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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대학교 시절을 회상하면, 두 교수님의 강의가 떠오른다. 장교수님과 전교수님의 강의다. 장교수님의 강의에서는 역사에 대한 기본 전제를 배웠다면, 전교수님에게는 역사에 대한 시야를 배웠다. 전교수님의 “한민족과 다문화”라는 강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문화에 경기를 일으킨다. 과거의 유물들과 사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민족’은 허구일지 모른다고. 우리의 지난 역사는 단일민족이거나 폐쇄적인 문화를 가졌던 게 아니다. 반대로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던 개방적인 한반도였는지도 모른다. 시야를 넓게 봐야한다고 배웠다. 마찬가지로 권오영 교수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두 교수님의 강의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야를 보여준다. 우리가 알던 역사적 사실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역사는 생물과 같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역사는 살아 움직인다. 과거에 박제된 망령이 아니다. 변화한다. 고정된 진리나 법칙은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 증거에 기반 한 경향성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합의한다. 그 합의가 어떤 방식, 어떤 방법이냐에 대해서 논쟁이 있겠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호간 검증하교 정교하게 다듬는다. 중요한 것은 증거, 즉 사료다. 역사는 사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 세계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만들어졌는가(사관)에 따라 그 범위는 무한히 확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한없이 쪼그라들기도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는 범위를 설정하면서 시작한다.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역사는 구분과 범위 설정에 민감하다. 그래서 역사를 시간의 범위에 따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눈다. 지역별로도 나누고, 국가별로 나누기도 한다. 근래에는 이런 범위를 붕괴시키고 미시사나 빅 히스토리처럼 마치 역사가 아닌 범학문적인 역사도 많지만, 기본은 범위를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권오영 교수의 책은 이 범위 설정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고대 한국사는 우리의 잘못을 알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부족한 문헌 사료,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오류, 긴 시간의 경과에 따른 망각 속에서 우리는 역사적 진실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시야를 넓혀보면 다르게 보인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민족 (...) 실상, 그런 민족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p.223)” 한민족이라는 허구성, 폐쇄적인 문화는 조선 하반기 격동의 시기에 발생한 반동이었을 뿐, 길고 긴 한반도의 역사는 열린사회, 다문화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는 아직도 땅속에 머물러 있다. 또한 한반도가 아닌 이역만리의 타 지역에도 숨겨져 있다. 그렇기에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외국에 대한 발굴 지원과 학술 연구는 우리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자, 우리 스스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저자는 후배 사학자들에게 조언한다.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학자의 엉덩이가 더 가벼워져야 한다.(p.72)”고. 역사는 흥미롭다. 우리가 우리 세계를 어디까지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디까지 범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경계가 변화한다. 단순히 한반도, 한민족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대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를 경험했다.(p.249)” 조금만 넓혀서 본다면 동아시아에서의 한반도, 나아가 세계 속의 한반도, 인류속의 한국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p.226)”은 ‘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역사는 그저 과거에 집착하고 매몰된 죽은 학문이 아니다. “과거의 해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역사는 그런 질문과 대답”하고 “시작되고 이어”져 “미래로 나아간다.(p.77)”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거기에 대한 실마리를 안겨준다. 좀 더 범위를 넓게 보자. 우리의 미래는 거기에 있다. ---------------------------------------------------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역사학 중에서도 문헌 사료가 가장 부족한 고대사 연구를 위해서라면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해 생산된 빅데이터의 활용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p.27 가야 고분의 고고학적 조사와 연구는 임나일본부설을 분쇄하는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유라시아 차원에서 전개된 원거리 교류에서 가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힐 것이다. p.57 2004년에는 용두산 정혜공주묘 주변을 조사하다가 3대 문왕의 부인인 효의황후와 9대 간왕의 부인인 순목황후의 무덤을 발견했다. 여기에 세운 묘비에서는 왕비가 아닌 황후라는 호칭이 사용됐다. 발해인들이(p.62) 자국을 황제국가로 인식한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이 귀한 자료의 전모는 발굴조사 이후 여태껏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발해사를 말갈족이 세운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깎아내리려는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자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외부적으로 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고학적 실물자료 없이 정치적인 의도로 작성된 당시의 문헌 자료로만 역사 연구를 시도한다면 얼마나 큰 왜곡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경고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p.63 ‘백문이 불여일견’이 진리이듯 ‘백기록이 불여일유물’인 경우가 자주 있다는 사실 p.64 땅에(p.71)서 새롭게 출토되는 자료에 의해 기존 정설은 붕괴되며 새로운 연구 과제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p.72 1부의 결론은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학자의 엉덩이가 더 가벼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문헌 자료만 가지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씨름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 답사가 필수인 시대다. p.72 역사학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고학자가 발굴한 유물을 가지고 화학자와 함께 분석하기도 하고, 토목공학자와 함께 공학적 원리를 규명하는 식으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역사 연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p.74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역(p.76)사는 과거의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하고 재구성한 결과다. 사학자라면 과거의 해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그런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되고 이어지며 미래로 나아간다. p.77 중국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고 한국사에서도 순장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던 때와 소멸되던 때를 확인 할 수 있으며 그 사이에 일어난 사회적 변혁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순장은 단순한 장례 풍습의 의미만이 아니라 계층분화 현상과 신분제 사회의 실체를 규명하는 실마리라 할 수 있다. p.112 대형 고분의 시대에서 불교 사원으로의 이행은 다시 말해 고대 사회에서 중세 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p.140 수도유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 고대 국가들이 주고받은 문화적 교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래저래 수도유적은 고대 국가의 다양한 면모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다. p.154 역사학자는 시세를 따라가며 연구해서도 안 되지만, 홀로 성을 쌓고 안주해서도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 교육이 우리의 고대 사회를 단일민족이라 표현하며,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민족으로 그려온 이미지를 정정하기 위해서다. 실상, 그런 민족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p.223 ‘동쪽의 조용한 은자의 나라’ 혹은 ‘순수한 단일민족’이라는 우상은 물론 ‘고대시대, 우리의 교섭 상대는 중국과 일본뿐’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깨야 한다. 쇄국을 국시로 삼던 19세기 말도 아닌데, 21세기에 태어난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런 역사관을 심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는 없다. / 21세기를 주도할 후손들에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 앞으로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태어난 장소와 얼굴 형태, 핏줄을 통해 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코리안의 인종적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p.226 몽골족과 스키타이, 무굴 등 우리가 제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국가는 사실 다문화 사회였다. p.233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분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국익을 위한 이합집산이 무궁무진하게 반복되는 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항상 우리 편을 들어주는 국가가 셋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주변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p.244 고대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를 경험했다. p.249 지금까지 소개한 유적들은 모두 우리 역사와 관련성을 갖기에 당연히 한국인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역사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것들만 연구해야 할까? 우리와는 무관하더라도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뛰어든다면 국고 낭비가 아니지 않을까? 이제 대한민국도 민족사를 넘어 세계사 연구에 공헌할 때가 되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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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북스의 이 시리즈를 몇 번 접해본 적이 있는데, 제목을 보고.... 삼국시대 관련 글을 읽기 전 제가 가지고 있던 삼국시대에 대한 어떤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구매해 읽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몹시 좋은 글이었고요(청소년 시절 들어 익숙한 임나일본부 설등이 양국의 합의에 의해 해결되었단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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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 교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입니다. 2020년 9월 15일 전자책 간행되었고, 저는 2023년 7월에 대여했습니다. 책을 대여하고 구입 순수대로 읽다보니 10월에 읽으려고 보는데 크레마클럽에서도 이용자들은 무료로 볼 수가 있더군요. 20**년 이후에 한성백제 박물관이 개관하고 고대사학회였나 박물관에서 학회가 있어서 참석했었습니다. 당시 대학원 수업 진행하셨던 교수님도 있고 수강생들도 한두명 더 참석해서 저녁식사도 같이했던 추억이있어요. 그때 삼국시대 전공하신 발표자 분들도 많았지만 토론자로 권오영 교수님이 처음뵜습니다. 말씀을 너무 재미있게 하시고 억장이 무너진다라는 말을 수시로 사용하셔서 더 기억에 남았던것 같아요. 이름보고 구입했어요 저는 원래 조선시대나 향통사에 관심이 있어서 고대사쪽은 정말 잘 모르는데 재미있게 잘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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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의 저자 권오영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한국)사학 과 교수, 중부고고학회 회장, 백제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시 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동산문화재, 매장문화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고 한다.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 현장을 지휘하면서 한성 백제 시대의 숨겨진 역사를 밝혀냈으며, 천안 청당동 유적, 순천 대곡리 유적 등 중요 유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삼국시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궁금해서 골랐던 이 책은 나에게 고고학에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선물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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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출판사에서 나온 서가명강 시리즈라서 궁금증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지만 조선시대 이야기는 많이 찾아보고 삼국시대 부분은 좀 약했습니다 ^^; 그래서 삼국시대 역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길래 제목부터 왠지 끌려서 읽었는데 재밌게 잘 볼 수 있었어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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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오영교수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분의 책은 처음이다. '서가명강'이라는 시리즈가 있는 줄도 몰랐다. 삼국시대 책을 찾다가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말 그대로 '럭키'다. 최근 읽은 역사책 중 최상위권에 랭크돼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이렇게 좋은 책은 뜬금없이 나타나고 찾아온다.
책이 주는 정보가 많고 값진 것이어서 추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저자의 주장이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져서 감동받은 것도 아니다. 그건 이 작은 책 속에 담긴 저자의 땀방울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에 대한 끝없는 열정 때문이다. 1960년생이니 환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종횡무진이다. 연구실과 책 속에만 갇혀있지 않기에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옛 돌궐의 이동로를 따라 중앙아시아 가로지르고, 백제의 사신을 따라 동남아시아를 넘나든다.
한국의 사학이 극복하지 못했던, 그래서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서 그는 겸허하게, 솔직하게 반성한다. 그리고 좀더 넓은 시각과 개방적인 사고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이웃국가와 민족들을 둘러보자고 제안한다. 나이가 젊음과 늙음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가 구상한 프로젝트들이 멋진 결실을 맺기를, 그래서 또 다른 책에서 좋은 지식을 얻게 되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에 드는 생각, 고고학과를 갈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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