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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죽임을 당하면 경찰은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을 잡기 위해 수사본부를 세워서 많은 형사가 수사를 해나간다. 처음에는 그러지만 시간이 흘러도 범인을 잡이 못하면 수사본부에 모인 사람은 흩어진다. 사건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니까. 그렇다고 그 사건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과는 다르게 그 사건을 맡는 사람이 줄어들 뿐이다. 이것은 책을 보고 생각한 것인데 정말 그럴지. 어떤 사건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가끔 그 사건과 관계있는 일을 알게 되면 다시 해결하려 한다. 어디에서는 해결하지 못한 사건만 맡아서 하는 부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부서 정말 있을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 사람을 누가 죽였을지 알려면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죽은 사람 둘레에 있는 사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죽임 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때도 많다. 그럴 때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여기에 그런 사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두번째 책에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새벽 가마타 국철 조차장에서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죽은 사람은 50대 남자로 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짓뭉개져 있었다. 남자한테 수면제를 먹여서 잠에 취해 있을 때 목졸라 죽인 거였다. 경찰은 원한 관계로 아는 사람이 죽였다고 보았다. 남자와 젊은 남자가 들어간 술집에서 ‘가메다는 지금도 여전하지요?’ 하고 젊은 남자가 말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남자가 도호쿠 사투리로 말했다는 것도. 이 단서로 도호쿠 지방에 살고 성이 가메다인 사람을 알아보지만 남자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이마니시는 가메다가 아닌 지역 이름이 아닌가 한다. 그 뒤 이마니시는 요시무라와 함께 우고 가메다에 가 본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것은 알아내지 못하고 얼마전에 그곳에 조금 수상한 남자가 왔다는 것만 알게 된다. 이마니시는 도쿄로 돌아갈 때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모임인 누보 그룹 사람을 잠깐 본다.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누보 그룹이 살인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작가는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수수께끼와 같은 사람들이 자꾸 나오는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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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모래그릇>은 1961년 출간된 이후 영화, 드라마로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의 주연작이라서 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몰라서 못 봤다. 그러다 최근 들어 예전에 읽은 마츠모토 세이초의 다른 작품들을 들춰보다가 <모래그릇>을 아직 안 읽은 게 퍼뜩 떠올라 바로 구입했다.
읽어보니 와... 너무 재밌다. 60년도 전에 출간된 소설인데 이렇게 재밌다니. 심지어 범인을 아는데도 재밌다니...! 거의 마지막까지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내가 아는 범인보다 더 범인 같아서, 나는 내가 20년 가까이 범인을 잘못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범인을 알아맞히기가 쉽지 않고, 범인을 알아내기까지의 과정이 엄청나게 스릴 넘치는데, 이렇게 잘 쓴 추리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어떠려나. 범인이 누구인지 바로 보이는데(대체로 개런티가 제일 높은 사람이 범인이다) 괜찮나?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1950년대 말 도쿄. 이른 새벽 운행을 앞둔 전차 밑에서 피투성이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경찰은 시체로 발견된 남자가 전날 밤 근처 싸구려 술집에서 젊은 남자와 술을 마셨다는 것, 일본 동북부 지방 사투리를 썼다는 것, 대화 중에 '가메다'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이를 끝으로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진다. 결국 경찰은 수사를 접지만,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는 자신의 사비를 써가며 후배 형사 요시무라와 함께 수사에 매달린다.
일단 소설의 주인공인 이마니시 형사의 캐릭터가 너무 좋다. 최근에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지만, 나는 (해리 홀레처럼) 음울하고 자기 관리 못 하는 형사보다 아르망 가마슈처럼 성실하고 일 중독적인 형사가 좋다. 이마니시는 전적으로 후자다. 그는 사건이 임의 수사로 바뀌었는데도 스스로 사비를 써가면서 사건에 매달리고, 집에서 아내와 대화할 때, 아들과 목욕탕에 갈 때에도 사건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다. 혹시라도 수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문이나 잡지 기사도 열심히 읽고, 실제로 그러한 노력들이 수사로 이어지는 점이 재밌었다.
60년도 전에 출간된 소설인 만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데, 그 점이 오히려 좋았다. 지금이라면 휴대폰 몇 번 만지면 해결될 일인데 이때는 휴대폰은커녕 전화가 없는 집도 많아서 형사가 직접 일본 동쪽 끝부터 서쪽 끝까지 다니는 모습이 신선했다. 신칸센이 생기기 전이라서 당일치기로 오갈 수 있는 거리를 야간열차 타고 힘들게 다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고,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답신과 함께 선물을 보내는 모습도 정겨웠다.
언론을 장식하는 유명 인사들의 부유하고 화려한 삶의 이면에는 부정과 타락이 있고, 그들의 삶을 뒷받침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나 빈민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죽어가는 모순을 묘사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사건이 도쿄에 있는 전차 역에서 발생한 점, 전차 노선도와 시간표가 주요 단서로 쓰이는 점을 비롯해 이후 전개 과정 면면이 2023년에 출간된 다카노 가즈아키 소설 <건널목의 유령>과 상당히 닮았다고 느꼈다(오마주일까). 같이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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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본 인상적인 리뷰로 읽게 된 책이다. 리뷰의 내용은 '마쓰모토 세이초 빼고는 일본 추리소설들은 거의 다 작위적이다' 였다. 난 당연히 소설이니깐 작위적인게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런 리뷰를 보니 마쓰모토 세이초가 상당히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그의 이름으로 된 상과 기념관이 있고 사회주의 추리소설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제목도 뭔가 어려워 보이지만 상하권으로 나눠져 있는게 갖고 다니기 편할 것 같아서 선택.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은은미'가 확실히 있다. 묘사와 대화가 은은하게 이어지며 긴장이 얕게 깔려있는 그 느낌!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결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읽고보니 게이고가 작위적인건 맞는듯ㅋ)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사건과 얽힌 배경을 하나씩 집요하게 파헤치며 범인 찾아내기' 의 맥락은 비슷하나 그 구성이 아주 흥미롭다. 일단 상권은 빌드업의 단계다. 일본 시대 배경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인물 배경에 심오한 지식을 요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의 디테일에 매우 놀라면서 읽었다. 하권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26년독서마라톤 #마쓰모토세이초 #추리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