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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흔히 우리는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거운 순간을 살아 내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마음의 상처 또한 내가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견뎌내는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견디지 않는 삶이 있기는 할까? 그래서 저자의 글에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말을 줄여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즐겨 쓴다. 하루에 하나 정도의 소확행을 찾으려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생각해보면 하나 정도는 떠오른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저자처럼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인생을 살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여행’을 선택한듯하다.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p.21.여행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당연하지 않은 일로 만들었다.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제목을 접하고 혼자만의 오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저자의 뜻과는 상관없이 엉뚱하게 글을 읽었다. 여행에서 만난 멋진 곳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의미로 제목을 받아들인 것이다. 짧은 글들이 이어지면서 여행이 주는 많은 상념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의 상념에 공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나의 상황에 부러움이 컸다. 그런 부러움이 저자가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것인지, 소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며 떠날 수 있는 저자의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에 담긴 은은한 향기가 부러움을 더욱 키운다.
이름도 낯선 도시를 만나 느끼는 설렘은 어떤 것일까? 유명 여행지가 아닌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좁은 골목을 찾아 나서는 저자의 길을 함께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게서 조금 더 멀어진 용기 있는 삶이 저자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의 의미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
p.179. 사람들의 부러움과 다르게 나는 늘 내가 여행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좋았을 터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왜 나는 여행을 떠나는 걸까. 조금 마음이 먹먹해졌다. 여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행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들은 삼키고 또 삼켰다.
저자 조아연은 힘들고 지칠 때 여행을 통해서 살아갈 힘을, 행복을 찾은 듯하다. 그 행복은 나에서 시작해서 너 그리고 당신으로 퍼져간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여행에서 받은 행복은 결을 달리한다. 사랑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해 새어 나오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런 사랑과 함께하는 여행을 소소하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 둘 너와의 여행은 너무나 달콤했다. 잔잔한 이야기는 여행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인 이야기 셋 당신들에서 닻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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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길 위에 조금씩 쌓인 시간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은 앞으로의 나를 만들 테니 결국 난 여행을 계속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찮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포기하지 못해 계속 여행을 떠나게 될 것 같았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보다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자기성찰을 보여주고 있어서 깊어지는 겨울밤에 함께 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짧은 글들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삶의 의미가 깊은 사색에 닿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그 매력은 글과 함께 실린 산뜻한 사진으로 더 커진다. 산뜻한 사진과 편안한 글들의 매력이 저자와의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 삶의 깊이를 여행으로 그래낸 수묵화 같은 은은한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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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그저 그런 시골이었지만,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곳에 살다 보니 혼자, 둘 혹은 여럿이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다니는 걸 자주 보게 되었다. 나의 일상이 누 군가에겐 여행이 되기도 하는구나 싶어 그들이 부러웠다. 인생 통틀어 여행이라곤 수학여행, 신혼여행 포함 손에 꼽는 몇 번이 다였던 나에겐 어쩌면 그들의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일상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특히, 작년부터 계획했던 올 봄 여행이 미뤄지면서 부 터는 여행이 간절했다.
그래서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 혹은 무엇 때문일까? 라는 궁금증도 한 몫 했다. 책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함께 여행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어떻게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각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들, 그걸 함께 나누는 사람과의 추억들, 각 여행지에서 스쳤던 사람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일상의 소소함부터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까지 담겨있는 책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좋아하는 일이 여행이라서 여행을 떠난다는 작가님.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멋있다고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일상에서 무엇인가를 꾸준히 노력하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더 부럽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설렘, 특별함, 긴장감 이런 것들을 느끼려고 여행을 한다. 어쩌면 작가님은 그 반대가 아닐까? 여행지에서 일상을 느끼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여행은 더 특별할지도 모른다.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모두들 인생 사진을 한 장이라도 건져보겠다고 사진 잘 찍어주는 가이드를 선정하고 그 멋진 풍경을 미처 눈에 담지 못하고 셔터를 누르는데 집중하지만, 작가님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해가 지는걸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사소하고 소소할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시선에서의 감정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소박하기도 하고, 아름다우면서 이국적인 화려한 사진들은 덤으로 눈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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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 조아연 / 하모니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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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나 연말에 그동안 모아둔 연차를 몽땅 여행으로 써버릴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편이라 웬만한 여행관련 책이나 잡지는 거의 다 읽어보았다 이 책이 지금까지 본 책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가 여행서적에 기대하는 유명한 여행지나 핫스팟, 여행꿀팁,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드라마틱한 여행 에피소드 같은게 없다 저자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 어디론가 떠나고싶다는 상상을 하고, 어른이 되어 일상의 무게에 지칠때마다 도망치듯 어릴때 꿈처럼 낯선곳으로 떠난다 '길에서 만난 나와 너,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저자 혼자서 떠난 여행의 단상을 기록한 '나의 여행', 사랑하는 사람과 떠난 여행을 추억하는 '너와의 여행',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당신들' 총 세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저자는 꽤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뉴욕이나 파리처럼 내가 가본 곳도 있고, 나의 로망 여행지인 옐로나이프도 있고,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슬로베니아 블레이드 호수같은 이름도 생소한 곳도 있다 저자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보통의 여행책이나 여행 에세이에 나오는 요즘 뜨는 레스토랑 카페 명품샵 등은 하나도 없다 예를들면 뉴욕하면 누구나 하나씩 말하는 MoMA 센트럴파크 소호 브로드웨이 뮤지컬 대신 저자가 숙소로 이용한 작고 오래된 아파트의 고양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버스비를 구걸하던 이스라엘 여인, 팔찌 파는 10살 쿠스코 소년, 볼리비아 택시운전사와의 추억같은 낯선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다른사람들이 볼땐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저자에겐 다른 어떤것과도 바꿀수없는 소중한 순간들일것이다 책에 나온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을 읽고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내가 떠난 여행지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보았다 언제나 빡빡한 일정에 떠밀려 한군데라도 더 가고 하나라도 더 보고 추억으로 남길만한것들을 사기위해 바쁘고 피곤하기만했던 나의 지난 여행들에 놓쳐버린건 없을까? 저자처럼 에스프레소 한잔, 동네 슈퍼마켓, 작은 단골식당같은 소소하고 따뜻한것들 말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어도 마음대로 떠날 자유가 없어진 지금, 코로나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길위에서 만나는 작은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될수있다는걸 보여준다 '길위에 조금씩 쌓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은 앞으로의 나를 만들테니 결국 난 여행을 계속 할수밖에 없겠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떠날수있는 날이 오면 우리 모두의 여행도 계속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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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더 특별해지는 일상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거라니. 여행의 반대말이 일상이라면, 제목을 이렇게 바꿔도 될까 싶다. ‘일상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작가는 조금은 특별하게 여행을 한다. SNS의 알고리즘에 따라 일반 대중들이 자기도 모르게 추천하는 유명 관광명소나 맛집을 찾아다니기 보다는, 여행지의 일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컨셉으로 여행한다. 여행을 하면서도 정작 책에 쓴 것은 여행지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얘기다. 우리도 매일 하는 그것, 씻고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 것. 여행을 떠나 일상을 생각하는 책이다.
‘소금사막을 즐기는 방법’이 가장 인상 깊었다. 볼리비아의 소금사막을 투어하는 팀이 꾸려졌는데, 그곳의 절경을 어떻게 하면 카메라에 생생히 담아낼까를 고민하는 다른투어팀들과는 달리,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노을을 기다리며 맥주 한잔씩을 하는 그럼 사람들이었단다. 소금사막에 한국형 편의점이라도 있다면 딱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이 순간을 작가는 다시는 없을 완벽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한다.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라는 여행에 관한 뻔한 클리셰가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작가는 사람을 훌쩍 도망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선택할 용기 없었다고 고백한다. 꾸준히 일상에서 노력하는 일들이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는 거다. 우리가 여행하는 그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그도 일상에서 노력하는 우리들을 부러워한다.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즐길 수 있게 더 나이를 먹으면 좋겠다는 내 기도가 작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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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에서 가장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해외여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0년 들어 처음으로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속의 풍경 사진을 보면서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습니다. 갈증 해소도 됐고요.
초판 1쇄 발행일이 2020년 9월이더군요. 저자가 코로나 이전부터 원고를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이 그에게도 조금은 다르게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이 듭니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가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어떻게 해석될 수 있으며, 소설가의 여행은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가’에 대한 책이었다면, 조아연 작가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완전히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행에 가까운 일이며, 어쩌면 돈 쓰고 마음 쓰고 시간 쓰는 고통 감내 수련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려동물과 같이 좋아하지만 포기해야 하는 요소들도 생기기 마련이고요.
저자는 ‘여행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당연하지 않은 일로 만들었다.’라고 했습니다. 모로코에서 안경다리의 나사가 빠졌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요. 한국에서는 손쉽게 해결할 일이 타지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불편함이 따라오게 됩니다. 안경원을 찾는 것부터, 원하는 나사 색으로 수리하는 것도, 바가지 쓰인 금액 같은 것들 말입니다. 저자는 이런 변수들을 ‘새로운 일상’이라고 여깁니다. 그것이 여행가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여행은 일상을 비틀기에 성찰을 동반합니다. 저자는 파리에서 첫 마카롱을 먹어본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럴싸한 식당에서 밥 한 끼 먹을 엄두를 못 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이 작은 마카롱은 행복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의 난 마카롱 하나로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로 행복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이제는 마카롱 하나로 행복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에펠탑이 있는 자리를 사랑한 저자는 이곳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스스로가 변칠 않기를 바랐습니다. 모두의 마음이 그러한 것처럼요.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죠.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것이 버킷리스트입니다. 저자가 오로라를 보고 느낀 감정을 텍스트로 읽으면서 본 적도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마스크 없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던 과거에 대한 향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깜깜한 밤하늘을 찢고 오로라의 단면이 빛의 조각처럼 쏟아져 내렸다’라니, 참 시적인 비유입니다.
여행하면 사진에 집착을 많이 하게 되는데,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인 것 같아서 그렇게 조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오로라를 보면서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웠다고 하네요. 동시에 스스로 답을 제공합니다. 이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염려 없이 기억하면 된다고.
어쩌면 여행은 마음에 병든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역시 이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게 된 이유가 외로워서라고 하네요. 누군가가 자신에게 마음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 모든 것을 갚을 수 없는 빚이라고 생각했다고. 누구에게나 이런 심리적 불안 상태가 한 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낭만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도피적 성격을 갖는 것이죠.
한 줄 평을 남기자면 여행 가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여행을 다니는 저자의 버거운 순간까지도 부러워질 만큼, 지금 우리에게 가장 간지러운 부분이 여행이기에요. 여행이 좋은 이유는 그것이 취향을 꽃피우게 하는 기름지고 넉넉한 토양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자는 현지인과 다르게 24시간이 모자란 계획을 수행하고, 하루를 보람되게 산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잠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 추억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값지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책에선 ‘가지고 있는 시간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훌훌 털어 행복을 샀다’라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쉬는 순간에도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침범해오기에 여행을 떠나야만 비로소 모든 것에서 멀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읽는 내내 역설적으로 여행이어서 좋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는 거의 가보지 못한 곳이었지만, 여행이라는 본질은 같기에 공감 가는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대낮에 몇 번이고 지나갔던 길도 밤이면 완전히 낯선 길로 느껴진다거나, 여행 다니면서 환경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이 그랬습니다. 여행책에서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민폐라는 점을 꼬집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품은 책이라 여행 가이드북을 기대한 독자는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책에 나타난 여행지들이 죽기 전에 한 번쯤 가봐야 하는 곳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행 의지가 타올랐고 또한 사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우리에게 여행이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한 노동 현장이 우리에게는 관광이겠지요. 미얀마의 작은 도시 ‘인레’에는 피셔맨이 있습니다. 일몰에 맞춰 물고기를 잡는 척을 하며 피사체가 되어주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관광객의 카메라 앞에 설까요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이 여행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품고 삽니다. 남들의 부러움과 다르게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현재 그가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누군가는 결단 내리기를 힘들어하는데, 저자 같은 사람에게 여행은 그저 훌쩍 떠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들로 만들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네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사랑스러운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그 순간들이 살아갈 힘을 준다면 그 시간은 작은 여행이 될 거라고,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에세이는 닫힙니다.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독자 모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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