 했다. 그런데도 단 한번도 불편하다거나 위생이 불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늘 깨끗한 화장지가 칸마다 구비되어 있었고, 물을 받아 놓는 통도 비어 있는 일이 없었다. 물바가지도 여럿이 쓰다 보니 꼬질 해질 만도 한데 늘 새것처럼 깨끗했다. 그 흔한 물때 하나 끼는 일이 없었다. 세면대에 마련되어 있는 비누도 그랬다. 여럿이 쓰는 비누는 비누 자체에 뭔가 묻어 있어 쓰기에 꺼림직하기도 하고, 물러서 흐물흐물 해지는 일이 많았는데 교회는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했다. 물바가지로 물을 떠서 쓰니 바닥에 물이 넘쳐야 정상인데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바닥이 울퉁불퉁 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능이 코앞이라는 이유로 독서실에서 밤을 새고 새벽 4시쯤엔가 교회에 간 적이 있다. 잠시 기도실에 들를 생각이었는데 화장실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 보니 사모님께서 청소 중이셨다. 물을 담아 놓는 커다란 통을 수세미로 구석구석 닦고 또 닦으셨다. 물바가지는 손잡이 틈새에 물때라도 길까 싶었는지 정성스레 솔질을 하셨다. 청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마른 걸레질을 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후로 화장실을 쓸 때면 나도 모르게 정리를 하게 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고, 떨어진 물바가지를 제자리에 올려 놓는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어디 그것뿐일까? 사모님은 누가 알아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본인의 일을 감당하셨다. 그런 사모님이 난 참 좋았다.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웃음도 그랬고, 사치하지 않는 검소함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사모님의 힘듦이 더 있었겠구나 어림 짐작이 되었다. 한국 교회에서 목사는 주목 받는 자리에 있다. 하지만 사모님은 다르다. 돋보여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없는 듯 있어서도 안 된다. 말이 많은 곳이라 늘 조심해야 하는 피곤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책에서 저자는 사모도 부르심이라고 말한다. 그 생각에 100% 동의한다. 부르심이 아니라면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까 제3자의 눈으로 봐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니 사모도 목회를 하고 있는 거라 볼 수 있다. 신학을 전공하고 목사가 되어야만 목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참으로 반갑다. 목사님의 책들은 차고도 넘치지 않는가? 목회를 하는 목사뿐만 아니라 목회를 하는 사모의 책도 줄이어 나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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