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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참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을 다 돌았다. 그렇다고 어마무시한 체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숨이 턱밑까지 몰아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인간인지라 100대 명산의 목표를 이루고 나니 높은 산을 오르는 것에 더 이상 재미가 없어 요즘에는 그저 산에 놀러간다. 산속에 절을 좋아하고 미륵불과 암자를 찾아다니며 풍광과 자연을 즐긴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종교나 철학에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나 우리의 세상사 미신과 조상 모시는 산소도 눈에 잘 보인다. 꽃이나 전원주택이 아닌 남의 묘소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나보다 이런 나의 관심이 나이 탓인지, 아님 문화적 관심탓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스스로 나이 듦어감을 느끼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재미난 일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관심이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불교와 사찰, 산에 관한 책을 자주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4개의 산과 외국의 거대한 산 몇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모두다 흥미로운 곳이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은 동학의 성지이다. 그 옛날 원효대사로 시작한 산과 내원사의 유래가 동학의 창시자 최수운으로 이어진다. 천성산을 두 번이나 다녀왔으면서도 이 사연을 모르고 다녀왔다는 것에 후회를 남겼다
책에 소개하는 두 번째은 서산의 황금산이다. 산이라고 불리우기도 애매한 100여미터의 언덕인데 육지의 산이라기보다는 바다의 산이라고 작가는 칭한다. 황금산에는 바다에서 부터 진화한 산게가 살고 있으며 정상의 제사지내는 집에는 임경업 장군, 산신 , 천지신명이 함께 모셔져 있다. 내륙지방 충주출신의 임경업장군이 어촌마을에서 조기잡이의 신으로 추앙받게 된 사연이며, 여러 산신령을 함께 모시고 있는 현대의 새로운 종교 민속의 현장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과거에는 황금이 나고 용이 살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과거에 없었던 산신령이 있고, 임경업 장군이 있고, 석유화학단지가 있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현대의 종교 민속을 만날 수 있는 서산의 황금산. 꼭 한번 가봐야겠다.
세 번째 소개하는 산은 서울의 인왕산이다. 내게 보험금 6천만원의 행운을 가져다 준 산이기도 하다. 또한 요즘 공부하는 도시를 읽는 방법에서 양의성의 의미를 잘 이해하게 해준 산이기도 하다. 미학적 대상이자 현대인의휴식처로서의 인왕산이지만 많은 기도꾼에게 영험산 산으로 알려진 인왕산! 이것이 양의성이다. 인왕산은 도성 안팎을 분할시키는 경계일뿐 아니라 여러 구역의 주민들을 소통시키는 장이다. 뿐만 아니라 인왕산은 서울의 계룡산으로 불리 정도로 명산이자 영험한 산으로 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영역으로 길들여왔다. 인왕산의 많은 기도터를 미분화하고 이름이 부여함으로써 분류하고 구분하는 행위는 인간의 종교적 행위이자 동시에 문화적인 행위인 양의성인 것이다. 무녀에게 산은 깨끗한 신령을 받을 수 있는 곳이자 동시에 쌓여 있는 위험한 기운을 풀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깨끗함과 위험이 공존하는 공간. 바로 양의성의 공간으로 헤겔의 변증법의 해석을 빌리자면 깨끗함과 위험이 만나서 전혀 예기지 못한 합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바로 산이다. 도시공간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의도와 달리 사람들은 새로운 움직임 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네 번째로 소개하는 산은 우리네 옆산이며 동산인 문중의 종산이다. 나는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이 아니라 종산이 없다. 아마 있을터인데 잘라고 번듯한 자손이 못되는 지라 찾아보질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가 소개하는 종산은 분당 수내동의 한산이씨의 종산이다. 분당 중앙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산으로 남한산성의 줄기인 영장산 이진봉 능선이다. 한산이씨에는 토정비결의 저자 토정 이지함과 목은 이색 등 유명한 선조가 많이 있다. 매년 시제를 정성껏 들이는 한산이씨 가문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오는 이유를 짐작하게 되는데 친족이라는 공동체 문화가 사회적조상으로 승화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산에 매혹된 사람들에게 산의 경이로움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산의 매력은 일종의 광기일 뿐이다.“ 다큐 <마운틴>에서 작가는 나가는 말에서 관문, 경계 혹은 경계 밖을 이야기한다. 산은 여전히 일상과 다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관문이자 경계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의 경계 밖에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 산에 관한 재미난 책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