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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수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날짜나 대중교통의 노선번호 혹은 전화번호처럼 거의 고유명사화 되어 쉽게 암기하고 있는 수들도 있고, 자신의 수입이나, 소비를 위해 필요한 상품의 가격 등과 같이 우리가 늘 함께 생활하는 수들도 있다. 이러한 수들은 우리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으며, 혹은 충분히 셀 수 있거나 머릿속에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기에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 수들에 대한 어려움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국가예산이나 GDP, 적자규모, 국방예산 등과 같이 큰 수들을 접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주에 관계되는 수들처럼 측정하거나 이론적으로 계산해야만 겨우 알 수 있는 아주 큰 수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수들은 머릿속에서 쉽게 그 크기가 가늠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그렇게 큰 수를 접했을 때 맥락에 맞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는 우리의 일상과 뗄 수없는 관계를 맺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수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흔히 우리는 수라고 하면 수학을 떠올린다. 그러나 수학이 수를 다루는 학문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수들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수학적인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 [세상의 모든 수 이야기]는 우리가 만나는 수들을 이해하는 수 감각을 다루고 있다. 이는 수학과는 다르며 직관적으로 수를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수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세상을 지배한다고 할 때, 수 감각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 세기나 측정 같은 수치능력을 통해 우리의 수 감각을 길러준다. 그리고 이러한 수 감각은 수가 우리 세상과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고, 어떻게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총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수 세기’에서는 수를 인지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수에 대한 즉각적인 인지능력과 어림능력에 가지고 있지만, 보는 즉시 개수를 인지할 수 있는 즉각적 인지능력은 대부분 4에서 끝나고, 자신있게 시각화하거나 직감할 수 있는 어림능력의 범위는 대략 1000안팎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보다 많은 수를 세고 이해하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수를 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만들어냈다. ‘제2부 측정하기’는 어떤 것의 크기를 가늠하는 능력과 단위에 대한 설명이다. 측정에는 기준수량인 단위가 필요하기에 측정한다는 것은 주어진 단위로 몇 개인지를 세는 일종의 복잡한 형태의 수 세기인 셈이다. 저자는 길이, 시간, 넓이와 부피, 질량, 속도 등의 기본단위와 측정방법, 그리고 그것의 유래를 통해 크고 작은 것을 비교하는 능력 및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수치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려준다. ‘제3부 과학의 수’는 과학에서 접할 수 있는 큰 수와 세상을 알고 이해하려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에서 파생된 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구, 태양계, 우주를 대상으로 한 숫자, 에너지의 단위인 주울(Joule)과 칼로리의 숫치가 의미하는 크기, 텍스트에 들어가 있는 단어의 수,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확률을 구할 때 사용되는 경우의 수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각종 수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마지막으로 ‘제4부 공적 영역의 수’에서는 말 그대로 개인의 일상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자, 인플레이션, 환율변동과 같이 경제에 나오는 수치, 인구와 관련된 각종 숫자, 소득이나 지니계수, 행복지수 등이 나타내는 삶의 질 측정방법 등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치들의 의미와 그 크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Is that a big number? 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수는 일단 원제마냥 ‘이것이 큰 수인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큰 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그것을 ‘큰 수를 인지하는 다섯 가지 기법’으로 부른다. 첫 번째는 ‘이정표의 수’로 비교하거나 기준으로 삼을 때 기억하기 쉬운 수를 이정표로 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중국 인구는 13억 이상, 적도둘레는 4만 킬로미터, 인간의 한 세대는 25년 등과 같은 수치를 이정표로 삼는다면, 어떤 수를 두고서 그 수가 큰 수인가라는 질문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정표 수는 정확한 수치라기보다는 근삿값이며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두 번째는 ‘시각화’이다. 머릿속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상황에 맞는 수를 상상하여 이미지화 하는 것으로 작은 것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큰 것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예로 광화문광장에 100만인파가 모였다고 하면 교실에 들어가는 사람 수가 몇 명인지, 운동장은 그런 교실이 몇 개 들어갈 수 있는지, 광화문광장은 운동장 몇 개에 해당하는지를 시각화하면 그 수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기법인 ‘분할점령’은 큰 수를 부분으로 분할하고 각각의 부분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어찌 보면 두 번째 기법인 ‘시각화’의 역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각화’가 어떤 수가 얼마나 큰 수인지를 인지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분할점령’은 서로의 크기를 비교할 때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네 번째 ‘비율과 비’는 1인당 혹은 총액대비나 성장률과 같이 주어진 수를 알맞은 크기로 나누어 어떤 수에 대한 비율로 표현하여 그 수가 의미하는 맥락을 찾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로그척도’로 아주 작은 수와 아주 큰 수를 비교한다. 이는 로그가 각 단계의 크기가 같다는 것은 이전단계의 구간에 일정한 수를 곱한다는 의미의 척도인 것을 이용하여, 절대적 차가 아닌 비율적 변동을 측정하여 다른 규모의 수들을 다루는 방법이다. 지진의 크기를 표시하는 리히터척도나 피아노 건반이 바로 로그척도를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다섯 가지 기법을 책 중간중간 필요한 지점에 배치하여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수 감각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준다.
이러한 수 감각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수 이해력이다. 수 이해력은 실용적인 능력으로 주어진 어떤 맥락에서 그 수가 큰 수인지 작은 수인지, 크다면 얼마나 큰 수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의 의미를 보다 잘 알고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주며, 숫자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수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 수가 자신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별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선동에 쉽게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 역시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도 많았음을 느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수 감각은 필요하며, 따라서 수 이해력을 보다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의 삶속에 스며든 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