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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해가능한 슈만의 음악들 처음에 앨범 표지를 보고 한참을 응시한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오이제비우스(Eusebius)와 플로레스탄(Florestan)으로 나뉜 2개의 CD속 곡들을 들으며 연주자가 이해한 슈만의 음악이 무엇인지 듣는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혹은 하늘인지 강물인지 모를 파란색이 겹치는 지점. 혹은 그마저도 실물인지 벽화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 지점. 그곳이 있기 전의 음악들과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던 시기, 말까지 잃어버린 시기의 작품들이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나뉘어 있다. 슈만의 음악이 한 번에 이해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의 음악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 음반의 음악들은 슈만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그래서 이해할 수 있는 연주들이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 자신의 화를 음으로 풀어내는 모습으로. #. Op.1과 Op.2 소리가 정말 좋은 Abegg 변주곡 Op.1과 나비 Op.2를 연이어 여러 번 들으면 슈만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을 한바탕 웃기는 것보다 순간적인 재치로 작은 웃음을 주는 청년 슈만이.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들으면 이해하게 되는,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되묻게 되는 사람이. #. 숲속의 정경과 어린이 정경, 다채로운 소품집 중 음악수첩 다섯 곡, 유령변주곡 슈만이 연주했다면 어떤 터치였을까? 어떤 템포로 그 음악적 분위기를 표현했을까? 지시어를 받아들이는 연주자의 모습이 보인다. 숲속의 정경 중 <고독한 꽃>, <정다운 풍경>과 <이별>, 어린이 정경 중 <미지의 나라들>, <만족>, <시인의 이야기>는 슈만의 가곡을 듣는 것 같다. 선율과 반주가 한 공간안에서 어울려야 한 곡이 완성되는. 특히, <이별>은 46마디부터 진행되는 소리의 사라짐의 긴 긴장관계를 여유로 풀어서 마지막 두 소리가 처음과는 대비되면서도 동떨어지지 않는 끝맺음이 된다.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곡은 다채로운 소품집 중 음악수첩 다섯 곡 중 첫번째 곡과 네번째 곡이 아닐까? 슈만의 선율같지 않은, 그러나 결국 슈만의 것인 선율이 귀로 보인다. 여기에 유령변주곡까지 이어서 들으면 클라라 슈만도 아니라고 했던 슈만의 음악이, 슈만의 성격이, 슈만이 표현하지 못했던 글과 말들이 무엇인지 알아듣고 있는 것만 같다. 다 듣고 이게 맞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는 것은 별개로. #. 이 앨범의 묘한 매력, 플로레스탄(Florestan) 잠잘 때 타이머 예약해놓은 상태로 들으면, 자칫 가위눌릴 수 있는 곡이 이 CD에 있다. 처음에 들었을 때, 슈만의 음악은 이런 점이 있겠구나 하고 넘겼는데, 점층적인 것과 달리 점강적으로 속도와 셈여림을 몰아가는 듯한, 그러나 긴 호흡으로 10마디 이상으로 끌어가서 상대방이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엄청난 볼륨감에 질식할 것 같은 곡 분위기. 당찬 모습으로 보였으나 그게 진짜 모습은 아닌 듯한 모습이, 그렇다고 마냥 숨죽이지만은 않는. 종잡을 수 없다는 것과는 다른, 모든 게 슈만이 가진 모습인데, 그 가장 밑바탕을 인간애 혹은 자신의 삶이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놓아 긴 이음줄과 짧은 이음줄이 마디를 넘나드는 슈만의 악보가 사랑스럽게 들린다. <밤의 소곡> 세 번째 곡을 밤에 듣다가 어느 순간에 울어버릴 것 같은, 그러다 다시 괜찮아지는. 그래서, 잠이 확 깨는. 어쩌면 슈만의 밤은 지구과학에서 말하는 낮과 밤의, 진짜 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러다 네 번째 곡을 들으며 편안히 잠잘 수 있는. 슈만의 악보상 지시어. 생기있는, 빠르고 경쾌하게. 이런 말들을 가벼운 터치가 아니라 왼손이 받아주고 오른손이 진행하다가 다시 왼손이 진행하는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 #. 슈만을 아는 첫 단계 슈만의 음악을 이해한다고 말하기 전에, 그가 누구인가를 설명하기에 좋은 음악들로 구성된 음반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를 병이 있는 사람으로 말하기 전에, 작품번호 1번부터 사후 그의 곡으로 인정받은 곡까지. 조용한 듯 하나 미묘한 긴장이 존재하고, 단순한 빠르기가 아니라 작은 변화를 어느 정도의 범위로 놓아야 하는지도 연구대상이 되는 그의 지시어들. 긴장이 풀린 듯 하다가 다시 시작되는가 싶고, 모두 해소되었다고 단정짓기에는 불안정한 그의 음악 속에 다정함과 따뜻함이 존재한다. Abegg를 듣는 순간, 빛이 산란하는 듯한 느낌은 이 음반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곡이다. CD순서대로 들어도 괜찮고, Abegg다음에 나비를 연결한 후 음악수첩, 유령변주곡으로 놓고 밤중에 들으면 굉장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슈만의 터치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터치를 안고 가다가 놓아버리는 지점, 특히 왼손이 강한 타건으로 흩뿌려질 때 클라라조차 보이지 않던 슈만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야만 살 수 있던, 그래서 혼자 병원으로 짐을 꾸러 28개월간 혼자 그 공간안에 머물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