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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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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사진으로 세상 읽기박상익정한책방/2020.9.13.sanbaram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디지털 사진이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눈에 띄는 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자연은 물론이고 요즘 한창 유행인 먹거리나 음식에 대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목적도 찍는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고, 특화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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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사진으로 세상 읽기

박상익

정한책방/2020.9.13.

sanbaram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디지털 사진이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눈에 띄는 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자연은 물론이고 요즘 한창 유행인 먹거리나 음식에 대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목적도 찍는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고, 특화되기도 한다.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은 한 장 사진에 담긴 내용과 인문학을 매치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우석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강의 하면서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번역은 반역인가>, <나의 서양사편력 1,2>, <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읽는 법>, <번역청을 설립하라>,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등 다수가 있다.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서울신문2년여 동안 연재된 사진과 글 중에서 50편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서문에서 사진을 시각적 이미지에 환정하지 않고,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끌어내려는 시도이다. 사진과 인문학의 크로스오버라고 봐도 좋다.(p.8)”고 말한다. 이미지를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머리로 사색하고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의 영역으로 변환시켜 보려고 시도한 것이라 한다. 일부러 찍은 것이 아니라 생활하는 동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촬영하게 되었고, 그 사진을 보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전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하고, 자기의 관심분야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사진 속 이미지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가가 아이의 공중부양 순간을 말없이 기다리다가 순간 포착 하듯이 학교와 사회는 그들의 재능과 미덕이 드러나기를 인내하며 기다리다가 찾아내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p.19)” 이처럼 공중 부양하는 소녀의 사진을 보며 교육의 역사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매치해보면서 위와 같은 문제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횡단보도의 줄무늬는 통행의 어려움을 뜻하지만, 동시에 안전한 통행 가능성을 뜻한다. 통행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보행자를 보호하기도 한다.(p.43)” 줄무늬를 가로세로 엮으면 그물이 된다. 소외 계층에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의 그물망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진사회 일수록 정교한 줄무늬가 필요한 이유다.

 

빨간색은 고대로부터 귀한 염료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색은 임페리얼 퍼플이었다. 황제의 자주색이라는 뜻의 이 색상은 범위가 넓어서 자주색뿐만 아니라 진한 주홍과 선홍색까지도 포함한다.(p.68)”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 색에 관한 열망이 강했다. 로마 공화정 시대에는 집정관이나 전쟁에 이기고 개선하는 장군들만이 자주색 망토를 착용할 수 있었다. 로마 제정 이후 자주색은 황제 전용이 된다. 이 전통은 로마 멸망 이후 중세에도 이어져 자주색은 왕이나 귀족의 색으로 간주됐다. 고대 지중해 세계 동쪽 해안 레반트에 거점을 둔 페니키아인들은 페니키아 근해의 뿔고동에서 채취한 값비싼 자줏빛 염료를 지중해 각지에 수출해 큰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거미형, 개미형, 나비형인간이 있다는 것이다.(p.76)” 거미는 제 몸에서 실을 뽑아 그물을 치고, 조용히 앉아 걸리는 곤충들을 잡아먹고 산다. 개미는 하루 종일 활동하면서 먹을 것을 물어 집에 저장한다. 한편 나비는 한 곳에 머무르는 법 없이 이 꽃 저 꽃으로 전전하면서 가루를 모아 꿀로 변화시킨다.

 

가을바람에 콩 껍질이 우수수 날아간다. ‘잘난 엘리트들에겐 알맹이를 가려내는 촌부의 분별력도 없어 보인다. 시인 신동엽이 말했다. 껍데기는 가라!’(p.147)” 스스로 잘났다고 으스대는 엘리트들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 헌신한다는 기개는 없고 완장차고 양아치 짓을 즐기는 껍데기 군상들이다. 우쭐대는 사춘기에서 성장이 멈춘 자들이다.

 

흑사병은 교역로를 따라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 됐다. 먼저 바닷가 항구를 기습했고, 그 다음 내륙으로 이동했다. 하루 약 3킬로미터의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이 최초의 대유행이 있고 나서 흑사병은 향후 300년 동안 유행병으로 발병했다.(p.176)”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카파는 동서양 교역의 접점이다. 이 도시를 3년간 포위했던 몽골군은 1346년 물러나면서 선물을 남긴다. 병에 걸려 죽은 군사들의 시체를 투석기로 성벽 안에 던져 넣는 것이다. 흑사병은 그렇게 성안으로 침투했다. 성에 피신해 있던 제노바 상인들이 본의 아니게 균의 전파자가 됐다. 이듬해 여름 이들이 고향으로 향하며 들른 지중해 항구마다 환자가 속출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종종 듣던 말이 있다. 상놈은 나이 먹는 게 벼슬이다.’ 연암 박지원의 경우에서 보듯이 학문과 실력만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인정받을 수 있는 양반과 달리 상놈은 나이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뜻이다.(p.182)” 유교 전통 속에서도 나이만 앞세우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기풍이 맥맥히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오죽 내세울 게 없으면 나이 자랑이냐는 거다. 그렇다면 몇 달 차이로 위아래를 가르는 풍토는 천민자본주의 시대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학교 선후배 서열과 군사문화의 영향이 크다. 그 결과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처음 만나는 묻는 말도 몇 살이야?”라고 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k******4 2020.10.06. 신고 공감 1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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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사진으로 세상 읽기 박상익 정한책방/2020.9.13.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디지털 사진이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눈에 띄는 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자연은 물론이고 요즘 한창 유행인 먹거리나 음식에 대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목적도 찍는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고, 특화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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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세상 읽기

박상익

정한책방/2020.9.13.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디지털 사진이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눈에 띄는 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자연은 물론이고 요즘 한창 유행인 먹거리나 음식에 대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목적도 찍는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고, 특화되기도 한다.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은 한 장 사진에 담긴 내용과 인문학을 매치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우석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강의 하면서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번역은 반역인가>, <나의 서양사편력 1,2>, <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읽는 법>, <번역청을 설립하라>,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등 다수가 있다.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서울신문2년여 동안 연재된 사진과 글 중에서 50편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서문에서 사진을 시각적 이미지에 환정하지 않고,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끌어내려는 시도이다. 사진과 인문학의 크로스오버라고 봐도 좋다.(p.8)”고 말한다. 이미지를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머리로 사색하고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의 영역으로 변환시켜 보려고 시도한 것이라 한다. 일부러 찍은 것이 아니라 생활하는 동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촬영하게 되었고, 그 사진을 보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전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하고, 자기의 관심분야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사진 속 이미지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가가 아이의 공중부양 순간을 말없이 기다리다가 순간 포착 하듯이 학교와 사회는 그들의 재능과 미덕이 드러나기를 인내하며 기다리다가 찾아내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p.19)” 이처럼 공중 부양하는 소녀의 사진을 보며 교육의 역사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매치해보면서 위와 같은 문제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횡단보도의 줄무늬는 통행의 어려움을 뜻하지만, 동시에 안전한 통행 가능성을 뜻한다. 통행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보행자를 보호하기도 한다.(p.43)” 줄무늬를 가로세로 엮으면 그물이 된다. 소외 계층에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의 그물망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진사회 일수록 정교한 줄무늬가 필요한 이유다.

 

빨간색은 고대로부터 귀한 염료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색은 임페리얼 퍼플이었다. 황제의 자주색이라는 뜻의 이 색상은 범위가 넓어서 자주색뿐만 아니라 진한 주홍과 선홍색까지도 포함한다.(p.68)”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 색에 관한 열망이 강했다. 로마 공화정 시대에는 집정관이나 전쟁에 이기고 개선하는 장군들만이 자주색 망토를 착용할 수 있었다. 로마 제정 이후 자주색은 황제 전용이 된다. 이 전통은 로마 멸망 이후 중세에도 이어져 자주색은 왕이나 귀족의 색으로 간주됐다. 고대 지중해 세계 동쪽 해안 레반트에 거점을 둔 페니키아인들은 페니키아 근해의 뿔고동에서 채취한 값비싼 자줏빛 염료를 지중해 각지에 수출해 큰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거미형, 개미형, 나비형인간이 있다는 것이다.(p.76)” 거미는 제 몸에서 실을 뽑아 그물을 치고, 조용히 앉아 걸리는 곤충들을 잡아먹고 산다. 개미는 하루 종일 활동하면서 먹을 것을 물어 집에 저장한다. 한편 나비는 한 곳에 머무르는 법 없이 이 꽃 저 꽃으로 전전하면서 가루를 모아 꿀로 변화시킨다.

 

가을바람에 콩 껍질이 우수수 날아간다. ‘잘난 엘리트들에겐 알맹이를 가려내는 촌부의 분별력도 없어 보인다. 시인 신동엽이 말했다. 껍데기는 가라!’(p.147)” 스스로 잘났다고 으스대는 엘리트들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 헌신한다는 기개는 없고 완장차고 양아치 짓을 즐기는 껍데기 군상들이다. 우쭐대는 사춘기에서 성장이 멈춘 자들이다.

 

흑사병은 교역로를 따라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 됐다. 먼저 바닷가 항구를 기습했고, 그 다음 내륙으로 이동했다. 하루 약 3킬로미터의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이 최초의 대유행이 있고 나서 흑사병은 향후 300년 동안 유행병으로 발병했다.(p.176)”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카파는 동서양 교역의 접점이다. 이 도시를 3년간 포위했던 몽골군은 1346년 물러나면서 선물을 남긴다. 병에 걸려 죽은 군사들의 시체를 투석기로 성벽 안에 던져 넣는 것이다. 흑사병은 그렇게 성안으로 침투했다. 성에 피신해 있던 제노바 상인들이 본의 아니게 균의 전파자가 됐다. 이듬해 여름 이들이 고향으로 향하며 들른 지중해 항구마다 환자가 속출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종종 듣던 말이 있다. 상놈은 나이 먹는 게 벼슬이다.’ 연암 박지원의 경우에서 보듯이 학문과 실력만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인정받을 수 있는 양반과 달리 상놈은 나이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뜻이다.(p.182)” 유교 전통 속에서도 나이만 앞세우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기풍이 맥맥히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오죽 내세울 게 없으면 나이 자랑이냐는 거다. 그렇다면 몇 달 차이로 위아래를 가르는 풍토는 천민자본주의 시대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학교 선후배 서열과 군사문화의 영향이 크다. 그 결과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처음 만나는 묻는 말도 몇 살이야?”라고 한다.

 

이달의 사락 k******4 2023.01.06. 신고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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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세상 톺아보기 -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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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세상 톺아보기<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을 읽고[책을 열며] 이따금 일상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움직임 속에서 잠시 멈춰진 찰나이거나 고정된 그림이나 사진 속 풍경일수도 있다. 포착된 순간은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그 속에 혹은 그 너머에 있는 현상이나 진실을 상상하게 만든다.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층 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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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세상 톺아보기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을 읽고


[책을 열며] 이따금 일상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움직임 속에서 잠시 멈춰진 찰나이거나 고정된 그림이나 사진 속 풍경일수도 있다. 포착된 순간은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그 속에 혹은 그 너머에 있는 현상이나 진실을 상상하게 만든다.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층 격을 높여 그 결을 더듬어 인문학적 사유와 통찰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하는 책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포착한 이미지에서 '삶'을 길어 올린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이다.

 

    이미지를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머리로 사색하고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의 영역으로 변환시켜 보자는 것이다. 이미지 시대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사진을 통해 사회를 돌아보고, 역사를 생각하고, 개인의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이다.(8~9쪽)

 

[책속으로] 이 책은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저자가 선별한 52장의 사진과 함께 역사, 정치, 사회, 종교, 과학, 기술, 독서, 교육, 문학, 철학, 영화 등 세상살이에 대한 저자의 인문학적 견해를 담고 있다. 특히 서양사 전공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흥미를 돋우어 준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몇 장면들을 옮겨본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서양이 500년 걸려 이룩한 업적을 달성했다.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이 있었고, 반도체 등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에 올랐다. 하지만 독서의 영역만은 성장 과정에서 생략됐다. 우리 역사에는 유럽이 경험한 '독서문화의 황금시대'도, 일본이 경험한 '독서국민의 탄생'도 없다.(34쪽)

    저자는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소녀를 보며 독서문화의 황금기를 경험하지 못한 채 디지털 시대로 훌쩍 넘어온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독서 인구절벽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염려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 전반에 걸쳐 독서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중세 유럽인에게 줄무늬는 '다양성'을 의미했다. 오늘날에는 다양성을 젊은, 관용 같은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중세에는 다양성이 죄악과 지옥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개념이었다.(40쪽)

    저자는 줄무늬에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한다고 말한다. 18세기 말에 사람들이 줄무늬 옷을 보고 죄수를 떠올렸고 감옥의 창살을 상징하기도 했다. 반면 줄무늬는 '보호'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무방비 상태의 잠자리에서 악령과 악몽에서 우리를 지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줄무늬 파자마를 입는 이유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횡단보도의 줄무늬 또한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 통행의 어려움을 뜻하는 동시에 안전한 통행 가능성을 뜻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줄무늬를 가로세로로 엮으면 그물이 되는 것처럼 소외 계층에게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의 망網, 즉 그물망은 선진사회일수록 정교하게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 <사브리나>의 리메이크판에는 원작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 추가됐다. 사브리나의 아버지 페어차일드는 딸에게 자신이 왜 자가용 운전기사로 취직했는지를 설명하며,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한 단 한 가지의 조건이 바로 '독서할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는가 였다는 것이다. 책과 멀어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다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설정일지 몰라도, 코로나 시대를 맞아 독서의 재발견이 이뤄지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을 세 가지 유형, 즉 낡은 것을 벗고 새것을 향해 나아갈 용기가 있는 '나비형' 인간, 돈과 지위, 지식과 권력을 부지런히 긁어모으는 '개미형',  탐욕스럽게 그물에 걸리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거미형'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비, 개미, 그리고 거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지금 나는 과연 어떠한 유형에 속하는지 되묻고 또 반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피천득의 수필하면, 그의 딸 서영이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가 평생토록 사랑한 두 여자가 딸과 엄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나'는 엄마를 쉽게 찾아내는데, 엄마는 왜 '나'를 금방 찾지 못했는지 그 시절에는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동심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걸 일깨워주는 것 같다.

    동심을 귀하게 여긴 피천득은 점잔을 빼는 학계 '권위'나 사회적 '거물'을 보면 그를 불쌍히 여겨 그의 어릴 적 모습을 상상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135쪽)

 

 

    지식인은 웬만한 고통쯤은 스스로 위무하면서 견딘다. 반면 무식자는 고난을 겪는 자기만 있을 뿐이지 그러한 자기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기가 없다.(210쪽)

    저자는 작가 이병주의 감옥생활을 말하며 슬기로운 감옥생활을 하는 데 지식인과 무식자의 차이를 위와 같이 말한다. 현재 우리는 반강제적 자가격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자기를 격려하는 또 하나의 자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 격리중인 우리를 다독이고 힘을 내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격려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책을 닫으며] 사진 속 소년을 바라보는, 또는 어떠한 현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저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소년의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러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상상하고 사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같은 사진 혹은 현상을 보면서 저마다의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서로 다른 사진 혹은 현상을 통해서 하나의 일치된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었거나 읽을 사람들마다 책에 담겨져 있는 사진들과 저자의 견해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사물이나 현상을 조금 더 깊이있게 톺아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마중물과 같은 역할은 해낸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나만의 사진을 찍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해보는 시간을 가질 차례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k*****o 2020.10.02.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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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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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한창때는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며 풍경과 아이들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요샌 어느 순간 핸드폰의 편리함에 묻혀 사진기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정 필요하면 콤팩트 카메라를 주머니에 챙기곤 한다. 저자인 박상익 교수는 우석대 서양사 강의를 하셨던 분이다. 교수님의 저술한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제목만 봐선 낯선 책들이 많다. 인문학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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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한창때는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며 풍경과 아이들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요샌 어느 순간 핸드폰의 편리함에 묻혀 사진기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정 필요하면 콤팩트 카메라를 주머니에 챙기곤 한다.

 

저자인 박상익 교수는 우석대 서양사 강의를 하셨던 분이다.

교수님의 저술한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제목만 봐선 낯선 책들이 많다.

 

인문학 소양이 부족한 나에게 사진과 함께하는 인문학이라고? 하는 흥미가 생겼다.

 

마치 아래 책들과 같은 기대감??

미술관 옆 인문학
미술관 옆 인문학

저자 : 박홍순
출판 : 서해문집
발매 : 2011.01.05.
크로스
크로스
저자 : 정재승, 진중권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 2009.12.15.

요새 다른 분야에 대한 융합과 통찰에 대한 사고가 많이 필요한데,

막상 읽어보니 위에 책과는 결이 다른 크로스, 범위의 확장이다.

 

노 교수의 안목과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들,

그리고 서양사 전문가 다운 역사적 지식 등이 책에서 묻어 나온다.

 

좀 아쉬운 건 사진에 대한 크기가 더 컸으면 좋았겠다란 것과 사진 책이라면 종이 질을 더 좋게 했었으면 마음에 더 와닿을거 같은 아쉬움이다.

 

아무리 작가님이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이 책은 사진 전문가의 사진 책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진이 좀 흐릿한 느낌이다.

글머리에 작가님이 '습작으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진을 화두 삼아 역사, 정치, 사회, 종교, 과학, 기술, 독서, 교육, 문학, 철학, 인문학 영화..... 우리네 삶 전반을 돌아보는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데 사진의 시각적 요소가 좀 약한 느낌이다.

 

하지만 글은 찬찬히 음미하면서 내용을 생각하게 만든다.

52개의 글과 사진으로 이야기가 쓰여 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든 사진은 아래 사진이다.

 

가게인 지 열린 문틈 사이로 할아버지 한 분이 책상에 기대여 졸고 계신다.

책상 밑에 초록색 병이 있는 걸 보니 취해서 졸고 계신 거 같다.

저자는 이 사진에서 변영로와 정인보의 이야기를 적었다. 구한말 5살 나이 차이가 났어도 친구였던 그 둘 이야기로 우정과 효심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먼저 보고, 글을 읽는다. 그리고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지만 꽤 잘 찍은 사진들이 많다.

아닌가 사진에 대해 교수님이 역사적 이야기, 그 사진을 통한 현시대에 던지는 화두 때문인지 글을 읽은 뒤 다시 보는 사진이 처음에 봤을 때와 이미지가 다르게 느껴진다.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코로나 이야기도 나온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타 종교에 관대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개신교 문제점 등에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독서하지 않는 현시대에 대한 걱정에 대한 이야기... 사진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요새 가을이라 날이 매우 좋다.

내일은 오랜만에 나도 사진을 찍으러 나가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2 2020.09.26.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하나의 사진, 하나의 찰나 그리고 하나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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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진을 좋아하시는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 사진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총 52장의 사진과 그에 얽힌 52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이 책을 이루고 있는 사진들은 전문 포토그래퍼가 전문가용 사진기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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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사진을 좋아하시는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 사진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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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52장의 사진과 그에 얽힌 52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이 책을 이루고 있는 사진들은 전문 포토그래퍼가 전문가용 사진기를 이용해 찍은 사진들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학자인 저자가 손 안의 작은 카메라로 담은 사진들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아니다. 오롯이 저자 한 사람의 눈에 담긴 그 장소의 그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다. 

 사진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을 담은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 찰나는 사진으로 담김으로서 영원으로 변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52개의 사진들은 역사학자의 눈으로 담은 52개의 영원들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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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진들, 그 영원들은 2004년의 대전부터, 2009년의 삼례, 2017년의 파리, 2019년의 영국, 2020년 서대문형무소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담겨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사람들의 사진이다. 저자는 이런 평범함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 하나하나의 순간들 속에서 하나하나의 인문학적 사색들을 담았다.

 담벼락에 누워있는 백구의 모습에서 바로크 시대의 백기사의 모습을 보고(고독한 백기사), 두 아이들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 속에서 생명을 본다(두 그림자). 현재의 모습 속에서 과거를 찾아보기도 하고, 과거의 사진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고찰하기도 한다. 노인의 모습에서 봄의 생기를 보기도 하고(인생의 봄), 강아지의 기지개에서 새로운 출발을 잦기도 한다(새 출발).

 이러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 시간과 그 사회에 도달해 있음을 본다. 사진이라는 찰나가 담긴 포탈을 통해 저자가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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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시선은 모든 곳의 모든 시간을 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시선에 우리를 함께 데리고 간다. 그리고 옆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그 이야기 속에는 이 세대를 향한 저자의 고뇌의 흔적도 담겨있고, 이 세대를 향한 사랑의 흔적도 담겨있다.  

 그래서 아무리 이 세상에 대해 냉소적인 사람일지라도 저자의 사진과 글을 듣다보면 조금은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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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의 구조는 우리 눈의 구조를 모방한 것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이 좋은 사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눈으로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의 사진들은 좋은 사진들이다. 좋은 시선들이다. 또, 새로운 시선들이다. 그리고 그 찰나를 담은 사진들, 시선들은 우리를 찰나를 넘어서는 시간들로 데려간다. 


 오늘 우리는 어떤 인문학의 시간들을 지나고 있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n********e 2020.10.24. 신고 공감 0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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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상익은 우석대학교 명예교수. 청주에서 태어났다. 우석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강의하면서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다. 역사·문학·종교의 학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저술 및 번역을 하고 있다.이 책은 저자가 찍은 수만 장의 사진 가운데 선별한 52장의 사진, 그리고 각 사진을 화두 삼아, 역사, 정치, 사회, 종교, 과학, 기술, 독서, 교육, 문학, 철학, 인문학, 영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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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상익은 우석대학교 명예교수. 청주에서 태어났다. 우석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강의하면서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다. 역사·문학·종교의 학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저술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찍은 수만 장의 사진 가운데 선별한 52장의 사진, 그리고 각 사진을 화두 삼아, 역사, 정치, 사회, 종교, 과학, 기술, 독서, 교육, 문학, 철학, 인문학, 영화, 노동, 우정, 고전, 동물, 식물, 어린이 등 우리네 삶 전반을 돌아보는 52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야기를 옮겨 쓴다.  

1. 줄무늬의 이중성

1789년 프랑스혁명은 삼색기를 비롯해 다양한 줄무늬를 채택했다. 줄무늬 옷을 입는 것은 혁명 이념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이었다. 삼색기가 자유와 독립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삼색기를 모방한 국기가 유럽 각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줄무늬에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한다. 18세기 말에 사람들이 줄무늬 옷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죄수였다. 프랑스는 특히 죄수들에게 줄무늬 옷을 많이 입혔다. 죄수복의 줄무늬는 감옥의 창살과 밀접한 상징적 관계를 갖는다.

줄무늬는 '보호'의 의미도 있다. 잠잘 때 입는 파자마가 줄무늬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잠잘 때 무방비가 된다. 잠든 동안 악령과 악몽에서 우리를 지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줄무늬 파자마를 입는 것이 아닐까?

횡단보도의 줄무늬는 통행의 어려움을 뜻하지만, 동시에 안전한 통행 가능성을 뜻한다. 통행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보행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줄무늬를 가로세로 엮으면 그물이 된다. 소외 계층에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의 '망(網)'이 '그물망'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선진사회일수록 정교한 줄무늬가 필요한 이유다.(42~43쪽)

2. 사브리나의 아버지

1995년 시드니 폴락 감독은 빌리 와일더 감독이 1954년에 만든 로맨틱 드라마 '사브리나'를 리메이크했다. 리메이크 작품에는 원작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 추가되었다.

사브리나의 아버지 페어차일드는 부잣집 운전기사다. 그는 딸 사브리나에게 옛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자신이 왜 자가용 운전기사로 취직했는지를 설명한다. 그가 젊은 날 직업 선택에서 고려한 조건은 오직 하나, '독서할 시간적 여유'를 많이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도 그는 대부분 독서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고용주가 살림집으로 내준 별채도 온통 책으로 가득하다. 부잣집 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틈만 나면 책을 손에 드는 그의 모습은 무척 낯설고 신기하다. 한국 사회의 통념과 상식으로 보면 지극히 이질적이고 운전기사답지 않은 모습이다. 리메이크 '사브리나'의 특별한 대목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한국 영화에서도 '독서할 시간적 여유'만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페어차일드 같은 캐릭터를 설정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감, 즉 리얼리티가 뚝 떨어질 것이다.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우리네 풍토에서는 대단히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설정일 것이기 때문이다.(72~75쪽)

3. 소드 라인

영국의 하원 의사당은 구조가 특이하다. 여야가 마주 보고 앉게 돼 있다. 의장 앞에 여야가 대립해 앉아 있는 형국이다. 여야 양당 사이에는 두 줄의 빨간색 '소드 라인(Sword Line)'이 그어져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검선(劍線)'이다. 여야 의원은 서로 이 선을 넘지 못한다. 양쪽에 서서 칼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거리인 2.5m 너비라고 한다. 긴 칼을 휘둘러도 상대방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간격을 뒀다고 해서 '검선'이다.

영국이 의회정치가 태동한 나라이긴 하나 초기에는 의원들 사이에 폭력 사태가 매우 잦았다. 의원들 가운데 기사 출신이 많아서 의견이 충돌하면 의사당에서 칼부림까지 나곤 했다. 서로 가까이 앉아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 보니 말로 안 되면 주먹과 칼이 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싸움이 나더라도 절대 넘어가면 안되는 선, 빨간 줄을 두 개 그어 놓고 그것을 넘지 않기로 한 것이다.(93~94쪽)

4. 이름에 깃든 사연

유럽인이 성(姓) 을 널리 쓰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의 일이다. 하지만 유대인은 마음대로 성을 쓸 수 없었다. 독일에서는 영주가 유대인에게 돈을 받고 성을 팔았다. 1787년 오스트리아에서는 유대인에게 히브리어 이름을 금하고 독일어 이름을 강제하는 법률이 제정됐다. 하지만 꽃이나 보석에서 따온 '좋은 성'에는 그에 상응하는 뇌물이 필요했다.

따라서 유대인 성인 로젠탈(Rosenthal, 장미계곡), 릴리엔탈(Lilienthal, 백합계곡) 등은 우아해 보이지만 유대인 차별이 빚어낸 비극적인 성이다. 그나마 부유한 유대인은 그럴싸한 성이라도 얻었지만, 대부분의 유대인은 키가 크면 랑(Lang), 키가 작으면 클라인(Klein), 머리가 검으면 슈바르츠(Schwarz), 그리고 태어난 요일 등에 따라 존타크(Sonntag, 일요일), 좀머(Sommer, 여름) 같은 성을 얻었다.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가 떠오른다.(216쪽)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k*****7 2020.10.21. 신고 공감 0 댓글 0