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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된 책이 랩핑되어 있었습니다. 주문할 때부터 판형이 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소설이면서 왜 랩핑이 되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펼친 뒤에는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펼친 순간부터 너무나도 편안하게 읽혀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습니다. 읽는 내내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국보 「자화상」을 남긴 조선의 대표적인 문인화가로만 알고 있던 공재 윤두서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천연두, 이른바 ‘마마’로 수많은 백성이 고통받던 시기에 그는 의학서적을 탐독하며 과학적인 대응법을 연구하고 『두신론』을 집필했을 뿐 아니라, 직접 여러 지역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이를 가르쳤습니다. 또한 가뭄과 해일로 백성들이 굶주리자 자신의 재산인 산의 나무를 벌목해 소금을 만들어 팔아 구휼에 나섰고, 숙종의 부름도 거절한 채 묵정밭을 개간해 백성들이 스스로 농사를 지을 한 뼘 땅이라도 더 주려고 애썼습니다. 나아가 오랜 세월 쌓인 빚 문서를 과감히 불태우고, 노비의 재산을 주인의 것으로 귀속시키는 기상제도를 비판했을 뿐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행적을 통해 그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던 진정한 실학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임금의 부름조차 사양하고 벼슬길 대신 땅끝 해남에서 자신의 뜻을 펼친 그의 삶은, 시대와 신분의 한계를 넘어선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실학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성호 이익을 제자로 두고 많은 학문을 가르쳤으며, 실학을 집대성했다는 정약전, 정약용이 외증손자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장길산과 남구만을 등장시키며 그들과의 인연을 소설적으로 풀어낸 점도 좋았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묘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위대한 인물이 존재했던 조선 시대에 대한 질투가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이 시대에 왜 이런 인물을 만날 수 없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쩌면 시대가 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듯, 지금의 우리 역시 그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